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사역에 대한 소고
“선교사님 이거 한 번 보세요”
후배 선교사에게 카톡이 왔다. 카톡의 내용은 ‘카훗’과 ‘젬보드’이다. 둘 다 디지털환경의 변화에 따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협업도구들이었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에서 활동이 늘어났다. 당연히 교육과 훈련도 온라인 상황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지금 이루이지고 있는 훈련들이 너무 정적이어서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후배 사역자의 말에 나는 너무 공감이 되었다. 이미 지금의 세대는 ‘디지털네이티브(디지털원주민)’ 시대가 아닌가. 그런 친구들이 아날로그식 훈련에 적응하려면 분명 쉽지 않은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 물론 필자도 사람의 고유한 특성과 디지털의 폐단을 볼 때 무턱대고 디지털과 흥미만을 추구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복음을 유통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지금 상황이 직면하고 있는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1.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
1938년 네덜란드 철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노는 인간’ 또는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라 불렀다. 그는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진다고 역설했다. 이는 ‘생각하는 인간’과 ‘만드는 인간’ 만큼이나 인간의 중요한 기능을 표현한다 하겠다.
팬데믹이 비대면 사회를 앞당긴 뒤 오프라인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분야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디지털 세계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들은 앞에서 언급한 인간의 중요한 기능을 잘 간파하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인간의 욕구에 대응한 사례라 하겠다. 이런 현상은 ‘흥미를 유발하고, 경쟁 관계를 만들고, 성취에 보상하는’ 게임 특유의 매커니즘을 연상케한다. 이렇게 게임의 매커니즘, 사고방식과 같은 게임의 요소를 게임이 아닌 분야에 대한 지식, 전달, 행동 혹음 마케팅ㅇ을 위해 게임의 ‘매커니즘’과 사고방식을 접목시키는 것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고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윈도우즈’에 기본적으로 설치돼있는 ‘프리셀’은 마우스의 사용법을 숙달시키기 위해 개발된 게임으로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또한 스타벅스의 ‘별’ 쿠폰이나 매년 시즌마다 온-오프라인에서 난리를 치는 ‘시즌 e-Frequency’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뿐인가 소셜미디어(SNS)에 경쟁하듯 영상을 올려 조회수를 획득하는 것도 모두 게이미피케이션의 원리가 적용된 경우다. 이렇게 게임이 아닌 분야에서 ‘도전’하고, ‘경쟁’ 해서 임무 달성 시 ‘성취’에 대한 ‘보상’을 제공받는다. 더욱이 그 과정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는 원리는 동기 부여를 제공해서 행동의 변화를 유발시키고 있다.
2. 매슬로의 욕구5단계설
아브라함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이며 욕구를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했다. 곧 생리, 안전, 사회, 존경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하위단계에서 상위단계는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 여기서 살펴볼 관점은 욕구이다. 욕구는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요인이며, 인간의 욕구는 낮은 단계에서부터 높은 단계로 성장해 간다.
게이미피케이션 매커니즘 도전, 경쟁, 성취, 보상, 관계는 매슬로의 5단계 욕구 중 3-5단계인 사회적, 존경, 자아실현 욕구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우리가 흔히 도장을 찍어주고, 도장을 다 모으면 물건을 교환하는 것은 동기 부여와 충성도 등 게이미피케이션의 기본원리에 입각한 마케팅 활동이다. 이런 욕구와 활동은 이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앱을 통한 대중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IT 기기와 함께 큰 ‘디지털네이티브’, 개성 강한 MZ 세대가 소비 주도층으로 부상한 지금은 더욱 게이미피케이션의 산업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들은 감성과 체험을 중요시하는 세대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소비자를 대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욱 발빠르고 직관적이며 자극적인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까. 2019년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가 난 후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게임을 권장한다는 태세를 갖춘 지금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어떤 해를 가져올지 제대로 된 검증을 하기도 전에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직감해야 한다.
3. 대안적 놀이문화
한국인은 전형적인 호로 루덴스다. 조흥윤은 한국 민중문화는 다양하고도 독특한 놀이 문화를 가꾸어 왔다고 했다. 그는 한국 민중의 놀이는 일과 여가와 신앙 속에서 그것들과 함께 얽히고 어우러져 즐겨지던 삶의 표현이라고 했다. 곧 놀이는 민중의 호흡이라 해도 좋겠다.
나그네놀이문화선교회 파란나라의 한기철 대표는 “다음세대에게 놀이는 삶 그 자체이기 때문에 타 문화권의 아이들과도 놀이를 통해서라면 쉽게 접촉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놀이의 교육 효과가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면서 민간 영역에서는 놀이를 다양한 교육 영역에 접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놀이를 통해 더 쉽게 다가가고 성경적 놀이를 함께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경험을 직접 체험했기에 가능한 고백이라 하겠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는 “인류는 태동 직후부터 놀이와 게임을 해왔다”며 “게임을 통해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게 앞으로 모든 산업군의 핵심 과제라고 했다. 이제 메타벅스(Metaverse)로 표현되는 세상을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안적 방안을 끌어내고 있다. 물론 교사도 온라인 수업으로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헤 게임적 요소를 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역은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까?
시대가 변할 때 마다 우리를 붙드는 물음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본질이냐 비본질이냐’하는 물음이다. 그래서 이 흐름을 파악하다보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교회가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교회의 구성원들이 사회인들인데 그 전문성은 누구에게만 맡겨진 것인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대응이 필요한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이 두가지는 역사 속에서도 늘 존재했던 과제이기 때문에 한 발 빠른 대처가 아니라면 최소한 뒤처지지는 않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