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명사들의 애송시
나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서울대 문리대 분수 가에서 오수를 즐기며
, 공자님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깨웠다.
대학 2년 선배인 장기홍 형이다.
동생! 이 시를 읽어 보게나!
내가 가장 감명을 받는 시는, 형의 장인인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 가졌는가?
함석헌 선생의 시 /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서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나를 세상이 다 버려도
마음이 외로울 때면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가라앉을 때
구명대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귀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세상의 빛을 위해
저 사람만은 살려두소, 라고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머리 흔들 그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일 측근들과의 모임에서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읊었다.
노태우는 이육사의 ‘청포도’와
홍사용의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애송했다.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하늘을 꿈꾸며 알알이 들어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오면서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듬뿍 적셔도 좋으련만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김영삼은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노무현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대학 2학년 때였다.
서울대 동기동창 김지하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서울대학 본부 옆
느티나무에 시에 그림을 곁들여 시화전을 열었다.
고관대작에게는 삽살개가 서민에게는 맹견이더라!
김지하는 학림다방에서 오적 담시를 자주 암송했다. 담시(譚詩)란? 자유로운 형식의 짧은 서사시다.
박근혜을 비롯해 상당수 정치인들은 윤동주의 ‘서시’
서청원과 정몽준도 서시를 애송했다고 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백기완은 어릴 때 고향 구월산 밑 과수원집의 머슴할멈이
자주 읊조리던 작자미상의 시 ‘왱왱 찌꿍’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로 숨진 여성운동가이자 시인인
고정희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를 자주 읊었다고 한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못 가랴
/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
/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늘
허주의 아침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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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봉의 비나리
youtu.be/B3X4EAzV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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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의 고별 공연
추석 잘 지내셨습니까?
인디안 교과서에, 어릴 적에는 세모,
중년에는 네모, 노년에는 원형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모난 것이 세파에 휘둘려 둥글게 되나 봅니다.
산적 같은 사내는 온대 간대 없고 양순한 나훈이가 무대로 나왔습니다.
검은 얼굴이 흰색으로 변하고 눈꼬리와 말투도 전과 달리 부드러웠습니다.
노래 부를 때는 고음에서 자주 얼버무렸습니다.
그러니 같이 보던 친구가 영탁이의 찐이야가 더 났다고 했습니다.
나훈아는 좀처럼 남의 노래를 부르지 않지만,
심수봉의 비나리 는 그런 느낌과는 달리 열창을 했습니다.
무대를 씹어 먹을 듯한 카리스마와 폭발적인 가창력이었습니다.
‘홍시’ ‘무시로’ ‘잡초’ ‘영영’ ‘사내’ 등 수많은 히트곡을 열창하고.
중간 중간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습니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나도 80이 넘었습니다. 하며 은퇴를 암시하는 뉴앙스로,
노래는 언제까지 부를 것이냐고 묻자,
이제는 내려올 시간입니다,
적당한 때를 찾고 있는데. 길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별 공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절정일 때 박수 받고 떠나라고 했습니다.
김성주가 주연이고 조연인 트롯 2020 그랑프리 어워드
반가운 얼굴은 신영균 선배와 김윤덕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습니다.
신영균 선배는 나와 대학 14년 선배입니다.
신장은 별로 크지는 않았지만 눈에서 나오는 안광이 사람을 압도했으나 부드러웠습니다.
서울 중구에 있는 명보극장을 인수하자 축하한다는 구실로 선배를 찾아갔습니다.
실은 안동장에서 정통 중국요리를 얻어먹을까 해서였습니다.
치과대학을 나왔으면 이빨이나 뽑을 일이지
왜 지저분한 딴따라 근처를 얼렁거리십니까? 하고 내가 대표로 물었습니다.
후배는 한참 모르는 소리야!
그 동네는 미녀가 수두룩한데 자네라면 어느 길을 택하겠는가?
김성주 아나운서의 가족으로 아버지 김성경 목사와 김윤덕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여러 번에 걸쳐 김윤덕 위원의 구수한 사투리와 풍자를 여러 번에 걸쳐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성황리에 성공적으로 마친 공연은 앞으로 없을 것입니다.
이 두 기획은 시의가 적절했습니다.
코로나로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위안이 되는 공연이었습니다.
허주의 아침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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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노무현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대학 2학년 때였다.
서울대 동기동창 김지하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서울대학 본부 옆
느티나무에 시에 그림을 곁들여 시화전을 열었다.
고관대작에게는 삽살개가 서민에게는 맹견이더라!
김지하는 학림다방에서 오적 담시를 자주 암송했다. 담시(譚詩)란? 자유로운 형식의 짧은 서사시다.
박근혜을 비롯해 상당수 정치인들은 윤동주의 ‘서시’
서청원과 정몽준도 서시를 애송했다고 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백기완은 어릴 때 고향 구월산 밑 과수원집의 머슴할멈이
자주 읊조리던 작자미상의 시 ‘왱왱 찌꿍’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로 숨진 여성운동가이자 시인인
고정희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를 자주 읊었다고 한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못 가랴
/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