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에 있는 재래시장.
면적은 36,000m²이다. '파이크 플레이스'라는 이름은 시장이 자리 잡은 주요 도로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파이크 스트리트에서 버지니아 스트리트까지 북서쪽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 시장은 1907년 8월 17일에 개장하였으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 운영을 지속해온 시장들
가운데 하나이다. 수많은 소규모 농부들, 공예인, 상인들을
위한 사업 장소이다. 퍼블릭 마켓
등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해산물을 주로
취급하고 좋은 물건과 저렴한 가격으로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외지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생동감이 넘치는 시애틀의 명소,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신동근(Flyn@inven.co.kr)
디 인터내셔널5(The
International5, 이하 TI5)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주어진 3일 간의 휴식 기간이 오늘로써 끝난다. 휴식기가 2일 째에 접어들자 선수들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이
날도 선수 인터뷰를 시도해볼까 하는 생각에 웨스틴 시애틀 호텔 로비에서 선수들을 물색했지만 꽝이었다.
이대로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엔 뭔가 억울했기에 나는
억지로라도 일정을 만들기로 했다. 문득, 아직 시애틀에 있다는
스타벅스 1호점을 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로비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
직원이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줬으나 나는 그 방향을 착각해
다른 쪽 길로 접어들어 15분을 걸었다. 가도가도 파이크
플레이스가 보일 생각을 않자 나는 다시 근처에 있는 행인에게 길을 물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40분 가량이 흐른 뒤에야 나는 파이크 플레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도 보였던 커다란 관람차가 먼 발치에서 보였다. 파이크 플레이스 거리로 접어들자 이따금씩 거리에서는 특이하게 생긴 차량이 관광객들을 태우고 돌아다녔다. 국내 테마파크 사파리 공원을 돌아다니는 수륙양용차와 거의 똑같이 생긴 차량이었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저 차도 수륙양용차가 분명했다. 애초에 차량 옆면에
글귀로도 적혀 있는 사실이었다.
시애틀 관광객을 위한 투어 차량이었는데, 출발지가 스페이스 니들이라고 한다. 거기에 저런 관광 상품이 있는 걸 알았다면 한 번쯤 타 봤을 텐데 너무 늦게 알았다는 게 정말 후회스러웠다. 관람차 뒤편에는 시애틀 바다가 푸른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웨스틴
호텔과 키 아레나 공원에서도 갈매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은 유난히 갈매기 소리가 더 시끄러운
것 같았다.
파이크 플레이스 거리 근처에 해군 기지가 있는지 군복을 입은 해군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미 해군 함정 한 척이 근처에 정박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내가 본 것은 엄청난 수의 사람, 사람, 그리고
사람이었다. 키 아레나 공원을 다닐 때도 사람이 꽤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마켓 중앙 거리에서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끝없이
늘어선 가게들을 구경하기 바빴다.
줄지어 늘어선 가게 종류 또한 다양했다. 기념품 가게, 초콜릿
가게, 석쇠 구이 가게나 핫도그 가게는 물론이고 횟집, 카페, 네일 아트 샵까지... 그야말로 시애틀 시의 축소판 같았다. 지붕이 있는 큰 건물 내부는 마치 강남역 지하 상가처럼 역시 온갖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꽃 가게, 의류 매장 등이 늘어선 내부를 보자 순간적으로 내가 강남역
지하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더 근처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처음에 길을 잃고 헤메는 바람에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 그날
할 일도 있고 해서 나는 이곳에 눈도장만 찍은 후, 스타벅스 1호점은
가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휴식기 셋째 날인 오늘, 습관적으로 웨스틴 시애틀 호텔에 들른 나는 운 좋게도 선수
식당에서 탁구를 하던 C9의 '노테일'을 발견했다. 연습을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노테일'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다행히 '노테일'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인터뷰
요청을 수락했다.
그 후 30분을 더 기다렸으나 더 이상 식사를 하러 내려오는 선수는 없었다. 짐을 챙긴 나는 다시 파이크 플레이스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야말로
스타벅스 1호점 방문과 함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음식점에서 먹을 것을 사 먹겠다는 다짐과 함께.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스타벅스 1호점부터 들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스타벅스 입장 고객 대기열이 얼마나 긴지 스타벅스에서 시작된 줄은 옆의 가게 3개를 가로질러서까지 이어져 있었다. 나는 이걸 기다려야 하나 고민에
빠졌지만, 이 순간의 귀찮음을 버티지 못하면 평생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놓치는 거란 생각에
줄을 서서 버티기로 했다.
30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린 끝에 간신히 스타벅스 가게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 1호점은 하루에 찾아오는 손님의 수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가게 구석에 재료를 담은 박스를 수북하게 쌓아두고 있었다. 카페라기보단 창고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다.
손님들이 줄을 서 있는 곳에는 매장 직원 한 명이 판매 물품 카탈로그를 들고 손님들에게 보여주며 어떤 물건을 구매할지 미리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전 세계 스타벅스에서 유일하게 디자인이 다른 물품을 판매하기 때문인지 물품들의
판매가는 대부분 10달러 이상으로, 결코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금액이었다.
물론 금액이 두려우면 이렇게 긴 줄을 기다려가면서 스타벅스 1호점에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머그컵 2개,
텀블러 하나와 프라페 한 잔을 받은 뒤 가게를 나왔다. 분명히 내가 미국에 올 때 지갑이
제대로 접히지도 않을 정도로 환전을 많이 해 왔는데 어느새 내 지갑은 쉽게쉽게 접힌다.
배가 너무 고파져서 근처에 있는 터키식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11달러짜리 치킨
케밥을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사장이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내가 치킨 케밥의 양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봤을 때는 그냥 한 사람 먹기에 딱 적당한 정도라고 하더니,
그 '한 사람'이 아무래도 덩치 큰 현지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얘기인 것 같았다.
커도 이렇게 큰 음식은 처음 봤다. 사진으로 보니 작아 보이지만, 정말 엄청나게 크다! 아무리 돌돌 말고 입을 크게 벌려도 도저히
한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아니, 입에 넣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걸 나 혼자 다 먹을 수는 있을지 거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케밥을 먹지 못하고 한참 동안
음식을 이리 굴렸다 저리 굴렸다 하는 걸 본 사장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당황한 나는 너무 커서 그럴 뿐이라며 사장을 안심시켰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너무 커서 한 입 베는 것도 힘들어 보였던 케밥을 다 먹어치우는
데는 성공했다. 물론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옆으로 내용물이 상당히 많이 튀어나왔고, 다 먹은 뒤에는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로 배가 불렀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말이다.
메인 스트리트 뒤편에는 건물 사이사이를 따라 난 작은 골목길이 있었다. 이곳에도 음식점을
비롯한 온갖 가게들이 늘어선 것은 물론이다. '포스트 앨리'란
이름을 가진 이 뒤편 골목길은 메인 스트리트보다는 상당히 사람이 적었지만, 여전히 수가 많기는 했다.
이 중 한 크램차우더 가게가 유명한 맛집인지 사람들이 가게 건물 반 바퀴를 돌아서 줄을 설 정도로 손님들이 많았다. 꽤나 고소한 냄새가 풍겨와서 후각을 자극했지만 지금 이 가게를 들르기엔 내가 너무 배가 불렀다.
포스트 앨리에 있는 가게들은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서 대부분의 테이블을 야외로 빠져 있었고, 핫도그나
햄버거 같이 휴대가 간편한 음식을 주문한 사람들은 그냥 골목길에 앉아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메인 스트리트와 포스트 앨리에는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한
블럭 건너 한 명씩은 있을 정도였다. 대부분은 혼자서 악기 연주와 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가끔씩은 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기타나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많은 길거리 공연자들 중 사람들의 통행량이 가장 많은 스타벅스 1호점 앞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 단연 인기가 많았다. 내가 줄을 서서 스타벅스 입장을 기다리고 있을 때 공연을 했던 트리오의
연주가 참 일품이었다. 내가 음악에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이들의 연주는 왠지 모르게 스페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신나는 재즈 리듬을 선사했다.
스타벅스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도, 파이크 플레이스를 돌아다니던 평범한 행인들도
이들의 연주가 시작되자 발걸음을 멈추고 앞에 서서 공연을 구경했다. 몇몇 사람들은 이 트리오의 신나는
리듬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박자에 맞춰 발을 굴리기도 했다.
구경도 할 만큼 했고, 내일부터는 TI5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는 관계로 내가 다시 파이크 플레이스에 올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시애틀 여행을 기념하기 위한 티셔츠 두 벌을 사고 다시 웨스트레이크 센터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내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저녁 시간이 되자 타 매체 기자, MVP 임현석 감독과 함께 저녁 식사 약속이 잡혔다! 웨스틴 호텔 근처 식당의 가격이 워낙 무자비한 탓에 우리는 또 파이크 플레이스로 향했다. 다시 올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지 겨우 3시간 만이었다.
오후 6시가 막 넘었을 뿐인데, 그 활발하던
파이크 플레이스가 상당히 고요해졌다. 메인 스트리트로에 있는 가게가 죄다 문을 닫은 것이다. 포스트 앨리도 마찬가지. 이렇게 빨리 하루 장사를 마칠 거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1차 목표였던 포스트 앨리의 크램차우더 가게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메인 스트리트에 시애틀 항구가 그대로 보이는 전망 좋은 해산물
집에 들어갔다. 어패류를 잘 못 먹는 탓에 나는 연어나 장어 초밥을 주문했다. 제공된 음식은 식당 내부 전경 만큼이나 고급진 자태를 자랑했다.
천천히, 여유롭게 식사를 즐긴 뒤 가게를 나서자 선선한 바닷바람이 우릴 반겨줬다. 갈매기 떼가 우는 소리와 함께 석양이 지고 있었다. 시애틀 항구를
이렇게 가까이 보질 못했는데, 찬찬히 살펴보니 근처에 해군 함정도 정박한 것이 꼭 평택 해군기지처럼
보이기도 했고, 항만에 늘어선 거대한 배와 구조물들을 보니 꼭 부산항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