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하세요 송현진입니다.
2026년 2월 모임은 쉬어갔습니다.
4월 초가 되니 낮에는 볕이 내리쬐고 살랑이는 바람을 타고 꽃잎이 흩날립니다.
화창하고도 사랑스러운 날씨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천책사넷은 3월 30일(월) 3월 책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태초에(?) 인천책사넷을 운영해주셨던 신현환 선생님께서 발걸음을 해주셨습니다.
4월부터 인천책모임에 함께 해주신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의 인천 책모임, 더욱 기대됩니다.
임수연 [자몽살구클럽] 한로로
주인공인 김소하는 자몽살구클럽 홍보지를 발견한 뒤 티켓을 가지고 음악실에 가게 됩니다. 죽고 싶지만 실은 살구 싶은 자들의 비밀스러운 모임인 자몽살구클럽에서 이보현, 하태수, 나유민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입니다. 각자 큰 아픔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모여 서로를 죽음으로부터 지켜주고, 생존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모임으로 한 사람당 20일의 자살 유예 기간이 주어집니다. 그 시간 동안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남은 부원들이 도와주는 게 이 동아리의 유일한 규칙이고, 여름 방학이 오기 전까지 네 명 모두 살아남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흐른 뒤의 나는 오늘의 햇빛을 원망하고 있을까? 아니면 고마워하고 있을까? 죽는 건 하루만, 진짜 딱 하루만 미뤄야겠다”
(살구싶다 라고 삼창하는 장면)“그케 해서 진짜 살 수 있겠어? 다시 해봐. 사람이 진짜 신기한 게 뭐든 일단 외치고 보면 더 간절해지고, 또 그게 이뤄진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 소하 니가 외치는 만큼 살고 싶어질거고 살고 싶어지는 만큼 살아질 거야”
“우리들의 모순적인 소원, 나는 알고 있다. 죽고 싶지만 실은 죽고 싶지 않은 서로의 진심을 알아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음을. 누군가에게 평범한 오늘이 우리에게는 연명을 좌지우지하는 시한폭탄 같다는 것을 나는, 언니들은, 우리는 알고 있다. 얼마큼의 용기가, 연대가, 희망이, 사랑이, 내일이, 우리에게 간절한지.”
“나는 무엇을 버려야 할까?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걸까?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앞으로의 내가 있을까?”
“사람 하나 오가지 않는 악기 보관실을 기웃거리는 태양. 그 눈길을 모조리 받아내는 네 명의 머리카락, 눈동자, 콧등, 안경, 명찰은 그 어느 하나 눈부시지 않은 것 없었다. 우리는 눈부시게 살아있고, 눈부시게 살아갈 것이다.”
“깜깜해 졌다고 해서 바다가 어딘가로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열 살 때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나의 바다는 애초에 사라진 적 없었다. 바다는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는 인간들의 삶을 기억한다.”
“나는 너를 너무너무 사랑했고, 지금도 너무너무 사랑하고, 앞으로도 너무너무너무 사랑할 거야.”
“나는 20일 이라는 시간 동안 살아도 되는 사람의 타이틀을 쟁취했을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남아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존에도 자격증이 필요한 세상은 역시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여름이란 단어 아래 묵묵히 익어갈 뿐이었다.”
작가는 책 속에 부원들이 가상인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소하들, 꿈을 망설이는 보현이들, 꿈이 없는 유민이들, 우리 곁을 이미 떠나버린 태수들, 이 아이들이 무사히 자라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 그렇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회복지를 하면서 선생님들도 세상에 많은 태수, 유민, 소하, 보현이들을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이 세상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도록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상진 [인생] 위화, 백원담 역, 푸른숲
“옛날에 우리 쉬씨 집안 조상들은 병아리 한 마리를 키웠을 뿐인데 그 병아리가 자라서 닭이 되었고, 닭이 자라서 거위가 되었고, 거위가 자라서 양이 되었고, 양이 다시 소가 되었단다. 우리 쉬씨 집안은 그렇게 발전해왔지.”
아버지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스쳐갔다네. 아버지는 잠시 가만히 계시다가 다시 말을 이으셨어.
“내 손에서 쉬씨 집안의 소는 양으로 변했고, 양은 또 거위로 변했다. 네 대에 이르러서는 거위가 닭이 되었다가, 이제 닭도 없어졌구나.”
주인공 푸구이는 젊은 시절 도박에 빠져 집안의 모든 재산을 탕진합니다. 아버지까지 2대에 걸쳐 완전히 망하게 되었지요. 병아리로 시작해 소로 자라난다는 쉬씨 집안 성공 스토리는 그대로 뒤집혀 패가망신의 주제곡이 되어 버리지요.
암탉 두 마리를 보니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해주신 말씀이 떠올라, 쿠건에게 몇 번씩이나 들려줬다네.
“이 닭들이 자라면 거위가 되고, 거위는 자라서 양이 되고, 양은 또 소가 된단다. 우리는 그렇게 점점 부자가 되는 거지.”
푸구이는 암탉 두 마리를 정성스럽게 키우는 손자 쿠건에게 닭이 소가 되는 쉬씨 집안 희망가를 들려줍니다. 이는 마치 영국, 일본에 의해 닭마저 잃어버릴 지경에 이른 중국이 공산주의로 다시 일어서려던 당시 시대상에 대한 거대한 은유 같습니다. 물론 쿠건도 공산주의 중국도 소 꿈을 이루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하나의 은유일지 모르겠습니다.
룽얼이 그렇게 죽고 나니,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뒷목이 서늘하더군. 생각하면 할수록 아찔한 기분이었다네. 옛날에 아버지와 내가 집안을 말아먹지 않았다면 그날 사형당할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니었겠나. 문득 내 얼굴을 문질러보고 팔도 만져보았지. 다행히 다 그대로더군. 정작 죽어야 할 사람은 나인데 다른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요. 푸구이의 재산을 모두 빼앗아간 도박장 사장 룽얼은 악덕 자본가로 몰려 총살을 당합니다. 덕분에 재산이라곤 거의 없는 푸구이는 살아남지요. 그러니 '지금 이 일'이 좋은지 나쁜지 어찌 알 수 있겠어요? 다만...
자전은 회색빛이 감도는 붉은 치파오를 입고, 손에는 푸른 바탕에 흰 꽃무늬가 있는 가방을 들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네. 그녀가 돌아오는 길 양쪽으로 유채꽃이 활짝 피어 황금물결을 이루었고, 그 곁을 꿀벌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녔지. 자전은 우리 초가집 문 앞에 이르러서는 곧장 들어서지 않고, 그 앞에 서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네.
비록 빈털터리지만 도박을 완전히 끊고 새 사람이 된 푸구이에게 자녀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아내 자전이 돌아옵니다. 엄청난 몸 고생 마음 고생하는 푸구이에게 가끔 찾아오는 이런 아름다운 장면이 살아갈 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복 같은 거 바라지 않아요. 해마다 당신한테 새 신발을 지어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됐어요.”
나는 자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네. 앞으로 우리가 또다시 헤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지. 그녀의 얼굴이 어느새 많이 늙은 걸 보니 가슴이 아팠어. 자전의 말이 맞아. 가족끼리 매일 함께할 수만 있다면, 복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또한 늙은 자전이 하는 말을 보면 진정한 복이란 자족하고 감사하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늙은이가 다 죽지를 않네.”
소가 우리 집에 온 이상 우리 식구나 마찬가지니 이름을 지어줘야 했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푸구이라고 하는 게 좋겠더구먼. 그렇게 정하고 푸구이라 부르다 보니,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나를 쏙 빼닮아 기분이 정말 째지더군. 나중엔 마을 사람들까지도 우리 둘이 꼭 닮았다고 했다네. 나는 허허 웃으며 속으로 ‘여보게들, 나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네’라고 말했지.
소설 말미에 늙은 푸구이는 소를 사러 장에 갔다가 젊고 힘센 소 대신 도살 당할 위기에 놓인 늙은 소를 큰 돈 들여 삽니다. 그 소가 마치 자신 같아서였을까요, 소 이름을 푸구이라고 짓습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기분이 정말 째지게' 빼닮은 소 푸구이와 함께 교감하며 마음의 위안과 마을 사람들의 공감도 얻어내지요. 죽음으로 인해 가족을 모두 잃은 푸구이가 소 푸구이와 함께 '두 늙은이'로 불리며 마음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쉬씨 집안이 크게 일어나거나 중국이 강대국이 되는 것은 아닐지언정 그보다 깊은 안정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송현진 [괴테와의 대화1] 요한 페터 에커만, 민음사
나는 처음으로 괴테라는 이름을 듣고는 그의 시집 한 권을 샀다. 그의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었다. 비로소 눈이 뜨이기 시작하고 참다운 자각에 도달하는듯한 느낌이었으며, 이 시들 속에는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의 내면이 비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중략) 오히려 내가 발견한 것은 모든 욕망과 행복과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의 마음이었으며, 눈앞에 환하게 펼쳐진 대낮과도 같은 독일의 자연이었으며, 부드럽게 정화된 빛에 싸여 있는 순수한 현실이었다.
글쓴이 요한 페터 에커만은 괴테의 글에 매료되어 그의 인생을 괴테로부터 영향을 받기 위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 머물며 나눈 대화들을 기록합니다. 괴테 또한 일찍이 에커만의 글쓰기 재능과 자질을 알아보고는 그가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우리는 종종 한 사람에게 강렬한 영향과 끌림을 받아 삶의 방향성을 정하기도 하고 신념을 세우기도 합니다. 아마 어렸을 때 위인전을 읽으며 다들 한 번쯤 그를 따라 대단한 인물이 되겠노라 다짐했던 시절이 있었겠지요.
괴테가 말합니다.
“다른 사람을 우리에게 동조시키려고 하는 행위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네. 나는 결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네. 나는 인간을 언제나 자립적인 개인으로만 보면서, 그러한 개인을 탐구하고 그 독자성을 알려고 노력해 왔으나, 그 외에는 더 이상 그들로부터 동정을 얻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어. 그래서 이제는 어떤 인간과도 사귈 수 있게 되었네.또 그렇게 함으로써만 비로소 각양각색의 성격들을 알게 되고 인생살이에 필요한 민첩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일세. 성미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무난히 지내기 위해서는 자제해야만 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내부에 있는 모든 다양한 측면들이 자극을 받고 발전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네. 그리고 마침내 누구와 부딪쳐도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것이지.”
‘인간을 자립적인 개인으로만 본다. 그러한 개인을 탐구하고 그 독자성을 알려고 한다.’ 문장이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을 탐구한다는 것은 아마 평생에 걸쳐 수행해도 마침표를 찍기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복지를 실천하게 된 까닭이야 많겠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사정과 성격과 삶이 모두 달랐습니다. 그래서 더 개별적으로 봤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이 세워졌습니다.
살다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무난히 지내야만 하는 상황과 구조를 늘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 ‘자제’해야 한다는 괴테의 말에 부분적으로 동의하게 됩니다. 저는 늘 무난히 지낼 수는 없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관계 어긋남의 사유를 저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상대를 탓하자니 부정적 감정이 마음을 지배하더라구요. 언제쯤이면 ‘무난히’ 모든 사람과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난한 관계를 위한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면서.
박성완 [혼모노] 성해나
–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혼모노』는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혼모노(ほんもの)’라는 말이 뜻하는 ‘진짜’라는 개념은, 이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의 간극,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쉽게 ‘진짜’라고 믿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혼모노’를 추구하거나, 혹은 그것을 가장한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소설이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독자에게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진짜를 판단하는가? 타인의 시선인가, 사회적 기준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확신인가? 작품 속 인물들이 혼란을 겪는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무당이 피를 흘리며 굿을 하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이 장면은 이성적으로 보면 낯설고 비합리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처절함과 몸을 내던지는 행위는 오히려 어떤 ‘진짜성’을 강하게 전달한다.
결국 혼모노는 문체는 비교적 담담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과장된 감정 표현 없이도 상황과 인물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오히려 그 절제된 서술이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읽고 나서 한동안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은 정말 진짜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혼모노』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믿고 있는 그것은, 정말 혼모노(진짜)인가?”
[인천 책사넷 4월 모임 안내]
일시: 2026.4.27.(월) 19:00
장소: 투썸플레이스 제물포역점
도서: 자유도서
참여: 댓글 달아주세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신현환 선생님이 함께하셨군요.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서로 큰 복이 되었겠습니다.
네! 정말 좋았습니다 :-) 마음이 따뜻해지고 든든한 마음이 듭니다!
송현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인천 책사넷, 그렇게 책을 읽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사회사업가들의 모임이 있다는 사실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해 줍니다.
4월 모임도 잘되기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선생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앞으로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좋은 선생님들과 유익한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