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전투기 지원 시사한 美에 강력 반 발벨고로드 교전 '우크라 소행' 주장…'쥐새끼' 등 격한 표현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 AFP=뉴스1©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푸틴 최측근'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인해 '핵 종말'(nuclear apocalypse) 위험이 고조됐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를 상대로 F-16 전투기 훈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강력 반발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을 방문한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과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가 지원될수록 세계는 더 위험해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의 파괴력이 커질수록 소위 '핵 종말'이라고 불리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이러한 핵 종말 시나리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만일 그랬다면 우크라이나 정권에 그렇게 위험한 무기를 공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핵 종말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언젠가는 완전히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핵 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 책임은 "우크라이나 정권과 이를 후원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서방의 전투기 지원 움직임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장거리 미사일이나 전투기 등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무것도 괜찮지 않다"며 "우리는 그러한 것들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지만 점점 더 심각한 유형의 무기들만 (우크라이나 전장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F-16 전투기ⓒ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경 기자© 제공: 뉴스1
그간 미국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계속된 전투기 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과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전투기 지원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최근 미국 측 분위기에 변화가 일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투기 지원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란 믿음에 따른 결정"이라며 "이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자위를 위한 장기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공군력 향상에 대한 논의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전날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 교전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권이 이러한 종류의 사보타주(파괴공작)가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잡설을 늘어놓더라도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사보타주 가담자들을 '쥐새끼처럼 박멸해야 할 쓰레기들'이라고 비난했다.
교전 발생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파괴공작(사보타주) 그룹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러시아 반(反)체제 단체 '러시아 자유군단'(Freedom of Russia Legion)은 이번 교전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일일 브리핑을 갖고 벨고로드 지역에 침투한 무장세력을 장갑차로 격퇴해 "7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를 사살하고 나머지 일당을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