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팬 ‘속옷 검사’한 하이브, 강제 추행으로 처벌될수도
'하이브스러움'에 상처가 났다. 의장 방시혁의 스토리와 기업의 이미지, 방향성이 함축적으로 담긴 '하이브스럽다'라는 말 뒤에 팬 신체 수색 논란이 붙으면서다. '보디체크(Body Check)'라는 말로 둔갑된 속옷검사는 강제추행 논란으로 번졌고 팬들의 자유권을 침해한 소속사에 책임론도 등장했다.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에서 선보인 보이그룹 앤팀(&TEAM)은 7월 8일 팬사인회를 가졌다. 이날 현장에서 보안요원이 팬들의 몸을 마음대로 수색했다는 말이 나왔다. 녹음 및 촬영을 우려해 허가되지 않은 녹음기,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을 만지고 옷을 올려 속옷을 확인했다는 것.
"가슴 좀 만진다면서 만지다가 '워치죠?'하면서 날 끌고 갔다. 작은 공간으로 데리고 가더니 옷을 올리라고 하더라. 어쩔 수 없이 올렸는데 어떤 분이 문 열고 들어오셔서 내가 속옷 검사당하는 걸 봤다. 너무 수치스럽고 인권 바닥된 기분이었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팬 A 씨의 후기. 트위터에는 A 씨처럼 '속옷검사'를 당했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속옷검사'는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를 정도로 뜨거웠다. 나아가 잠재적 범죄가 취급을 당해 불쾌했다거나 만지고 찌르는 건 성추행이 아니냐는 누리꾼의 원성이 가득했다.
팬 사인회를 주최한 하이브 산하 플랫폼 위버스샵의 입장은 "반입 금지된 전자장비를 몸에 숨기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여성 보안요원에 의한 보안 보디체크'"라는 것이다. 위버스샵은 "녹음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팬과 아티스트가 함께 곤란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장비의 반입을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면서 전자장비를 몸에 숨겨 반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 신체를 수색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또 "보안 상의 이유라고 해도, 그것이 팬분들을 불편하게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현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잘못을 인정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잠시 터치하겠습니다'라는 안내 멘트를 한 후 손등으로 전자기기 의심 위치를 대략 체크했고, 팬 스스로 기기를 제거하도록 안내했다. 옷 속에 손을 넣거나 옷을 직접 올리는 등의 행위는 없었다"고 2차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근거 없이 신체를 수색하는 것은 위법 행위다. 신체수색죄가 사문화된 규정이라 해도 형법 제321조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신체 수색이 불법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라면 위법성조각사유(형식상 범죄 또는 불법 행위의 조건을 갖췄지만 실질적으로는 범죄나 위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유)가 될 수도 있으나, 이 행사에서 불법적인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사회상규상 수색이 허용되는 통상적인 범위는 있을 수 있으나 주최사나 보안요원에게 팬들의 신체를 수색할 권한을 찾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수색을 당한 팬들이 추행으로 느낄 정도로 불쾌감을 느꼈다고 토로했기에 피해자가 이에 대한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접수할 경우 책임을 피하기 쉽지 않다.
노종언(사법연수원 40기)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강제 추행은 성별 불문이다. 여성 보안요원이 여성 팬을 만졌다고 하더라도 강제적인 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 하이브 관계자들이 이 상황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았다면 '미필적고의'가 인정된다. 이 정도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강제 추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 팬들이 (하이브를) 고소 고발한다면, '미필적고의'가 있으므로 처벌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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