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관계자 현지 인터뷰 - 북한의 鐵道 개방은 과연 가능한가 (1/1)
북한의 鐵道 개방은 과연 가능한가시베리아 횡단철도를 釜山港과 연결시켜 유럽-東北亞 物流를 확보하겠다는 러시아의 햐망은 북한이란 장벽을 뚫을 수 있나?●林東源 발언 : 『金正日은 시베리아 횔단철도와 東海線 연결에 찬성 』 ●金正日은 이미 푸틴에게 연결 合意를 해주고도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아 ●철도개방하면 체제 붕괴할 것으로 믿어 착공은 어려울 듯 金演光(yeonkwang@chosun.com">yeonkwang@chosun.com) |
러시아를 찾아온 것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의 연결이라는 꿈(夢)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京義線(경의선), 京元線(경원선), 東海線(동해선) 철도의 남북한 연결사업, TSR과 TKR의 연결이 통일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상징적인 사업으로 거론된다.
林東源(임동원) 대통령 특보는 2002년 4월8일 북한에서 金正日을 만나 東海線 연결에 추가 합의했다고 한다.
林특보는 북한에서 돌아온 직후 KBS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주장했다.
『金위원장이 「서쪽과 동쪽 두 축선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함으로써 (한반도를) 金大中(김대중) 대통령이 항상 주장하는 物流 중심지로 만들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京義線은 중국철도와 연결하고, 東海線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해 유럽까지 이르게 함으로써 한반도를 物流 중심지가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평화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林특보는 東海線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金大中 대통령은 4월8일 국무회의에서 『京義線은 年內(연내)에 연결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열차가 평양과 신의주를 지나 중국 대륙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각에 指示(지시)했다.
러시아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국철도의 연결이라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을 압박해 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1년 8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TSR과 TKR 연결에 공식 합의했다.
일의 先後(선후)를 놓고 얘기하자면 金대통령과 林특보는 「뒷북」을 치고 있는 셈이다.
林특보는 러시아와 북한의 두 頂上이 1년 전 합의한 프로젝트를 들고 와서 마치 金正日로부터 대단한 선물이라도 받아온 듯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金日成, 『철도 연결로 한 해 14억 달러 번다』
金日成은 남한 철도와 大陸(대륙) 철도를 연결하면 엄청난 달러 뭉치가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신의주와 개성 사이의 철길을 한 線(선) 더 건설하여 複線(복선)으로 만들고 남조선으로 들어가는 중국 상품을 날라다 주기만 하여도 거기에서 1년에 4억 딸라(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로씨야(러시아)나 黑龍江(흑룡강:중국의 동북 3省 중 하나)에서 수출하는 물자를 두만강驛에서 넘겨받아 동해안에 있는 철길로 날라다 주면 거기에서도 한 해에 10억 딸라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거기에 철길이 한 線밖에 없는데 앞으로 한 線 더 건설하여 복선으로 만들려고 합니다』(金日成, 1994년 6월30일 벨기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金日成은 廣軌(광궤) 철로를 통해 두만강驛까지 오는 러시아의 화물을 그곳에서 換積(환적)해서 남한으로 보내는 사업을 얘기하고 있다. 金日成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국철도의 연결사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WFP(세계식량계획)의 2002년 對北(대북) 곡물 지원 목표는 61만t. 국제 곡물시장에서 옥수수 200만t의 가격은 2억 달러 정도다. 金日成이 계산해 낸 「14억 달러」는 북한의 식량난을 7년 간 완전 해소할 수 있는 엄청난 액수다.
그런데 왜 金日成과 金正日은 이렇게 수지 맞는 사업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金正日은 金大中-林東源이라는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만나서, 그 동안 망설였던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국철도의 연결이라는 프로젝트를 단행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일까?
러시아의 3大 전제조건
푸틴 대통령과 金正日 위원장이 합의한 TSR-TKR 연결 프로젝트의 진전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러시아 듀마의 유리 텐(51·한국명 정홍식) 의원을 모스크바 붉은광장 앞에 있는 의원회관에서 5월16일과 17일 두 차례 만났다.
한국 국회에 해당하는 듀마의 3選(선) 의원인 그는 9년째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TSR-TKR 연결사업」을 주도해 왔다. 유창한 한국말로 기자를 맞은 그는 『오해의 소지가 생길지 모른다』며 통역을 내세워 러시아語로 인터뷰를 했다. 유리 텐 의원은 고려인 3세다.
다음날에는 소련 외무부 산하 외교 아카데미의 「아시아 태평양 연구센터」 소장인 블라디미르 리 교수를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TSR-TKR 연결사업과 관련, 러시아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조건들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첫째, 釜山(부산)항이 한국 종단철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의 물동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북한의 나진이나 한국의 束草(속초) 등지에 화물 換積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경제성이 너무 떨어져 검토하기 어렵다.
둘째, 한국의 화물이 中國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연결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국철도 연결의 가장 큰 목적은 沿海州(연해주) 지역 개발이다. 연해주와 東시베리아 지역을 지나지 않는 物流의 이동은 러시아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
셋째, 앞의 두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러시아는 북한 철도시설 改·補修 (개·보수) 등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러시아의 국가 철도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되는 한국철도의 노선에 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사업 아이디어는 채택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장밋빛, 러시아는 회색빛 전망
유리 텐 의원과 블라디미르 리 교수는 『「북한을 관통해 한국과 일본의 컨테이너들이 달려가도록 할 것이냐」에 대한 북한의 정치적 결단만 남아 있는 상태』라며, 『북한 철도 현대화에 필요한 20억 달러의 조달 등 기술적인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 텐 의원은 『한국과 일본의 화물이 북한의 중심부를 관통해 지나간다면, 자연스럽게 旅客(여객)을 수송하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TSR과 TKR의 연결은 한반도 내부에 통일에 근접한 정치상황이 전개돼야만 가능할지 모른다』고 관측했다.
TSR과 TKR 연결 프로젝트를 놓고 한국의 청와대가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정작 이 사업을 추진해 온 러시아 측은 회색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유리 텐 의원은 이르쿠츠크 工大를 졸업하고, 건설부문에서 근무했다.
1989년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트(개방)의 물결을 타고 「드루트(노동)」라는 이름의 개인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도로건설과 농수산물 재배분야에 열 개의 自회사를 갖고 있다. 종업원 7000여 명, 한 해 매출규모가 1억 달러라고 한다.
2003년 12월 네 번째 듀마 의원직에 도전하는, 그는 인구 300만명인 이르쿠츠크 州의 주지사직에 도전하겠다는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다.
텐 의원은 2000년 7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 2001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공식 수행원으로 수행했다. 2001년 여름 푸틴-金正日의 철도 연결합의 회담에도 배석했다.
텐 의원은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TSR-TKR 연결 사업을 공식 議題(의제)에 상정시켰고, 2001년 8월 金正日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 때 두 頂上이 러시아의 遠東(원동:연해주와 東시베리아)을 경유하는 노선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텐 의원은 언제부터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국철도 연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
『듀마 의원 첫 임기 동안(1993~1997년) 북한을 두 번 방문했다. 그때 러시아 철도부와 북한 측은 다툼이 있었다. 북한이 철도운영과 관련한 빚을 갚지 않자, 러시아 철도부는 북한 철도 운영에서 손을 떼려고 했다. 남북 頂上회담(2000년 6월15일)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당시 악쇼넨코 철도부 장관에게 TSR과 TKR 연결사업을 본격 추진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철도가 서울~평양~신의주(京義線)를 통해 中國으로 건너가지 않고, 두만강을 건너 북한의 나진에서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연결시킨다는 데 金正日이 합의한 것인가. 『그렇다. 그것이 북한의 명확한 입장이다』
―京義線을 통해 中國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연결하는 방안은 완전히 배제된 것인가.
『(金위원장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니까 그런 방안도 검토했을 것이다. 그 경우 두만강을 거치는 코스보다 1000km 정도 거리가 단축된다. 하지만 중국의 철도가 낙후돼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金위원장은 연해주를 통과하는 노선이 러시아의 유일한 선택임을 잘 알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으로부터 2년, 양국 頂上의 철도 연결 합의 이후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연결 사업이 아직도 지지부진한 이유는 뭔가.
『러시아는 북한이 한국철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시키도록 최선을 다했다. 악쇼넨코 장관이 북한을 직접 방문했고, 차관급 회담을 여러 차례 열었다. 기술적인 검토작업은 상당히 진척됐다. 러시아 철도부가 올해 초 북한의 철길 700km를 직접 조사해, 철도 복구에 2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은 한 사람이 결정하는 독재체제다. 그러나 일을 진행시키려면 관료기구를 거쳐야 한다. 「관료 조직이 사보타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북한의 중공업, 즉 석유화학 기계설비 산업은 舊소련의 설비지원으로 건설됐다. 북한은 중공업 근대화를 위한 러시아 측의 투자를 요청했다. 러시아는 TSR-TKR 연결사업이 성사된다면, 중공업 분야 투자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부산港에 대한 러시아의 강한 집착
―러시아의 廣軌 鐵路(철로)가 북한의 나진까지는 내려와 있다. 나진港에 철도 화물 환적 터미널을 만들고, 여기서 나진港에 도착한 한국과 일본 등지의 화물을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연결하면 투자비용이 훨씬 적게 들지 않겠나. 러시아 입장에서는 나진부터 휴전선까지 廣軌 철로를 새로 놓는 것보다 이게 더 매력적인 것 아닌가.
『나진港이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을 부산港만큼 소화해 내자면, 나진항에 엄청난 사회간접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 부산항이 출발점이 되지 않으면, 경제성을 맞추기가 어렵다. 러시아는 두만강의 러시아 국경에서 휴전선까지 북한 철로를 현대화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용의가 있다. 釜山에서 휴전선까지의 철로 건설비용은 한국이 부담하면 될 것이다』
텐 의원은 『韓·日 양국의 해상 컨테이너 수송 물량을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흡수하기 위해 부산港 이용이 불가피하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京義線이나 京元線을 연결하려면 韓·美 연합군과 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비무장 지대를 뚫어야 한다는 데 金正日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金위원장과 공식 석상에서만 얘기를 나눴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났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인 나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金위원장은 지금 아주 어려운 처지다. 사회주의 북한의 영토를 경유해 제국주의 국가들의 화물이 지나가는 것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사업은 북한의 국가 이데올로기인 「제국주의 타도」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丁世鉉(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며칠 전 북한 측에 『북한의 東海線 복구사업에 100억원 규모의 자재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부 한국 언론은 『東海線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국철도를 연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나.
『釜山에서 동해안의 휴전선까지 이어지는 東海線을 한국의 부담下에 새로 부설한다면 그것도 선택 가능한 案이 될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구간을 廣軌로 깔고, 노후된 교량과 터널, 철로를 새로 놓는 비용을 부담하려고 한다. 국제 표준궤인 북한 철로를 修繕(수선)하려는 게 아니고 廣軌로 새로 놓겠다는 것이다』
(현재 東海線은 강릉~삼척 구간만 철로가 놓여 있다. 東海線을 이용해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연결하려면, 江陵에서 북한의 固城까지, 또한 三陟에서 포항까지 새로 철로를 부설해야 한다)
북한의 고민, 계속되는 違約
―그렇다면 화물 환적 터미널은 러시아의 廣軌 철도와 한국의 표준궤가 만나는 휴전선 안에 설치하는 것인가.
『그렇다. 한국 정부도 환적 터미널이 휴전선 안에 세워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의 나진으로부터 휴전선의 터미널까지 廣軌 철로를 깔고, 운행 전산화를 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나.
『예비조사에서 최소한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생각인가.
『철도 기술자 동원, 철도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 공급, 자본조달은 러시아가 책임질 것이다. 노동력은 북한 사람들을 쓰면 된다. 북한 철도 전문가들의 상당수가 러시아語를 구사하고 있어, 큰 장애가 없다. 비용은 러시아 연방 예산이나 철도부 예산을 쓸 수도 있고, 국제기구의 차관을 동원할 수도 있다. 한국 자본도 컨소시엄 방식으로 참여하길 원한다.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많다』
―북한이 언제쯤 京義線과 京元線을 연결시킬 걸로 보나.
『철도를 연결시켜 화물수송이 시작되면 곧바로 「여객 수송도 허용하자」, 「도로도 연결하자」는 주장이 러시아, 중국, 한국 어디서든 제기될 것이다. 화물수송을 허용해 놓고, 이런 요구를 거부할 수 있겠나. 철도가 연결되면 북한체제를 지켜 온 장벽의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북한은 이것이 북한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연결사업을 계속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 연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니까, 푸틴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한의 金正日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낸 것 아닌가.
『북한은 오래 전부터 러시아에 철도 연결을 약속했다. 약속을 해놓고는 매번 여러 가지 이유로 작업을 연기했다. 철도부 차관의 얘기에 따르면, 합의(푸틴-金正日 합의) 이후에도 다른 구실로 연기술을 쓰고 있다. 북한이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개혁·개방 외에 길이 없지 않은가. 代案이 뭐가 있나. 상업과 농업, 기업 분야에서 개인소유를 허용해야 하는 길밖에 없다』
―러시아가 북한의 반발을 무릅쓰고, TSR과 TKR을 연결하자고 북한을 壓迫(압박)해 온 이유는 뭔가. 『이르쿠츠크 동쪽의 東시베리아와 沿海州 개발 때문이다. TSR과 TKR을 연결해 연해주와 東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촉진하자는 것이 러시아의 구상이다
이르쿠츠크와 하바로프스크 사이에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만 있지, 도로가 부설돼 있지 않다. 도로를 부설하는 작업이 최근에 시작됐다. 러시아 遠東지역에는 노동력이 부족한 반면 놀고 있는 땅이 많다. 한국 자본이 북한 노동력을 고용해 대규모 쌀 생산 기지를 만들 수도 있다. 舊소련이 붕괴한 이후 아르메니아, 그루지야의 주민 절반이 러시아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對韓 외채와 북한의 對러 외채 相計
러시아 외교부 산하 「외교 아카데미」의 블라디미르 리 교수는 러시아 측의 구상대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국철도가 연결되면, 『러시아에 돌아오는 수익은 매년 3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며 『북한의 소득이 얼마가 될지는 변수가 많지만, 북한의 발전기금으로 충분한 액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라디미르 리 교수는 『북한이 철도수익으로 對러시아 부채를 상환한다면, 러시아와 국제 금융기관이 북한에 차관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對러시아 채무는 어느 정도 규모인가.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는 곤란하다. 북한의 경제능력으로 볼 때 갚기 어려운 큰 규모다. 북한은 벌목공 등 인력 공급으로 지금 빚을 갚고 있는 중이다. 북한 벌목공들은 겨울에 시베리아의 채벌 현장에서 일하고, 여름에는 북한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짓는다』
―니콜라이 악쇼넨코 철도부 장관은 2001년 3월16일 『(한국) 종단철도 현대화에 드는 비용은 소련의 對韓(대한) 외채에서 相計(상계)하자』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은 북한 철도 현대화 비용을 20억 달러로 추산했다. 북한의 對러시아 외채가 20억 달러 이상인가.
『그것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북한 측은 러시아 측보다 더 작은 숫자를 얘기한다. 요즈음 북한과 러시아 간에 회담이 진행중인데, 북한의 채무 문제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가 북한 철도 건설사업을 하고, 비용은 對韓 외채로 相計하자는 주장이 지금도 유효한가.
『바로 그렇다. 채무상환은 러시아와 남북한 3者간의 문제다. 실무 기술적으로 합의를 본 문제는 아니지만, 충분히 검토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한국은 통일을 위해 對北 지원을 해야 할 입장이 아닌가』
―북한의 對러시아 외채는 어떻게 생긴 것인가.
『북한의 기간산업, 발전소와 산업시설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설비를 舊소련이 제공했다. 북한의 러시아제 무기 구매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러시아는 TSR(시베리아 횡단철도)과 TKR(한반도 종단철도) 연결을 촉진하기 위해 북한에 새 차관을 제공할 의향이 있는가.
『일단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돼야 한다. 그 전에 차관을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TSR과 TKR 연결비용 추산액이 10억 달러에서 30억 달러까지 들쑥날쑥한 이유는 뭔가.
『북한의 철로와 교량, 터널을 개량하는 純(순)사업에만 2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게 러시아 철도부의 계산이다. 철도의 운용을 위해 換積 터미널을 새로 건설하고,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電算(전산) 운용 시스템을 마련해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경제성을 높이려면 전체적으로 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생존전략은 原始 농경사회 유지
―북한에서의 사업은 어느 정도 진척 되고 있나.
『북한 철도 實査(실사) 작업을 끝냈다. 철도 침목 등의 자재 공급을 시작했고, 창고를 짓고 있다. 우리는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자재를 북한에 옮겨 놓을 생각이다』
―북한이 비무장지대를 열고 京義線이나 京元線을 연결할 걸로 보나.
『러시아 속담에 「하고도 싶고, 하려니까 겁나고」라는 말이 있다. 金正日뿐만 아니고 북한 고위층도 「더는 고립해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개방이 기존 체제를 허문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 보자면, 개혁·개방은 필연적이다. 물론 북한의 개방이 1~2년 內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외부로부터 고립된 북한을 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외부의 개입이 있을 경우 북한은 더 움츠러들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얘기하자, 북한은 제네바 핵합의를 再검토하고 핵개발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북한의 정치변혁은 내부로부터 온다.現 지도부 내에서 기존체제를 비판하는 반대세력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북한의 정치적 입장과 미래가 이렇게 불투명한데 50억 달러짜리 투자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 가겠나.
『북한은 철도 재건사업에 관심이 있다. 도로, 발전소 건설 등의 사업에도 관심이 있다. 북한 지도부는 철도 문제를 중심으로 다른 문제들도 풀려갈 것이란 걸 잘 안다』
―북한체제가 급작스럽게 붕괴할 수도 있지 않겠나.
『북한 정권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소비로 살 수 있게끔 오랜 기간 동안 훈련시켰다. 북한 국민들이 지금 직면한 상황은 이전에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3년 간 하루에 빵 50g으로 연명했다. 북한의 경제상태는 독일군에 의해 봉쇄당했던 레닌그라드보다는 낫다.
북한의 飢饉(기근)과 식량난에 대한 국제기구의 평가는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이 많다. 최근 귀환한 駐북한 러시아 대사는 「북한의 북에서 남까지 조사한 결과 물자 부족은 사실이다. 그러나 굶주림은 국제감시요원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를 했다. 대사의 자료에 따르면, 분명 북한 주민들은 고기를 못 먹는다. 이른 봄부터 야채를 섭취하고 있고,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로도 식량을 보충하고 있다. 북한에서 200만 또는 300만이 굶어 죽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어긋난다. 북한은 중세적인 원시 농업경제를 오래 지속시킬 것이다』
『통일 한국은 중립국이 돼야 한다』
―미국은 對테러 전쟁의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핵사찰을 원하고 있다. 2003년 초 군사적 제재를 포함한 다양한 압박이 예상된다. 이것도 시베리아 철도 연결사업에 장애물이 아닌가.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보아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작전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북한은 다르다. 직접적인 군사공격은 불가능하다. 북한과 군사조약을 맺고 있는 중국이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 역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수출 위주의 경제 국가에서 통신 운수망의 파괴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한국도 미국의 군사작전에는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 역시 군사적 행동에는 반대한다. 미국의 對북한 공격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러시아의 확신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러시아 측의 입장은 무엇인가. 『러시아 외교부와 학계는 남북한이 장기 공존의 테두리 안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두 체계가 서로 접근하면서, 남북이 기존의 체제를 약간씩 변형하면서 새로운 체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까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 가는데, 그런 형태의 통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면 역효과가 날 것이다. 부드럽고 탄력성 있는 압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는 통일 한국이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중립국이 되기를 원한다』
―19세기 말엽, 중국과 러시아·일본이 조선을 놓고 각축을 벌였고, 한국은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축소될 때, 주변 강국들이 한국의 중립을 보장하겠는가. 당신 생각은 空想(공상)에 불과하다.
『高宗(고종)은 조선이 중립국으로 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아 淸-日, 러-일 전쟁이 발발했다. 통일된 한국의 중립국화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얘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보증을 받는 국제적인 중립국가로 전환한 예로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웨덴이 있다. 국제적인 승인을 받는 중립국이 東아시아 지역에는 없다. 지역 안정을 위해서도 한반도의 중립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리 교수는 「영구 중립-한반도 문제 해결의 길」이라는 자신의 논문을 한 권 주었다. 이빨 빠진 호랑이 처지인 러시아까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전략적 목표로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등이 시려 오기 시작했다.
러시아 측은 TSR-TKR 연결사업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조심스럽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모스크바에서 만난 駐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金大中 대통령, 林東源 특보式의 樂觀(낙관)을 내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匿名(익명)을 전제로 TSR-TKR 연결 프로젝트에 대한 배경 설명(background briefing)을 해주었다.
金正日의 「東海線 연결」 약속에 깔린 伏線
한 관계자는 『러시아 廣軌 철로가 휴전선까지 내려오면, 북한을 관통하는 主軸 철도망과 표준궤인 북한의 다른 철도망은 단절된다』며 『통일되면 북한은 어차피 한국 땅인데, 러시아 廣軌가 우리 땅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港을 자신들의 항구로 사용하겠다는 러시아의 구상은 舊韓末 不凍港(부동항)을 찾아 남진하던 帝政 러시아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러시아 측은 「부산港을 이용할 수 있다면, 휴전선에서 두만강의 나진으로 이르는 통로는 어떤 것이어도 좋다」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平壤까지 올라와 평양~고원~함흥~청진~나진으로 가는 「京義線 길」, 서울에서 京元線을 타고 원산으로 가는 「京元線 길」, 동해안 쪽의 속초~고성~통천~원산으로 가는 「東海線 길」 어느 쪽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대사관의 다른 한 관계자는 『북한으로서는 북한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京義線 길, 북한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京元線 길 둘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金正日은 「둘다 안 하겠다」는 뜻으로 東海線 얘기를 꺼내 놓은 건데, 우리 쪽에서 「북한이 東海線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을 희망한다」고 엉뚱하게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釜山에서부터 휴전선까지 東海線을 새로 複線으로 놓는 데 드는 비용은 러시아가 나진에서 휴전선까지 廣軌를 놓는 데 드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들 것』이라며 『우리가 이런 부담을 떠안겠다고 나설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한 관계자는 『한국과 러시아·북한 철도 관계자 회의를 하자고 말은 하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러시아는 명확한 투자계획은 물론, 북한 철도에 대한 실사자료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는 東시베리아 개발의 숨통을 틔우려고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북한은 하겠다고 말만 하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체제위협을 무릅쓰고 死生(사생) 결단을 내릴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한국철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되더라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산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의 함부르크나 암스테르담으로 갈 때 과연 港運(항운-해상운반)보다 운임을 싸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부산港을 이용해 일본과 한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확보하더라도, 시베리아 철도가 효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의문이다. 현재는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러시아의 철도 운임이 싸지만, 언제 인상될지 알 수 없다.
러시아로서는 한국 商船團(상선단)의 위력도 부담스럽다. 러시아 스스로도 어려운 재정 형편에 20억 달러 이상의 돈을 투자해야 할 것인지 확신을 못 하고 있다. 거기다가 북한까지 정치적 이유로 갈팡질팡하니까, 계속 경제성과 타당성을 점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지난해 金正日이 직접 나서서 푸틴 대통령에게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왜 그런 걸까.
대사관 관계자의 해석이다.
『북한은 앞으로 닥칠 미국의 對北 핵사찰 압박을 러시아와 중국에 기대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金正日이 朴槿惠 의원을 만나서 「금강산 댐 공동조사」, 「국군포로 실태조사」 등에 대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사업은 러시아와 한국, 북한이 순수하게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토론을 벌여도 쉽게 합의를 도출해 내기 어려운 사업이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이 이렇게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사업은 卓上空論(탁상공론)에 불과하다』
林東源은 속았나, 속아 주었나
그렇다면 金大中 대통령이 『올해 안에 京義線이 연결된다. 열차로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중국 대륙까지 갈 수 있다』고 낙관하는 근거는 뭘까?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실무협의와 별도로 남북한 간에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을 위한 합의나 실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南과 北 사이에 뭔가 중요한 일이 잘 돼가고 있는 것처럼 북한이 「바람」을 잡는 데 金大中 대통령과 林東源 특보가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통일부 고위 당국자의 설명이다.
『金正日이 북한을 방문한 林東源 특보에게 「東海線」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자고 확실하게 얘기를 했다. 그래서 林특보가 그 얘기를 국내에 전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內에는 「시베리아 철도가 통과하면 북한체제는 끝」이라는 절박한 생각을 가진 그룹들이 강고하다고 본다』
―우리가 휴전선 남쪽까지 東海線을 새로 부설하고, 북한이 東海線을 연결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걸로 생각하나.
『기술적으로 4~5년쯤 걸릴 걸로 본다. 비용 부담은 크겠지만, 동해안 지역개발을 위해 東海線 철도부설은 계속 검토돼 왔다』
―북한이 東海線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을 원한다면, 京義線·京元線 복원은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金대통령이 연내에 京義線이 연결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뭔가.
『중국과 러시아의 大陸철도와 연결되지 않는 「京義線 복원」은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한은 京義線과 京元線을 복원하겠다는 얘기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金正日의 계속되는 거짓말에 속은 건가, 속아 주는 건가.
『거짓말은 아니다. 金正日이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당장 시작하자」고 결단은 못 내린 상태라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