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성당에 미사 보러 갔다가 속이 좋지 않아
화장실에 들어가 앉았다.
출입문 벽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변기 속에 제발 화장지를 버리지 마세요. 변기가 막혀요'
그래서 옆에 보니 휴지통이 마련돼 있고 일을 본 사람들은 뒷처리를 하고 난
휴지를 휴지통에 집어 넣어 수북히 쌓아놓고 있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이상하게 느끼는 것은 '수세식 화장실에 왜 휴지통을 두고 있는가?'였다고 한다.
물에 잘 풀리는 화장지가 변기속으로 들어가면 변기 물 내려가는 데가 잘 막히는가?
내가 영국에 살 때 화장실에는 아예 휴지통이 없었다.
그렇다고 매년마다 정화조 청소하라는 통보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면 매년 정화조 청소 통지서가 날라온다.
재래식 변소 퍼는 것이나 뭐가 다른가?
외국의 수세식 화장실과 우리나라 수세식 화장실과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는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화장실용 화장지를 변기속에 넣어도 변기가 막히는가?
아니면 우리나라 화장지가 물에 잘 풀리지 않아서 찌꺼기가 많이 생겨서 그런가?
그 전까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습때문에 화장실에 휴지통을 비치해 두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게 아닌 모양이다. 화장지가 아닌 다른 이물질을 변기 속에 집어 넣어 막히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들었다.
우리 조상들은 인분까지도 모아서 논밭에 거름으로 썼다. 오줌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삭히면 괜찮겠지마는 그렇지 않은 것을 논밭 채소에 주었다가 채독에 걸기는 경우도 많았다.
통시는 몸채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었다. 냄새가 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통시와 처가는 멀리 있
을수록 좋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리라. 통시가 수세식으로 바뀐지는 88올림픽 때였다. 옛날에는 화장지도 없었고 짚으로 꼬깃꼬깃 접어서 뒷처리를 했다. 양반이 통시에 들어가면 종은 작은 판 위 접시에다 대추 두 알과
알밤 하나를 준비해야 했다. 대추 두 알은 통시에 들어가면 냄새가 나므로 콧구멍을 막았고 일 을 다 보고 나오면 손을 종짓물에 헹구고서 밤 한톨을 씹어 먹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