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 「詩의 溫度」] ㉓ 詠天(영천) 하늘을 노래하다
산뜻함과 맑음 하늘의 기색이라
형체 높고 넓어 끝없지만 듣고 보는 건 나직하네
바람·구름·천둥·비 내키는 대로 흘러 다니고
해·달·별 스스로 굴러 옮겨 다니네
백성 덮어 길러주니 공적 헤아리기 어렵고
만물 길러 성장하니 이치 넓고 멀어 끝이 없네
뉘라서 자연 조화 터득하지
저 맑고 푸른 하늘에 한 번 묻고 싶네
至氣輕淸本有儀(지기경청본유의)
산뜻함과 맑음 하늘의 기색이라
*輕淸(경청) : 산뜻하고 맑다, 가볍고 맑다, 담담하고 산뜻하다.
*儀(의) : 거동, 법, 우주의 대본, 짝, 본뜨다.
形高浩蕩俯臨卑(형고호탕부림비)
형체 높고 넓어 끝없지만 듣고 보는 건 나직하네
*浩蕩(호탕) : 가없이 넓고 크다, 탈속하여 뜻이 분방한 모양, 근심걱정이 한없이 많은 모양, 물이 넖은 모양, 베풂이 큼, 사려가 없는 모양. •浩(호) : 크다, 물이 넓고 넓게 흐르는 모양, 광대한 모양, 넉넉하다, 교만을떨다, 술을 거르다, 사물의 형용. •蕩(탕) : 쓸어버리다, 흐르게 하다, 흩어지다, 움직이다, 싹트다, 제멋대로하다, 깨트리다, 두다, 크다, 평탄하다, 넓은 모양.
*俯臨(부림) : 아래로 임하다. •俯(부) : 구푸리다, 숨다, 눕다.
卑(비) : 낮다, 천하다, 낮게 여기다, 비루하다, 가깝다, 낮추다, ~로 하여금~하게 하다.
風雲雷雨能行布(풍운뢰우능행포)
바람·구름·천둥·비 내키는 대로 흘러 다니고
*能行(능행) : ~할 수 있다, 유능하다.
*布(포) : 베, 돈, 펴다, 베풀다, 널리 알리는 글.
日月星辰自轉移(일월성신자전이)
해·달·별 스스로 굴러 옮겨 다니네
*移(이/치) : 옮기다(움직이다), 양보하다, 알리다, 여유가 있다. 크다(치).
覆育群生功莫測(부육군생공막측)
백성 덮어 길러주니 공적 헤아리기 어렵고
*覆育(부육) : 천지가 만물을 감싸 기름. 부형의 은혜. •覆(복/부) : 뒤집히다, 무너지다, 망하다, 뒤집다, 도리어, 되풀이하다, 상고하다, 아뢰다, 덮다(부), 숨어서 노리다, 덮개, 옷.
*群生(군생) : 떼를 지어 살다, 모든 생물, 만물, 중생, 여러 백성.
*測(측) : 재다(헤아리다), 알다, 맑다, 칼날이 예리한 모양.
養成萬物理無涯(양성만무리무애)
만물 길러 성장하니 이치 넓고 멀어 끝이 없네
*無涯(무애) : 끝이 없음
渾全造化其誰料(혼전조화기수료)
뉘라서 자연 조화 터득하지
*渾全(혼전) : 온전하다. •渾(혼) : 흐리다, 물 소리, 합수하다, 웅덩이, 온(모두), 섞이다, 가지런히 하다, 온전하다, 크다, 사물의 형용.
*料(료) : 되질하다, 세다, 헤아리다, 다스리다, 쓰다듬다, 급여, 거리(감), 사료, 삯.
我欲蒼蒼一問之(아욕창창일문지)
저 맑고 푸른 하늘에 한 번 묻고 싶네
*蒼蒼(창창) : 성한 모양, 초목이 무성한 모양, 머리털이 센 모양, 봄 하늘의 푸른빛, 맑게 갠 하늘의 형용, 푸른 달빛의 형용, 늙은 모양, 새벽 하늘의 형용. •蒼(창) : 푸르다, 우거지다, 늙다, 허둥지둥 당황한 모양, 사물의 모양, 푸른 경치, 쓸쓸한 모양.
―『영처시고1(嬰處詩稿一)』中 「영천(詠天)」「이덕무(李德懋, 1741~1793)」
✵詠天(영천) 하늘을 노래하다
지극한 기운이 산뜻하고 맑으니 본래 우주의 대본(大本)이요
모양은 높고 넓고 크되 아래로 임하면 가깝다네.
바람·구름·천둥·비를 베풀 수 있고
해·달·별들은 저절로 돌아 움직이네.
중생을 감싸 기르는 공은 측정할 수 없고
만물을 키우고 발전시키는 이치가 끝이 없으니
온전한 대자연의 이치를 그 누가 헤아리리?
나는 맑게 갠 하늘에 (그 이치를) 묻고 싶고나.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붙잡은 ‘봄의 전경’, No.599, 2020,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영처시고(嬰處詩稿)』의 첫머리에 나오는 시다. 『영처시고』는 이덕무가 나이 20세 때 자신의 시를 모아 책으로 엮은 생애 최초의 시집이다. 조선의 선비들 중 호(號)를 많이 사용한 사람을 꼽으라면 1등은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이고, 2등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이고, 3등은 이덕무(李德懋)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덕무는 생전에 수십 개의 호를 사용하며 자신을 드러냈다. 영처(嬰處)는 이덕무가 10대 시절 사용한 호다. 『영처시고』라는 시집 제목은 이 호에서 비롯되었다. 영(嬰)은 어린아이를 뜻하고, 처(處)는 처녀를 뜻한다. 어린아이와 처녀? 호치고는 좀 이상한 호다.
이덕무는 왜 영처라는 호를 사용했을까? 또한 생애 최초의 시집에 『영처시고』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글쓰기, 즉 시문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미학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이덕무는 『영처시고』에 스스로 서문을 붙여 이렇게 말했다.
“글을 짓는 것이 어찌 어린아이가 장난치며 즐기는 것과 다르겠는가? 글을 짓는 사람은 마땅히 처녀처럼 부끄러워하며 자신을 감출 줄 알아야 한다. 어린아이가 장난치며 즐기는 것은 ‘천진’ 그대로이며, 처녀가 부끄러워 감추는 것은 ‘순수한 진정’ 그대로인데, 이것이 어찌 힘쓴다고 되는 것이겠는가?”
‘장난치며 즐기는 것’과 같은 어린아이의 천진한 마음, 부끄러워 감추는 것과 같은 처녀의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가식(假飾)이나 인위(人爲)가 아닌 진정(眞情)과 진심(眞心)을 글쓰기의 동력이자 원천으로 삼으라는 얘기다. 자신의 감정, 마음, 뜻, 기운, 생각을 가식적으로 꾸미거나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고 진실하고 솔직하게 드러내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이덕무가 추구한 시의 미학이다.
「詩의 溫度」/ 저자 <이덕무李德懋(1741~1793)>, 편역 <한정주>역, 출판사: 다산초당, 출간일: 2020.02.17.
✵이덕무(李德懋, 1741~1793) : 규장각(奎章閣)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서적을 정리·교감했고, 고증학(考證學)을 바탕으로 많은 저서를 남겼다.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무관(懋官), 호는 아정(雅亭)·청장관(靑莊館)·형암(炯庵)·영처(嬰處)·동방일사(東方一士). 아버지는 통덕랑(通德郞) 성호(聖浩)이다. 서자(庶子)로 태어났다.
어려서 병약하고 집안이 가난하여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으나, 총명하여 가학(家學)으로 문리(文理)를 터득했다. 약관의 나이에 박제가(朴齊家)·유득공(柳得恭)·이서구(李書九)와 함께 〈건연집巾衍集〉이라는 시집을 내어 문명을 중국에까지 떨쳤다. 이후 박지원(朴趾源)·박제가(朴齊家)·홍대용(洪大容)·서이수(徐理修) 등 북학파 실학자들과 교유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고염무(顧炎武)·주이존(朱彛尊)·서건학(徐乾學) 등 중국 고증학파의 학문에 심취하여, 당대의 고증학자였던 이만운(李萬運)에게 지도를 받았다.
1778년(정조 2) 사은 겸 진주사(謝恩兼陳奏使) 심염조(沈念祖)의 서장관(書狀官)으로 청(淸)의 연경(燕京)에 갔다. 이때 기균(紀均)·당악우(唐樂宇)·반정균(潘庭均)·육비(陸飛)·엄성(嚴誠)·이조원(李調元)·이정원(李鼎元)·이헌교(李憲喬)·채증원(蔡曾源) 등 당대의 석학들과 교유했다. 돌아올 때 그곳의 산천(山川)·도리(道里)·궁실(宮室)·누대(樓臺)·초목(草木)·충어(蟲魚)·조수(鳥獸)에 이르는 기록과 함께 많은 고증학 관계 서적을 가지고 왔는데, 이것은 그의 북학론 발전에 큰 보탬이 되었다.
1779년 박제가·유득공·서이수 등과 함께 초대 규장각 외각검서관(外閣檢書官)이 되었다. 근면하고 시문(詩文)에 능했던 그는 규장각 경시대회(競詩大會)에서 여러 차례 장원하여 1781년 내각검서관(內閣檢書官)이 되었으며, 사도시주부(司䆃寺主簿)·사근도찰방(沙斤道察訪)·광흥창주부(廣興倉主簿)·적성현감(積城縣監) 등을 거쳐 1791년 사옹원주부(司饔院主簿)가 되었다. 그는 규장각의 도서편찬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대전통편大典通編〉·〈규장전운奎章全韻〉·〈기전고箕田攷〉·〈도서집성圖書集成〉·〈국조보감國朝寶鑑〉·〈규장각지奎章閣志〉·〈홍문관지弘文館志〉·〈검서청기檢書廳記〉·〈시관소전詩觀小傳〉·〈송사전宋史筌〉 등을 정리·교감했다.
1793년 병사(病死)했는데, 정조는 그의 공적을 기념하여 장례비와 유고집인 〈아정유고雅亭遺稿〉의 간행비를 내렸다. 서화(書畵)에도 능했다. 저서로는 〈영처시고嬰處詩稿〉·〈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기년아람紀年兒覽〉·〈사소절士小節〉·〈영처문고嬰處文稿〉·〈청비록淸脾錄〉·〈뇌뢰낙락서磊磊落落書〉·〈영처잡고嬰處雜稿〉·〈관독일기觀讀日記〉·〈앙엽기盎葉記〉·〈입연기入燕記〉·〈열상방언洌上方言〉·〈예기고禮記考〉·〈편찬잡고編纂雜稿〉·〈협주기峽舟記〉·〈천애지기서天涯知己書〉·〈한죽당수필寒竹堂隨筆〉 등이 있다.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이덕무 「詩의 溫度」, 저자: 이덕무, 편역: 한정주(역사평론가), 다산초당, 2020.02.7.》, 《Daum, 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