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티나불리*
황유원
초겨울 추위 속에 교회 종이 한 번 뎅그렁,
내면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며
오늘 나의 존재는 종소리 울려 퍼지다 희미해지는 데까지
한겨울 추위 속에 교회 종이 한 번 뎅그렁,
내면에 몰아치는 눈보라 소리를 들으며
내일 나의 존재는 도자기 잔 속으로부터 대기 중에 울려 퍼지다
대기와 뒤섞여 더는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지점까지
뜨거운 물과 오렌지 향이 나의 내면으로 흘러들어와
나의 전신에 퍼져나가는 이 겨울
지금 차가운 창밖으로 고개 내밀어
네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데까지가 나의 내면
추위로 얼굴 온통 얼어붙고
너의 흰 뼛속에 스민 추위가 스미고 스미다
희미해지는 데까지가 나의 전신
희미해지다 마는 곳 너머까지가 너의 영혼
고요해진 눈밭에 교회 종이 한 번 뎅그렁,
잘 정리된 흰 수염 같은 세상
종소리에 모두들 내면엔 금이 가도
외면엔 여전히 차디찬 고드름
쨍그랑, 술잔을 부딪치던 시절은 이제 안녕
술 없이도 취해 있고
더 이상 취해도 취할 수 없는 날들까지가 이 겨울의 끝
테이블 위에는
식어빠진 찻잔 속에 곤히 잠든 오렌지차가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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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틴티나불리 :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의 작곡 기법으로, ‘작은 종’ 또는 ‘일련의 종소리’를 뜻하는 라틴어 틴티나불룸(tintinnabulum)에서 가져온 말.
⸻계간 《문학동네》 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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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 1982년 울산 출생. 2013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세상의 모든 최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