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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7다249219 판결
[손해배상(기)][공2021하,1356]
【판시사항】
[1] 행정처분이 항고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된 것만으로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과 그 판단 기준
[2] 갑 주식회사가 고층 아파트 신축사업을 계획하고 토지를 매수한 다음 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하였고, 수개월에 걸쳐 을 지방자치단체의 보완 요청에 응하여 사업계획 승인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는데, 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 사업계획에 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후, 을 지방자치단체가 갑 회사에 주변 경관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불승인처분을 한 사안에서, 을 지방자치단체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 및 이때 고려할 사항
【판결요지】
[1] 행정처분이 나중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되더라도 그것만으로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위법한 행정처분의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인해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2] 갑 주식회사가 고층 아파트 신축사업을 계획하고 토지를 매수한 다음 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하였고, 수개월에 걸쳐 을 지방자치단체의 보완 요청에 응하여 사업계획 승인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는데, 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 사업계획에 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후, 을 지방자치단체가 갑 회사에 주변 경관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불승인처분을 한 사안에서, 을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공무원이 경관 훼손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수행한 업무는 현장실사를 나가 사진을 촬영하여 분석자료를 작성한 것이 전부이고, 그 분석자료의 내용이 실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고 볼 수 없는 등 위 불승인처분은 경관 훼손에 관한 객관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사업계획 승인 업무의 진행경과, 위 사업의 규모와 경관 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신중한 검토 필요성 등에 비추어, 담당 공무원의 업무 수행은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므로, 을 지방자치단체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손해배상청구를 쉽사리 배척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는 등으로 구체적인 손해액에 관하여 심리하여야 한다. 그 후에도 구체적인 손해액을 알 수 없다면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 이때 고려할 사정에는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정황 등이 포함된다.
【참조조문】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30조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30조 [3] 민법 제393조, 제763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202조의2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공2000하, 1403)
[3]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19355 판결(공2009하, 1512)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8다301336 판결(공2020상, 819)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7다230963 판결(공2021하, 1218)
【전 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여양건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도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여수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기명)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7. 6. 28. 선고 2014나1316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고층 아파트 신축사업을 하고자 2003. 10.과 2005. 5.경 제2종 일반주거지역 내에 있는 여수시 (주소 생략) 등 4필지 총 69,041.4㎡ 토지(이하 ‘이 사건 사업부지’라 한다)를 매수하였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는 15층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을 건축할 수 없는데, 원고가 피고 도시계획과와 건설교통부에 문의한 결과「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사건 사업부지가 제1종 지구단위구역으로 지정되고 그 계획이 수립되면 용도지역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15층을 초과하는 고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원고는 2006. 7.경부터 약 5개월간 고층 아파트 신축사업계획에 관하여 피고 관계부서와 협의를 하였고, 2006. 12. 22. 피고에게 이 사건 사업부지에 지상 23~39층, 지하 2층, 총 1,023세대 규모의 3개 단지 10개 동 아파트를 건축하는 내용의 주택건설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계획 승인신청서에 제1종 지구단위구역 지정 입안제안서를 첨부하여 제출하였다.
피고는 2006. 12. 26.부터 2007. 6. 25.까지 원고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교통영향평가서, 재원조달방안, 환경성 검토 결과 등의 보완을 요구하여 보완자료를 제출받았다. 원고는 2007. 6. 26. 교통영향평가와 관련하여 전라남도 지방교통영향심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가결을 받은 다음 2007. 7. 7. 최종적으로 교통영향평가서와 제1종 지구단위계획안 등 보완자료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나. 당시 피고 시장이던 소외 1은 2007. 7. 4. 도시계획과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도시계획 업무를 보고받으면서 이 사건 사업계획과 관련하여 ‘해안선에 인접한 고층 건물은 보기에 흉하다.’는 취지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후 피고 도시계획과는 ‘이 사건 사업부지에 제1종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지정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주변 여건과 구역 전체의 스카이라인 형성을 고려하면 현재 용도지역에 맞게 15층을 초과하지 않는 아파트를 건축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였고, 2007. 8. 9. 같은 취지로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 관련 주무부서인 피고 건축과에 부적합의견을 회신하였다.
피고는 2007. 10. 26. 원고에게 ‘주변 경관, 교통 및 주변지와의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사건 사업계획은 현재 용도지역의 지정목적(15층 이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을 불허한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불승인처분’이라 한다).
다. 원고는 피고 시장을 상대로 전라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으나 청구가 기각되자 광주지방법원 2008구합2354호로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행정심판 진행 중 이 사건 불승인처분 사유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도시계획과 담당 공무원 소외 2가 작성한 ‘사업이행 이전 건축물 경관분석’과 ‘사진 몽타주기법에 의한 경관분석’(이하 이를 합하여 ‘이 사건 분석자료’라 한다)을 제출하였고, 그 후 행정소송에서도 수소법원에 이를 제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분석자료가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다투었다.
광주지방법원은 2009. 4. 30.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불승인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고, 위 판결은 2009. 5. 23. 그대로 확정되었다. ① 교통 및 주변지와의 연계성에 관해서는 원고가 전라남도 지방교통영향심의위원회의 조건부 가결에 따라 제1종 지구단위계획안을 보완하여 제출함으로써 검토를 마쳤으므로, 이 사건 사업으로 교통이나 주변지와의 연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이 사건 분석자료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이를 기초로 한 피고의 재량권 행사가 객관적으로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사업으로 주변 경관과의 심각한 부조화로 경관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한편 전라남도는 원고의 민원 제기에 따라 이 사건 불승인처분에 관여한 공무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였다. 전라남도 감사관실은 ‘피고 도시계획과가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보완요구를 하다가 2007. 6. 이루어진 피고 도시계획과 인사발령 이후 방침이 달라져 원고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판단하였고 피고에게 소외 2 등 담당 공무원의 문책을 요구하였다.
라. 위와 같이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되자 피고는 2009. 8. 12. 이 사건 사업계획을 승인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사업부지에 관하여 2008. 8. 22.부터 공매절차가 진행되어 주식회사 부영주택이 2011. 3.경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이후 피고는 위 2009. 8. 12.자 승인처분을 취소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제1심과 달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책임 주장을 배척하였다.
가. 피고 담당 공무원들이 이 사건 불승인처분에 이르기까지 업무를 일부 부적절하게 처리한 측면이 있다.
피고는 이 사건 불승인처분 시까지 원고에게 경관 훼손 문제에 관한 보완을 요청한 적이 없다. 피고 도시계획과에서 불승인방침을 정한 것은 피고 시장이 이 사건 사업계획에 관하여 부정적으로 언급한 이후로서, 피고 시장도 구체적인 검토 결과를 근거로 위와 같이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라남도 감사관실도 피고가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보완을 요구하다가 피고 도시계획과의 인사발령으로 방침이 달라졌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불승인처분 사유인 경관 훼손 문제에 관하여 피고 도시계획과가 부적합의견을 낸 근거가 된 이 사건 분석자료는 분석대상지를 관찰한 곳으로 기재된 위치 중 일부가 실제와 다르고 이 사건 사업계획에 따라 건축될 아파트의 위치가 이 사건 사업계획상 위치와 다르며 위 아파트가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왜곡하는 등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방법으로 작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 주장대로 부적합의견 회신 이후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에 대비하기 위하여 이 사건 분석자료를 작성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는 부적합의견의 근거가 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나.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보통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피고 담당 공무원들이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할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과 이를 위한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과 그 계획의 수립은 모두 일종의 행정계획으로서 승인권자인 피고 시장이 고도의 재량권을 가진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피고가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지정하려면 주변 지역의 토지이용, 교통여건, 관련계획 등을 함께 고려하여 지구단위계획으로 의도하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지 그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여야 하고, 건축물의 높이를 계획하는 경우에는 입지적 특성, 단계적 스카이라인,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피고는 오래전부터 해양관광도시 건설을 추구하였고 해안선에 인접한 곳에 건축될 초고층 아파트가 주변 경관에 미칠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으며, 원고와의 분쟁이 예상되고 원고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임을 인식하면서도 공익상 필요를 우선시하여 이 사건 사업계획을 불승인하기로 하였다. 소외 2는 직접 현장실사를 통하여 얻은 자료도 이용하여 이 사건 분석자료를 작성하였고 거기에 일부 오류와 잘못이 있더라도 피고 도시계획과에서 내부적으로 부당하게 불승인방침을 정한 다음 이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작성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하지는 않았더라도 피고가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로 이 사건 불승인처분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불승인처분에 이르기까지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았다거나 정당성ㆍ객관성 없이 이익형량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대법원 판단
가. 행정처분이 나중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되더라도 그것만으로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위법한 행정처분의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인해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는 행위의 양태와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와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만한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에게는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 매수를 완료한 다음 2년 이상 사업을 준비하여 수개월 동안 피고의 관계부서와 협의를 하여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하였고 이후 수개월에 걸쳐 피고의 보완 요청에 응하여 사업계획 승인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다.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 등이 피고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되는 행위임을 감안하더라도,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가 이 사건 사업계획에 대한 불승인처분을 하려면 그로 인해 침해될 원고의 이익과 보호할 공익 등에 대해 신중하게 이익형량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관 훼손이나 교통 영향 등에 관해서는 종전에 문제 삼지 않거나 원고에게 보완을 요구하여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는데도 이러한 사유로 불승인처분을 하려면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이 사건 사업계획에 대한 피고 시장의 부정적인 언급 이후 피고 도시계획과가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피고 건축과에 부적합의견을 회신함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불승인처분을 하기까지 피고 담당 공무원이 경관 훼손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수행한 업무는 현장실사를 나가 사진을 촬영하여 이 사건 분석자료를 작성한 것이 전부이고, 달리 그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이 사건 분석자료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요 기재 내용이 실제와 다르고 이 사건 사업으로 건축될 아파트가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왜곡하는 등 그 내용이 객관적이고 실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자료는 그 작성시기와 상관없이 경관 훼손을 뒷받침할 자료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불승인처분은 경관 훼손에 관한 객관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에서 본 사업계획 승인 업무의 진행경과, 이 사건 사업의 규모와 경관 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신중한 검토 필요성 등에 비추어 피고 담당 공무원의 업무 수행은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불승인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전보할 책임을 피고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를 긍정할 수 있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 담당 공무원들이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 업무를 처리하면서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라. 한편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의 불법행위로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는 손해 중 금융비용에 상응하는 금액만을 한정하여 손해배상으로 청구하였다가 원심에 이르러 건축설계용역비, 직원인건비, 개발이익 관련 손해 등을 포함하여 청구금액을 확장하였다.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와 그 액수를 정해야 하는데,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손해배상청구를 쉽사리 배척해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증명을 촉구하는 등으로 구체적인 손해액에 관하여 심리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8다301336 판결 참조). 그 후에도 구체적인 손해액을 알 수 없다면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 이때 고려할 사정에는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정황 등이 포함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19355 판결,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7다230963 판결 등 참조).
특히 이 사건에서는 원고에게 과실이 있다면 그 과실의 정도를 참작하여야 함은 물론, 이 사건 사업계획 승인의 법적 성격, 이 사건 사업부지의 특성과 주변 환경, 발생한 손해의 종류, 이 사건 사업부지의 지정목적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사업계획이 불승인될 수 있는 위험을 원고가 어느 정도 감수하였는지 여부, 이 사건 불승인처분을 할 당시의 정황과 피고의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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