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2010.2.2
오래전부터 맘마미아 국내 공연을 보고 싶었다.
년초에 대전에서 공연할 때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냥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했는데 천안 공연은 꼭 가고 싶었다. 마침 남편이 순천향 병원에 검사예약한 날이기도 하고, 남편의 생일도 가까워서 선물을 하기로 했다. 맘마미아 공연 예매를 하자는 말에 남편은 천안 사는 막내 시누이네도 같이 가자고 한다.
6남 2녀에 막내딸인 시누이는 시어머니가 40넘어 본 딸인데 올해 95세인 시어머니의 든든한 후원자이며 병간호자이기도 하다. 큰 시숙내외가 칠십이 넘으시니 당신들도 노인네여서 구순 어머니 봉양하기가 버거운데 시어머니 아프실때마다 막내 시누이가 천안에 모셔가서 한참동안을 병원에 다니고 간호하곤한다.
물론 " 오빠들, 엄마 병원비 얼마 들었으니 돈 주세요" 하지만 늙은 오빠들을 대신해서 병원에 모시고 다니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오빠들은" 막내 누이가 최고여, 너 없었으면 어떡할뻔 했니?" 고마워 한다. 그러니 이런때 시누이네를 생각하는건 당연하다. 옛날엔 이렇게 자녀가 일곱 여덟이면 장남에서부터 막내까지 한 가족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 수 있었는데, 자녀가 하나, 둘인 지금은 부모가 늙으면 갈데가 없다. 어쨋든 우리 집안은 막내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네명의 공연 티켓을 예매하니 거금 40만원이 나가서 속은 쓰렸다.
맘마미아는 여러가지로 내게 특별하다. 몇년전 두딸이 영국 런던에서 일년동안 어학 연수를 할때 애들도 볼겸 남편과 둘이 영국으로 갔다가 유럽여행을 했다. 그때 런던 웨일즈 극장에서 맘마미아를 보았다. 딸들과 같이 런던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극장에 찾아가 본고장의 뮤지컬을 본 것은 지금도 커다란 자랑이다. 극장을 나와 방금 보았던 장면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걷던 런던 밤거리는 영원히 잊지못할 추억거리이다. 하지만 영어를 잘 몰라서 줄거리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냥 추측만 할 뿐이었던 것은 애석한 일이다.
그 후로 나온 맘마미아 영화에는 주인공 도나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 메릴 스트립이니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뮤지컬보다 영화는 그리스 섬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하긴 그리스 섬중에 아름다운 곳만 찾아서 촬영을 했으니 그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또한 맘마미아는 우리 젊을 때 인기였던 그룹 아바의 노래를 뮤지컬로 만든 것으로 아바의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았던 우리에게는 옛날의 향수를 되돌려 보게 한다. 내가 직장 초년생이고 동생이 대학생일때 마침 그때 들어온 아바의 호주 공연 실황 영화를 극장에서 보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러니 국내 공연도 꼭 보고 싶을 수 밖에 없다. 또 뮤지컬계의 일인자인 최정원과 남경주의 공연을 보고 싶었다. 최정원은 어떤 공연에서 한번 본 적이 있으나 남경주는 본 적이 없다. 아직 시골에서 무지컬을 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예매한 날 오후에 직장에 반가를 내고 천안행 버스를 탔다. 남편은 순천향 병원에 가서 오전 검사를 받고 여동생네 집에 있었다. 검사를 위해 아침을 먹지 않은 남편을 위해 시누이가 맛잇게 지어 놓은 밥을 먹고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젊을 때는 시댁이 부담이 될때도 있었으나, 나이먹으면서 더 시댁식구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젊을 때 형제끼리의 경쟁과 갈등도 없어지고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그런 때가 된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편과 같이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갔다. 오전에 검사한 결과를 보는 것으로 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와서 다행이다. 남편은 원래 건강한 체질로 그동안 병원 한번 가보지 않았는데 이제 나이먹으니 작년에는 맹장이 오래된 복막염으로, 또 올해는 간염의심으로 병원엘 가게되니, 나이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이제부터 건강에 유의하라는 신호인가보다.
저녁이 되어 근처 학교 서무과에서 일하고 있는 시누남편과 같이 만나서 식사를 하고 시청극장에 갔다. 시청에서 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천안시청에 다니는 친구들도 만나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공연은 시작되었다.
무대는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 섬. 젊은 날 한때 꿈 많던 아마츄어 그룹 리드싱어였으나 지금은 작은 모텔의 여주인이 된 도나(Donna)와 그녀의 스무살 난 딸 소피(Sophie)가 주인공이다.
도나의 보살핌 아래 홀로 성장해온 소피는 약혼자 스카이(Sky)와의 결혼을 앞두고 아빠를 찾고 싶어하던 중 엄마가 처녀시절 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자신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명의 남자, 샘(Sam Carmichael), 빌(Bill Austin), 해리(Harry Bright)에게 어머니의 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낸다.
결혼식을 앞두고 분주한 소피의 집.
엄마의 옛 친구들이며 같은 그룹의 멤버였던 타냐(Tanya)와 로지(Rosie)가 도착하고 소피의 친구들도 부산해하며 즐거운 가운데 어머니의 옛 연인 3명이 한꺼번에 도착한다. 어머니 도나는 그들을 보고 크게 놀라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흥분되는 마음에 진짜 아빠를 찾는데 여념이 없는 소피는 세 남자를 만난 후에 진짜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더욱 헷갈려한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세 명의 남자는 도나와 각기 옛 일을 회상하며 감상에 젖고 그중 샘은 아직도 도나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가 다시 자기를 향해 마음을 열기를 바라지만 도나는 혼란스러워하며 그를 거부한다.
드디어 소피의 결혼식 날, 결혼식이 거행되기 전, 도나는 축하객들 가운데 소피의 아버지가 있지만 자신도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소피 또한 자신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버지가 아니라 주체적인 자기 자신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소피는 자신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주인을 잃어버린 결혼식은 하객들의 왁자지껄한 권고 끝에 샘과 도나에게 돌아간다. 샘의 청혼 앞에서 망설이던 도나가 친구들과 하객들이 보내준 용기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 것이다. 행복한 결혼식 후 소피는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것을 노래하며 약혼자 스카이와 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이다.
런던에서도 보았고, 영화로도 몇번 본 맘마미아의 줄거리야 뻔 한 것이지만 직접 연기자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은 또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최정원과 남경주는 역시 이름값을 하는 배우이다.
맘미미아, 돌아오는 내내 대전시내를 아바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녔던 그때와, 딸들과 함께 걸었던 런던거리를 추억해내며 아름다웠던 그때에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으로 행복했다.
첫댓글 영화로만 보아도 감동적인데 직접 공연을 보았으니 얼마나 감동적일까요 좋은 공연 보셨네요
나도 보고 싶었는데, 좀 비싸더라구요
아바....많이 좋아했는데....산자락님은 답게 사네요. 부럽.....
공연히 제 가슴도 벅차네요. 너무 부러워요. 영화에서 아름다운 영상과 아바의 음악에 푹 빠져 엔딩을 보고서도 한참동안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한 기억이 있는데 ... 묘한 매력의 메릴스트립이 주인공이라 더 좋았지요. 매디슨카우티의 다리에서 너무 안타까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