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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수능 대비 학원에 ‘킬러 문제, 변형 문제 전문’이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수능 출제 위원 출신 인사가 자신의 경력을 앞세워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입시 학원에 판 사실이 드러나는 등 사교육계에 ‘이권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수능 출제 위원 출신을 포함한 교육계 인사들과 대형 입시 학원 사이의 카르텔에 대해 실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수능 출제를 했던 한 사람은 해당 경력을 내세우면서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강남 대형 학원 등에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가 바로 ‘입시 카르텔’일 것이다.
우리 입시에서는 변별력을 높인다고 학교 교육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내왔다. 시험에는 변별력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킬러 문항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거의 병적 현상이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킬러 문항 대비를 한다고 고액을 요구하는 입시 학원이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높은 킬러 문항 적중률을 홍보해 2010년대 후발 주자임에도 연 3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학원이 있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이런 문제를 푼다고 학생들의 학력이나 창의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수능이 어려울수록 떼돈을 버는 세력이 있다면 그 구조를 뭐라 부르든 깨야 할 구조임이 분명하다.
지난 한 해 학부모들이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에 쓴 돈이 무려 26조원에 육박했다. 부모들은 허리가 휘고, 학생은 입시와 학원의 노예가 되고, 청년들은 자녀 갖는 것도 두렵게 만드는 지경이다. 학원들은 당장 사교육을 시작하지 않으면 의대, 명문대에 갈 수 없다는 공포 마케팅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수능이 어려울수록 불안 심리는 더 잘 먹힌다. 이런 구조를 해소해 보자는 논의에 학원들의 이른바 일타 강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 자체가 견고한 입시 카르텔과 같은 유착 구조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이 당장 없어질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는 지나친 대학 서열화와 간판 위주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이런 개혁을 추진하되 당장의 교육 지옥에 고통받는 학생·학부모들을 위한 개선에도 노력을 쏟아야 한다. 다만, 올해 수능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급격한 변화로 수험생들을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