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화가
초겨울의 화가
지난밤에도 별은 파랗게 언 얼굴로 울었다
밤 새워 동면을 거부한 화가는
빈 화폭의 가난이 부끄러워
표백한 아침별을 주우며 다시 문을 걸었다
빈들에 신들린 깃발들이 달려간다.
뒷산 돌 구렁에 돌아눕던 바람들이
비수 같은 은빛 햇살을 안고
꽃상여 울음행렬 앞지른다.
사람들은 느리게 만가(輓歌)를 부르고
길 잃은 청맹과니 영혼은
닫혀 진 문을 기웃거리며
살얼음 꽃자리에 발을 헛디디는데
아이들은 시린 손으로 연을 날린다.
새들이 떠난 하늘이 두려워
몸살 앓는 언 울음에 가슴을 죄면
빈 둥지위에 창백한 낮달이 떨어진다.
자유를 꿈꾸는 자의 은밀한 불빛은
빈 화폭위에서 빛을 잃고
잠들지 못하는 별을 위해 기도하는
얼음 박힌 손 하나
깊고 깊은 어둠의 사슬을 푼다.
첫댓글 좋은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시방에 재게시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