이안 보스트리지 목소리로 말러를 들어서 여한이 없다
말러에게 가곡은 그의 음악의 원천이 맞다
가곡 반주가 피아노가 아닌 생동감있는 관현악일 수 있는 것 역시 말러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세종 솔로이스츠의 반주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공연의 히어로, 초로의 나이에 도달한 보스트리지여서
그의 말러는 설득력이 있었다
젊은 시절 그의 미성과 지적인 외모에 반했던 젊은 나는 잊혀졌다
정면으로 내내 그의 시선, 입술을 바라보면서 이안이 이끄는 말러의 세계에 풍덩 빠졌다
마지막 앵콜곡 An die Musik(음악에)에서는 나도 무대 위로 올라간 듯 했다(난 독일어 가사를 다 외우더라)
■ PROGRAM
L. v. Beethoven
String Quartet in F Minor Op. 95 “Serioso” (arr. G. Mahler)
I. Allegro con brio
II. Allegretto ma non troppo
III. Allegro assai vivace ma serioso
IV. Larghetto espressivo - Allegretto agitato
세리오소(진지한) 라는 말이 여과없이 느껴지는 장중한 인트로
서정적이고 다감한 2악장에 이어달린 폭풍같은 베토벤 시그니처 스케르초 악장이
가슴을 뛰게하다 못해 꽉 움켜쥐고 내달리다가
이제 쉼을 가지라고 놓아주는 듯 잠시 아름다운 단꿈에 빠지다
다시 용솟음치는 현악 합주가 합일된 목적으로 질주하는 클로징
내내 좀 약하다싶었던 1바가 마지막 4악장에서 보여준 뒷심과 저음현의 리듬감 충만한 사운드
중간에 살짝 헤매는 듯 한 일부 2바와 일부 비올도 큰 그릇의 하모니 속에서
이탈되지않고 결국 길을 찾았고
그리고나서 미니 교향곡같은 베토벤 현사 <세리오소>는 격정, 잔혹, 위안, 부조리, 진취적 기상.....
세상이 품고있는 모든 세계의 건설을 끝마쳤다
G. Mahler
Selections of Des Knaben Wunderhorn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에서)
Revelge
Wo die schönen Trompeten blasen
Der Tamboursg'sell
이안 보스트리지의 목소리가 이랬다고?
믿을 수 없는 볼륨으로 청년의 청아하고 심이 꽉 찬 보이스가
은발의 하버드 교수같은 자켓을 뚫고 나온다
그의 눈빛은 저승의 수호자같았고
그의 입모양은 추악한 삶의 포효를 통과시킨다
그런데 모습은 천년고택의 서재에서 책을 펼쳐든 철학자
의식의 혼돈 시작
미성의 지적인 이안은 없다
지금 내 눈 앞의 그는 말러의 세계로 순간이동되어 이상한 뿔피리의 차원 속에 박제되었을 뿐
Gute Nacht 구테 나 흐~~~읏트 그리고 정지된 30여초
이안 보스트리지가 얼어붙게 만든 말러의 세계에 갇힌 우리들이었다
INTERMISSION
R. Schumann
Adagio from String Quartet in A Minor Op. 41, No. 1 (arr. Geoffrey Loff)
말러의 곡들 사이를 관통하는 슈만의 아다지오는 오늘 지독한 말러의 시니컬을 중화시키려는 의도였을까
곧 이어질 말러의 초기 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감동을 극대화시키려는 것이었을까
누구나 마음 저 깊은 곳에 존재하는 여리고 따뜻한 결을 살살 어루만져주는 슈만이 있어서
또 잠시 혹독한 말러를 잊는다 슈만은 직관적이고 말러는 지적이었다(머리가 계속 움직여야 했다)
세종 솔로이스츠의 연주가 1부에서보다 훨씬 결이 정돈되고 현의 합주가 일관성있어졌다
1바 악장이 바뀌어서인지 1바의 소리가 이제 묻히지 않아 더 감각에 바로 와 닿았던 슈만이었다
G. Mahler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I. Wenn mein Schatz Hochzeit macht
II. Ging heut’ morgen über’s Feld
III. Ich hab’ ein glühend Messer
IV. Die zwei blauen Augen von meinem Schatz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았다
이안은 말러 연가곡의 남주가 되어
사랑의 기대, 실연의 절망, 그리고 인생의 심연을 오롯이
이안의 눈으로 그리고 입으로 가사 하나하나, 딕션 하나하나 영혼을 담아
무대 위를 인생의 길, 삶의 질곡으로 바꾸어 놓았다
흰 머리와 깡말라 노쇠해진 육체는 간데없고
사랑을 잃은 청년의 고뇌가 온몸을 지배해서 다른 어떤 것일 수 없는
청춘의 화신이 되었다
이안 보스트리지의 시그니처 미성 테너보이스가 간간히 고음부에서 들릴 때
울컥 나오는 모이스처가 반갑다 저 소리에 반응하는 내 가슴이 함께 뛰고있어서
1부 끝의 30여초 미동도 않고 무대와 관객석을 정지시킨 이안의 클로징이 먹먹하니 좋았다
2부의 끝에서는 두번은 안 기다려준 성급한 관객의 박수가 조금 원망스러웠지만
모노드라마는 끝났고
커튼콜이 시작되자마자 앵콜 An die Musik 를 그의 시그니처 미성으로 불러준다
나도 같이 부른다 어쩜 나는 그 독일어 가사를 다 외우고있다 (2절에서 막혔지만)
많은 가곡 공연을 보았지만 역시 말러의 가곡으로만 꾸며진 공연은 일석이조다
성악과 기악의 모든 세계를 만날 수 있으니
피아노 반주로만 불러지는 가곡과는 결도 차원도 다르다
그것이 바로 말러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