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어쩔 수 없지만 목표를 수정하다.
계획했던 목표시간(27시간)은 일단 불가능하다. 그럼 완주만 남은 것인데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래 일단 내 몸으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의미를 두자. 몸은 싸늘하게 식었고 다리는 훨씬 무겁게 반응한다.
달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다리는 따라주지를 못하는가 보다. 전에 이 보다도 더 먼 거리 대회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던 다리가 탈이 나고 만 것이다. 그렇게 결론 내렸다. 걸어서라도 가자.
열심히 걸어 02:30경 150Km 지점에 도달했다. 따뜻한 커피한잔하고 전복죽 한 그릇 비우니 살 것같은 기분은 충만한데 마음은 영 편치를 않다. 쉴 수 있는 것도 지금 나에게는 허영이요, 사치다. 남은 시간동안 걸어서 가야 하는데, 끝까지 몸이 따라줄지도 모르는데....
*남들은 나중에 "포기"하지 그랬냐? 하시는데 나에게 "포기"는 배추를 헤아리는 단위로 밖에 알지를 못한다.
7.칠흑 같은 밤을 걸어서 통과하다.
이젠 달리지를 못하니까 체온도 내려가 바람이 차게 느껴진다. 열심히 팔을 힘차게 앞뒤로 휘젓지만 체온은 제자리에서 머물고 이젠 한기로 다가온다. 2시간 5분만에 160Km에 도착했지만 자원 봉사하시느라 피곤하여 차안에서 피곤에 떨어진 그분들이 깰세라 물통에 물만 채우고 그대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전해주셨던 격려전화를 떠올리고, 전화메시지를 가끔 보는 것이 유일하게 지금의 나를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하곤 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 시간이 잘 가지 않는 듯한 판단력 저하가 뚜렷해진다. 그럴 때도 됐지만 말이다.
다리에 통증은 조금씩 더해가고, 그 때문인지 그 동안 수없이 졸았던 다른 대회와는 다르게 잠도 오질 않는다. 커피도 한몫을 했겠지만...
해안도로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생각보다 훨씬 춥게 느껴진다. 한겨울에도 이런 추위는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8.그래도 새벽은 왔다.
언제나 새벽이 올까? 동이 트기는 할까? 라는 우매한 질문을 수 없이 되뇌며 추위를 이기고자 갖은 생각, 노력은 큰 도움이 되질 않았다. 이제는 턱도 떨려오고 콧물도 심하게 흐른다. 팔도 자꾸 아래로 처져가고 다리는 마음대로 통제가 전혀 되질 않는다. 그냥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는 반복동작만을 열심히 하자 라는 것 이외에는....
서서히 길바닥이 보이고 주변이 구별되며 새벽이 온 것이다. 조금 있으면 해가 뜨고 좀 따뜻해지겠지!! 밤새도록 간절히 바라던 오직 한가지 소망이었다.
170Km을 지나 180Km 지점으로 향해 가는 길에서 해가 솟아오르자 또 다른 삶의 환희를 맛본다. 살았다. 이젠 살았다. 완주도 가능하겠다. 남은 시간은 7∼8 시간여...
비례하여 다리에 통증은 점점 더 심하게 전해진다. 노면의 약간의 요철도 나에게는크나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9. 어금니로 20Km
180Km지점(09:00 시경)을 지나며 제한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다 생각하니 걷는 속도를 늦춰본다.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발을 내딛는 각도를 다양하게 시험해보아 비교적 편안한 자세를 가져보고자 했으나 별 소득은 없고 그저 여기서 더 진전되지 않기만을 기대하며 김녕을 지나 협재로 들어가 조천에 당도했다.
지난 번 대회에서 퍼져 나오는 맛있는 짬뽕냄새에 어쩌지 못하고 들러 한 그릇 게눈 감추듯 한 중국집을 이번에는 눈물을 머금고 시간관계상(?) 그냥 지나치자니 얼마나 아쉽고 처량한지!!!
2시간 20 분여 소요되어 190Km 지점(11:30)에 도착하자 약간 마음이 놓였다. 물한모금 마시고 앉아서 지나가는 차를 바라보며 실로 오랜만에 한가로운 여유를 즐긴다. 방심은 금물.
제주시내로 들어서자 비교적 울퉁불퉁한 인도는 훨씬 큰 고통을 안겨준다. 신호등마다 서서 기다리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시내의 수많은(?) 언덕을 넘는 것은 나에게는 큰 과제였다.
10. 아!아!! 그립고 그리웠던 KAL호텔.
이제 통증은 말로 그리기에는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 걷는 것이 아니라 그냥 끌려온다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깝다. 억지로 내딛어보려고 했으나 아픔만 갖다줄 뿐이다.
"KAL 호텔 얼마나 남았어요?" 하고 물으며 "아 예 거의 다 왔어요!!" 하는 들으나 마나 한 답변만 공허하게 돌아온다. 뻔히 알면서 질문을 한 내가 죽일 놈이지....
쉬다 걷다 쉬다 걷다를 반복하여 언덕을 넘고 신호등을 지나 190Km지점을 떠난지 3시간여가 다가오자 나타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KAL 호텔이 반갑게 나타났다. 두 눈에 KAL이라는 단어가 확연하게 들어왔다. 그래 맞다. 시간은 내 편이었다.한 낮의 햇살은 고맙게도 나에게는 아주 따뜻하게 내리쬐고 그것이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고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져 왔다.
그 동안 주로 에서 수많은 주자가 터덜터덜 걷고 있는 나를 추월해가면서 "힘내세요"" 조금만 더가면 돼요""다 왔어요" 하는 격려의 말에 정말 인간미가 배어 있다는 사실에 이렇게 마음이 푸근하게 해줄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여러 동호회 회원 님들, 완주하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많은 지인들 얼굴이 하나하나 슬라이드 환영처럼 스쳐지나간다.
마지막 신호등 앞에 섰다. 반대편 결승점에서는 "뭐하다 왜 이제 오느냐?" 웃으면서 농담을 건넨다."으응, 놀다 걷다 하느라고 쫌 늦었어!!" 나도 웃으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지막은 좀 뛰지?" 라고 재촉하는데 "나도 그렇고 싶어 그런데 그런데 그게 안돼...."
결승테이프는 어김없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34시간 27분)
머슬가이 고생 많았다 윤희 너 들어 오는 모습을 난 보았어 하지만 가족이 있기에 얼매나 좋았을고.... 그모습 정말 보기 좋았다 알고 보니 ku 모임에서 우리 보았잖아 홍일점으로 모임날 그여자가 꽃님이였다 글고 이번 24 시간주 자봉으로 갈려고 하는데 몸이 허락될련지 모르겠다
울트라는 아무나 하나? 정답은 "예"입니다. 저도 첨에 100K 출전할때는 조마조마,콩닥콩닥했는데 완주하고 나니까 또 하고 싶고 몇번 하다보니까 거리에 대한 두려움은 싹 사라지게 되더라고요. 짧은 것? (풀 또는 하프??) 저 자주합니다. 거의 매주 라고 하면 뻥이지만 일년에 풀 10여번은 기본으로 달립니다. 그래야..
마이너 담에 한번 달려봐라!!! 기분하나는 끝내주게 쥑인다. 천천히 달리면 10시간 20시간 30시간도 별로 힘들지 않고 달릴수 있다. 뻥이 절대 아니다. 나도 첨엔 못할 줄알았었는데 여러번 하다보니까 그냥 달리게 되더라!!! 이제는 "그냥 달리면 된다" 라는 생각뿐이다..........
첫댓글 모니터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직원이 옆에와 들여다본다. 같은 내용을 보고도 느끼는 감정은 다른가보다. 정말 대단허이~~~ 그리고 완주 축하~~~~~~~ 나도 언젠간(?).....
아~그래 그렇게해서 완주했구나.
머슬가이...감명받았다. 그래 우리가 살아있는겄만으로도 감사할따름이지... 너무 고생했구나...푹 쉬어라...
산모가 고통을 겪은담에 새생명을 탄생하듯이.....멋진 머슬가이도 힘겨운 고통속에 울트라200km완주의 기쁨을 맛보았구나.수고했다(((((히임)))))
아! 200km 완주는 크나큰 고통이 수반되는구나. 완주 축하하고 건강회복해라.
덜덜 고마워!! 많이 회복되어서 지금은 걸을만해!! 의사분께서 그러시는데 울트라해서 그런지 회복도 다른 사람보다 2-3배 빠르다고 놀라워하시더라. 병명은 건염. X-ray 결과 뼈,관절은 이상무.
정말 감동이 거시기하다.!! 빨리 회복하고 조만간 함 보자.굳 가이!!
거리와 시간을 이겨낸 인간승리 그 자체구만... 대단하다 머슬가이.
머슬가이 고생 많았다 윤희 너 들어 오는 모습을 난 보았어 하지만 가족이 있기에 얼매나 좋았을고.... 그모습 정말 보기 좋았다 알고 보니 ku 모임에서 우리 보았잖아 홍일점으로 모임날 그여자가 꽃님이였다 글고 이번 24 시간주 자봉으로 갈려고 하는데 몸이 허락될련지 모르겠다
마실가이, 거시기 참, 눈물이 날라칸다, 욕밨다. 히---임.
감동 먹었다~!
고생 많이 하였다.아이고 나도 한번 할라고 했는디 안해야겠다. 엄청 힘드나 보다. 몸관리 잘하고 완주 진짜로 축하 한다.
그 의지력 대단타! 어디서 그런힘이 솟는 거니?
머슬가이~~ 참멋있는 사나이다..한번보고싶구나..
빛고을 한번 해 보시라 이말씀여.. 나야 재수읎어서 도중에 발병이 났지만 대부분 문제없이 즐겁게 달리니 전혀 겁먹지 말고 한번 붙어봐... 달리다보면 "야 이런맛에 울트라하는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될 꺼니까... 하여튼 기분 하나는 겁나게 거시기 하다니까!!!
멋을오빠! 포기는 배추를 헤아리는 단어로만 안다는 말이 감동적야!!
아직 2편은 다 못 읽었는데.. 일단 리플부터 달고~ 200 km 완주하느라 고생했구(난 아직 이런 고생을 안해봐서 말로는 쉽게 하는데) 몸 회복하길!
눈물 겹도록 가슴에 와 닿는다.얼마나 힘 들었니?몸 조리 잘해라. 그대 이름은 머슬가이! 장하다.
가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멋있게 해낸 머슬에게 진심으로 축하하고 빨리 완쾌하길 바란다. 빠른시일내에 그강한 머슬좀 보고싶다.
한반도 횡단 311km, 사꾸라미치 산악 270km는 우찌 했노? 빠른 회복.... 무쇠같이 강한 모습이 어울리는 울트라대부 머슬가이, 홧팅~!!
머슬가이 진짜 장하다. 난생처음 34시간 27분짜리 드라마를 보았노라! 머슬가이 얼렁 몸 회복하고 얼굴함 보자.
찡한 가슴 부여잡고 울트라 한번 해부러.머슬이 네 눈물 돌려줘!!!1
덜덜 과찬을 해주니 이거 원 무지하게 쑥쓰럽구만...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남들도 다 하는건데 이렇게 까지 뱅기를 태워 주시고...하여튼 눈물나게 고마우이...
울트라 아무나하나? 수고 많았고, 속히 회복하길 바라네.
이제 좀 쉬게나! 그리고 짧은 것도 좀 하고
울트라에 이골이난 니는 괜찮치만 난 떨고있다! 울트라는 아무나 하는게 아녀~~~푹 쉬그래이~~
울트라는 아무나 하나? 정답은 "예"입니다. 저도 첨에 100K 출전할때는 조마조마,콩닥콩닥했는데 완주하고 나니까 또 하고 싶고 몇번 하다보니까 거리에 대한 두려움은 싹 사라지게 되더라고요. 짧은 것? (풀 또는 하프??) 저 자주합니다. 거의 매주 라고 하면 뻥이지만 일년에 풀 10여번은 기본으로 달립니다. 그래야..
100K,200K,300K 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거든...하프는 스피드 연습으로, 컨디션 조절로 틈나는대로 해야되고, 언덕연습도 빠지지 않고 합니다. 울트라에서 어느 코스건 언덕,고개,산 은 기본이니까....
임자~ 사람 맞어? 뛰어다니는 귀신이지? 암튼 대단한 머슬여....살아있는 전설의 머슬견! 장하다!
기립박수...장하다...인간이상머슬가이..짝~!짝~!짝~!
완주 축하한다. 그런데 100K도 아니고 200K를.. 30몇 시간을 계속해서 달린다는 게 제대로 상상히 안가네.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안할래.(ㅎㅎ) 다시한번 완주 축하하고, 몸조리 잘 해라.
마이너 담에 한번 달려봐라!!! 기분하나는 끝내주게 쥑인다. 천천히 달리면 10시간 20시간 30시간도 별로 힘들지 않고 달릴수 있다. 뻥이 절대 아니다. 나도 첨엔 못할 줄알았었는데 여러번 하다보니까 그냥 달리게 되더라!!! 이제는 "그냥 달리면 된다" 라는 생각뿐이다..........
무지하게 고생했다. 이렇게 힘든 걸 보스가 다 하냐. 앞으로 아그들보고 하라그래.
머슬가이 나 한번 해볼까나. 6월에 이곳에서 있다는데. 한수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