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AT산행은 통영한아름산악회에서 신입회원을 대상으로 매년 한번씩 지리산자락을
타며 산악인으로써 갖추어야할 인내력을 키우고, 힘든 상황속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동료애를
가지도록 하는 한아름산악회 만의 오랜 전통이다.
23년째 맞이하는 이번 AT산행은 6/16 ~ 6/17, 1박 2일 동안 자연학습원에서 출발하여 광덕사골 ~ 암법주굴(박) ~ 동남능 ~ 천왕봉 ~ 장터목 ~ 연하남능 ~
일출봉능선 ~ 백운암 ~ 중산리로 하산하는 산행길을 잡았다.
이번산행에 정용욱 회장님, 김승용 등반대장님, 강도영님, 김상현님, 박철호님, 박시현님, 교주님,
설춘성님,박현호님이 참석하셨고 chogori가 산행리더를 맡아 기록을 위해 글을 남긴다.
6/16일 오후 13:00경 산악회 사무실인 여산재를 출발하여 2시간 만에 중산리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어 머뭇거리는 사이에 법계사행 버스가 출발했다. 놓친 버스가 다시
돌아오는 15:30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자연학습원에서 법계사까지는 5km 남짓한 거리이고, 광덕사교까지는 3.7km 정도로 평탄한
길이기 때문에 한시간 반정도 발품을 팔면 도착할 수 있다. 다들 1박산행에 무슨 짐을 저리도
무겁게 지고 오는지 천하장사가 따로 없다.
첫번째 지곡을 넘어서는 작은 고개마루에 올라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혔다
< 첫 휴식처에서 생기발랄한 님들의 모습 ... 교주님의 손에 뭔가가 있다 ^^ ...... water ? >
광덕사교에 이르자 긴장감이 돌았다. 사방경계를 하며 한쪽 다리를 경계 밖으로 내딛는다
도착하는 순서대로 두명씩 재빨리 경계를 넘어섰다. 지리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는 판국에
이짓을 해야하나 싶다.
< 국공분들의 출몰이 잦은 광덕사 초입지 진입에 성공한 분들 .... >
광덕사골은 지금은 폐사가 된 광덕사가 이 골짜기에 있었기 때문에 지어진 골짝이의 이름이다.
몇일전 내린비로 바위면이 미끄럽다. 계곡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열려있는 등산로를 잡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계곡사이로 간간이 끊겼다 이어지는 실낱은 길이 우리를 무명암지로 이끈다.
GPS에 미리 표시해둔 무명암지의 포인트를 확인하였다. 거대한 바위틈에 있는 무명암지는 공간
이 협소하다. 암자터라고 알려져 있지만, 규모가 작고 협소하여 작은 기도터 정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 무명암터 ... 지난번에는 지척거리에서 지나쳤는데 GPS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다 >
무명암지에서 광덕사지까지 500m 정도 암법주굴까지 도상거리 1km 정도이다. 경사가 심해지고 땀방울이 기분좋게 쏟아져 내린다. 신입 시혀니를 비롯한 울님들 잘도 오른다.
계곡에는 서늘한 냉기가 있어 잠시 쉬는 사이에 살랑이는 바람에도 쿨맥스하다. 계곡에서 우측
으로 산축밭사이를 치고 올라서면 광덕사터가 나타난다.
< 고성이 낳은 싸나이 박현호님 ... 처갓집 마암 복분자주 잘 무우십니다 >
광덕사터 역시 암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자리잡고 있고 바위아래 석간수가 흐른다. 하룻밤 수행처 삼아 머물고 싶은 곳이다.
지난시절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낭랑히 울리고 향내음 가득했을테지만 지금은 잡풀이 무성한
곳으로 변해 있다. 성주괴공이라 하더니 광덕사 역시 이러한 굴레속에 있었던 것이다
시대를 앞선 선지식들과 시방세계 모든 인연들께 향공양을 드렸다.
< 광덕사지를 찾은 울님들 ... >
광덕사지에서 암법줄굴 까지는 등로라할 것 없이 계곡의 돌무더기를 타고 오른다. 쉬는 틈에 곰취 몇잎 뜯어 저녁 반찬거리로 챙겼다.
주계곡을 벗어나지 않고 오르다보면 법계사위 개천문으로 가는 갈림길이 뚜렸한 길이 나온다.
여기서 암법주굴이 10m 거리며 고도 1,500m 정도이다. 물병이에 식수를 채우고 암법주굴에
들어섰다.
가슴 설레이는 곳이다
암법주굴을 둘러친 담장처럼 놓여있는 바위위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았다
향을 사르고 시방삼세 모든 인연들께 감사드리며 날숨과 들숨을 살폈다.
< 올 여름 법주굴을 찾는 이가 없어서인지 법주굴 마당에는 질경이기 가득했다... 잠자리잡는 울님들 >
< 등짐속에 든것을 풀어 만찬을 즐기는 울님들 .... 마신만큼 즐거웠고, 즐거웠던 만큼 다음날은 고통스러웠습니다 >
< 누군가 바위벽에 놓아둔 초에 불을 밝혀, 누군가의 염원이 이루어 지기를 발원했습니다 >
주기가 적당하여 암벽주굴앞 너럭바위에 앉아 검은 숲위로 반짝이는 별빛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별빛을 따라가는 방랑자이고 싶고, 고독을 양식삼는 수행자이고 싶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술자리, 쇠주 한병을 세병같이 마시는 밤이 되었으면 좋을 텐데 ....
풀밭위에 친 텐트바닥이 포근하여서인지 어느새 잠이들었다.
< 아침 암법주굴 풍경 ... 주님 영접하시느라 밤새 고생하신 교주님, 정회장님, 춘성님은 아직도
취몽상태이다 >
< 출발전 정신을 가다듬고 .... "화이팅"을 외쳐본다 .... 암법주굴 08:30 >
< 천왕봉동남능과 광덕사골 GPS 트렉 , 녹색트렉이 이번 산행길이다 >
암법주굴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산죽길을 따라 사면을 오르다보면 동능을 만날 수 있다.
동능에서 천왕봉까지는 길이 험하지만 조용히 산을 벗할 수 있는 적막한 공간이다.
산길 간간이 휴지를 사용하지 않은 놈들의 배설물이 지뢰처럼 숨겨져 있다.
< 변이 변해 유기물이 되고 유기물은 뭇 생명들의 에너지가 되어, 돌고 돌아 우리 입으로 다시 돌아 오는 것이다..... 똥 = 밥 >
< 간혹 다리 짧은 분들이 손해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
뒤쳐진 일행이 있어 동남능 초입부터 암~풀을 외쳐댄다. 교주님, 문절님, 회장님, 춘성님 ... 어제 저녁 마신 순서대로 헤매고 있다. 즐거웠던 만큼 괴롭고, 괴로웠던 만큼 즐거움이 찾아든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씀이 맞는 말이다.
어쨋던 산속에서는 에누리가 없다. 자기가 지은 일은 고스란히 자기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아침햇살에 데워진 습한 구름이 산사면과 계곡을 타고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어 좋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시간이 없다. 법계사쪽이나 서래봉쪽 풍경이 안개속에 나타났다 이내 사라지고 만다.
< 중봉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철호가 찍음 >
< 호기심 많은 철호동무에게 망원경은 가장 소중한 장비이다 >
경사가 점점 급해진다. 상봉이 가까워진것이다. 천주굴 갈림길로 추측되는 곳이 나타났다. 천주굴은 기회가 되면 가보고싶은 곳이다.
뒤에 한참 쳐진 분들이 있어 쉬어가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도영씨가 가져온 콩우뭇국을 시원스레 마셨다. 흐물거리며 나타난 교주님과 회장님의 표정이 고통스럽지만
잠시 숨을 돌리자 마자 또다시 출~발
< 동남능이 끝나갈 시점에 나타난 천왕봉과 그 전위봉 ... 왁짝스런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 사진을 남기기 위해 20분 정도 줄을 선다음 찍은 사진 >
한시간 넘게 기다리다 정상아래 무명암터에서 나타난 교주님이 보인다. 정상 기념사진을 찍고, 장터목으로 향하는 시간이 12:30이 넘었다. 연하봉능선이 진입하여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장터목에서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져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자리잡은 점심장소가 호구였다. 장터목 직전 등산로옆 숲속이었는데 밥상차리기 좋고 그늘아래 쉬기 좋은 곳이라 겁없이 자리잡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젊은 국공들의 위압적인 협조요구에 도영님이 무단취사 행위 확인서에 서명날인을 하고 밥자리를 산장취사장소로 옮겼다. 한아름 전과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 10만원 짜리 밥상을 받고 바라본 장터목과 그 지붕위로 펼쳐진 연하봉남능 >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15:00 경, 조심스럽게 연하봉능선으로 먼저 진입하여 적당한 자리에 배낭을 벗어 놓고 뒤에 올라올 회원들을 기다렸는데 저멀리 연화봉 정상쪽으로 시혀니로 보이는 산객이 홀로 걸어가고 있었다.
크게 암~풀을 외쳐보았지만 반응이 없어 이름을 불렀더니 잠시 뒤돌아 볼뿐 다시 세석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큰소리로 부를 수 없는 장소이고, 핸드폰도 불통이라 다시 주능으로 되돌아가서 폰을 날리니 겨우 통화가 된다. 두명씩 출입금지선을 넘어 탈없이 연하봉남능으로 진입했다. 10~20분쯤 암능을 넘어 평탄한 안부에서 인원파악을 해보니 간첩이 없다. 전화도 되지않았지만 되돌아 갈 수 없는 상황이다. 걸음 빠른 친구라 되돌아 오던지, 미련없이 계속 계곡으로 진행한다면 거림으로 내려가겠지 싶어 우린 우리대로 일출봉으로 향했다
< 연하봉 능선 ~ 일출봉능선길 트렉 >
일출봉능선으로 가다가 거림갈림골 갈림길에서 간첩은 사라지고, 우린 1417 일출봉 부근에서 청래골 가는길로 잘못들어 잠시 알바를 했다.
능선길은 내리막이라 균형을 잡고 다리를 움직이면 자동으로 내려간다. 등산로 사면에는 키를 넘는 산죽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고도가 좀체로 1200고지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해는 넘어가고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여름해가 길어 렌튼불은 켜지 않으리라 생각되었다
< 일출봉 ~ 중산리까지의 트렉 >
드리어 1240고지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청래골이 끼여 있는 곡점까지 쭉이어진 능선과, 중산리 백운암쪽으로 이어진 능선의 갈림길인 것이다.
다들 지쳐보인다.
1240고지에서 급격히 고도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이라 다리가 풀리고 장단지,허벅지가 아린다.
좌측 중산리 계곡에서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백운암 지붕이 보인다.
지리산 AT. 마지막 길에 접어 든것이다.
뒤따라 내려온 승용이, 춘성이와 같이 등목을 치고, 뒤쳐진 일행을 기다렸다
빈집인줄 알았던 암자에서 보살이 나와서 왠소란이냐는듯이 오늘 일진이 사나와 계속 머리가 아프단다.
백운암 보살께 다음 인연에 뵙겠다고 작별인사드리고 10분 정도 내려가니 걱정했던 간첩이 마중나와 있고 상가의 불빛이 지친 우리를 반긴다.
지난해 들렀던 식당인데 인심좋은 여주인이 날 아는듯 자리를 권한다.
발을 씻고, 막걸리 한잔에 산행을 마무리 한다.
다들 고생 했습니다 ... "화이팅"
첫댓글 역쉬~ ^^
또 하나의 한아름 이정표를 많은 님들과 같이해서
더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틀동안 거북이들 댈꼬 다니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달픈 산행을 통해 자연속에 내닫는 발걸음마다 우리가 인생의 주인공으로써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 푸우야
형님 제 사진 찍은거 좀 보내 주세요 필요 해서 그래요 신입회원하고 찍은것도 함께요 wwwwapch@naver.com 로 좀 보내 주세요
여기 올라온 사진을 복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