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지난 작년 12월 18일에 작성하였던 <그래도 지구는 싸운다 / 10월 ~ 계엄전후까지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일들. [중요 업데이트 있음]>의 후속 게시글입니다.
https://cafe.daum.net/shogun/OCbn/887
요약
1)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건조되어 2022년 11월에 취역한 러시아 해군의 향상된 Kilo급 디젤-전기잠수함 Ufa함(B-588)이 2023년 12월부터 지중해에 배치되었음. 시리아 Tartus 해군기지에 주둔하며 시리아 내전 관련 작전들을 수행.
2) 2024년 9월말에서 10월에 태평양 함대에 배속되어 Vladivostok을 향해 항해.
3) 11월 말까지 항해중에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입항하였으며 일부러 수상항해하여 필리핀군과 서필리핀 해상에서 접촉.
4) 12월 3일에 오키나와 서쪽 요나구니섬과 이로모테섬 사이의 해협을 통과하며 일본 자위대와 접촉.
5) 3과 4의 과정중에 중국군이 대만을 포위한 기습훈련이 있었으며, 이에 대하여 동남아 국가들 그리고 미국 및 호주가 조응한 정황들이 있었음.
6) 12월 9일에서 12일까지 중국 칭다오에 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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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Ufa함의 행적이 추가로 공개되어 이 게시글을 통해 마저 적으려 합니다.
2024년 12월 14일 오전 5시 ~ XX시.
2024년 12월 9일에서 12일까지 중국 칭다오에 있던 Ufa는 계속 동행하던 예인선 Alatau와 함께 이틀뒤인 12월 14일 일본 해자대에 의해 쓰시마섬 남서쪽 62마일 해점에서 관측됩니다. Ufa와 Alatau는 쓰시마 해협을 통해 계속 북동쪽으로 항해하여 동해로 진입하였습니다.
https://news.usni.org/2024/12/19/japans-largest-warship-back-home-after-california-f-35b-tests-russian-ships-aircraft-operate-near-japan-alaska
일본 해자대 외에 우리 군이나 다른 쪽의 소식은 공개된 게 없어서 자세한 디테일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일본 해자대측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쪽으로 붙어서 항해하려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를 빙 둘러간다고 전제하고 대강이나마 칭다오에서부터 이틀간 항해한 거리를 추정해보면 대략 1000km가 됩니다.
1000km를 이틀 정도에 주파했으니 Ufa는 1시간에 대략 21km/h 속력으로 항해했습니다. 노트로 환산하면 11knot로 항주한 셈인데, 딱 Ufa가 낼 만한 수상에서의 순항속력으로 보입니다.
사족으로 2024년 11월 23일부터 11월 28일까지 Ufa와 Alatau는 말레이시아 Kota Kinabalu에서 출항하여 필리핀 Cape Calavite 서쪽 80해리 해점까지 항해했습니다. 이때는 860km 정도의 거리를 5일동안 항해했으니 시간당 평균속력을 노트로 환산하면 약 3.8knot로 항주했습니다.
또한 Kota Kinabalu에서 상술한 필리핀 서쪽 해점으로 가는 항로상에는 중국이 빠르게 해군시설을 설치하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가 있습니다. 무엇을 하며 느리게 항해했을지는 눈에 훤합니다.
아무튼 12월 14일 이후로 Ufa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쓰시마 해협에서 Vladivostok까지 대략 1000km 정도의 거리이니 11knot를 유지했다면 Ufa는 이틀 뒤인 12월 16일에 Vladivostok에 도착했을 겁니다.
대략 두 달 반 동안 항해한데다 그 전에도 열 달 정도 시리아 Tartus 전진기지에서 작전해왔으니 수리할 때가 되었을 겁니다. 제 생각엔 Vladivostok의 이 위치에 입거되어 수리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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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6일.
2024년 12월 14일 이후로 소식이 없던 Ufa가 대략 3개월 만에 다시 노출되었습니다.
이번에 Ufa는 훈련 중에 동해상에서 Karlibr 순항미사일로 수상 및 지상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3632
https://tass.com/defense/1934099
// "During a scheduled exercise, the Ufa diesel-electric submarine of the Pacific Fleet fired Kalibr cruise missiles at maritime and coastal targets from the Sea of Japan. Before the drills, the submarine covertly approached the designated area," the ministry said.
The first missile was fired at a surface target, while the second one found its target at a distance of around 1,000 kilometers, at the Syurkum training range in the Far Eastern region of Khabarovsk. //
일단 특기할 점은 두 가지 입니다.
1) 훈련중에 미사일로 해상과 지상 목표물을 연달아 타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개 훈련중엔 한 가지 목표물만 타격한다.
■ 일단 Kalibr 순항미사일은 모듈형이라 조합하기에 따라 잠대함으로 쓸 수도 있고 잠대지로 쓸 수도 있습니다. 운용 플랫폼도 수상함에서부터 항공기까지 다양한 다목적 순항미사일 체계입니다. 아예 TASS 통신을 통해 Kalibr를 쐈다고 하니 해상과 지상 목표물을 연달아 타격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 아무래도 제 생각에 러시아는 이 소식을 접한 국가들에게 - 그래봤자 3개국 밖에 없습니다. 북한, 남한, 일본. - 자기네 잠수함 및 미사일 체계가 어떠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현시하고 싶었나 봅니다. 북한에겐 좋은 세일즈 광고이고 남한 및 일본에겐 힘자랑하기 좋은 소재이죠.
2) 훈련중에 지정된 위치로 은밀하게 접근했다고(covertly approached) 강조하여 밝히고 있다.
■ 이것도 역시 러시아는 이 소식을 접한 국가들에게 자기네 잠수함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강조하고 싶었나 봅니다. 북한에겐 좋은 세일즈 광고이고 남한 및 일본에겐 힘자랑하기 좋은 소재이죠.
■ 아직까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Kilo급과 Kalibr 체계를 도입 혹은 관련 기술의 이전을 받는다는 징후나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Kalibr의 경우 북한도 어느정도 순항미사일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라 충분히 기술이전하여 자체생산할만 하겠으나 Kilo급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 기존 로미오급을 탄도미사일잠수함(SSB)로 개조하는 작업도 지지부진할 정도로 잠수함을 새로 건조할만한 자재와 산업기반이 부재한 상황속에서 북한이 Kilo급 혹은 그에 준하는 함급을 신조하기는 어려워보이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러시아가 대놓고 섹션을 실어 날라주든가 아니면 그냥 완제품을 신포까지 항해해서 가져다주는 방법밖에 없어보입니다. 물론 그렇게 해버리면 미국에게 안걸릴 수가 없죠.
아무튼 TASS 통신 기사 본문에 따르면 훈련중에 두번째 Kalibr는 1000km 정도 떨어진 Khabarovsk주의 Syurkum training range에 위치시킨 표적을 향해 유도되었다고 합니다.
Syurkum으로부터 1000km 정도 떨어져 있다고하니 대략 어디까지 '은밀하게 접근하여' Kalibr를 발사했는지 가늠해봤습니다. 결과적으로 Vladivostok에서 동남쪽으로 600km 정도만 나오면 충분히 Syurkum을 타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서, Vladivostok에서 600km 정도 나온 Ufa를 비롯한 향상된 Kilo급(Project 636.3)들은 어디까지를 타격할 수 있을까요. TASS 통신에서 밝힌 1000km의 사거리만해도 이미 전라도를 제외한 남한 전역 그리고 규슈를 제외한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Kalibr의 사거리는 바리에이션에 따라 다르나 최소가 1500km이고 멀리는 2500km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스샷은 1000km 기준이니 그 다음은 충분히 유추하실 수 있을 겁니다.
+ Kalibr는 전술 핵탄두도 탑재가능 한 것으로 알려져 있음.
+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재래전 전력과 동원가능 인력을 대거 소진한 러시아는 앞으로 핵전력에 더욱 의존하여 대외정책을 구사할 것임. 2025년 3월 26일에 실시된 Ufa의 Kalibr 발사도 이러한 경향의 일환일 가능성으로 보임. /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과거 잠수함 훈련사례 검토 필요.
사족으로 그놈의 Khabarovsk의 Syurkum는 찾았는데 구체적인 위치는 명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만 수상쩍은 곰보투성이 지형은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포병이 아니었고 BDA 따위는 더욱 모르는 알보병이었으므로 폭발물에 의한 구덩이들인지 아니면 그냥 자연적인 지형인지는 분간이 안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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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오늘까지 알려진 향상된 Kilo급 잠수함 Ufa의 여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면서 간만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마 앞으로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핵추진 및 디젤-전기 잠수함들이 더욱 날 뛸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이러한 러시아의 시도들이 단순 블러핑으로 전락할지 아니면 실제로 유의미한 위협으로 작용하게 될 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간에 주한 우주군과 주일 우주군은 앞으로 더욱 격무에 시달리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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