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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오불관언(吾不關焉) 놀이하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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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家有一酒 大甁小甁 二十四甁 내 집에 술 하나, 큰 병, 작은 병 스물네 병이라 / 김 씨도 이 씨도 마시려 하면 허락하지만 / 마신 후 취하고 안 취하고는 ‘내 알 바 아니다’ 그러자 약방의원이 대뜸 내놓은 시 한 수, 吾家有一藥 大貼小貼 二十四貼 내 집에 약 하나, 큰 첩, 작은 첩 스물네 첩이라 / 김 씨 병에도, 이 씨 병에도 먹이지만 /먹고 난 후 효험 있고 없고는 ‘내 알 바 아니다’ 다음은 심산유곡의 스님의 시 한 수, 吾家有一佛 大佛小佛 二十四佛 내 집에 부처 하나, 큰 부처, 작은 부처 스물넷 부처라 / 김 씨 소원도 이 씨 소원도 기도하지만 / 기도한 후 복이 오고 안 오고는 ‘내 알 바 아니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거지가 내놓은 시 한 수, 吾家有一瓢 大瓢小瓢 二十四瓢 내 집에 쪽박 하나, 큰 쪽박, 작은 쪽박 스물넷 쪽박이라 / 김 씨 잔치에도 구걸하고 이 씨 잔치에도 구걸하지만 / 구걸 후 잔치 파하고 안파하고는 ‘내 알 바 아니다’ 시를 다 듣고 난 기생이 이르기를 “의원, 스님은 제 직분에 충실치 못했으나 거지는 얻어먹었으면 그만이지, 잔치가 파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랴!”하여 거지는 그 후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나주시 공무원들이 다들 오불관언(吾不關焉 ; 내 알 바 아니다) 놀이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내 집에 철밥통 하나, 큰 철밥통, 작은 철밥통 스물넷 철밥통이라 / 김 씨 민원도 이 씨 민원도 아우성이지만 / 민원 후 해결 되고 안 되고는 ‘내 알 바 아니다’ 몇 년 전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생긴 뒤 난데없는 물난리에 배나무, 매실나무가 썩어 죽어가는 재앙을 겪고 있는 금천면 석전리 유전마을 주민들. 도로 개설을 전남도에서 했으니 ‘내 알 바 아니다’는 나주시 공무원들의 시큰둥한 태도에 전남도로 민원을 넣어봤으나 전남도에서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 미루고, 여기서는 다시 전남도로 미루고... 이렇게 핑퐁을 하는 사이 주민들은 최대소득원이던 과수가 말라죽고 축사는 배수로가 막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나주시와 전라남도가 대대적인 유치전을 펼친 끝에 전북 순창으로 갈 뻔했던 국내 유수의 상하수배관생산업체인 (주)뉴보텍을 나주로 유치했다. 업체에서는 동수농공단지에 공장을 짓고 지난 25일 개소식을 했다. 그런데 정작 그 현장에 나주시 공무원들은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개소식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단다. 업체에서 통보를 안 해서 몰랐다하는데 이미 몇몇 지역언론에 개소식을 알리는 광고가 나갔고 3월초에 공장설립허가를 해줬으니 담당 공무원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몰랐다는 말은 못 할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8월에 공사에 착공해 1월에 개소식을 하려던 일정이 3월말까지 늦어진 것 하며, 시에 알리지도 않고 개소식을 치르게 된 저간의 사정에 대해 나주시는 또 ‘오불관언’이라 할 것인가? 한 농민은 깊은 산골마을에서 발견한 토종 왕매실나무를 나주에서 품종등록을 해서 지역농가의 소득원으로 삼아보자며 나주시 공무원을 2년 동안이나 찾아다니며 노력을 했지만 결국 그 공무원이 ‘오불관언’이라며 손을 놓는 바람에 7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단체장이 낙마를 해서 아직도 충격에서 못 벗어났다고 할 것인가? 움직였다 하면 정 맞으니 복지부동하자는 것인가? 단체장의 사법처리도 모자라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비리공무원으로 쇠고랑을 차는 이 낯 뜨거운 현실에 대해 시민들은 결코 ‘오불관언(吾不關焉)’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