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과 2006년 이글스는 페넌트레이스 성적이 <중상위권>이었습니다. 하지만 99년에는 우승, 06년에는 KS에서 비교적 명승부를 벌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람들은 99이글스가 막강한 타력을 가진 팀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일부 맞는 기억입니다. 하지만 99년은 사상 유래없는 <타고투저> 시즌이었고 그해 이글스의 공격력은 대개 3위권 정도였지 "리그 최강"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2006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태균이 <커리어 로우> 성적을 기록했고 2004년 3할을 기록한 이범호는 이 시즌에 .257로 떨어졌지요. 당시 타격코치에 대한 팬들의 분노와 비난은 굉장히 거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역시 야구가 투수놀음이기 때문입니다. 99년에는 정민철-송진우-이상목 라인이 튼튼했고 06년에는 류현진-문동환-송진우 라인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두 시즌 우리 투수력(그리고 전력)이 탄탄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 사람 덕입니다.
(사진은 몇년 전 인터넷 웹서핑 중 발견한 것으로, 출처는 찾지 못했습니다)
저런 사람이 마무리를 해야 되는데
지금 우리는 마흔살 노장이 5~6이닝 언저리를 잘 버텨줘도 결국 후배와 외국인들이 그걸 지켜주지 못합니다.
06구대성과 12션헨의 갭을 보면서, '강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강팀이 갖춰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훌륭한 선발 / 강력한 중심타자 / 튼튼한 마무리 / 공수겸장 포수&유격수&중견수 / 실력 좋은 외국인 선수
이글스는 대개 훌륭한 선발과 강력한 중심타자는 가졌습니다.
튼튼한 마무리는 딱 한번 가져봤고
실력 좋은 외국인이 예전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없습니다.
그리고 공수겸장 포수&유격수&중견수는 20년 전에 한번 있었지만 지금까지 없습니다.
훌륭한 선발은 송진우-정민철-한용덕을 15년 넘게 활약해줬고, 외부에서 온 문동환이 좋은 성적을 찍었으며
운좋게(?)이글스에 입단한 류현진이 7년 가까이 버텨주면서 세운 기둥입니다.
사실 지금도 '에이스'가 있는거지 선발이 강하다고 보기는 힘들죠.
강력한 중심타자, 특히 오른손 거포는 다른 팀 대비 잘 나옵니다. 이건 충분히 인정할 일이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유승안-장종훈-송지만-김태균-이범호-김태완-최진행.... 20+홈런 타자가 이만큼 나온건 칭찬해 줘야죠.
문제는 나머지 부분입니다.
이정훈-데이비스는 KBO '올타임급'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나 그 뒤로 중견수 맥이 끊겼습니다.
백재호 황우구부터 시작해 2000년대 중후반까지 내야수 요원을 계속 뽑았으나 '잘 하는 유격수'를 키워본 적 없고
조경택-신경현은 전성기에 8개구단 중위권 포수였습니다.
최근에는 대졸 포수들을 계속 데려다 모으고 있는데 그 결과는 몇년 지나야 나타나겠죠
로마이어의 3루타로 우승했고 데이비스같은 중견수를 7년동안 가졌으니 외국인 농사 잘하긴 했지만
올 시즌 최하위로 떨어진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영입 실패입니다.
이러니 야구를 잘 할 수가 없습니다.
설명하기 좋게 <기본기가 약하다> <센스가 없다> <투지가 부족하다>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결국 선수를 발굴해서 데려오고 연습시키고 실전에서 부딪히는 모든 과정이 다른 팀에 밀리는 겁니다.
주위 환경을 뛰어넘는 <천재형> 선수가 2~3명 운좋게 모인 시즌에는 야구를 제법 잘하고
그렇지 않은 시즌에는 야구를 못하는 거죠.
솔직히, 이글스 이름 달고 야구를 잘한 시즌은 27년 중 9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6년은 약팀이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88~92빙그레 / 99한화 / 05~07한화 말고 이글스가 <강팀>이었던 적이 있습니까.
다른 팀이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다른 팀 팬들이 자꾸 지니까 싫어했던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없을겁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시키고 싶으면
스카우터를 늘리고 2군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외국인의 연봉을 더 주고 노련한 코치와 감독이 와야 됩니다.
두산이 FA영입도 잘 안하고, 심지어 자팀 선수들 자꾸 뺏겨서 응원팀 팬들조차 '빈산'이라고 욕하죠 (빈곤한 두산)
그 두산이 화수분야구를 하는 건 김경문 감독 덕이기도 하지만
일찌감치 2군 선수단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 어린 선수들을 매년 해외로 보내 교육리그에 참가시킨 결과라고 봅니다.
4년연속 최하위 롯데가 5년째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게 로이스터 감독 덕이기도 하지만
상동에 훈련장을 만들어 젊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계속 담금질을 해준 덕분이란 말입니다.
롯데 2군에서 '미다스의 손'이었던 정영기 감독이 지금 이글스 2군에 있는데,
우리는 손아섭 전준우 같은 선수가 안 나왔죠.
정영기 감독이 갑자기 무능해졌을까요?
그게 아니라 시설과 투자가 부족했고, 예년보다 돈을 좀 쓰기 시작했지만 그 기간이 아직 짧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보통 팬들은 단편적인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부분을 가지고 비판하니까, 8회에 바티스타가 나와야 되냐 안승민이 나와야 되냐 그런 논쟁을 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팀이 강해지려면 8회에 누가 나올건지보다 더 먼저 결정하고 움직여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삼성은 80년대 90년대 00년대 모두 강팀입니다.
두산은 10년 전에도 강했고, 지금도 야구를 잘합니다.
저런 게 강팀이지
천재형 선수 몇명이 묘수를 부려서 포스트시즌에 몇 번 나가는 건 진짜 강팀이 아닙니다.
그건 막말로 <운>이겠죠.
KBO도 이제 부익부빈익빈입니다.
환경에 따라,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겁니다.
승보다 패가 많아도 야구를 제법 재밌게 즐기는 팬들도 적지는 않습니다. 저부터도 그러니까.
그런데, 자꾸 약팀쪽으로 가면 구단에서 원하는 '홍보효과'는 아마 좀 덜할겁니다.
그러니 구단에서 좀 정석대로 움직여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구대성이 정말 그리워지는 경기였습니다. 9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 오승환이 마운드에 서있는데. 여기서 점수 내면 기적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찬스도 상대 투수가 너무 강하면 찬스같이 느껴지지 않게 하는..그런 위대한 마무리가 그립습니다. 구대성이 그랬었는데..ㅠ.ㅠ
구대성이 있었죠. 맞습니다. 그래야 안정적인 강팀이 되죠.
마무리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무사 3루, 혹은 1사 3루에서 희생플라이 보고싶은 마음이 더 간절합니다. 예전에 장종훈 선수가 힘이 많이 떨여졌어도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희생플라이는 꼭! 쳐주곤 했죠~ 간혹 얕은 희생플라이어서 불안하긴 했지만, 아슬아슬하게나마 득점은 했었던... 너무 그립습니다.
얼마전 최훈카툰에 다른팀 팬들이 마지막까지 염통이 쫄깃해지도록 식은땀 흘려가며 응원하는데 삼성팬들은 '승환이 나왔다, 야식먹으러가자' 하는 컷이 있었습니다. 어제도 딱 그랬는데요, 저도 '구대성 나왔다, 야식먹으러가자' 그때가 그립다 했더니 옆에 계시던 아빠가 혀를 끌끌 차셨습니다. 지금 뭐하나.. 하시면서요...호주에서 뛰신다죠?
베리 굳!!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서산구장 얼른 짓고.. 아 스카우터 정말 아쉬워요
근데 정확하게 하고 싶은 말이 뭔지를 모르겠네여...
그러니 구단에서 좀 정석대로 움직여주면 좋겠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시키고 싶으면 스카우터를 늘리고 2군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외국인의 연봉을 더 주고 노련한 코치와 감독이 와야 됩니다. <-------- 설명하기 좋게 <기본기가 약하다> <센스가 없다> <투지가 부족하다>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결국 선수를 발굴해서 데려오고 연습시키고 실전에서 부딪히는 모든 과정이 다른 팀에 밀리는 겁니다.
그동안에 성적이 잘나왔을때는 몇몇의 천재형 선수에 의해서 이루어 졌지만, 앞으로는 구단에서 정석적으로 움직여서 지금의 상황을 진정한 강팀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쿠옹 사진 보는 순간 가슴에서 먼가 울컥하네요ㅠㅠ
동감입니다
서울태생인 제가 빙그레시절부터 한화까지 응원한건 정민철, 구대성 선수때문이었습니다. 구대성 선수.. 보고싶어요..
동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용병술, 훈련 강도 차이는 8개 구단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합니다. 가을야구를 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전패 없는 감독이 있겠습니까. 한화도 한대화 감독이 들어 훈련 강도가 엄청 강화됐다고 들었습니다. 시험지만 받으면 공부한 게 기억이 안 나는 수험생처럼 실전에 들어가면 훈련내용은 나 몰라라 우왕좌왕하는 것이 한화 선수들 모습 같습니다. 감독 용병술하면 김성근 감독은 예외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도 SK의 전폭적인 투자가 없었으면 성적을 내지 못 했을 겁니다. 구단의 끊임없는 선수 투자만이 한화가 강팀이 되는 날을 앞당길 겁니다
96년과 01년은 4강 진출~~~~96 구대성 투수 4관왕받었던 해가 맞나요? 01년은 김태균 입단 신인왕?? 맞나요?
08전반기2위도;; 후반기 폭망했지만 그래도 승률 5할은 넘겼죠. 그래도 전보다는 후반기 교육도 보내고 2군구장도 짓고 있고, 투자는 분명히 늘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건 단기간에 효과를 볼수있는게 아니죠. 남들보다 늦은만큼 그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뿐이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