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진정한 사과와 상생은 해군기지 폐쇄다!
-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의 제주방문을 규탄하며
5월
20일 수요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제주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광주항쟁 40주년인 5월 18일 이다. 우리는 군홧발에
짓밟힌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 책임자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날을 기억하는 날, 제주출신 해군참모총장이 강정마을, 해군과 해병대 부대, 원희룡 도지사, 경찰청 등 유관기관을 방문하여 민관군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혀왔다. 방문의 실질적인 내용은 제주강정해군기지 군사시설보호구역 확장을 위한 협의이며 현 마을회의에
기만적인 사과 또는 유감표명이 이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
부석종
해군 참모총장은 2007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건설사업단(해군기지사업단) 초창기부터 ‘해군기지 계획총괄담당’을 맡는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위해 핵심적으로 복무했고 2013년 12월 부터 2015년 11월까지 사업단 단장으로 일했다. 그가
사업단장으로 복무했던 기간, 기지 부지 외곽에 군관사를 짓지 않겠다던 주민들과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군관사 건설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해군의 거짓말과 폭력적 강행에 항의하던 시민 24명이 연행되었다. 우리는 ‘대한민국해군-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이란
열여덟 글자를 은폐하고 안전모를 쓴 이들이 불법임에도 버젓이 행정대집행 현장을 활보했던 것을 기억한다.
제주해군기지는
처음부터 불법, 기만, 거짓, 사기, 조작, 은폐, 폭력으로 세워진 기지다. 2019년 5월 경찰청 인권조사위원회는 2007년
6월 해군의 해군기지찬반여부 주민투표함 탈취사건과 2008년 해군이 국정원, 도정, 경찰 등과 해군기지 반대자들을 탄압할 것을
비밀리에 공모한 유관기관 회의에 대해 재확인했다. 그 뿐인가. 해군기지 건설을 폭력적으로 강행하는 과정에서 전시에도 금지되어 있는
군인의 민간인 폭력이 있었다. 2018년 국제관함식때는 해군들이 시민의 합법적 집회를 불법과 폭력으로 방해했다. 그러나 해군은 단
한 번도 사과를 한 바가 없다. 해군과 부석종해군참모총장이 말하는 민군상생은 기만이며 거짓임이 그간 13년의 해군기지
반대투쟁과정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해군의 진정한 사과는 단 하나이다. 건설과정에서 비민주적, 불법적, 폭력적이었고 완공이 된
후에도 혈세낭비이며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를 철거하고 폐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민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것도 모자를 판에 부석종 참모총장 취임 직후인 4월 23일, 이성열 제3함대 사령부 명의로
제주도에 공문이 전달되었고 이 공문은 군사기지보호구역 지정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이미 올해 1월에 제주해군기지
육상의 대부분을 군사기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다시 공문을 보낸 것은 해상수역까지 군사기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
하는 것이다. 이것은 2009년 4월 국방부-국토부-제주도 기본협약, 2011년 10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소위원회 권고, 2013년 3월 항만공동수역협정을 해군 스스로 모두 무시하고 위반하는 것이 된다. 해군은 2012년, 2016년,
2019년에 이어 올해 다시 제주민군복합관광미항 전체를 군사기지보호구역으로 만들려는 불순한 시도를 계속 해서 하고 있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사업단 단장으로 취임하던 2013년 12월 당시 “2015년 명품 제주민군복합형 관광 미항 완공을 위해 친환경
안전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제 스스로 제주민군복합형 관광 미항이 허울 좋은 무늬에 불과함을
인정하려 하는가? 친환경 안전 시공은 빈 말이니 해군은 그동안 핵잠수함이 와도, 핵항공모함이 와도 아무런 대책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인가?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취임 이후 해군은 코로나 바이러스 19에도 불구 림팩(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에 참가하기로 방침을 세웠고 해군의
호르무즈 해협 개입 우려에도 불구 청해부대 32진을 이른바 파견확대지역으로 파병하었다. 호주는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현재 전
지구상에서 가장 만연한 위협이라는 인식으로 격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전쟁훈련을 철회하였는가 하면 이스라엘은 같은 이유로 림팩 참가를
취소하였다. 해군은 태평양과 중동, 그리고 세계곳곳에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자국의 젊은 군인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제주에서 해야 할 일은 딱 한가지다. 민군 상생을 지키려거든, 사과하고 상생하려거든, 지금
당장 해군기지를 페쇄하라! 오늘은 불법부당한 해군기지로부터 제주를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되게 하고자 기지안에서 배너를 들었던 시민
송강호의 구속 52일째이다. 군사기지 없는 진정한 비무장평화의 섬을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불법, 폭력, 사기, 거짓, 기만으로 세워진
제주해군기지!
허울좋은 민군복합관광미항
제주해군기지 폐쇄하라!
2020, 5, 20
강정평화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