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자가 기저귀 가는 시간은 새벽 3시다.
어르신들이 잘 주무시는지 확인하고, 기저귀 가는 방 만 불을 켜고 베란다쪽 중문을 조금 열어 둔다.
차례로 기저귀를 갈고, 마지막으로 베란다 쪽 어르신 기저귀를 갈려고 하는데 밖에 사람이 보인다.
2/3가량 내려진 버티컬 뒤에서, 구부정한 모습으로 눈을 치켜뜨고 우리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분홍색 이불을 가슴에 안고 있는 그 사람을 보고 나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캄캄한 이시간에 베란다에 사람이 있을리 없는데, 그것도 눈을 치켜뜨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으니 순간 귀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리는 짱짱한데 어지럼증으로 낙상위험이 높은 어르신이 계시다.
밀착케어를 해야 하는 어르신의 침대는 방이 아닌 거실에 있다.
오고가며 어르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봐야 하기 때문인데, 때론 이것도 소용없다.
워커에 방울을 달아 어르신 침대 가까이 놓아 둔것은, 워커가 움직이면 방울소리가 나고, 다른일을 하던 종사자들이
그 소리를 듣고 어르신께 달려가 케어를 해 드리는게 목적인데 이것도 무용지물일때가 있다.
어르신이 종사자들의 눈치를 보며 이때다 싶으면 침대 난간을 넘기도 하고, 촘촘한 난간의 조그만 틈으로 나와
배회를 하시니 말이다.
이 어르신도 밤에는 잘 주무셨고, 기저귀 갈기전에 주무시는걸 확인 했다.
그런데 이 어르신이 당신이 덮던 이불을 돌돌말아 가슴에 안고 옆 방 베란다 문으로 나가
우리가 기저귀 가는 방 밖에서 그렇게 쳐다 보셨던 것이다.
다리가 풀렸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가 보다.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유사시에 복용하라며 약상자에 넣어 둔 청심환을 먹어도
가슴은 뛰고 다리는 여전히 후들 거렸다.
첫댓글 아이구 ~많이 놀라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