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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1994년어느늦은밤
브금백과 EXO M 시우민 여시
김 슬기 ( 26. OO대학교 경영학과 조교 )
OO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모교 경영학과 대학원생겸 조교로 일하는 중이다.
사실 학창시절부터 지금껏 경영학과 보단 유아교육과,사회복지학과 같은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어울린다는 소릴 많이 듣고 살았지만 대학시절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을 정도로
친구들과 교수들이 인정하는 노력파며 수재다.
귀염성있는 외모처럼 성격도 밝고 명랑하다.
모난데 없이 둥글둥글하고 붙임성도 좋아서 조교 일을 하며 학생들과도 곧잘 어울리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
학과 내 교수님들의 신뢰도 두텁다.
그렇게 평탄한 조교 생활을 하던 중 새로 부임했다는 어느 젊은 교수와 마주치게 되면서 평화롭던 생활이
조금씩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엇나가게 된다.
오 상진 ( 37. OO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새로 부임하자 마자 경영학과는 물론 대학 최고의 인기 교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반듯 깔끔 스마트한 외모에 알찬 강의내용, 학생들에게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멘토같은 느낌에
말 한마디도 진중하고 상냥하게게 하는 소위 말하는 '젠틀스윗'의 결정체다.
성격도 보는것과 같다. 젠틀하고 다정하며 진중하고 상냥한데 외모까지 완벽하다.
그런 그에게 딱 하나 단점은 바로 지독한 일 중독자라는것.
혹자는 그를 책과 논문을 끼고 산다하여 활자 중독자라고도 하지만
그것 역시 일과 공부에 빠져 산 덕분에 얻게된 부수적인 별명일 뿐이다.
덕분에 이렇게도 완벽한 교수에게 필연적으로 생긴 단점은 바로,
남자로선 매력적이지만 사람으로선 몹시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것이다.
등 떠밀려 나간 선자리에서도 맞선녀를 앞에 두고 정치,경제,사회 같은
맞선 자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만 떠들다 올 정도로.
그래서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여지껏 솔로인건 이상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납득이 간다.
그래도 외로움이라곤 느끼지 못하고 사랑에 무감한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어느 조교 때문에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 안녕하세요. "
" 아, 새로 왔다던 조교? "
학교 다닐땐 계시지 않던 교수님이었다.
인수인계를 해주던 전 조교 언니가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이 있다며 인사를 드리고 오라는 말에 간 연구실엔
교수치곤 제법 젊은 느낌의 멀끔하게 잘생긴 남자가 있었다.
처음 뵙는다는 머쓱한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든 교수는 다가가기 힘든 느낌과는 달리
퍽 다정스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반겨주었다.
목소리가 나직해서 듣기가 좋았다.
*
새로 오게 된다던 조교였나 보다.
노크소리 끝으로 열리는 문틈 사이에 빼꼼 고개를 들이민 얼굴은 아직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앳된 얼굴의 신입조교였다.
조금 어색한듯 하지만 예의바른 말투로 건네는 모습이 꽤 좋은 인상으로 남는것 같았다.
혹 시킬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시라는 말도 어색한 얼굴로 하는게 귀염성 있는 얼굴과 어울리는것 같아
괜한 웃음이 나려다 참았다.
아무튼 인상 좋은 친구인건 확실했다.
" ...에? "
" 아...내가 너무 재미없는 말을 했나? "
확실히 대체적인 평처럼 오 교수는 똑똑하고 배울점이 많은 사람인건 확실했다.
하지만 '재미없는 사람' 이라는 평도 확실했다.
서류 배달을 하다가 들른 오 교수의 연구실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논문 하나를 보고 질문을 했던게 화근이었다.
대학시절 공부도 열심히 했고 나름 대학원생인 나도 반 이상은 알아듣지 못할 어려운 논문 이야기를
저렇듯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한다. 마치 식사는 했어? 날씨 좋지? 하는것 처럼.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저 얼굴에 재미까지 있었으면 오 교수 인생은 참 피곤했을거야.
요새 학계에서 주목받는 학자가 내놓은 논문을 새로 온 김 조교가 제법 흥미있게 보는 눈치였다.
그래도 쉽게 이해 할 얘기가 아니었는데 한참 얘기를 듣던 김조교가 조금 얼빠진 얼굴로 반문하는 모습에 좀 아차 싶었다.
절친한 친구들이 가끔 ' 넌 겉은 멀쩡한데 속엔 왠 늙은이 하나가 들어 앉은것 같아. ' 라고 했던 말이
무심결에 떠올랐다.
그러니까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거에요? 하는 김조교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민망한 웃음이 났다.
" 김 조교 우산 없으면 같이 쓰고 갈래요? "
" 그래도 될까요..? "
오후부터 날씨가 꾸물꾸물 하더니 비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챙길까 말까 하다가 집에 두고 온 우산이 생각나 안타까운 탄식이 나왔다.
경영대 건물 현관에서 서서 우물쭈물 하는데 뒤에서 나타난 오교수가 우산을 펴며 말을 걸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학교 앞 새로 이사간 오피스텔에 오 교수도 살고 있었다.
그것도 우리 집과 바로 옆집.
어차피 가는 길 이라면 괜찮을거야.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오 교수가 들고 있는 우산 아래로 같이 들어갔다.
키가 큰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 머리 하나는 거뜬히 큰것 같다.
그리고 이건 집 앞에 오고 나서야 알게 된 건데
비 한방울 튀지 않은 내 겉옷과는 달리 오 교수의 왼쪽 어깨는 푹 젖어 있었다.
업무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쏟아지는 빗방울을 바라보고만 있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표정이 보이는것도 아닌데 뒷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안절부절 못하는게 보이는것 같아 괜히 웃겼다.
우연히 출근길 엘레베이터 앞에서 만난 김 조교와 같은 오피스텔, 바로 옆집에 산다는걸 알게 됐다.
어차피 가는길도 같을테니까 같이 가자는 말에 김 조교가 우물쭈물 하더니 '실례합니다' 하고 우산속으로 들어왔다.
키가 작은 줄은 알았지만 어깨 아래로 오는 동그란 머리가 귀엽다.
집 앞에 도착해서야 내 어깨가 젖은걸 보고 당혹스러워 하는 얼굴도.
" 왜 그렇게 보세요..? "
" 그냥요. "
오 교수 연구실에 전달할게 있어서 들렀다가 티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꽃다발을 발견했다.
시상식에서 받은 꽃인데 처치곤란이라고 하길래 길다란 병을 가져다 놓고 꽃을 꽂는 와중에 돌연 얼굴이 뜨거워진다.
고개를 들어 보니 방금까지만 해도 노트북을 들여다 보던 오 교수가 내 쪽을,그것도 정확히 나를 보고있다.
혹시 뭘 잘못했나 싶어 물으니 그냥 보는거라는데 저 훈훈한 미소는 뭐야.
언젠가도 본것 같은, 그러니까 늘 짓고있는 표정이고 미소인데 기분이 괜히 묘하다.
우편물을 전달하러 와서는 저걸 어쩌지 싶었던 꽃다발을 풀어 병에 착착 꽂는 모습이 새삼스럽다.
몇 번 집을 같이 가고, 또 몇 번 학교도 같이 오면서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연구실에 있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게
저런 모습은 또 처음인데 뭐가 그렇게 신나나. 싶으면서도 딱 또래의 여자애 같아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왜 그렇게 쳐다보냐 묻고 다시 나를 의식하며 당황하는 모습도
내가 알던 그 김 조교 같아서 아무튼 여러모로 보고 있으면 즐겁다.
아무래도 같은 곳에 살고 있다 보니 업무를 끝내고 집에 가는길이 많이 겹치게 된다.
어쩌다 같이 귀가하는 길이 이른 저녁이고 둘 다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
대체적으로 오 교수의 제안에서 시작해 저녁을 함께 먹는 일이 종종 있는데
재미없는 오 교수랑은 밥 먹으며 무슨 얘기를 할까 걱정했지만 조금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어본 그는
몹시 의외의 구석이 있었다.
완벽하고 철저하며 매사 철두철미 할 것 같은 그도 사실 엉뚱한 생각을 가끔 하는데다
의외로 실수도 많이 하는 사람이고 덜렁대는 면도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늘 입꼬리만 올려 웃던 그 인자해 보이던 웃음 말고
별 거 아닌 얘기에도 이렇듯 끄끄 소리를 내며 편하게 웃는 모습도 있었다.
지금껏 알던 오 교수는 완벽하고 멋있지만 재미없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오 교수는 조금 헐렁하지만 매력있는 남자랄까.
함께 식사를 하다 보면 김 조교는 참 내숭 없이 뭐든 잘 먹는다는걸 금방 알 수 있다.
한식이나 양식도 가리지 않고 나오면 나오는대로 주면 주는대로 만든 사람 기분 좋게 참 잘 먹는다.
그 모습이 다람쥐 같이 귀여워서 먹는걸 멈추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안 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 그스뉨은 웨 은드스여?' 하는데
진짜 박장대소가 터질뻔 한 걸 간신히 참은게 한 두번이 아니다.
웃음을 참기 위해 되려 더 낮은 목소리로 아,이제 먹으려고요. 하면
'맛이 없으세요? 난 왜 맛있지..' 하는 중얼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럴 땐 진짜 저 하얀 볼을 아프지 않게 한 번만 꼬집어 보고 싶다. 뭐 이런 생명체가 다 있을까.
" 관심있는 여자한테 데이트 신청을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
" 교수님 연애하세요? "
" 연애는 아니고 그냥 뭐.. "
" 그냥? "
" 짝사랑? "
" 아아 짝사랑. 음,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고 해보세요. "
" 그럼 김 조교 나랑 주말에 영화 보러 갈래요? "
저렇게 완벽한 남자도 짝사랑을 하는구나 싶으면서도 연애쪽으론 전혀 무감한것 같은 오 교수가
누군가를 짝사랑 한다는 말이 괜히 듣기가 싫었다. 이건 분명 질투가 분명한데
그가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내가 질투를 느낀다는게 정말정말 인정하기 싫어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근데 주말에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해보랬더니 갑자기 나더러 영화를 보잔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가 혹시 나한테 연습을 한건가 싶었는데
" 연습 아니고 진짠데. 나 김 조교 좋아해요. "
나 어떡하지?
진지하게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이건 분명 내가 김 조교를 좋아하는게 맞는것 같았다.
안 보면 보고싶고 같이 있으면 좋고 가끔 김 조교가 웃으면 기분이 이상하다.
설렌다는게 정확히 어떤건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이게 설레임이 맞는것 같다.
빙빙 돌려 말하고 돌려 표현하며 소위 말하는 '썸' 타는거 그런거 잘 모르는 사람이라 그래서 솔직히 말했다.
그러셨군요. 하며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일거란 생각은 안했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정말 상상도 못했다며 뜨악스러워 하는 반응이라 조금 난감하다.
" 교수님이 절 왜 좋아하세요? "
그런데 이 질문엔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 김 조교, 이번주 금요일에 시간 되면 같이 저녁 먹을래요? "
" 그 날은 선약이 있어서요. "
" 토요일은? "
" 그 날도요. "
" 그럼 일요일날 만나면 되겠다. "
" ...교수님 진짜 저한테 왜그러세요? "
이 사람 참 그렇게 안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극적이다.
매사 신중하고 젠틀한 오 교수가 자기 마음을 고백한 뒤로 이렇게 대놓고 들이댈 줄 몰랐다.
사실 그가 나더러 좋아하는것 같다고 했을때 싫은 마음보단 좋은 마음이 분명 더 컸지만
이리도 당혹스러운것은 아마 너무너무나 적극적으로 나오는 오 교수의 태도 때문인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알 던 오 교수라면 소심까진 아니어도 조심스럽게라도 다가와야 하는거 아냐?
이 뻔뻔하고 당연한 태도는 뭐지? 이러니까 뭔가 의심스럽잖아.
데이트신청을 했다가 벌써 몇 번이나 차였는지 이젠 가늠도 가지 않는다.
나름대로 승부욕도 있고 자존심도 있는 내가 이정도 됐으면 포기하거나 더럽고 치사하다며 그만둘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될 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든다.
혹시 김 조교가 날 싫어하나? 내가 남자로서 전혀 매력이 없나?
하는 암담한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내가 내 매력을 어필하거나 나에대한 김 조교의 감정을 진전시킬만한 그런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성격이 전혀 아니라서 매번 이러고만 있다.
밀당? 썸? 그런거 뭐야 어떻게 하는건데. 차라리 연애 교과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 교수님이 저 좋아한다는거 안 믿어요. "
" 왜요? "
" 절 잘 모르시잖아요. "
" 모른다고 생각해? 왜? "
사실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내가 자존감이 낮은건 아닌데 저렇게 외모 반듯하고 직업 든든하고 정말 괜찮은 남자가
아직 학생인 나를 왜? 내가 귀엽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여신까진 아닌데.
" 나 연애도,여자 마음 같은것도 몰라서 어떻게 해야 김 조교를 꼬실수 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그냥 좋으면 좋다고 말 하는것 밖에 없어.
그니까 내 진심은 의심 안해도 돼요. "
아아,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온다.
갑자기 한다는 소리가 내 마음을 안 믿는단다.
대체 얼마나 더 솔직해지고 얼마나 더 표현해야 믿는거지? 남들은 쉽게도 연애하던데 난 왜 이렇게 어려운가.
아니다, 연애가 어려운게 아니라 이 여자가 어려운 여자다.
" 교수님은 뭐, 그리고 인기도 많으시잖아요. "
김 조교가 괜히 퉁명스런 목소리로 묻는다.
" 근데 난 김 조교한테 인기가 없잖아요. "
내내 뚱한 표정만 짓던 김 조교 어딘가 푸스스 웃은것 같기도 하다.
" 왜 저한테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시는데요. "
아아, 오늘을 달력에 적어놔야겠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한 날. 이라고.
공중파든 케이블이든 이 케미 가져다가 드라마 하나 찍어라 제발
와진짜ㅠㅠㅠ ㅔ발 이렇게 드라마한편만 찍어주세여ㅠㅠㅠㅠ설레자나여ㅠㅠㅠ
미친 개죠아 케미 봐 미쳤어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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