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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라인 강탈 시도…기시다의 자신감 어디서
'찐일' 윤석열과 '족쇄' 한‧미‧일 협의체가 그 원천
한국 기업 강탈 위기에도 일본 입장 '쉴드' 우선
민주당 "불법적 행정지도 즉각 철회 요구하라"
시민단체들, 일본 사과·철회 국회 결의안 촉구
조국 "대통령실·정부 내 매국노들 쫓아내라"
족쇄 자청…결과적으로 기시다 꼭두각시 노릇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본 외교가 '파탄'에 직면했다. 21세기 자유 시장주의 국제질서에 정면 도전하는 일본의 라인야후 강탈 시도가 우리 대표 민간 플랫폼 기업을 겨냥해 버젓이 진행되는데도 항의는커녕 용인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면서 윤 정부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가 확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주창해온 '한일 우호·친선'이 '매국'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청 쪽 본행사장에서 광화문 쬭으로 행진하는 촛불행진 대열. 사진 이호 작가
일본, 공권력 동원해 한국 기업 강탈 시도
자유시장주의 국제질서에 정면 도전 행위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일본 총무성은 개인정보 유출이란 보안사고를 빌미로 지난 3월 5일 라인야후에 1차 행정지도를 통해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개선을 요구했다. 이어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제출한 재발방지책이 불충분하다며 4월 16일 2차 행정지도를 통해 7월 1일까지 구체적 대책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담긴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란 표현만 다를 뿐 '지분 매각'과 사실상 동의어다. 외국 민간기업인 네이버를 상대로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지분 매각 방식으로 경영권을 일본 소프트뱅크에 넘기라고 압박한 반시장적 불법 행위다. 십수 년에 걸친 네이버 구성원의 노력과 기술·노하우를 씨줄과 날줄로 삼아 구축한 아시아 최고의 플랫폼을 그냥 날로 먹겠다는 흑심에서 비롯된 것임은 물론이다.
소식을 접한 한국 내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은 10일 행정지도는 "경영권 관점에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 빼면서도 "자본 지배를 상당 정도 받는 관계와 그룹 전체 보안 거버넌스의 본질적 재검토의 가속화를 요구했다"고 말해 사태가 현재진행형임을 숨기지 않았다. 다케아키 총무상은 초대 조선 총독인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다.
라인야후 사태 주요 일지. 연합뉴스
한국 기업 강탈 위기에도 일본 입장 '쉴드' 우선
일본 아닌, 국민 상대하는 '윤석열 외교부' 빈축
문제는 이 사안을 대하는 윤 정부의 자세가 시종일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일본이 1차 행정지도를 했던 3월 5일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함구하다가, 2차 행정지도를 했던 4월 16일 이후 한국 내에 진상이 알려지면서 반일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더 큰 문제는 윤 정부가 '국가공권력을 동원한 일본의 반시장적 한국 기업 강탈 시도'를 알아서 물타기 해준다는 데 있다. '잡음 없는' 한일관계가 그 자체로 윤 대통령의 최고 목표이고, 이를 위해서라면 국익쯤은 희생해도 된다고 믿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가 바로 그렇다. 과기정통부는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 매각이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우리 기업에 지분 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자본 관계 재검토"가 '지분 매각'과 동의어인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일본 입장을 '믿어' 주는 한편, 도리어 네이버가 압박으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는 식으로 일본 정부를 '쉴드'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어 "정부는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합리한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다. 부당한 조치에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액면대로 믿기 어렵다.
더 가관인 일도 있었다. 7일 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국 내 반일 여론이 확산하자, 한국 외교부가 나서서 일본 총무성에 '전화로라도 한국 언론에 오해라고 말해 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연합뉴스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로 이어졌다. 도대체 윤석열의 외교부는 일본을 상대하는 '외교부'인지, 국민을 상대하는 '내무부'인지 헷갈릴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05.17. 연합뉴스.
민주 "불법적 행정지도 즉각 철회 요구하라"
시민단체들, 일본 사과·철회 국회 결의안 촉구
그러다 보니,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연일 윤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의 불법적 행정지도를 즉각 철회하도록 일본에 요구하라는 주장이다. 또한 여당인 국민의힘에 라인 사태를 다루기 위해 즉각적인 국회 소집도 제안했다. 시민단체들도 불법적 행정지도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는 초당적 결의안 채택을 국회에 촉구했다.
민주당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4일 원내대책회의 발언을 통해 "일본의 반시장적인 요구와 제재를 외교 사안으로 격상시켜서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기시다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도 13일 독도 방문 성명을 통해 "라인의 시장과 기술력, 데이터를 몽땅 빼앗기게 생겼지만, 윤석열 정권은 속수무책이고 무능력과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하고 "네이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뭘 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민단체도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원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일본 정부는 군사정권이나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불법적인 외국 민간기업의 지분 탈취 시도라는 이 놀라운 사태에 대해 신속하게 사과하고 행정지도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서 일본의 국격은 의심받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준비위는 "우리 정부와 국회가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일본 정부가 자본 관계 개선이라는 행정지도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제2의 독도 사태' '디지털 독도 사태'로 전면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 05. 03 [AFP=연합뉴스]
대담한 라인 강탈 시도…기시다의 자신감 어디서
'찐일' 윤석열과 '족쇄' 한‧미‧일 협의체가 그 원천
궁금한 점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가 국가공권력을 활용해 외국 기업의 경영권 탈취라는 범죄에 가까운 유례없는 반시장적 불법 행위마저 '대담하게' 시도하는 자신감이 어디서 비롯됐느냐다. 그 하나는 '친일'을 넘어 '찐일'로 불러도 될 윤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윤 대통령을 가둬놓은 한‧미‧일 3국 협의체란 족쇄에 대한 믿음으로 보인다.
기시다의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윤 대통령은 달라고만 하면 한마디 불평 없이 뭐든지 '통 크게' 다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강제동원(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무시한 채 일본 전범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면죄부를 준 '제3자 변제 해법'을 시작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복원, 전범기인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의 부산항 입항 허용, 2018년 '초계기 사태' 양보, 후쿠시마 핵폐기 오염수 방류 용인과 무해 홍보로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4.03. 01
최근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함께 윤 정부 '친일 굴종 외교'의 입안과 실행에 관여한 윤덕민 주일대사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자,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 120년을 맞는 내년에 독도를 '영유권 분쟁지'로 만들 위험이 큰 여권 없는 자유 왕래와 일제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반대 철회 여지도 내비치고 있다.
더 근본적으론 잔혹했던 일제 식민지 과거사 지우기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2년간 각 두 차례 8‧15 경축사와 3‧1절 기념사를 내놨지만, 일제의 불법 강점과 35년의 만행, 일제와 격렬하게 싸웠던 독립운동사를 희석시키는 한편, 육사에 모신 항일 무장투쟁가 홍범도‧이청천‧김좌진 장군 등의 흉상 철거를 시도하기도 했다. 올해 3‧1절 기념식에선 기념사를 읽는 윤 대통령의 배경에 '자위대' 문구가 보여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한 군 장병 정신전력 교재에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하고, 외교부 재외공관 지도에 독도를 표기하는가 하면, 최근 민방위 교육 영상에 독도가 일본 땅으로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8.18. AP 연합뉴스
윤석열 머리에 씌운 '금고아' 한‧미‧일 협의체
족쇄 자청…결과적으로 기시다 꼭두각시 노릇
기시다가 또 하나 믿는 구석은 작년 8‧18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합의한, 군사동맹화를 지향하는 정례화, 제도화된 3국 협의체다. 이 3국 협의 틀은 '제1의 적'인 중국 저지를 위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도해 만든 작품이다. 완전히 미국의 눈 밖에 날 것이란 점에서 이 틀을 깨려는 건 큰 모험이다. 이런 점을 악용해 이번에 라인 강탈 시도에서 드러났듯이 기시다는 윤석열에게 하나 다음에 또 하나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봐야 한다.
이를 거부하려면 지금의 한일관계를 깰 각오를 해야 하고, 그러면 한‧미‧일 3국 협의체의 붕괴로 이어질 텐데, 윤석열은 그런 결단을 할 만한 위인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로선 점점 강도가 세지는 기시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수밖에는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결과적으로 기시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일 3국 협의체는 바이든과 기시다가 윤석열의 머리에 씌운 '금고아'(서유기에서 삼장법사가 손오공 머리에 씌운 머리띠)에 비유할 수 있다. 자청해서 족쇄를 채운 격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3일 경북 울릉군 독도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성명을 읽고 있다. 2024. 05.13 [조국혁신당 제공]
기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 연상
조국 "대통령실·정부 내 매국노들 쫓아내라"
'징용 3자 변제안' 발표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물의 반 컵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고 일본의 성의 있는 상응 조치를 기대했지만, 일본은 그렇기는커녕 본인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집요하게 요구하면서 윤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갈수록 수위를 높이는 '독도(일본 주장 다케시마)는 일본 땅' 공세가 대표적이다. 매년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열어온 일본은 외교청서에 이어 방위백서에 "독도는 고유 일본 영토"라고 명시했고 최근에는 검정 교과서에도 실었다. 일본의 이런 행태는 우리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며 주인공 오누이의 어머니를 위협해 떡을 다 빼앗은 뒤 마지막엔 어머니까지 잡아먹은 '못된 호랑이'를 연상케 한다.
자초한 건 윤석열 정부다. 한일 우호·친선 관계 그 자체를 '절대화'하다 보니, 우리 국익과 한국민의 자존심에 반해도 일본 정부에 "노"(no)라고 못 하고 있다. 한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어민의 생계가 달린 후쿠시마 핵 폐기 오염수 방출 건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오히려 정부 예산을 들여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일본 정부를 위해 '홍보'를 해줬을 정도다.
이에 대해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그간 일본과 외교에서 무엇을 얻었느냐. 일본 총리와 친구 맺기, 오무라이스 접대받기가 전부 아니냐"면서 "대통령실과 정부에 있는 을사오적 같은 매국노들을 모두 찾아내 내쫓으라. '어떤 대가를 치러도 일본과 친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이완용 같은 친일 매국노들"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에 대한 윤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민주당·조국당을 비롯한 여야 정당과 국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당사자인 네이버 노사, 시민단체들이 다 같이 힘을 쏟을 때다.
출처 : 윤석열 대일본 외교 파탄…'매국'으로 귀결된 '한일 우호' < 외교안보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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