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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샐러리맨서 ‘AI 스마트팜’ 주인으로
[2023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스마트팜, 스마트잡
토마토 첨단농장 일군 김태훈씨
대기업 정보기술(IT) 개발자에서 스마트팜 운영자로 변신한 김태훈 씨가 21일 전북 익산시 황등면 스마트팜에서 대추방울토마토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익산=이정훈 기자
“로봇이 파종부터 수확까지 마무리하는 스마트팜을 완성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김태훈 씨(47)는 21일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위치한 자신의 인공지능(AI) 스마트팜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 정보기술(IT) 개발자에서 대추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스마트팜 운영자로 변신한 김 씨는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AI를 접목한 첨단 농장을 구축했고, 매년 추가 투자를 통해 시설을 고도화하고 있다.
4520㎡(약 1370평) 규모로 조성된 스마트팜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통합제어시스템이 가동된다. 시간대별로 적절한 수분량을 공급하는 건 물론 비닐하우스 내 온도와 습도, 광량, 이산화탄소까지 자동으로 제어한다.
이날 방문한 스마트팜 곳곳에는 레일을 따라 각종 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실내 온도가 적정 온도인 25도보다 높아지자 열 배출이 저절로 진행됐고, 비료도 정기적으로 공급됐다. AI 카메라를 활용해 로봇이 해충 퇴치가 필요한 곳을 찾아 이동하며 방제 작업도 실시했다. 곳곳에서 들리는 로봇과 기계 소리는 농장이 아니라 공장을 연상케 했다. 통합제어시스템은 컴퓨터는 물론 김 씨의 휴대전화로도 제어할 수 있다. 김 씨는 “로봇이 대부분의 작업을 맡는 스마트팜이 확산되면 인건비 등 비용이 대폭 줄고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죽은 나무를 친환경 비료로… ‘바이오 차’ 특허 따고 자급 이뤄
스마트팜, 스마트잡〈2〉 농-산촌에서 펼치는 제2인생
봉화서 두릅 재배 신근영-동진 남매
로봇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김 씨는 2011년까지 대기업에서 잘나가는 IT 개발자였다. 하지만 업무는 계속 늘었고 출장이 잦아지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다.
답답함을 느끼던 중 간호사인 아내가 귀농을 제안했다. 김 씨는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시절이었는데 IT 활용 농장을 만들어 보자는 아내 제안에 눈이 번쩍 뜨였다”고 했다.
아내와 자녀의 지지로 결심을 굳힌 김 씨는 공부부터 시작했다. 2011년 한국농수산대 과수학과에 입학해 2014년까지 기본을 익혔다. 산림청 등이 운영하는 교육 과정도 이수했다.
공부 시작 7년 만인 2018년에야 온실 건축을 시작했다. 첫 토마토 재배를 시작한 건 2020년이었다. 귀농 결심 후 약 10년 동안 준비에 매달린 것이다. 김 씨는 “그동안의 학습 내용과 여러 조언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후 재배 품목을 대추방울토마토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실패 거듭하며 진화한 스마트팜
그렇게 준비했음에도 첫해 수확은 실패했다. 지식은 풍부했지만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토마토황화잎말림 바이러스(TYLCV)까지 퍼지면서 3300㎡(약 1000평) 남짓한 땅에서 기르던 토마토를 대부분 폐기했다. 하지만 김 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성공 경험을 쌓아 나갔다.
김 씨는 국내 최초로 로봇을 100% 활용한 스마트팜을 구상하고 있다. 로봇이 토마토를 직접 수확하고 운반해 출하까지 마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농촌진흥청과 자율주행 자동운반로봇 실증실험도 계획 중이다. 김 씨는 “사람은 한 번에 약 80kg의 수확물을 옮길 수 있지만 로봇은 한 번에 250kg까지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대비 시스템도 구상 중이다.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 온실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은 경험 때문이다. 김 씨는 “스마트팜은 비 피해를 입으면 센서 등이 망가지면서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이상 기후에 대비하는 설비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산촌 성공 모델 만드는 남매
지난해 경북 봉화군 산지를 개간해 만든 작업장에서 신근영(왼쪽), 동진 씨 남매가 고사목을 친환경 비료로 만드는 ‘바이오 차(Bio char)’ 기계를 제작하고 있다. 신근영 씨 제공
산촌에서 성공 모델을 만드는 청년들도 있다. 신근영 씨(28·여) 남매가 그 주인공이다.
대구의 한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던 근영 씨는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본가인 경북 영주로 내려왔다. 원격 수업을 듣던 중 저렴한 산지를 사서 농작물을 심으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르바이트와 쇼핑몰 운영으로 모은 돈으로 경북 봉화군의 3300㎡(약 1000평) 규모 산지를 매입했다.
산지를 개간하려면 벌목부터 해야 했는데 전문 업체에 맡기려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근영 씨는 남동생 동진 씨(26)와 함께 전기톱 두 자루를 구입한 후 직접 벌목에 나섰다.
그런데 벌목한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돼 팔 수 없게 됐다. 고민하던 남매는 고사목 처리 기계를 직접 개발했고, 친환경 비료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찾았다. 근영 씨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바이오매스(생물자원)와 숯의 합성어인 ‘바이오 차(Bio char)’에 대해 알게 됐다. 이를 고사목 처리 기계에 접목한 것”이라고 했다.
기계 제작은 10대 때부터 건설 현장에서 용접사로 일했던 동진 씨가 맡았고, 4차례 시도 끝에 ‘바이오 차 제작 기계’를 완성해 특허를 취득했다. 이어 지난해 봉화군 봉화읍 도촌리에 산지 8만2000여 ㎡(약 2만4800평)를 구입해 개간에 나섰다. 벌목 후 고사목을 퇴비로 만들어 개간지에 뿌렸고, 올해는 두릅 재배를 시작해 첫 수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근영 씨는 “기존 임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익산=이정훈 기자, 봉화=명민준 기자
“유튜브보다는 정부-지자체서 노하우 배워야”
[2023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정광윤씨, 복분자 등으로 억대 수익
제철회사 떠나 두릅 재배 조성윤씨
“주말마다 농장서 일하며 경험 쌓아”
2021년 귀농한 정광윤 씨가 전북 진안군 주천면 농장에서 복분자의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지난해 귀농한 조성윤 씨가 전북 순창군 인계면 밭에서 두릅나무의 순을 자르는 모습. 진안·순창=이정훈 기자
“2021년 귀농 후 농사를 지었는데 사전 준비를 제대로 안 한 걸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2000만∼3000만 원 수익을 올렸는데 인건비를 빼니 사실상 남는 게 없더군요.”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시도 중인 전북 진안군 주천면의 귀농인 정광윤 씨(62)는 인천에서 안전물품 제조 판매 사업을 하다 2년 전 몸이 편찮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진안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유튜브를 보며 그 나름대로 귀농을 준비했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정 씨는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말을 듣고 대추와 복분자 재배에 뛰어들었는데 초반부터 각종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귀농 이듬해인 지난해 정 씨는 마음을 다잡고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의 영농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다.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의 ‘귀산촌 스타트업 교육과정’도 수강했다. 정 씨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약 3900㎡(약 1200평) 면적에서 대추를, 약 2만4100㎡(약 7300평) 면적에서 복분자를 재배하며 억대 소득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진안고원부자농원’이란 사업체도 설립했다.
정 씨는 “귀농에 앞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익히는 게 좋다”며 “초반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지역 주민들과 친분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제철에 다니다 지난해 전북 순창군으로 귀농해 두릅을 재배하는 조성윤 씨(59)도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사에서 정년을 앞둔 조 씨는 2018년부터 한국임업진흥원 교육을 통해 귀농을 준비했다. 주말마다 틈틈이 농장을 다니며 현장을 경험했다. 휴가 때도 귀농 준비에 매진했다. 덕분에 초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고 2년 차인 올해부터 두릅 재배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조 씨는 지금도 병충해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대처법을 배우는 중이다. 조 씨는 “무턱대고 농지를 구매한 후에 집을 짓겠다고 나선 이들 중 대부분이 귀농에 실패하더라”며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선 농사를 짓기 최소 1년 전부터는 현지에서 살다시피 하며 지역 주민들의 조언을 듣고 동시에 실전 같은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안·순창=이정훈 기자
“캠핑 테이블 만들며 1년 내내 휴가 떠난 기분”
[2023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고성서 공방-카페 운영 염대현씨
“365일 동안 휴가지에서 일하는 기분이에요.”
17일 오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천진리의 한 공방에서 만난 염대현 씨(28·사진)는 “워케이션(Workation·일과 휴가를 병행한다는 뜻)을 할 수 있는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염 씨는 201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고향인 강원 속초를 떠났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공인노무사 시험에서 떨어진 뒤 국회의원 입법보좌관, 헤드헌팅 회사 직원 등을 거쳤다. 그러다 2020년 6월 서울 생활을 접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을 떠난 건 쳇바퀴 같은 도시 생활 속에서 받았던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사표를 던진 그는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캠핑을 하다 “편리한 캠핑 테이블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만의 ‘로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어 알리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우연히 알게 된 목수를 통해서 나무 다루는 기술을 배웠고, 속초에서 패션 디자인을 하던 여동생 혜원 씨(25)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염 씨가 만드는 테이블은 작은 사각 모양부터 4, 5인용 둥근 화로 테이블까지 모두 5종류다. 2019년 고성과 속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목들을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불에 탄(Burnt)’과 ‘나무(Wood)’를 합친 브랜드 ‘번투드(BURNTOOD)’도 만들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모아둔 5000만 원을 들여 속초와 인접한 고성에 건물을 임차하고 2021년 4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며 온·오프라인 매출이 늘고 있다. 염 씨는 “테이블은 상판과 받침대를 접을 수 있고, 홈을 만들어 끼우는 방식이라 설치와 해체가 편리하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공방은 염 씨의 작업장이자 사업장이다. 공방 바로 옆에는 제품 판매장과 작은 커피숍도 있다. 염 씨는 이곳에서 캠핑용 테이블을 만든다.
염 씨는 테이블과 함께 만들어 파는 친환경 섬유 티셔츠와 모자, 커피숍 매출까지 더하면 평범한 월급쟁이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도시 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 속에서 즐기는 삶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너스다. 염 씨는 “앞으로 제품을 다양화해 매출을 늘리면서 성공적 귀촌 생활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고성=이인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