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객 복거일 소개를 위해 2012년 총선 투표일 몇 달 앞두고 발간되었던 그의 저서 서평을 발췌, 再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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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만한 책>
‘보수는 무엇을 보수하는가.’
<전략>책을 펼치기에 앞서 제목만보면 ‘보수는 무엇을 보수保守’하는가' 인지, 혹은 ‘보수는 무엇을 보수補修’하는가’ 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 책 제목에 한자를 표기하지 않는 것이 출판 관행처럼 굳어진데서 오는 병폐다. 이를 감안하고 책을 소개하면 우선 제목은 ‘보수는 무엇을 보수保守(보존하고 지킴)하는가.’를 뜻하지만 책 후반부에는 대한민국의 보수는 ‘무엇을 보수補修(보완하고 고침)해야 하는가.’ 라는 저자의 생각도 소상히 제시돼 있다.
책은, "보수는 보존保存과 수호守護를 뜻한다."는 짧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부연설명이 이어지는데 이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보수라는 말은,그러나 대상이 무엇인지 가리키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말이 쓰이는 상황에 따라 잇고 감싸는 대상이 결정된다. 이 점이 잊혀 지면 논의에 혼란과 오류가 나온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은 우리 사회가 보수와, 그것의 대척이념으로 인식돼온 ‘진보’에 관련한 논란에서 얼마나 혼란과 오류誤謬를 범해 왔는가를 서술해 간다.
저자는 우선 “보수는, 우리 사회처럼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구성 원리로 하는 사회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자본주의 체제를 잇고 감싸는 태도와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말한다."고 간명하게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이념과 체제를 따르지 않고 다른 이념과 체제로 대치하려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진보라고 부르는 것은 오류라고 비판한다. “한 사회의 이념과 체제를 크게 바꾸거나 아예 다른 것으로 대치하려는 태도는, 즉 보수의 대척적 존재는, 진보라고 불릴 수 없다. 그것은 ‘대체’나 ‘변혁’이라 불려야 한다. 진보의 역逆은 퇴보임을 떠올리면 이점은 또렸해 진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서 한 사회에서의 정설正說(orthodoxy)과 이설異說(heterodoxy)을 구분한다. 어떤 사회든 특정이념을 자신의 구성 원리로 삼기 때문에 그 구성 원리가 된 이념은 정설이 되고 다른 이념들은 모두 이설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지향함으로 ‘보수’ 또는 ‘우파’라 불리는 자유주의는 우리사회에서 정통성을 지닌 정설이고 ‘진보’ 또는 ‘좌파’라 불리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족 사회주의 같은 이념들은 이설임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어 “우리 헌법 기구나 거기 구현된 이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과의 이념적 타협은 우리 사회의 바탕을 가장 근본적 수준에서 허문다.”고 주장한다.
복거일의 모든 저술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목차만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전체 내용의 논리적 짜임새를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할 수 있다. 15장으로 구성된 책의 목차 순서에 따라 책 내용이 명료하게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각 장의 제목을 그대로 옮긴다.
<보수주의의 뜻-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내재적 위협- 시장경제에 대한 회의- 대안적 체제들-한국사회의 이설-좌파정권들의 정책과 실적-합리적 대북한 정책-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책 -보수가 침체한 이유- 대한민국의 성취- 대한민국의 이상적 미래- 보수의 전략- 보수의 각오>- 각 장의 내용은 소제목으로 따라 붙은 몇 개의 글로서 소상히 설명되는데 이 목차의 순서만으로도 저자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는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복거일의 글은, 마치 좋은 자재를 써 정성들여 지은 건축물 같다. 그의 칼럼들이 특히 그렇다.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정도의 서술인데도 그것들을 단순한 시론∙시평이라고 하기에는 글 속에 논거로서 동원되는 지식이 학술논문 못지 않게 그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깊다. 말하자면 그의 글은 그의 지식과 교양이 화학적으로 용해되어 출하出荷되는 생산품이라는 것이 내 개인적 평가다.
그가 지금까지 펴낸 책은 40여종에 이른다. 소설(집) 10, 시집 2, 희곡집 1, 문학 평론집 2, 사회 평론집 17, 과학 평론집 2, 산문집 5종 등이다. 책의 분야별 분류로서만 파악해도 그의 전방위적 지식체계를 짐작키 어렵지 않다. 그의 대학시절 전공이 경제학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나의 기억이 맞는다면, 글로써 그를 처음 만난 때는 그의 초기 사회 평론집 ‘소수를 위한 변명’을 읽은 1980년대 후반쯤이 아닌가 싶다. 판형이 포켓용 정도였던 그 작은 책자는 나에게, 과장 없이 참으로 깊은 인상을 각인 시켰다. 학술논문이 아닌데도 편편마다 거의 각주脚註가 따라 붙어있고 어떤 글은 그 각주가 본문보다 길기도 했다. 일찍이 보지 못한 형식의 시평이었다. 신문 글쓰기를 업業으로 해온 나에게 그 글들은 놀라움이었다. 그 이후 신문에 게재되는 그의 칼럼을 챙겨보고 몇몇 저서들을 일부러 찾아 읽었다.
소설가이면서 시집과 희곡집, 산문집과 문학 평론집을 펴낸 그는 기본적으로 감성적 문학인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과학 평론집이나 일련의 사회 평론 등을 통해 보면 그는 냉철한 지식인, 바로 이성적 인간의 전형으로도 이해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어떤 인품의 인물인가를 말해준다.
복거일의 논설은 그 논증이 명징하고 냉철하면서도 문장의 흐름은 참으로 담담해서 비판적 글을 주로 써온 입장로서도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틈새를 찾기 어렵다. 적어도 내 판단은 그렇다. 세상을 보고 해석하는 그의 논리는 그만큼 치밀하고 진솔하다. 진보를 자칭하는 좌파들의 논리에 제대로 대응 할 수 있는 논객으로서 복거일의 존재는, 그래서 보수진영으로서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의 책 ‘보수는 무엇을...’은 그 행운에 대한 증거로서도 읽어 볼 가치가 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대한민국 보수 세력의 과오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10년 이어진 좌파정권시대를 청산하고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할 책무를 지니고 출범한 이명박 정권이 어떤 점에서 시대적 요구를 거슬렀는가에 대한 복거일의 분석은 조용하지만 엄정하다. 논지를 요약하면 우선 이명박 정권의 실책들은 모두 이념에 대한 무지와 자유주의 경시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에 대한 냉담, 이해와 믿음의 부족은 지지계층의 이탈은 물론 민중주의로의 필연적인 기울기를 초래했고 진정한 자유주의자들의 참여기회가 대폭 줄어들게 함으로써 정권이 연약해 졌다고 분석한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좌파 세력이 차지한 이념적 고지들을 되찾을 기회를 잃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목표는 잊혀 졌고, 우리사회의 정설을 지키려는 우파 세력과 이설을 도입하려는 좌파 세력 사이의 이념적 전선은 노무현 정권아래서 형성된 상태에서 고착되었다.” - 책속 저자의 이와같은 지적은 그 관측의 정확성이 노무현의 정치적 적자摘子임을 자처하는 세력들이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작금의 정치 현상에서 여실히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이하 2012 총선관련 내용 생략>
앞서 목차목록에서 소개한 대로 책은 마지막 부분인 14~15장에서 ‘보수의 전략’과 ‘보수의 각오’를 제시한다. 거기서 설명된, 보수가 재집권해야 할 이유는 줄을 치며 음미해야 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어느 사회에서나 집권정당은 보수로 분류되는 정당이 되는 것이 정상적이다....우리 시민들의 다수가 (우리) 헌법을 지지하는 한 헌법을 따르는 보수가 집권하는 것이 당연하다.”-저자는 이어 책의 후기를 이렇게 끝맺는다. “지금 이 땅의 보수가 조심스러운 낙관으로 앞날을 맞으려면 그들은 먼저 자신들이 보수(保守)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한국논단 2012년 3월호-조 규석/언론인>
첫댓글 우리나라 보수가 자신의 금전을 보수하려는 데에만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약점을 좌파들이 파고 들어 오지요.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뒷구멍으로 이권 개입하여 뇌물을 쟁기느라 정신없는새에 종북 좌파들이 사회 각층에 뿌리내려서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것이 현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