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때 미국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다우지수가 급락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예를 들어보면, 우리가 돈을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채무자가 한두 달 정도 빌린다고 하면 금방 갚을 거라는 생각에 이자를 많이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채무자가 1년 이상 빌린다면 당신을 무엇을 걱정할 것인가? 채무자가 그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돈을 갚지 못할까 봐 고민될 것이다. 또한 그 사이 은행 금리라도 오르면 빌려주는 것이 이익이 없을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이런 위험과 예상 이익을 생각해서 단기로 빌려줄 때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저렴하다는 것은 장기 대출이 덜 위험하다는 의미일까? 위험성이 큰 장기금리가 더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빌리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즉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도 된다. 투자로 이익을 낼만한 곳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미래를 불확실하게 보고 사람들이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미국 경제 학회 일각에서 대규모 재정확대를 동원한 경기부양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연방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서 부채를 아무리 늘려도 문제가 없기에 채무를 늘려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FRB 파웰 의장은 이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며 일축했다. 결국 건전재정을 주장한 것이다.
정부채무를 늘려서 경기를 부양할지 아니면 건전재정을 지켜야 하는지를 처음 주장했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이다. 이들은 미국의 초기 재정 정책의 큰 틀을 설계하고 구축한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워싱턴 디시에 가면 해밀턴과 갤러틴의 동상이 있다.) 해밀턴이 재정확대로 경기부양을 주장했다 라면 갤러틴은 재정 건정을 주장했다. 당시 미국은 독립전쟁 후 많은 빚을 지고 있을 때였다. 재무부 장관이었던 해밀턴은 국가개발을 위해서(당시는 모든 공공시설이 거의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시기다.) 도로, 운하, 항구 건설 같은 인프라 건설을 위해서 재정확대 정책을 취했다. 또한 빚을 해결하기 위해서 반대를 무릎쓰고 채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상 빚을 지는 것에 극도로 싫어하던 사람들을 설득해서 취한 정책이 미국 경제를 살렸음은 물론이다. 해밀턴 이후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시기에 재부 장관을 했던 갤러틴은 국가부채를 없애겠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 세 가지 정책을 강조했다. 세금과 예산 지출 감축, 지출 항목 철저 관리, 사치와 재정 분야 부패 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재정정책에 대한 방법은 다르지만 국가를 위하는 모습은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이 지금의 미국을 만든 중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시장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막강하다. 정부 정책에 따라서 경제가 엉망이 되기도 하고 상승하기도 한다. 그만큼 정책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시장경제에 얼마큼 관여를 하는 것이 좋을까? 저자는 '대부분 자유로운 시장에서 모든 차원의 정부가(즉, 도시, 카운티, 주정부, 연방정부가) 자주 그리고 조정되지 않은 차원에서 개입해 오는 선에서 현재까지 오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자유방임주의와 정부가 좀 더 강력하게 개입을 했던 적도 잠시 있었지만 위의 선에서 크게 멀어졌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정부의 시장개입의 선이 두 번째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깊숙이 개입을 해서 경제가 발전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는 기업이 정부보다 발전 속도가 빨라서 정부가 뒤쫓아 오고 있기 때문 더더욱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최근 일본의 JDI의 몰락을 보면 안다.
해밀턴과 갤러틴 모두 깨달았듯이 정부의 간섭이 너무 지나치면 기업이나 산업 전체 혹은 국가 경제 자체를 파멸로 몰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간섭을 너무 적게 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 자본주의가 성공하려면 기업가정신을 적극적으로 촉진해야 한다. 그러면서 또한 동시에 이 체제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지속적으로 감시를 해야 한다. 미래의 이익에 사로잡혀 있는 기업가들은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로 빠르게 육박해 들어가고, 정부는 힘겹게 허덕이며 그 뒤를 따라잡으려 한다. 기업계에서 일어나는 추문이 지금은 너무도 잦아졌는데, 이제 이런 것들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특히 재무 분야에서 재앙으로 여겨야 할 정도이다.
집을 지을 때 바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위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법과 제도, 올바른 국가 시스템이 완성되어야 그 안에서 세부적인 것들을 넣을 수 있다. 미국은 초창기에 두 사람이 미국중앙은행과 관련 법, 기초적인 국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제대로 만들어진 제도는 다시 말하지만 지금의 강대국인 미국을 있게 한 큰 원동력이라고 확신한다. 그럼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