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날 때부터 조개 망태기를 들고 줄곧 뒤따라오는 중년 여인네는 전형적인 섬 아낙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 주민들이 섬 뒤편의 돌밭 근처까지 작업하러 갈 때는 주로 마을의 소형 모터보터를 이용함이 훨씬 수월함에도 불구하고, 도보로 우리와 동행함이 의외였지만 우리일행은 섬 관광이 목적인양 위장한 터에 , 행여 눈치라도 채일라, 휘적거려가며 돌밭과 무관한 척 목적한 장소에 당도했다.
잠시 건성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척 딴청을 부리다가 그 아주머니가 시야에서 멀리 사라지자 그제야 서둘러 탐석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드세다고 소문난 이곳 부녀회의 입김과 신고기질을 들어 알고 있는 우리들로선 매사 신중함이 상책 아니랴.
사실 이 섬은 수석산지로 소문난지 오래일 뿐 아니라, 가까운 육지에 문을 연 수석가게 주인들의 탐욕스런 열의(?)에 의해, 때론 하루사이 무려 수십 마대의 현지 돌이, 동원된 전세 어선에 실려 나가는 현장을 목격했을 정도로, 거의 수석감이 고갈된 형편이다.
그러나 차분한 돌들추기인 땅떼기 기법이나, 기상상태에 따른 바다의 의외성 덕분에 때론 한두 점 별난돌을 건질 경우도 간혹 있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녀가곤 한다.
따라서 돌밭 단속도 예전 같지 않아 단촐한 일행의 탐석은 그다지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무방한 줄로 알았다.
그날도 우리 일행 넷은 종일을 그렇게 수맥 찾듯 뒤진 끝에 쓸만한 돌 몇 점씩을 챙기게 되었다. 그 중에는 요즘엔 전혀 볼 수 없을것 같았던 명품에 가까운 돌 몇점도 섞여 있었다. 지난 태풍이 돌밭을 다소 뒤집어 놓은 덕분인가 싶었다.
우리가 서로 석복 운운해가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때, 그 사이 보이지 않아 마을로 돌아간 줄만 알았던 아침의 그 중년여인이 여태 빈망태기를 하고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현지인의 갑작스런 출현에 다소 당황해 하는 우리들에게 다가온 아낙은 아주 은밀하고 친절한 어조로 귓속에 대고 속삭였다.
오늘 아침 배로 외지에 나가 있던 마을 청년회장과 부녀회장님께서 입도 하셨으므로, 오늘은 필시 부두에서의 배낭검색이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이럴땐 탐석한 돌을 아무도 몰래 돌밭 인근에 잘 묻어 두었다가 조용한 날을 기약하는 것이 상책일 거라고 그 방법까지 친절히 일러 주었다.
이 어인 친절이랴? 하마트면 모처럼의 행운이 물거품으로 사라질 뻔 하지 않았는가? 눈앞에는 부두에서의 검색장면이랑, 그 구차함이 번갈아 떠올랐다. 우리는 그녀의 그지없이 따뜻한 배려와 친절에 수없이 감사했고, 이 섬 아낙의 각별하고 후한 인심에 감격해 하며 각자 따로 마련해간 마대나 손가방속에 돌을 챙긴후, 은밀하나 나중에 찾기 쉬운 표시가 있는 장소를 찾아 제법 높은 바위위나 나무아래를 찾아 흩어졌다.
잠시 후 다시 한자리에 모인 우리 일행은 이구동성으로 그녀의 호의에 감사하는 찬사를 모으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물때에 맞춰 조개를 캔다며 서둘러 자리를 뜨는 그녀의 뒤에다 대고 길게 읍하며 감사의 념을 건넨 우리는 배시간에 맞춰 부두에 나왔다.
그러나 그새 예상치 못했던 주의보가 발효되어 오후 배는 결항된다는 통보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낭검사를 할거라던 청년회나 부녀회원들도 물론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우리는 이튿날 오후 배 출항 소식을 확인 후, 서둘러 어제 묻어둔 수석을 찾으러 나섰다.
그러나 정말이지, 이런 경우를 두고 귀신 곡할 노릇이라 하던가?
불과 하룻밤 사이에 그렇게 단단히 표시까지 해두며 꼭꼭 묻어둔 돌들이 가방채 없어 지다니? 행여 산짐승이 돌을 파냈을리 만무한 일이고.....더구나 돌가방에 발이 달린것도 아닌터에.
벌써 서너 번째 험한 뾰족바위 오르내리기를 반복한 우리 수석회 총무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다시 한 번 휘돌아보며 지형지물을 확인한 후, 확신에 찬 표정으로 기어 올라 가서는 허탈한 듯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곤 했다.
결국 돌 찾기를 포기하고 기진맥진하여 돌아온 우리에게, 탐석꾼들임을 눈치챈 민박집 아주머니가 동네 한켠에 전에 없던 수석가게 하나가 생겼음을 귀띔해 주었다.
그나마 모처럼의 섬 탐석행에서 공탕을 메우려면 그 방법밖에 없겠고, 현지에 생긴 수석가게에 대한 호기심도 발동했다.
간판없는 살림집에 임시로 설치한 전시대의 스티로폼 좌대 위에 얹힌, 현지돌들을 잠시 살피고 있던 중,
부엌문을 열고 나오는 주인여자의 얼굴에 눈길이 닿자, 우리 일행들은 마치 불에 데인 듯 놀라 서로 안색을 살핀 후, 모두 천정을 올려다 보며 기막힌 표정으로 벌레 씹은 듯한 허탈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을 한 번 흘낏 살핀 후, 애써 못 본 척 외면하며 코를 푸는 척 딴청을 부리는 그 아낙은......
첫댓글 ㅎㅎㅎㅎㅎㅎㅎㅎ 어쩐대요~
우와~~~` 정말 '손 안대고 코풀기 ' 딱 맞네요. 기막히다.
그래 돌을 되찾아오긴 했습니까?
소호님! 저도 그것이 궁금했었는데요,, 그 돌을 찾아 오긴 하셨어요?
그거 내꺼 네 꺼 시비하기도 그렇네요. 어찌 되셨는지 궁금....
우릴 최대한 이용해먹은 불여우가 우째서 돌을 내 준답니까? 우린 그야말로 헛물만 켜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