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얼마나 올릴지 걱정이다. 법에는 전세금을 5%이상 올리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고 하지만 수소문해보니 주위에서는 훨씬 높은 비율로 올려주는 것 같다. 왜 그런가? 한편 상가의 임대료 인상한도는 법률상 9% 라고 한다. 요즘 불경기라 월세를 내려야 할 판인데 임대인이 법대로 9% 인상을 요구해오면 어떻게 할까?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하고 나가야 하는가? 사례를 통해 순서대로 알아보자.
임차인이 월세를 2달 이상 연체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상가는 3개월 이상 연체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인가? 매달 며칠씩 습관적으로 연체하는 임차인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는 참 피곤하다. 이 경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사례를 통해 임대료 연체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알아보자.
주택 임대료 인상한도는 5%, 그러나 재계약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임대차상담실에서 위와 같이 답변하면 틀림없이 다음 질문을 각오해야 한다.
“아니 무슨 답변이 그렇습니까?
재계약할 때 5% 인상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건가요?
그럼 계약 기간 중에 올릴 때만 인상한도가 5% 이내라는 건데,
어차피 계약기간 중에는 임차인이 합의 안 해주면 못 올리잖아요?”
사실 너무 당연한 반문이다. 필자도 이 답변이 틀렸으면 좋겠다. 관련 법령과 판례를 차례로 보고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7조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
당사자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임차주택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적절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장래에 대하여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2조 (차임 등 증액청구의 기준 등)
① 법 제7조에 따른 차임이나 보증금(이하 "차임 등"이라 한다)의 증액청구는 약정한 차임 등의 20분의 1의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
대법원 1993.12.7 선고 1993다30532 판결 요약
주택임대차보호법의 5% 한도는 계약기간 중에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계약기간이 끝나 재계약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임대차 재계약시에는 임대인이 요구하는 인상액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나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상가 임대차 경우도 마찬가지인가? 임대료 인상한도가 재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가?
상가 임대료의 인상 한도 9%는 재계약할 때도 적용된다.
“아니 왜 이렇게 헷갈리게 하는 거지요?
임대료 인상한도를 두고 주택과 상가가 꼭 이렇게 달라야 합니까?“
상담의뢰인의 추궁은 이어진다. 이렇게 다른 이유는 소규모 상가 임차인에게는 주택 임차인과 달리 ‘계약갱신요구권’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에서는 이를 통해 5년의 상가 임차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그 대신 임대인에게는 5년 기간 중에도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만약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면 갱신요구권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재계약에도 인상한도가 적용되는 것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②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 역시 이 부분은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규모 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재계약시에도 인상률을 제한한다면, 마찬가지로 주택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재계약 시에도 인상률을 제한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되면 주택에도 갱신요구권을 주는 문제와 인상한도를 상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 등이 동시에 논의 되어야 한다고 본다.
상가 임대료 9% 인상을 거부하면 나가야 하는가?
고양시 일산에서 분식점을 하는 P씨는 계약만기가 임박하여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현재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인데 상가 주인은 사실 더 올려야 하지만 법의 한도 내에서 9%만 올리겠다고 나온다. 요즘 불경기라 적자를 보고 있는데 좀 봐달라고 사정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니면 가게를 비우라.”는 것이다. 과연 P씨는 임대료 인상조건을 거부하면 나가야 하는가?
사람들은 법적으로 임대료를 매년 9%씩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나올 때부터 임차인들은 이 점을 우려했다. 매년 9%씩 올리면 복리 효과 때문에 5년간 40% 가량 올리는 셈인데 이걸 감당할 임차인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임대인들도 대부분 매년 9%씩은 당연히 올릴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임차인이 못 올려주겠다면 법대로 해서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양측 모두 오해가 있다. 9% 인상은 임대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월세를 올릴만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임대인이 인상을 요구하고 임차인이 동의해야 비로소 결정이 되는 것이다.
“그건 이론이고요,
9% 까지는 법에 위반이 안 되니까 임대인은 당연히 최대한도 요구하는 거죠.
약자인 임차인이 어떻게 맞서겠어요?”
맞는 말이다. 그 점이 문제이다. 사례의 P씨도 5년 이후의 재계약을 생각하거나 기간 중에도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면 임대인과 등지고서는 되는 일이 없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렵지만 선택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임대료 인상요구를 들어주고 5년 이후 또는 권리금을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5년간만 영업하고 나간다는 각오로 지나친 임대료 인상을 거부할 것인가?
“인상을 거부하면 재계약을 안 해주고 바로 나가라고 할 텐데요?”
임대인의 9% 인상 요구에 대하여, 임차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인상률을 제시한다. 불경기라 오히려 월세를 내려달라고 하고 싶다면 그렇게 요구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내가 요구하는 임대료가 주변 임대료 수준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임대인이 제기할 명도소송에서 법원의 임대료에 대한 판단은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 시세라는 걸 어떻게 압니까? 가게마다 다 사정이 다르잖아요?”
물론 시세를 객관적으로 정하기는 어렵다. 법원에서는 당사자가 제출하는 자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자료 수집에 공을 들여야 한다. 비슷한 조건의 주변 상가의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구하거나 관련 전문가 예컨대 근처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의 시세의견서 등을 받아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입증해야 한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차인을 내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현 임차인이 임대료를 올려주는 것이 어렵다면 누가 새로 들어오더라도 월세를 올려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가 왔을 때 우리는 좋은 경험을 했다. 그 때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합의하여 월세를 내린 사례가 많았다. 어려울수록 상생(相生)의 길을 찾자, 이것이 필자의 궁색한 해법이다.
주택이나 상가 구분 없이 임대료를 2개월 연체하면 해지할 수 있다.
민법의 임대료 연체에 관한 조항을 보자.
민법 제640조 (차임연체와 해지)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차에는 임차인의 차임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자주 나오는 질문들이 있다.
① ‘2기의 차임액’이란 두 달 연속하여 연체하는 경우만 말하는가?
아니면 몇 달 걸러서 연체해도 합산액이 두 달분이 되는 경우도 포함되는가?
② 과거에 두 달 이상 ‘연체한 사실’이 있으면 해지할 수 있는가?
아니면 현재 두 달 이 상 ‘연체한 상태’에 있을 때만 해지할 수 있는가?
③ 누구는 3개월 이상 연체해야 문제가 된다고 했다. 2개월과 3개월 어느 쪽이 맞나?
질문에 대한 내용을 순서대로 살펴보자.
① 연체한 합산액이 두 달분이 되는 경우에도 해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월 연체, 2월 납부, 3월 연체일 경우 3월분 월세 납입예정일이 지나면 해지 사유가 된다.
② 과거 ‘연체한 사실’로는 해지할 수 없다. 현재 ‘연체한 상태’에서만 해지할 수 있다.
③ 3개월 연체하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따로 있다. 상가 임차인이 재계약을 요구해도 임대인은 이를 거절할 수 있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3개월 연체는 현재 ‘연체한 상태’뿐만 아니라 과거의 ‘연체한 사실’도 포함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계약갱신 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갱신계약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많아 사례를 통해 연체의 의미를 한번 더 짚어본다.
5번 연체한 사실이 있어도
임차인 L씨는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 기간은 2년으로 세탁소를 운영 중이다. 2년 계약만기가 되어 재계약을 요청했는데 임대인은 3개월 이상 연체 사실이 있어 재계약을 거부한다고 통지해 왔다. L씨는 월세 지급 통장을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난 2년간 모두 5번 연체한 사실이 있었고 그 중에는 두 달 연속 연체도 한번 있었다. 그러나 밀린 월세는 그 때마다 다음 달 월세와 같이 지불하여 현재 연체는 없다.
L씨 경우는 3개월 연체한 사실에 해당되지 않는다. 연체한 금액이 3개월분 다시 말해 밀린 월세가 300만원이 되기 전에 지불했기 때문이다. 비록 연체한 횟수는 다섯 번이지만 연체한 금액이 3개월분에는 도달한 적이 없기 때문에 L씨는 당당히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2달 이상 연체상태에서 해지 통지를 했다. 통지를 받은 임차인이 밀린 월세를 갚았다. 그러면 해지통지가 자동 취소되는가? 그렇지 않다. 해지통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해지 의사를 거두어들일 것인가는 임대인의 선택이다.
월세를 습관적으로 연체해도 연체금이 두 달분이 되어야 해지할 수 있다.
월세를 제 날짜에 안내고 늘 며칠씩 때로는 열흘 정도 늦게 내는 사람이 있다. 월세를 받아 바로 내야 할 돈이 있는데 임차인의 상습 연체 때문에 임대인은 늘 피곤하다. 그 동안 늦게 낸 날짜를 더해보면 두 달은 훨씬 넘어간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밀린 금액이 두 달분까지 간 적이 없으니 해지 사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무슨 방도가 없나요?”
일단 연체료를 물리는 방법이 있다. 예컨대 월세 100만원, 연체율을 연 10%로 가정 한다면 하루 연체료는 약 300원이 된다. 그리고 연체료를 물리겠다는 사실을 임차인에게 미리 서면으로 알려준다.
“앞으로 연체하면 하루 300원씩을 계산하여 보증금에서 공제합니다.”
좀 야박해 보인다. 사실 연체료 금액도 얼마 안 된다. 그러나 임차인에게는 심리적 부담을 주어 날짜를 지키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도 계속 연체를 한다면 그 다음 방법은 없을까? 필자가 아는 범위에서는 마땅한 방법은 없다. 만기가 되면 절대 재계약 안 해준다고 으름장을 놓고, 속으로는 그나마 두 달분까지는 밀리지 않고 잘 내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떨까?
글 이인덕
서울시청 임대차상담위원
서 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립대에서 도시행정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상담실에 접수되는 부동산 분쟁 사례를 통해 그 예방법을 찾는다. 잘못 알고 있는 거래 상식, 법과 어긋나는 거래 관행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사례들을 글로 쓰고 있다.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을 상대로 계약서 작성 실무 교육도 한다.
저서『나몰라 임대인 배째라 임차인』(부연사)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