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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5년 새 韓 유니콘 비중 반토막… 규제 풀어 ‘창업 엔진’ 되살려야
입력 2023-06-22 00:00업데이트 2023-06-22 08:42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비바 테크’ 2018년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마크롱 대통령은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해 각종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혁신을 선도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세가 한국에서 유독 정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 자료를 분석해보니 최근 5년(2019∼2023년)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이 449개에서 1209개로 증가할 동안 한국은 10개에서 14개로 느는 데 그쳤다. 한국 유니콘의 비중은 2.2%에서 1.2%로 줄었다.
한국 유니콘의 성장성도 떨어져 세계 유니콘 기업가치 중 한국 기업의 비중은 2.1%에서 0.8%로 낮아졌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유니콘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일부 업종에 몰려 있는 것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유니콘이 가장 많은 핀테크 기업은 한 곳뿐이고, 향후 급성장이 기대되는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데이터 관리·분석 분야는 전무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 및 성장 생태계는 여전히 척박하다. 최근 4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은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의 사례처럼, 혁신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법과 제도, 기존 사업자단체와의 갈등과 씨름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미뤄지면서 원격진료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하나둘씩 사업을 접고 있다. 온라인 법률 플랫폼 로톡은 9년째 대한변호사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지만 국회는 이제야 변호사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혁신 사업에 한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지만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질적 규제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니 본 사업까지 가지 못하고 실증 단계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의 절반가량인 55개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규제에 막혀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까지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 불모지였던 프랑스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니콘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창업 인프라 확충, 세제 혜택 등 강력한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3곳뿐이던 유니콘이 지금은 26곳으로 늘었다. 한국도 시대에 맞지 않은 낡은 규제를 서둘러 정비해 스타트업들이 훨훨 날아오를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