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淸明)과 곡우(穀雨) 즈음에

[비오]

청명(淸明)과 곡우(穀雨) 즈음에

조선조 후기 실학자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3월령(양력 4월)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삼월은 모춘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춘일이 재양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백화는 난만하고 새 소리 각색이라...’ 봄 절기인 청명(淸明)이 지나고 곡우(穀雨)를 며칠 앞둔 이즈음 들녘에는 농가월령가의 내용처럼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갖가지 새들이 지저귀고 있습니다.

탄현교육관도 푸르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에 파릇파릇 새잎이 돋기 시작했고, 연못의 수련 잎이 손바닥만큼 커졌습니다. 그리고 명자나무, 으름나무, 산벚나무의 꽃과 함께 봄까치, 냉이, 민들레, 광대나물과 같은 잡초들이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또한 꽃밭에는 섬초롱, 마아가렛, 작약 등 화초의 싹이 질세라 키를 견주고 있습니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청명 즈음에는 무엇을 심어도 잘 자란다는 뜻입니다. 춘분(春分) 즈음, 텃밭에 심은 감자에 싹이 텄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감정이 메마르고 무뎌져 크게 놀라울 만한 일이 아니면 좀체 감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거운 흙을 들어 올리고 힘차게 고개 내민 감자 싹에서 생명의 환희가 느껴집니다.

4월 두 번째 일요일인 4월 14일에는 법인의 전.현직 임직원들과 가족,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탄현교육관에 모였습니다. 그래서 텃밭에 멜론과 호박 씨앗을 파종하고, 완두콩과 호박 덩굴 지지대를 세우는 한편 두릅순과 취나물을 채취하고, 산기슭밭과 꽃밭의 잡초를 뽑았습니다. 사람들의 삶이 어떻든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자연은 우리에게 놀라운 감동을 안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