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장대비는 농심(農心)을 달래주는 고마운 단비였을 것 같다.
타들어가고 갈라지는 대지와 목 말라하는 나무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고맙고 시원한
생수와 같은 것이리라.
비갠 후 토요일 주말 오후의 하늘은 가을하늘처럼 파랗고 주말의 성주산 자락의 산림은
더 푸르러 보인다.
주말에 목포에 내려 갈 생각이였으나 가지 않고 오전에는 애들과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와 오후에는 집에서 아무 하는 일 없이 뒹굴면서 책을 보다가 낮잠을 즐긴다.
애들과 가까운 오천항이나 성주산 자연휴양림에 갔다 오고 싶지만 애들한테는 항구에
떠 있는 요트를 바라보고 시원한 계곡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걷는 것은 재미가 없어 보인다.
집에서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어 야외로 나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는 너무 어린 것 같다.
그래서 함께 집에 있으면서 오랜만에 거실 앞 베란다에 앉아 성주산 자락을 마주하며
차 한잔 하며 잠시나마 명상을 해볼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고 여러 가지 망상이 떠오른다.
그래 이렇게 좋은 날에 아이들과 집에 있으면서 조용히 차 한잔하는 것도 잔잔한 삶의
기쁨이며 행복이 아닌가?
여름날 긴 하루의 해가 좀 기울자 나의 애마(혼다 샤도750 오토바이)타고 혼자서 자연휴양림을 향하다, 휴양림입구에 있는 성주어린이집은 우리 둘째아이가 2년 동안 다녔던 곳으로
가끔씩 둘째를 직접 태우고 오곤 했다.
이 곳은 둘째를 어린이집에 내려주고 계곡 옆에 산책로를 산책하거나 한적한 도로를
조깅했던 곳이다. 어린이집 앞에 애마를 세워두고 휴양림 입구로 가니 벌써 여름피서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승용차들이 길 양옆에 길게 주차되어 있다.
입구 근처에 있는 계곡건너편 캠프장에는 수많은 텐트가 꽉 차있으며 길가 소나무 숲에도
다양한 형태의 텐트들이 쳐 있다.
저의 집에 있는 텐트는 작은 2~3인용 작은텐트인데 반해 여기에 있는 그것들은 대부분 5~6인용 이상의 텐트로 오토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젊은 30대들이 많은 것 같으며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도 어려서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많은 것 같다.
간혹 대학생들처럼 보이는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비온 뒤가 계곡의 물도 어느 때 보다 풍부하며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스레 들리고 계곡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아이들도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산책해 올라가니 주위의 낯익은 나무들과 숲 풀이 무성해 보여
지난번 봄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관리 사무실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바로 주차장 밑에 있는 캠핑장에도 캠핑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며 장작을 태워 바비큐를 굽는 사람들도 보이고 물놀이 하다 젖은 아이들의
젖은 옷가지를 말리고 있는 것도 여러 곳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니 집에 있는 우리아이들이 생각나고 이번 여름에는 꼭 한번 애들과
함께 와서 캠핑하며 하룻밤을 지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
자연 휴양림을 뒤로 하고 애마를 타고 집에 오려고 했으나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아
심원동 계곡 도로를 둘러보고 싶어 성주사지가 있는 먹방(성주면소재 동네이름)쪽으로
향했다.
먹방 앞에 가니 도로 확장공사로 인해 예전 길 같지 않고 임시도로가 되어 있다.
성주사지를 지나 성주면 먹방에서 보령시 청라면 향천리 쪽으로 터널을 뚫어 도로를
공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스팔트 포장이 다 되어 있지만 아직 마무리 공사가 되지 않고 군데군데 관계자 외
출입제한 표기가 되어 있다, 자동차로 드라이브 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전에 수 없이 산악자전거를 타고 이 곳 산길을 올라온 적이 있어 낯 잊은 곳이지만
넓은 포장도로가 거의 곧게 뻗어져 있으니 주위가 완전히 달라 보인다.
산악자전거로 꼬불꼬불하고 좁은 비포장 임도를 타곤 했는데 그 한적하고 조용한
산길이 사라져 버렸으니 좀 아쉽다.
이 길도 개통이 되면 적막감까지 감돌았던 깊은 계곡도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으로
진동할 것이다.
전에 비교적 완만한 산길이 끝나고 약간 오르막이 시작된 지점에 새로운 터널이 보이는데 터널명이 청라 터널로 되어 있다.
터널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터널 입구 쪽으로 걸어가니 반대편(청라쪽)터널 입구를 통해 햇볕이 보이고 어두컴컴하지만 터널 도로도 포장해 보인다.
다시 돌아와 오토바이를 타고 조심스럽게 터널을 지나자 멀리 청라 저수지가 보이지만
낯설은 터널입구라 위치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청라 쪽 터널입구에 다시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고지대에 터널이 뚫려 새로운 모습의
앞 전경이 파도 노라처럼 펼쳐지고 도로도 완전 포장되어 경사가 심해서 꼬불꼬불하다.
대천에서 공주가는 국도(36번국도)는 청라를 거쳐 청양으로 통과해 가는데 이 국도와
어디쯤에서 연결 되는지 궁금하여 오토바이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니 중간 중간에
좌우 여러 개의 길로 갈라진다. 큰 길만 따라 가니 청라저수지 만남의 광장에서 군부대로 들어가는 도로와 연결돼 있다. 아직 개통되지 않아 그런지 성주사지 지나 먹방 동네에서
출발하여 터널 지나기 전과 후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사진 몇 장 찍고 만남의 광장까지
오면서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마주치지 않았다.
현재는 아무도 다니지 않은 것 같은 새롭고 낯선 이 도로를 혼자서 애마를 타고 지나니
재미있고 야릇한 쾌감까지 있다.
우리의 인생도 남이 하지 않고 가지 않은 낯선 길을 혼자서 갈려고 하면 좀 두렵고
망설여지는 것이리라. 나 자신만의 인생길을 헤쳐 나갈 때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갈등이 있겠지만 묵묵히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다보면 이와 비슷한 즐거움과 보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주산 자연 휴양림 입구와 옆계곡
매표소앞 출입구와 매표소(아래)
매표소 바로옆 캠핑장소
다양한 텐트들
관리사무소 아래 캥핑 장소 바베큐 굽는 연기
매표소 바로안쪽 도로
녹차 한잔 하며 옥마산 자락(아래)
성주면 먹방과 청라면 향천리를 연결한 새터널
성주쪽터널앞 전경
청라쪽 멀리 청라저수지
36번국도 청라 저수지 만남의 광장에서 멀리 터널입구가 보임
첫댓글 저도 두어달 전에 지나가봤습니다.
아! 그랬어요,
개통되기전 자전거 일주해 보고싶네요,
그런데 차량이 좀 있는36번 국도가 좀 걸리네!
휴양림이 아주 좋아 보입니다.
올여름엔 함 가보고 싶은데
제 차례도 올라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