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가족 23-21, 형님, 나 왔어요
간혹 내리는 빗줄기가 고맙다.
아저씨는 춘수 형님 첫 기일이 지나면서 비가 오기만을 고대했다.
비가 오면 직장을 쉬기에 미뤘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안당 가기 전에 유골함 앞에 놓을 꽃을 사야겠지요?”
“딴 사람은 꽃이 많대요. 형님도 꽃이 있어야지요.”
형님 뵈러 가는 길에 소품 파는 가게에 들렀다.
여러 조화 중에서 가장 작은 꽃장식을 두 개 골랐다.
“사진도 넣으면 좋을 낀데.”
“그럼 사진 넣을 액자도 사시겠어요?”
“온 김에 사지요.”
액자가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저씨가 원하시니 그것도 샀다.
한 번 와본 길인데 가는 길이 헷갈렸다.
마침 산책하는 분에게 길을 물어 무사히 도착했다.
아래쪽에 주차하고 백춘덕 아저씨와 나란히 걸었다.
“워낙에 가물라서 나무가 힘이 없다.”
아저씨는 산소 군데군데 심긴 나무와 꽃을 보며 한마디 거든다.
방명록에 사인하고 2층으로 향했다.
안내하는 분에게 꽃을 넣을 거라고 했더니 드릴을 가져와 유리문을 열어준다.
아저씨와 의논해 비닐 벗긴 꽃장식을 양쪽에 넣었다.
액자는 생각보다 커서 넣을 자리가 없다.
“사진은 다음에 창근이 오만 그때 넣으만 되지요.”
아저씨는 아쉬운 마음에 조카 핑계를 댄다.
“그래도 꽃이 있으니 영 낫네. 형님, 나 왔어요. 창근이는 못 온다 캐서, 다음에 오만 같이 오깨요.”
두 손 모아 기도하던 아저씨가 갑자기 맨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이내 두 번 절하신다.
“형님, 잘 있어요. 나, 가요.”
“형님 뵙고 가니 마음이 어떠세요?”
“못 와서 그슥했는데 이자 마음이 핀해요.”
“언제라도 창근 씨 내려오면 함께 형님 뵈러 다시 오시면 되죠.”
“그래야지. 창근이가 빨리 일자리 잡아야 될 낀데, 그기 걱정이라요.”
2023년 6월 21일 수요일, 김향
백춘덕 아저씨에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형님 봬서 마음이 편하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향 선생님, 고맙습니다. 신아름
맨바닥에 절하시는 아저씨 심정을 조금은 이해합니다. 형님 첫 기일에 다녀오시니 감사합니다. 꽃과 액자까지. 월평
첫댓글 아저씨가 기일 챙기도록 거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