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인생- 제주생활(4)
2019~2021.3
10월 20일 아내는 임신중인 딸을 돌보기위해 육지에 가있지만
억새의 아름다움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혼자서 일출을 보기위해 새별오름 방문(일출 전과 후의 모습)
성경필사를 하게 된 것은 광야를 걷던 시기인 1999년
아내의 권유로 쓰기성서 노트에 필사를 하기 시작.
통신성서 연수회에서 남편을 잃고 방황하던 노 자매님이
성경을 필사하면서 좌절과 외로움을 극복했는데
당시까지 7번을 필사했다는 말을 듣고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10년 후인 2009년 여주에서 필사를 했고
2019년 제주에서 했네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10년 주기로 필사를 하게 된것도
우연이라기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되새기라는 하느님의 뜻이 아닌지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2020년
친구의 임종
2021.3.4
열흘 전부터 친구가 밥도 먹지 못하고
물도 10분 이상을 먹기에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혀가 나오지를 않아 먹고 마시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딸에게 연락하니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내려와
3박 4일을 보내고 올라간 후 5일 만에 임종했다.
이틀 전 부터는 밥을 먹지 못해
우유 또는 두유와 약을 섞어 주사기로 먹였다.
점점 몸에 힘이 빠지면서 잘 걷지도 못하고
안으면 고개를 잘 가누질 못했다.
오늘은 바울리나가 제대 꽃꽂이 강습차 서울에 가서
내가 우유에 딸기우유를 타서 3번을 먹였다.
점심 때쯤 누워있는 친구를 보니 입을 약간 벌린상태로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 보여 발을 만져보니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들어
깜짝놀라 주사기로 우유를 주자 잘 받아 먹었고
조금 기운을 차린 것 같았다.
오줌을 뉘려고 샤워실에 놓자 서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기력이 모두 소진한 듯.
1차로 천국에 가다가 바울리나를 보려고 참았던 것은 아닌지?
바울리나가 돌아와 소고기 국물을 먹이자 잘 받아 먹었지만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몸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고 자꾸 쳐졌다.
9시쯤 잠을 자는데 거실에서는 2차 미스트롯 방송 소리가 들렸다.
한 참후 바울리나가 불러 가보니
친구가 방바닥으로 기어나와 죽어가고 있었다.
입이 많이 벌어지고 숨이 멎었는데 몸에 온기는 남아 있었다.
2021년 3월 4일 밤 11시 55분 이었다.
이 후 친구는 마지막 배설물(똥, 오줌, 입)을 쏟아내고 몸도 싸늘해 졌다.
유나에게 친구의 임종을 통보하고 상황 설명을 해 주었다.
유나의 목소리가 울먹이기 시작해 급히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와서 내일 친구를 묻는데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다.
3년 전 먼저간 짱구 곁에 묻어줄 예정이다.
17여년 동안 동거동락을 한 친구와의 추억이
주마등 처럼 지나가며 눈물이 난다.
가족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내가 짱구에 이어
친구까지 임종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임종전 증상이 짱구와 흡사하다.
평소에 심장이 좋지 않았던 친구지만
임종 시에는 큰 고통없이 간 것이 다행이다.
짱구는 앓는 소리를 내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의 생일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권** 신부님이 사제서품 받고 강아지를 키우려고
2004년 가을 쯤 충무로에서 사왔기에 2004년 생은 확실하다.
1년 정도 신부님이 키우다 우리가 여주로 이사갈 때인
2005년 우리에게 키워주길 부탁했다.
권신부가 키우다가 모르고 몸으로 눌러
다리 한 쪽이 약간 절룩거리는 장애를 갖고 살았고,
언제부터인가 심장병이 있어 숨쉬는데 불편을 느껴 칵 칵 거렸다.
그리고 한 쪽 가슴부위를 만지면 놀라기도 하는 등
평생을 장애로 살았다.
여주로 이사를 하고서는
짱구와 함께 10년간 신나게 삶을 즐겼다.
넓은 거실에서 뛰어다니고 밖으로는 산책을 했다.
특히 눈이 왔을 때 신나게 뛰놀던 모습이 그립다.
보통 강아지는 15년 산다는데 짱구는 만 20년을 살았고
친구도 17년을 살아 장수한 것이다.
친구는 생전에 이사를 두 번 했다.
돈암동에서 여주로, 그리고 제주도까지 와서 살았다.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제주에 올 때는 승용차로 완도까지 와서,
완도에서 제주오는 페리호에서는 마취약을 맞고 왔다.
이사온 지 얼마되지않아 길로 뛰어나가 달려오는 트럭에 치였는데
트럭이 지난 후 친구가 뛰어와 보니
입에서 약간의 피가 나고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 때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다.
친구는 우리 식구로서 한 자리를 차지했지만
먼저 온 짱구에 밀려 짱구만큼 큰 사랑을 주지 못했다.
짱구가 형 지위를 차지하려고 했고,
가끔 힘이 센 친구가 짱구를 괴롭히는 것을 봤기에
더욱 짱구를 먼저 생각했었다.
대신 친구는 바울리나와 유나가 챙겨주고 귀여워했다.
짱구가 죽은 후 친구에게 사랑을 주기 시작했고
시력이 떨어지고 청각도 나빠져 1년 전 부터는
거의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되면서 친구에게 더욱 사랑을 주었다.
친구와의 이별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인 것은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어두워지고 심장병이 심해져
병원을 다니면서 그나마 정을 떼는데 일조를 했다.
수발을 드느라 고생은 했지만…
이제는 친구와의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의 삶을 살아야 겠다.
오늘 밤은 잠을 못잘 것 같아 소주 한 잔하고
친구와 함께한 삶을 회상하며 친구의 시신을 지켜야겠다.
하느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주님 친구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비추어 주소서.
첫댓글 용수2구역 반모임때 친구가 눈이 멀었다고 한 기억이 나네요 ㅠ😢
따님이 단장님을 많이 닮은 것같아요 참 예쁘네요 성경필사는 한번도 완성 못하고 있는데 세번씩이나! 대단하십니다 바울리나 자매님은 꽃꽂이는 육체노동이라 인내가 필요한데 성당 제대를 늘 풍성하게 꾸미느라 애쓰십니다
감사합니다.
주님의 일꾼으로 일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