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저희 집은 옥탑방이고 화장실이 실외에 있으며 화장실에는 전기콘센트가 없습니다.
매서운 한파로 말썽많았던 설연휴가 끝나고 밤에 돌아와 집의 문을 열고 방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발목까지 잠긴 물에 깜짝 놀랐습니다. 옥외에 있는 화장실에 약 20cm 높이의 물이 고여 얼어 있었고 부엌 역시 문턱 한참 위까지 물이 고여 언 상태로 되어 있었으며 방은 구두신고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 있는 상태였습니다. 물론 멀티캡과 전기기구 밑면이 물에 닿아 있어 전기가 나가고 물론 보일러도 꺼져 있었습니다. 그때 상황은 사진으로 찍어 놓았습니다. 보일러가 92년산이라 너무 노후되어 온수가 안되는 상태였습니다. 주인이 돈이 없다고 보일러하는 친구를 데려와서 임시방편으로 고쳐서 방의 보온만 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때 고치러 온 그 친구분도 자신을 주인집 친구라 소개하며 내일 만날거니까 잘 말해보겠노라고 하고선 가셨습니다. 결국 온수가 안되어 가스레인지에 물을 데워가며 씻어야 하는 형편이 12월 중순부터 계속되었고, 온수가 들어가는 수도관을 잠궈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세탁기에 물을 공급하지 못해 찬물로 손빨래를 하며 겨울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후 설연휴 3일간 집을 비우며 한파를 대비해 찬물 수도를 약간 틀어놓고 보일러는 외출로 해놓고 화장실문이며 부엌문들은 꼭 닫고 갔습니다. 더이상 조치를 취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고 사태를 파악한 후 주인에게 급히 연락하였으나 주인은 위로는 커녕 다짜고짜 세입자의 과실이라고 책망하며 상황을 회피하려 하였습니다. 일단 그날 하루는 친구집에서 신세를 지고 다음날(1월 27일 화요일)이 되어 주인의 모친(이하 '할머니'라 칭하겠음)과 전에 보일러를 고친 주인의 친구분이 함께 옥탑방에서 만났습니다.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는 할머니는 보일러가 터져 방에 물이 샌 거라며 주장을 하고 같이 온 주인집 친구분은 아직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화장실 동파와 하수관이 얼어 물이 역류하여 차 오른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나서 주인과 직접 통화했을 때 주인은 보일러는 자기네가 고칠테니 동파된 부분은 세입자가 고치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일단 주인이 직접 현장을 보고나서 얘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여 다음날(1월 28일 수요일) 12시 쯤 옥탑에서 만났습니다. 주인은 보일러는 자기네가 부담하고 나머지 동파에 의해 생긴 부분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부담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인과 헤어지고 나서 오후 3시 30분이 되어 우리는 동네 냉난방 집수리전문 아저씨를 불러 원인에 대해 조언을 구했더니 이는 보일러에 물이 새지도 않고 방바닥 호스가 터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분명 하수관이 얼어 물이 안내려 가, 틀어 놓은 물이 차오른 후 방으로 들어간 것이고, 특히 하수관이 언 이유는 하수관이 비스듬히 되어있지 않고 수평으로 되어 물이 항시 고여있는 상태가 되며, 그위에 시멘트로 덮어놓아 쉽게 얼어버린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세입자의 관리소홀이나 사용상 부주의는 전혀 아니라고 하였고 이런 것은 일반적으로 주인쪽에서 알아서 해줘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다음날(1월 30일 금요일) 주인 할머니는 이삿짐 센터를 불러 방안의 온갖 망가진 물건 및 옷가지, 가구 등... 모두를 옥상 한켠에 옮겨놓고, 그 다음날은 보일러 시공기사가 와서 92년산 헌 보일러를 떼어내고 주인이 쓰던 2000년산 중고보일러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보일러가 터진 건 아니라고 하였고 이는 한참 가동을 하여 방바닥이 마르고 온기가 도는 것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그리곤 외부에 수평으로 놓인 하수관을 점검하기 위해 하수관을 덮은 시멘트 일부를 망치로 부수어 본 결과 부엌 하수는 싱크대 호스(주황색)가 뭍혀 있었고 화장실 변기와 하수는 각각 두 개의 pvc관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망치의 뾰족한 부분으로 깨어 보았더니 역시나 꽁꽁 얼어있는 상태였습니다. 할머니는 방에 보일러 호스가 터진 게 아니어서 큰 공사를 면하게 되었다며 얼굴에 희색을 띄며 보일러 시공아저씨 2분과 저에게 자기집에 가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셨습니다. (물론 저는 다른 곳에 사거 따로 먹었지만)
오후가 되어 다시 옥탑으로 올라가보니 가스토치로 시멘트 위에 열을 가하여 하수관을 녹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고 조금 후에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리가 거기에 있던 사람들 모두 경탄을 자아내었습니다. 화장실과 부엌에 고여있던 물이 모두 하수관으로 흘러 들어갔고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이제 일이 마무리되자 "서로 얼굴을 붉혀가며 큰 소리를 내긴 했지만 주인집도 세입자도 잘못이 없고 천재지변에 의한 거니까 이제 됐어. 아가씨들 돈 안들어 좋겠네. 옥상 한켠에 옮겨놓은 짐은 빨리 방안으로 옮겨놓아야 돈 더 안드니까 7시까지 콘테나 비워놓아야 돼. 안그럼 아가씨들도 돈내야 돼."
하시곤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들러서 짐 나르는 것을 도와주었구요. 힘드시니까 그냥 가시라고 해도 "이게 아가씨들 도와주는 게 아니라 콘테나를 빨리 비워줘야 하니까 이러는거야..."
일이 모두 해결되어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그후 이틀째가 되는 1월 31일 토요일 밤 10시가 조금 넘은 즈음 대뜸 주인 아저씨로부터 전화가 와서는 보일러 교체하는 데 돈이 많이 들었으니 수리경비의 일부를 세입자쪽에서 부담하라고 하곤 그 명분으로는 천재지변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따지고보면 한파로 인해 동파된 것은 없고 다만 수평으로 놓인 하수관이 얼어 하수구로 물이 흘러 들어가지 못한 것뿐이었습니다. 보일러가 동파된 것도 아니고 (이는 보일러 교체하러 온 분들이 명백히 말함.) 단지 노후된 보일러를 주인이 쓰던 중고 보일러로 교체하고 방안의 짐을 옮긴 비용, 실외 하수관 녹인 것, 더 따지고 들면 하수관 위 일부를 시멘트로 메운 비용이 들었을 뿐인데...
휴..
정말 가슴에 양심의 씨앗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나올순 없다는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경찰서가자는데..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듭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들어간 수리비용을 세입자에게 일부 부담하라면 우리(세입자)는 방안에 물이 차서 못쓰게 되어버린 전기기구들이며 드라이크리닝해야 하는 옷가지들, 갖가지 비싼 책들, 100만원 훌쩍 넘는 악기, 중요한 서류들...이루 더 말할 수 없을만큼의 정신적 피해, 그동안의 여관비 등 이런 피해보상은 대체 누구에게 해야되는 겁니까? 그리고 2월 9일 전세계약 만료일이라 전세금을 그때까지 돌려달라고 하였으나, 주인은 다른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안된다며 막무가내로 나옵니다.
정말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상식적인 사람들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 이사도 해야하는데 이런 경우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것인지 막막합니다.
아시는 분.. 도와주세요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