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손
최금진
네가 기르는 손은 털이 없어서 춥겠구나
다섯 마리 나귀를 끌고 장사 다니는 아비도 춥겠구나
주름진 돌멩이들이 강바닥의 겨울을 어루만질 때
얼음이 너의 착한 손바닥이면 좋겠구나
손으로 잠을 건네고 또 잠을 따라 마시는 손들이
어쩌다 꺼내놓은 조촐한 음식처럼
너에게 악수를 청한다면
너는 기꺼이 내 빈 항아리를 받아주겠느냐
흙으로 만들어져서 금세 파삭파삭 부서질 나의 악수다
어떤 신의 가마터에서 구워진 보잘것 없는 것이어도
아직 불의 형상 기억하고 있으니
네가 기르는 저 다섯 가락의 길은 등불이 없어서 어둡구나
네 아비가 가죽옷을 입고 걸어간 밤이 어둡구나
부디, 나로 하여금 너를 통과하게 해다오
내가 붉은 바위굴 속에서 두려움으로 웅크리고 잠들 때
너도 짐승들을 묶고 내 곁에 누워다오
사랑 없는 사랑으로 내 인사를 받아다오
너를 손님으로 환대할 테니 나를 짐승처럼 안아다오
너에게 신의 형상 으로 기어간 짐승
짐승의 형상으로 기어간 내 손에서 겸허한 예의를 갖춰주길
낡은 도자기처럼 귀퉁이가 깨진 손을 잠시 읽어주길
신은 손 없는 도공일 테니
너와 나의 악수는 조금 덜 외롭겠구나
-《한국 동서문학》2018년 여름호
최금진
2001년 《창작과 비평》등단
시집『새들의 역사』『황금을 찾아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