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사회공헌 펀드… 원주민 취업교육-코알라 서식지 복원
[모두를 위한 성장 ‘K-넷 포지티브’] 2부 K-솔루션, 해외현장을 가다
〈5〉 지역문제 해결 나선 포스코
“커뮤니티 서비스는 기업의 의무”… 濠파트너사와 ‘GEM 펀드’ 조성
맞춤 취업교육서 생태보전까지, 현지 호응 커… 신사업 기회도
“호주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기업의 의무라는 생각이 뼛속까지 녹아 있습니다.”
최근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김보성 포스코 호주법인장은 ‘넷 포지티브’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이 같은 말로 시작했다. 그는 “호주에서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기업이 지역사회 성장을 함께 이끈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배운다”며 “호주에 진출한 기업들이 이런 문화를 숙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이해관계자 등과 함께 사회 문제까지 해결하는 ‘넷 포지티브’가 호주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 원주민·청소년 교육부터 생태 복원까지
포스코는 2018년 ‘기업 시민 헌장’을 발표했다. ‘기업도 사회에 공헌하는 시민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포스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도 기업 시민 활동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Go Extra Mile(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다)’의 첫 글자를 딴 GEM 펀드였다. 보석을 뜻하는 단어인 GEM은 말 그대로 지역사회를 보석같이 가꾸어 나가는 활동이라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호주 헤들랜드 고등학교 학생들이 직능 훈련을 받고 있다. 2020년 포스코는 호주 FMG와 3호 GEM 펀드 협약을 맺고 2021년 이 학교에 실습 장비 등을 지원했다. 포스코그룹 제공
GEM은 글로벌 원료 공급사들과 자금을 공동 출연해 조성한 매칭펀드를 활용해 양국 지역사회에 번갈아 가며 이바지하는 방식이다. 1호 GEM 펀드의 파트너사는 호주 업체였다. 포스코는 세계 3위 석탄 공급사인 호주 얀콜과 이 펀드를 만든 뒤 호주 원주민 대상 취업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생을 선발하고 1년 동안 광산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 취업을 돕는 것이다. 얀콜 관계자는 “호주 원주민 부족의 잭슨이라는 친구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광산용 트럭 자격증 여러 개를 땄고, 결국 광산회사에 취업했다”며 “교육을 받은 젊은 원주민들은 사회에 의미 있게 참여할 기회를 얻고 있고, 자존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에는 호주 철광석 업체 FMG와 3호 GEM 펀드를 조성했다. 포스코는 호주 헤들랜드 고등학교에 실습 장비를 지원하는 데 약 5만 달러(약 6700만 원)를 내놨다. 호주 싱글턴 지역에서 학생 교육 사업을 이끌고 있는 클라크 스탠퍼드 씨는 “GEM 펀드 덕분에 지역사회 학생들이 학교를 가게 됐다”면서 “아이들이 진로를 찾아 인생을 설계해 가는 모습이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호주 생태계 복원 및 생물 다양성 보존 사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4호 GEM 펀드 파트너인 호주의 앵글로 아메리칸과 함께 광산 인근 목축지 생태 복원 사업을 하고 있다. 5호 GEM 펀드 협력을 맺은 BHP와는 생물 다양성 보존 차원에서 호주 내 코알라 서식지 복원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사회 문제 해결 노력이 신규 사업 기회로 이어져
다방면에 걸친 포스코의 사회공헌 사업은 거꾸로 호주에서 추진 중인 신규 프로젝트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서호주 지역에서 이른바 ‘그린 클러스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방식을 통한 ‘그린 수소’와 고급철강 제품에 필요한 저탄소 재료인 HBI(Hot Briquetted Iron) 생산 등이 대표적이다. 철강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구현 등도 해당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다. 포스코는 서호주에서 이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티 서비스 활동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호주 정부는 지난해 말 포스코에 서호주 내 HBI 사업 추진을 위한 부지 할당을 승인했다. 포스코를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로 평가한 것이다. 로저 쿡 서호주 부총리는 “그린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글로벌 탄소 저감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서호주 자원을 활용한 제조업이라는 측면에서 호주 정부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결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하던 활동이 새로운 사업 기회로 연결된 것이다.
● 강도 높은 ESG 요구하는 호주
호주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에 더욱 강도 높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 재무부는 기업에 기후 관련 재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호주 산업과학자원부는 핵심 광물 전략을 밝히면서 △원주민 및 지역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파트너십과 이익 공유 △여성의 대표성 확대 △탈탄소화 운영 △효과적인 환경 보호 등의 전략 수립 등을 요구했다. 서호주 정부도 철광석의 채굴 단계에서부터 그린 철강 생산까지의 공정에 ESG 개념을 반영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호주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려면 넷 포지티브 활동을 기본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 법인장은 “호주는 ESG 수준도 높고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대단히 높다”며 “호주 정치권도 공격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호주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의 법과 규칙, 문화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포스코가 사회 공헌 분야를 확대하고 파트너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시드니=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