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이상한' 소송... 외교부는 대체 왜 이러나
유현재입력 2023. 1. 22. 19:57 댓글31개
[주장] MBC를 상대로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청구 소송 건 외교부... 이 재판이 이상한 이유
[유현재 기자]
1997년, 영화 한 편이 한국을 휩쓸었다. <넘버3>라는 영화다. 송강호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기억되기 시작한 첫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에서 두목인 송강호가 부하들에게 '헝그리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면이 있었다. 요즘 애들은 다들 '절박함'이 없어서 실패한다고 주장하며 "현정화를 봐라. 라면만 끓여 먹어도 금메달 다 따고 그랬다!"라고 다그친다.
MZ세대에게는 매우 생소하겠지만, 현정화는 과거 최고의 탁구선수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올림픽을 포함해 금메달만 10개 이상 따낸 영웅이었지만, 사실 라면을 먹고 메달을 땄다는 일화는 육상선수 임춘애(1986년 아시안게임 3관왕)의 이야기였다. 송강호가 현정화와 라면을 연결시키자, 꿇어 앉은 부하 한 명은 눈치 없게 "임춘앱니다. 형님!" 하고 오류를 잡아낸다.
잠시의 정적이 흐른 여관방, 송강호는 발언의 당사자에게 무차별로 린치를 가한다. 다시 꿇어 앉은 부하들에게, 송강호는 씩씩거리며 묵직하게 한마디로 경고한다.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인 거야!", "이 계란이 원래는 누런색이지만, 내가 빨강색이라면 그냥 빨강인 거야!" 그저 크게 웃었던 장면으로만 기억하면 좋을 텐데, 20년이 흘러 이 장면이 새삼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MBC를 상대로 소송을 건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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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26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외교부가 최근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대통령 순방 과정에서 발생한 '바이든-날리면' 보도 분쟁에 대해 MBC 박성제 대표이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을 멈췄고, 해당 언론사는 "헌법 수호 차원"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탈 수 없게 되었으며, 한 기자는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이런 난리가 조금씩 잊히던 시점에, 정부가 다시 이 사안을 법정으로 불러낸 것이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자세한 배경을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법원이란 공적기관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고스란히 밝혀 역사에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야만 MBC를 향했던 분노의 '명분'이 제대로 설 것이라 믿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일련의 상황이 후손 모두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재판 과정을 똑똑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어떤 국민도 우리의 소중한 세금으로 이런 '이상한' 재판이 또다시 진행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왜 이번 재판이 그토록 '이상한' 재판인지 몇 가지 쟁점을 짚어보려 한다.
첫째, 이번 재판에서 다룰 사안의 진위 여부는, 사실 대통령의 진실된 말 한마디면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재판'을 통해 이를 밝혀내게 되었다. 대통령은 논란의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지만, 자신의 발언이 영상으로까지 기록된 마당에 기억하지 못하는 건 쉽지 않다. 시간이 좀 지났고, 어수선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발언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면 자신이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딱 한 마디로 확인할 수 있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재판이라는 먼 길을 택하게 된 상황이다. 매우 이상하지 않은가.
두 번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왈가왈부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이 재판에 '진짜 당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소송의 주체(원고)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박진이며, 피고는 MBC 문화방송의 대표이사 박성제다. 재판의 진행 과정에서 '바이든-날리면' 발언의 주체인 대통령의 의견을 진술이든 서면이든 접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에 질의를 한다고 해도, "국정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며 개별 재판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해버리면 그만이다.
외교부가 소송의 주체로서 자격을 보유했는지에 대해 따져야 한다는 법률가들도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대리 소송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외교부는 물론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음"을 이유로 들며 소송 자격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제2자와 제3자들만 모여 치열하게 싸우는 이상한 재판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들으라는 대로 들어야 하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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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장관이 지난 2022년 9월 30일 오전 종로구 외교부청사 기자실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에 대한 ‘외교참사’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전날 자신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에 대해서는 ‘착잡한 심정, 며칠 밤잠을 설쳤다’고 밝혔다. |
ⓒ 권우성 |
세 번째, '날리면' 대신 '바이든'이라고 보도한 언론사가 수없이 많은데, 유독 한 군데만 콕 집어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도 이상하다. 외교부는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소송을 건다고 밝혔다. 그런 논리라면 '바이든'을 버젓이 내보낸 언론사 모두를 피고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외교부와 대통령실은 결코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번 재판이 특정 언론사에 대한 선택적 분노와 공격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네 번째, 발언의 진위를 판단하는 시간보다 특정 결론이 만들 파장을 고려하는 시간이 더 들 것 같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녹화된 영상에서 주변의 소음을 제거하고 음성만 잡아내는 기술을 적용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과학의 시간'보다는 그 외의 것들을 판단하는 시간이 더욱 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진상 파악보다 결과 발표에 훨씬 많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릴까 걱정된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자유가 다뤄지는 중요한 재판이 시작되었지만 다수의 언론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이 이상하다. 기자에게 들리는 대로, 데스크가 판단하는 대로 보도한 언론에 대해 '헌법 수호'를 이유로 취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 소송까지 걸고 나섰는데 정작 다른 언론은 매우 조용한 것 같다. 이 이상한 조용함이 유지되고 있다. 다시 한번 이 말을 곱씹어 본다. '들리는 대로 들어도 되는 나라와, 들으라는 대로 들어야 하는 국가, 어느 쪽이 정상인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유현재 시민기자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입니다
댓글 31나의 댓글
sms1시간전
바이든을 바이든 이라고 보도하고, 저 XX를 저 XX라고 보도하고, 이란을 이란이라고 사실대로 보도하는 MBC 뉴스를 신뢰하고 응원합니다.
나들목1시간전
박진은 곧 사라지겠지만 외교부 역사상 가장 치욕적일 소송이 되겠지
백장갑1시간전
그리 외치던 자유, 공정,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상한 나라...🤨
오리온57분전
참 웃기는 정부야... 진실을 거짓이라고 말하라는 소송..' ? 진짜 이 정부 국민의 귀를 물로 보는구나
괜찮은넘이야1시간전
기자에게 들리는 대로, 데스크가 판단하는 대로 보도한 언론에 대해 '헌법 수호'를 이유로 취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 소송까지 걸고 나섰는데 정작 다른 언론은 매우 조용한 것 같다. 이 이상한 조용함이 유지되고 있다. 뒷돈 받는 기레기들 죄다 없애야함
편한남자59분전
독재의 칼날이 서슬퍼렇게 날리던 박정희 때에도 언론은 자유를 지키려 노력했다 !!! 헌데 지금 언론은 작은 바람에도 고개숙이고 외람되오면을 외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엔 언론이란 없다 !!!
mary071시간전
외교부가 욕한넘을 소송안하고 ㅋㅋ 욕한방송을 소송하는 뻘짓... 이란도 소송해!!! 이런이라고
H_MH1시간전
미국본토가서 쌍욕한거 창피하다 석유생산2위 이란을 주적 창피하다 싸늘하다. 뭔가 큰게 터질것같다. 싸늘하다
정경남1시간전
Mbc가재판승리하기를
중박1시간전
국민과 싸우는 정부
pianoman56분전
대통령 입을 압수수색해서 불게해야지
컴지기1시간전
6~70년대로 후퇴? 이 넘의 윤정부는 국민들하고 소통 안하고 독불장군으로 가는 건가요. 그만 국민들 힘들게 하지 말고 내려오세요! 간곡히 부탁합니다!
승리전기공사1시간전
참 대통령이란 사람이 이모양이니 그 믿에 있는 것들도 뇌가없는가 보네 참 큰일이다
두아들아빠1시간전
지금 박진이 장관이야? 이XX 쪽팔리면 어쩌냐? ㅋㅋㅋ
축복56분전
그럼 멧돼지가 뭐라고 지껄인건지 먼저 직접 밝혀라
들꽃처럼1시간전
걍 내려와라 굥아 괴야
고요한아침1시간전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요새 뭐하고있는지?
steve59분전
아주 폭망을 하는구나!
닉네임을 등록해 주세요55분전
이런게 북한식 인민재판이지 듣는것조차 맘대로 못하게하는
바람그리고구름46분전
윤석열 뽑은 2030세대다. 다음 대통령이라고 똑바로 뽑겠냐.
제임스딱풀42분전
딱 보면 모르겠나? MBC를 시범 케이스로 삼아서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거지, 윤석열 정부가. 언론은 정부의 나팔수 노릇이나 하라고. '땡윤뉴스'도 조만간에 등장할 걸?
허드슨리버8분전
거 아무리 알아서 긴다고해도 정신병자들이 아니고서야 외교부가 방송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국민들이 귀가없나 다 들어서 아는 내용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기만하려는지 어이없고 기가찰 노릇이네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일들을 보고 살아야하는지 먹먹 할 따름입니다
무당장원급제39분전
외교부가 왜 소송을? 국민들 절반이상이 바이든으로 들었다.. 국민투표 함 해보던동 소송이라니...옷기고 있네
해피플라워39분전
이란정부 상대로도 소송걸어라
푸른하늘44분전
판사가 이상한 놈일까봐 걱정된다
노리동이54분전
윤똥떵어리를 찍었던 유권자들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속았던것에 대해 화도 납니다. 다시는 2찍 안합니다.
새별1시간전
아부 아첨에 열심인 외무부!
구름1시간전
참 진짜 날리고싶다
민들래52분전
Mbc응원합니다 모지리 대통령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
꽃다발1분전
MBC는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그리고 대통령을 거짓말 탐지기 사용하여 재판의 진위를 밝히면 국민들은 대 만족 할 것 입니다.
달빛 숲에서3분전
외교부를 상대로 고소ㆍ고발 해야한다 미친 정권의 개가 되어 짖는 모습이 가관이다 이xx 정권이 정상이냐? 입만 열면 대국민 사기치는 정권..그 밑에서 자리 유지하고자 발바닥까지 빨아대는 추악한 부처..이게 나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