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양산에서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바라보느라
고개가 뻐근하다
꽃이 필 때면
ながむとて花にもいたし頸の骨
――― 소인(宗因, 1605~1682)
▶ 산행일시 : 2015년 5월 9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3명(버들, 자연, 영희언니, 스틸영, 악수, 챔프, 대간거사, 한계령, 온내, 해마,
무불, 승연,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35분
▶ 산행거리 : 도상 16.4㎞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5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35 -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周榛里) 은티마을, 산행시작
08 : 53 - Y자 갈림길
09 : 40 - 능선마루
09 : 47 - 시루봉(△914m)
10 : 07 - 백두대간 길 진입
10 : 53 - 이만봉(二萬峰, 991m)
11 : 22 - 고사리밭등(972m)
11 : 36 -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분지 안말 가는 길
12 : 00 ~ 12 : 35 - 884m봉, 점심
12 : 45 - 969m봉, 뇌정산 갈림길
14 : 08 - 백화산(白華山, △1,063.5m)
14 : 35 - 암벽, 암봉
15 : 00 - 황학산(黃鶴山, 912m)
15 : 43 - 전망바위
16 : 00 - 781m봉
16 : 46 - 685m봉
17 : 10 - 이화령(梨花嶺), 산행종료
1. 백화산에서
▶ 시루봉(△914m)
오늘 산행은 백두대간 한 구간이다. 오지라는 거친 밥만 먹다가 모처럼 외식하는 기분이다. 그
것도 백두대간이라는 우리나라 산중에 난 최고의 길이다. 은티마을 입구에 당도하자 산불감시
차량이 하필 우리 버스 옆에 선다. 봄철 산불방지기간은 오는 5월 15일까지다. 뜨끔하다. 저 입
산금지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가지 못하게 막아도 할 말이 없다.
한번 사정해보자 하고 다가가려는데 우리를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간다. 괜히 움츠러들었다. 우
리들의 행색을 보아하니 산꾼의 전형으로 알지 않았을까? 어쩌면 어설프게 막았다가는 안 보이
는 데서 등로 아닌 생사면을 누빌 것을 염려했으리라. 희양산 뒤태 실루엣을 바라보며 스틱 치
켜들고 보무도 당당히 나아간다.
고개 들면 산색이 곱고, 고개 숙이면 계류 물색이 곱다. 길섶이나 산비탈 밭두렁은 만화방창이
다. 마을 벗어나자마자 희양산 갈림길이 나온다. 희양산 쪽은 농원을 지나는 길이어서인지 철
조망 울타리 쳐서 막았다. 왼쪽으로 멀리 돌아가야 한다. 대로인 농로는 계속 이어진다. 다시 Y
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대로는 희양산으로 갈 것이다. 왼쪽은 식수원으로 사용한다는 계
곡 옆 소로다.
우리가 희양산을 어디 한두 번 올랐던가? 이번에는 시루봉을 오르자 하고 계곡 따라 왼쪽 길로
간다. 구구대는 산비둘기 울음소리에 박자 맞춰 걷는다. 잴잴 흐르던 계류 밭고서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수직사면이다. 땅에 코 박고 오른다. 희양산 서벽 절대 못지않다. 바람 한 점 없어 땀
을 비 오듯 흘린다. 이때만큼은 벌써 봄날이 다 지나가버렸는가 의심한다.
카약 급류타기가 인기인 것은 당장의 급한 물살을 타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
고 한다. 다른 생각이 비집은 틈이 전혀 없다고 한다. 바위꾼들이 암벽을 오를 때도 그러하지 않
을까 한다. 시루봉 오르는 길 또한 그러하다. 선등인(선두보다는 암벽처럼 가팔라 선등이라 해
도 좋다) 메아리 대장님 쫓아 너덜사면 잠깐 질러가서 엷은 능선을 잡는다.
굳이 고개 들어 공제선 올려다보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그저 고개 숙이고 간다. 능선마
루. 시원한 산바람이 분다. 바로 이 맛이다. 방금 전의 고역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잊어버린
다. 능선은 철쭉 꽃길이다. 이윽고 시루봉 정상. 충청북도 표준규격의 오석인 정상 표지석이 있
다. 삼각점은 ‘문경 301, 2003 재설’. 표지석에 새긴 전망대 그대로 전망이 좋다.
박무로 원경이 흐릿하지만 북쪽으로 조령산과 그 너머 부봉 6봉, 신선봉, 마패봉이 분명하다.
남쪽으로는 쇠물푸레나무 사이로 희양산과 구왕봉이 여전히 듬직하다. 정상주로 냉탁주 분음
하고 물러난다.
2. 은티마을 입구
3. 멀리는 희양산
4. 시루봉을 향하여
5. 멀리는 희양산
6. 가운데 우뚝한 산은 조령산, 시루봉에서
7. 희양산
8. 구왕봉
9. 쇠물푸레나무
10. 참꽃마리
11. 이만봉을 향하여
12. 희양산
▶ 백화산(白華山, △1,063.5m)
시루봉은 백두대간 길에서 10분 정도 거리로 비켜 있다. 완만한 돌길 내려 희양산에서 오는 백
두대간 길과 만난다. 평평한 초원이 돌밭이다. 사면 기웃거리면 참취와 당귀가 눈에 띄지만 마
음 비운다. 962m봉을 사면 돌아 주릉에 오르고 멀리 뛰기 예비 발 구르듯 잔봉우리 몇 번 오르
락내리락 하다가 길게 올라 이만봉(二萬峰)이다.
『한국지명유래집』에 의하면 산 이름과 관련하여 두 가지 설이 전한다. 하나는 임진왜란 때 이
곳 산골짜기로 2만여 가구가 피난해왔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옛날에 만호라는
벼슬을 가진 이씨가 이 산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붙여졌다는 것인데 둘 다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후미 기다리느라 이만봉 길목 차지하고 앉아 탁주 마신다. 홀로 지나는 등산객이 있어 수인사
건네고 한잔 드시라 권한다. 아까 시루봉 오르는 도중에 우리 일행이 세 팀으로 흩어졌는데, 한
팀은 시루봉 오르는 팀이 늦으려니 하고 저 아래에서 느긋이 쉬고 있었다. 그래서 온내 님은 또
무불 님의 돼지족발(앞발이다) 안주를 천신하지 못한다.
백두대간 길. 길 좋다. 내리막길 숲속에 들었다가도 오르막길 끝은 사방 조망 좋은 암봉이다. 고
사리밭등(972m) 정상에서의 조망이 썩 후련하다. 갈 길이 장쾌하게 훤히 트인다. 바윗길이 자
주 나온다. 바위마다 경점이다. 바위 내린 숲길은 철쭉꽃이 만발하였다. 신가이버 님이 왔더라
면 틀림없이 철쭉꽃 축제 벌이기에 이만한 데가 달리 또 있겠느냐고 감탄했을 것이다.
고사리밭등을 내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이다. 왼쪽은 분지 안말로 간다. 후미의 그만 밥
먹고 가자는 외침에 마땅한 점심자리 찾느라 주춤주춤 더 간다. 884m봉 부근 너덜지대가 그 중
낫다. 일행 모두 둘러앉기에는 비좁아 따로따로 앉아 밥 먹는다. 하여 내 입맛으로만 먹자니 깨
작인다. 점심시간 35분이 지루하다.
한 피치 바짝 올라 969m봉은 뇌정산 갈림길이다. 예전에는 이 길을 지날 때면 백두대간에서 상
당히 떨어진 뇌정산 가는 길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이었으나 어느
해 가을과 겨울로 두 번이나 갔다 오고 나니 새삼 그때의 갈증이 그립다. 969m봉 내린 야트막
한 ┤자 갈림길 안부는 평전치다. 군락을 이룬 피나물 노란 꽃이 발길 붙든다.
바위 슬랩이 나온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이 길이 겨울에는 빙판으로 변해 사뭇 재미있었
다. 등로 옆으로 살짝 비킨 전망바위를 들린다. 심심하던 풍경에 일순 파적한다. 가파름이 한결
수그러들고 땡볕이 가득한 백화산 정상이다. 정상주 냉탁주에 이어 줄서서 분음하는 (해마 님
의 작품인) 한 모금 냉캔맥주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이 근방의 맹주인 백화산 정상은 키 큰 나무숲이 빙 둘러 있어 아무 조망이 없으나 남서쪽으로
50미터쯤 숲속 희미한 소로를 따라가면 조그만 바위가 나오고 백화산 제1의 절경이 펼쳐진다.
백화산에 오시면 부디 들릴 일이다.
13. 고사리밭등
14. 멀리 가운데는 백화산
15. 이만봉
16. 뇌정산
17. 멀리 왼쪽이 백화산, 저기를 간다
18. 가운데가 뇌정산 갈림길
19. 뇌정산, 왼쪽 흐릿한 첨봉은 옥녀봉
20. 양지꽃
21. 희양산에서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22. 왼쪽이 뇌정산
23. 오른쪽은 뇌정산
24. 멀리 가운데가 희양산
25. 왼쪽은 뇌정산
▶ 이화령(梨花嶺)
백화산에서 이화령까지 7㎞, 황학산에서 잠깐 머뭇거리고는 줄곧 내리막이다. 초원인 백화산
북사면을 누비며 내린다. 큰앵초도 피었고, 박새도 떼 지어 자랐는데 그들의 다정한 벗인 곰취
는 보이지 않는다. 암릉이 나온다. 얌전히 오른쪽 사면으로 난 등로 따른다. 좁은 테라스로 살짝
트래버스 한 다음 밧줄 잡고 직벽을 올라 전망바위에 들린다. 지나온 백두대간이 장릉이고 녹
상(綠裳)의 백화산 뒷모습이 화려하다.
능선마루에 서면 상쾌한 바람 일어 줄달음한다. 쭉쭉 내리는 기세를 황학산이 제동한다. 반등
하여 한 피치 오르면 황학산 정상이다. 쉬기 좋은 숲속 너른 공터다. 오래 쉰다. 이제 등로는 오
솔길이나 다름없다. 상춘! 등로는 원로(園路)다. 주변의 철쭉꽃(신비디움을 닮았는데 신비디움
보다 더 아름답다) 들여다보며 완보한다.
등로 비킨 소로를 따라가 보면 벼랑 위 전망 좋은 데가 나온다. 주흘산과 부봉 6봉의 전망대다.
운달산은 박무로 흐릿하다. 눈 거두고 다시 숲속 길. 내심에 이 넙데데한 사면을 오늘 산행의 포
인트로 여겨 기대가 자못 컸는데 참나무 비호 아래 사초 무리가 장악했으니 이 또한 여타 식물
은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푸른 사막이다.
낙엽송숲 열주 사이를 지나고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인 못을 지난다. 물색이 검다. 781m봉 정
상은 묵은 헬기장이다. 조금 더 가면 갈미봉(葛味峰, 777m) 갈림길이 있을 법한 봉우리에 ‘조봉
(鳥峰)’이라는 정상 표지석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나 영진지도에는 조봉은 한참 더
가야한다. 능선은 장사(長蛇)처럼 늘어지면서도 연방 꿈틀댄다. 683m봉, 667m봉, 685m봉이 그
러하다.
지도의 조봉을 짚어내지 못하고 지나친다. 조봉을 내리면서 앞의 첨봉으로 솟은 685m봉을 조
봉인 줄로 착각한다. 조봉에 다가가자 오른쪽 사면을 도는 우회로가 더 튼튼한 게 수상했다. 명
자 붙은 봉우리라면 너도나도 직등할 텐데 말이다. 곧추선 오르막을 나만 직등한다.
정상은 축대로 쌓아올린 너른 공터다. 삼각점은 ‘문경 401, 2003 재설’이다. 삼각점 안내판에
표고가 677.2m다.
685m봉은 쌍봉이다. 그 옆 봉우리에는 군부대 시설이 있어 가시철조망을 둘렀다. 뭇 발자국을
따라 가시철조망을 넘는다. 주변을 사계청소 하여 조망이 훤히 트인다. 조령산의 위용을 오랫
동안 감상한다. 685m봉 내림 길은 군인의 길인 계단이다. 선답의 산행표지기가 가시철조망 통
과하는 곳을 안내한다. 덤불 뚫어 사면을 돌아내리는 주등로와 만난다.
이화령 넘는 차들의 굉음이 들리고 곧 환속한다.
26. 백두대간
27. 백화산 정상에서
28. 큰앵초
29. 암벽 오름길
30. 희양산에서 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31. 백화산
32. 초원
33. 부봉 6봉
34. 조령산
35. 군부대 시설이 있는 685m봉에서 서쪽 조망
36. 천남성
37. 이화령에서 서쪽 조망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첫댓글 앞으로 가야 될 대간구간인데 시간나는 대로 빨리 가고 싶습니다. 멋있는 산들을 보니까요.
사진에 나온 분들 모두 봄빛 따라 무르익은 듯 밝은 모습 보기 좋네요.......
역시 대표산은 대간이네여 좀 더 한가해지면 대간이나 곱씹으며 살방모드 산행하고 싶네여
봄의 끝자락에 있는 대간길을 자알 다녀왔습니다..덥지만 살랑살랑 부는 바람속에서 기분좋은 산행이었습니다...산행기 항상 감사합니다..행님
악수님의 산행기를 읽으니 이미 마음은 그곳에서 선배님들과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가는 봄날의 끝자락에서 너무 아름다운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