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역사 시작은 한국' 직지에 감탄
불관람객들 '실물보다니' 긴줄
'이제 한국 문화가 프랑스에서 모두 다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11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보기 위해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을 찾은 피에르 드비즈몽 프랑스연구소 직원이 말했다.
드비즈몽은 '난 이미 직지가 구텐베르크 성경에 앞선 가장 오래된 활자 인쇄본임을 알고 있지만
이를 모르는 유럽인들이 많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BnF는 7월 16일까지 열리는 '인쇄하다! 구텐벨크의 유럽' 특별전을 통해 직지 실물을 공개하기 하루 앞선
이날 언론 및 VIP 전시를 진행했다.
초청받은 프랑스의 대학교수, 연구원 등 100여 명은 폭우 속에도 길게 줄을 서며 직지 실물을 본다는 기대감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nF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직지 하권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 것은 1973년 '동양의 보물' 전시회 이후 50년 만이다.
프랑스 앙젤 BnF 관장은 '인쇄술 발달의 역사는 '유럽'이 아닌 '극동'에서 시작된 점을 어떻게 강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직지가 1952년 BnF 품에 들어온 이후부터 보편적인 유산을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폭우에도 '직지 관람 행렬...'인쇄로 지식 전파된 사실 일깨워'
'직지'일부 변색됐지만 활자는 선명
조명-기온 통제하며 특별관리 받아
'인쇄를 통해 모든 지식이 전파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매우 중요해요'
11일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장 앞에서 줄을 서고 있던
다니엘 골리넬리 씨는 인류 지식 전파의 시발점이 된 인쇄술의 기원을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인쇄매체가 디지털 콘텐츠에 밀려 힘을 잃고 있는 시대의 오히려 인쇄술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교육자들은 젊은 세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인쇄물의 중요성을 널리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마리 클레르 토맹 프랑스 16세기문학연구회 회장은 '학교에서 프랑스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치고 있어서 인쇄술에 관심이 많다'면서 '내 학생들이 전시를 보도록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인쇄술의 시행착오와 실험 드러나'
이번 전시에서 직지심체요절(직지)은 인쇄술의 발명과 역사를 짚는 첫머리를 장식했다.
관람객들은주로 유럽인들에게 익숙한 구텐베르크 성경(1455년)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보다 78년 앞선 동양의 직지에 대한 이해도도 꽤 높았다.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던 레미 지메네즈 프랑스 투르대 교수는 '예전에는 인쇄 역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본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직지는 (인쇄사에서) 중요한 국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직지는 1377년(고려 우왕 3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원래 상.하 2권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 하권만 BnF에 남았다.
50년 만에 수장고 밖에 나온 직지 하권은 전시장 정중앙에 유리관으로 덮인 채 관람객을 맞았다.
조금이라도 손대면 으스러질 듯 얇고 낡은 직지는 전반적으로 얼룩덜룩하고 누렇ㄱ[ 변색돼 세우러의 흔적을 보여줬다.
활자들은 대부분 선명했으나 일부는 검게 변색됐거나 거품이 낀 채 인쇄된 듯 흐렸다.
인쇄가 잘 안돼 붓으로 다시 쓰거나 금속이 아닌 나무 활자로 찍은 부분도 있었다.
한문 옆에 한자로 우리말을 표기하는 구결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카롤린 브랭 BnF 큐레이터는 '인쇄기술의 시행착오, 실험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라 이 장을 펼쳐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4만5000권 동양고서 중 특별 관리'
직지는 1950년 BnF에 기증된 뒤 서고에 방치돼 있었다.
1972년 이 도서관 사서였던 박병선 박사(1928~2011)가 이를 찾아내 세계에 그 존재와 가치를 알렸다.
이날 취재진이 직지를 향해 조명을 컨 채 촬영하자 BnF 관계자들은 연신 '조명을 줄여달라''직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만큼 희귀한 유물인 직지는 특별 관리를 받고 있었다.
BnF는 직지를 펼칠 때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시할 때 유리관 뒷부분을 열어뒀다.
동양 고문서 부서를 총괄하는 로랑 에리셰 BnF 책임관은 'BnF는 100개가 넘는 언어로 쓰인 고서를 수십만 권 보관하고 있다.
동양 고서만 약 4만5000권인데, 직지는 그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소개했다.
직지는 잠금장치가 설치된 곳에 특별 보관되며 보관 중엔 흠이 생기지 않도록 기온 등이 통제된다.
불 '직지 한국 전시, 현재로서는 할 말 없어'
5년전엔 대여조건 '압류 면제법 제정' 요구
'약탈 아닌 불 공사가 구매한 유물'
'압류 면제법' 실익 찬반 갈려 무산
전문가 '양국기관 우호교류가 우선'
조선 말기 프랑스로 건너간 세계 최고의 금속호라자 이노새본 '직지심체요절(직지)을 국내에서도 볼 길이 열릴까.
12일 '인쇄하다! 구켄베르크의 유럽' 전시를 통해 50년 만에 직지를 일반에 공개한 프랑스국립도서관의 로랑스 앙젤 관장은 11일
직지의 한국 전시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다만 직지를 고해상도로 디지털화해 대중과 공유해 왔다고 덧붙였다.
직지는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했다가 2011년 영구대여 형식으로 사실상 한국에 반환한 '외규장각 의궤'와 달리
약탈 문화재가 아니다.
고문헌 수집가로 조선 말기 주한 대리공사를 지낸 프랑스인 클랭 드 플랑시(1853~1922)가 구매해 가져간 유물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1970년 채택된 유네스코 협약은 전쟁과 식민 지배 등을 통해 약탈되거나 도난된 문화재를 원소장처에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직지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직지의 숫내 첫 전시를 주최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당시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직지 대여 조건으로 한국이 해뢰 소재 한국 문화재를 들여가 전시할 때 압류나 몰수를 금하는 '한시적 압류 면제법'(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는 한국 절도범들이 일본 관음사에서 훔쳐온 금동불의 소유권을 충남 서산 부석사에 넘기라는 1심 판결이 2017년 나온
여파로 해외 주요 박물관들이 한국 문화재의 대여를 기피하던 상황이었다.
법무부는 이 법안이 사법부의 압류 면제 결정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국회에 심사 보류를 요청했고, 결국 밥안은 폐기됐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외 소재 문화재가 약 23만 장에 달하는 우리 상황을 고려하면 '한시적 압류 면제법'
제정으로 얻은 실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안의 존재만으로 국외 소재 한국 문화재를 대여 전시할 수 있는 협상력이 키질 수 있는 만큼 이젠 법안의 한계를
보완해 새로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제정되면 약탈.도난 문화재를 점유국 소유로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불법 반출 문화재나 소유권 분쟁 중인 문화재는 압류 면제에서 제외하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
직지의 한국 전시를 위해서는 양국 기관의 교류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지현 건국대 세계문화유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직지 대여 전시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양국 기관의
우호적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11일 프랑스국립도서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조사와 연구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왕오천축국전' 등 한국 문화유산 2000여 권을 소장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직지'에 담긴 뜻은 '마음을 바르게 꺠달으라'
고승들 어록과 선 수행법 담아
전시본엔 '이치-현상은 하나' 구절
'법성은 본래부터 둥굴고도 밝으니 병이 나았는데 왜 약에 집착하는가.
모든 법이 평등한 줄 안다면 고요하고 맑고 상쾌하리라'
프랑스 파리에서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직지'의 내용 중 일부다.
직지의 전체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로 고려 말 백운 스님(1298~1374)이 가려 엮은 '직지심체'의 요약본이라는 뜻이다.
직지심체는 '직지인심견성성불'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깨달으면 그 심성이 곧 부처라는 의미다.
직지는 선종 역대 조사의 어록 등을 간추린 내용과 무심선이라는 선 수행법을 담고 있다.
무심선이란 분별에 물들지 않고, 시비와 선약에 동요되지 않는 마음인 무심을 도의 본체로 보는 선관이다.
이번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서 전시를 위해 펼쳐 놓은 장은 154장 지공 화상의 14과송 중 6번째 이사불이(이치와 현상은 둘이 아니다), 5번째 정란불이(고요함과 산란함은 둘이 아니다), 6번쨰 선악불이(선과 악은 둘이 아니다)를 담고 있다.
이 중 정란불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란을 피하고 고요함을 구하니, 밀가루를 버리고 떡을 구하는 것과 같네.
떡은 본래 밀가루에서 생겨났는데, 만드는 사람 따라 다양하게 변하네.
번뇌가 곧 보라이고, 마음이 없ㅇ면 경계 또한 없는것이요, 생사가 열반과 다르지 않고, 탐욕과 성냄은 아지랑이나 그림자와도
같네.
(후략) ' 동국대 동국역경원 번역) 이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