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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청이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 있던 불법 천막을 10년 만에 철거했다고 한다. 용역 계약이 해지된 사람이 복직을 요구하며 2013년 설치한 천막이다. 현행법상 지자체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설치한 천막은 불법이다. 이 사람은 형식적으로 거의 매일 집회 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이 ‘알박기 천막’을 유지했는데 정작 현장에는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집회 신고를 해도 천막은 불법이다. 그런데 이제야 철거됐다. 서초구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철거를 시도했다지만 실질적으로 불법을 방치한 것이다.
이런 불법 천막이 인도를 점령한 것은 이곳만이 아니고,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불법 천막이 서울시 의회로 옮겨 가기까지 7년이 걸렸다. 지금도 국회 앞에는 농성 천막들이 진을 치고 있고, 서울시청 주변에도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설치한 합동 분향소가 1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핼러윈 참사 유가족협의회도 지난 2월 시위 도중 갑자기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만들어 아직까지 운영하고 있다. 분쟁이 생기면 너도나도 지자체 청사 안에 천막부터 만드는 게 일상이 돼 전국 지자체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 불법이다.
2023년 5월 31일 오후 31일 서울 세종대로 도심 집회를 마친 민노총 조합원들이 분향소 설치를 놓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 측은“불법적인 천막을 설치하지 마시길 바랍니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 /김지호 기자
그런데도 행정기관들이 강제 철거를 하지 못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겨 여론의 비난을 받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실제 불법 천막을 묵인한 문재인 정권 때는 서울 도심에 설치된 불법 천막을 철거한 공무원들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적도 있었다. 불법이 합법을 이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번에 철거된 현대차 앞 불법 천막과 관련한 인근 주민 민원만 한 달에 100건 이상 접수됐다고 한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다른 사람의 일상을 해치는 수준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 도심 불법 천막을 그대로 방치하는 선진국은 어디에도 없다. 불법 천막 하나에도 법을 집행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법치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