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 충격과 출력 손실이 없는 CVT는 현재 엔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변속기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1월 13일부터 28일까지 열린 북미국제오토쇼(NAIAS)에 혼다의 10세대 어코드가 '2018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어코드가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연비와 주행성능이다. 직렬 4기통 1.5리터 터보 엔진과 짝을 이룬 무단변속기(CVT)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변속 충격이 없는 CVT 덕분에 부드럽게 가속하고 엔진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연비를 높인 덕분이다.
이처럼 변속기는 엔진 출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므로 자동차 주행성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동력 손실을 얼마큼 줄이느냐에 따라 연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엔진 기술이 연비 개선에 더 큰 효과가 있지만 변속기 개발 비용보다 많이 들어 가격 인상 요인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구매 부담이 높아진다. 반면 변속기는 연비 개선 효과가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비용부담이 적어 소비자 경제 만족도가 높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비를 높이기 위한 차세대 변속기로 평가받는 다단화 자동변속기(AT)와 듀얼클러치(DCT), 무단변속기(CVT) 개발에 여념이 없다.
출처 : 혼다 어코드에 들어가는 CVT와 엔진에 결속된 모습.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AT는 10단까지 다단화하면서 발전하고 있지만, 그 사용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를 DCT와 CVT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다단화에 따른 연비 개선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을뿐더러 메커니즘이 복잡해 비용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DCT는 2005~2012년 연평균 45퍼센트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심이 돼 적용 차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다단화 변속기 대비 연비 개선 효과가 높고 응답성이 빨라 다이내믹한 주행에 잘 맞는 특성을 지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19년 이후 DCT 시장 비중 성장세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용면에서 AT 대비 높은 효용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더불어 DCT는 변속 충격이 크고 변속감이 AT에 비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CVT는 차세대 변속기 중 유일하게 시장 비중이 빠르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비 개선 효과가 높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을 지닌 덕분이다. 더불어 변속 충격이 없어 부드러운 주행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분이다. 안락성을 추구하는 세단 등에 잘 맞다. 올해 출시가 예정된 기아 신형 K3도 CVT를 달고 나와 주행성과 연비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닛산 X트로닉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CVT다. ◆ 충격 없이 부드럽게 가속
CVT가 변속 충격이 없는 이유는 일정 범위 내에서 변속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기어비를 변화시키는 방식이기에 변속 충격이 없다. 유압식 자동변속기(토크컨버터+유성기어장치)에서는 무단계로 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와는 달리 CVT는 구동 풀리와 피동 풀리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기어비를 변화할 수 있다. 그래서 무단변속기(또는 연속가변변속기)라고 부른다. 기존 AT는 기어비가 고정돼 있어 엔진 회전수에 따라 기어 단수를 바꿔 기어비를 변화시켰다며 CVT는 엔진 회전수에 상관없이 기어비를 선택할 수 있다.
기어비는 숫자가 클수록 가속성능이 높아지고 작을수록 연비가 향상된다. 따라서 전체 기어비를 넓힐수록 연비와 가속성능이 전반적으로 좋아진다. 하지만 일반 AT는 각 기어 단수의 기어비를 마음대로 넓힐 수 없다. 기어비가 급격히 벌어지면 변속할 때 급격한 엔진 회전수 변화가 생기고 이는 주행 흐름이 깨지게 되고 차체가 울컥거리는 변속 충격이 생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기어 단수를 늘리고 있다. 기어비를 쪼개고 쪼개서면 부드러운 변속과 함께 엔진을 세세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변속기 부품 개수가 늘어나 구조가 복잡해지고 제조원가도 높아진다.
반면 CVT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연속적으로 기어비를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변속 범위를 확장해도 기존 변속기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게 CVT가 개발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출처 : 현대파워텍 CVT는 두 개의 풀리를 잇는 벨트를 사용 고무가 아닌 금속을 사용하면서 내구성을 높였다. ◆ 엔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변속기
엔진은 회전이 높을수록 더 큰 출력을 낸다. 반면 최대토크는 최고출력이 나오기 전 일정 부분에 나와야 운전이 편하다. 엔진의 이런 특성 때문에 변속기가 필요하다. 주행상황에 따라 필요한 구동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AT를 다단화하게 됐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어진 건 아니다. 토크컨버터로 토크를 얻더라도 단계적인 구동력 특성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더구나 토크컨버터는 작동 중 미세한 슬립 로스(slip loss)가 있어 연비가 떨어진다.
만약 무한대로 기어비를 바꿀 수 있다면 연비가 가장 좋은 엔진 회전 부분으로 찾아가 기어비를 바꾸면서 가감속 할 수 있고 엔진을 최대한으로 돌려 그 상태에서 기어비를 바꾸면서 빠른 가속을 만들 수 있다. 즉 엔진을 가장 효율적이면서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변속 개념을 무한변속기(IVT: infinitely variable transmission)라고 한다.
CVT는 IVT의 개념을 현실적으로 실현해낸 기술이다. 무한이 아닌 일정 영역에서 기어비를 자유자재로 바꾸면서 엔진 출력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내 연비를 높이고 가속성능을 향상시킨다.
출처 : 금속 체인벨트는 고무에 비해 내구성이 높고 미끄러지는 현상이 적어 초기 CVT의 단점을 극복했다. 초기 자동차용 CVT는 1958년 네덜란드 DAF 사에 의해 상용화됐다. 당시 CVT는 내구성이 부족해 일부 소형차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되면서 오랜 시간 보편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석유파동 이후 각 자동차 제조들은 어떻게든 연비를 높이기 위해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소형차 위주의 라인업을 보유한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경제성이 우수한 CVT 투자에 열중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CVT는 엔진 배기량이 작은 차에만 일부 적용되면서 아직은 발전 단계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3.5리터 엔진을 얹은 차에서도 CVT가 사용되면서 CVT를 사용하는 차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2001년만 해도 승용차에 사용되는 CVT는 0.2퍼센트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그런데 2017년에 11.5퍼센트로 껑충 뛰었다. 판면 AT는 2012년 35.9퍼센트였던 것이 2017년 31.6퍼센트로 떨어졌다.
여러 전문가는 CVT가 가진 내구성 단점(벨트에 의한 동력전달에 따른 미끄러짐이 발생해 출력이 높은 대형차에 적용할 수 없다)이 극복되면서 사용량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 하이브리드(HEV, PHEV) 자동차에도 큰 변형 없이 쉽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변속기가 필요 없는 온전한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까지 CVT는 계속 발전할 것이고 CVT를 사용하는 차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