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코와 고마코
이 둘은 동시대를 살다간 한국과 일본의 대작가의 글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이름입니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 아련한 그리움과 애잔한 기억속에 남은 여자가 '아사코(朝子)'이고 '고마코(駒子)'는 일본에게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작품 '雪國(유끼구니)'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일본 동경의 스승집에서 처음 만난 소학교 일학년의 어린 아사코를 십여년의 간격을 두고 세번의 만남을 가지며 세월의 무상과 사람의 인연에 대한 감회를 수채화를 그려내듯 수필속에서 풀어 내고 있지요.
세번의 만남과 헤어짐의 결론은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라며 세월속에 변해 가는 아사코를 안스러워 합니다.
도쿄의 요정에서 일하던 고마코는 눈이 많이 내리는 북쪽지방의 유자와(湯沢) 라는 곳에서 온 춤선생을 따라 그곳에 가서 온천여관의 게이샤(芸者)로 일하게 됩니다.
여유있는 집안 출신으로 특별한 직업도 없이 전통 무용 연구에 심취하던 한량 시마무라는 고마코의 소식을 전해 듣고는 그녀를 찾아 유자와로 들어 갑니다.
소설 '설국'의 첫구절은 시마무라가 고마코를 찾아 열차를 타고 유자와로 들어가는 첫 부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국경의 긴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나라였다" 소설은 이렇게 첫머리를 시작합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유자와의 풍경을 이 한 문장이 완벽할 정도로 그려내고 있지요.
여기서 국경이란 나라간의 경계가 아니라 지역간의 경계를 국경이라고도 하는 일본에서 소설의 배경지는 일본열도 북서부의 산악지역이 몰려있는 니이가타현과 군마현의 경계 지역이며 유명한 온천지대인 유자와(湯沢)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겨울이면 폭설이 내려 마을 전체가 고립되기도 하는 유자와는 천연온천수가 풍부하여 눈내린 마을에 피어나는 온천수의 김들로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시마무라는 고마코를 가슴으로는 사랑하지만 머리로는 결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반면 고마코는 열정적으로 그를 사랑하나 늘 아름다운 헛수고라는 핀잔을 들으며 그의 주위를 맴돌 뿐 남자의 속으로는 들어가지 못하지요.
소설은 니힐리즘에 빠져 사는 남주인공과 현실주의자인 여주인공의 엇갈리는 사랑을 눈의 나라에서 그림을 그리듯 묘사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사코는 남자가 더 마음에 두었던 여자였고 고마코는 여자쪽이 더 남자를 좋아 했던 얘기가 되네요.
어느쪽이 더 사랑했느냐를 따질수 없지만 저는 후자쪽이 훨 낫다고 생각합니다.ㅎ
지난번 풍류방이 송년 모임을 가지던 시간에 올해의 첫눈이 내린것을 아시는지요?
서울 송월동 기상 관측소의 기상 요원의 눈에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했을때 첫눈을 인정한다는데 미미했지만 요건을 갖추어 올해의 첫눈으로 기록되었다 합니다.
피천득 선생이 아사코를 그리워 하며 춘천에 가보려 했듯 우리들 시대의 연배들은 경춘선 열차를 타며 청춘의 한시절을 보냈었지요. 대성리, 강촌, 춘천쪽으로 캠핑이나 엠티를 많이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수필속의 아사코는 삼십대의 나이에 시들어 가는 백합으로 그려 졌지만 우리 방의 아사코님은 50이라는 나이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절대 동안의 모습이시더군요.
글속의 인연처럼 몇번을 더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의 얘기들이 사뭇 궁금해 집니다 ㅎ
그리고 불가능 할련지 모르겠으나 올 겨울에는 雪國의 고장 유자와로 고마코의 흔적을 찾아 여행을 한번 떠나 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작가는 그곳 오자와의 여관에서 한달정도 머물며 소설을 집필하기도 하였고 지금도 그 여관은 남아 있다고 하네요.
하얀 눈의 나라에서 노천온천에 발 담그고 학창시절 읽었던 雪國을 다시 읽으며 순수하고 따듯했던 고마코를 만나볼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듯 싶습니다.
자칫 사람에게 상처받고 지치기 쉬운 시절을 살아가며 비록 소설속이지만 멋진 여인들을 만나고 삶의 해답을 구해 보는 것도 필요할듯 싶습니다.
현실속의 여자란 결코 믿을 수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요.^^
<고마코의 숨결이 스민 유자와(湯沢)온천 풍경>
https://youtu.be/3HDlnnRrNV8
첫댓글 설국이 노벨 수상작이어서 보다가 못 봤는데
장황하게 그려 진 눈 얘기가 나오고 주인공이 책을 많이 보았다고 쓰인 글만 기억 나네요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ㅎ
풍류방이 책을 들게 만드는데요.
책읽는 풍류방~근사 하네요^^
눈이 살짝 내려 미끄러운 길을 걸어
전철안에서 읽습니다.
70대쯤 보이는 여자분 통화끝에
사랑해~로 마무리 하시네요..
이 뿌듯함 뭘까요?
맞아 맞아 그러면서 읽었어요.
12월이 뿌듯하게 시작됩니다.
한밤중 젊은 아해가 대한민국...소리를
질러대길래...잠 깨서...이겼구나....좋으다 좋으다
했어요....참 좋은 날입니다~
저는 쿨쿨
그이는 초저녁 자고
축구보다가
난리쳐서 일어났어요
이겨따~~~~!!!!
대단한 대한민국~~~!!!
글을 써가며 축구도 봤지요.
우리 선수들 대단하고 국운도
아직 다하지 않은듯 합니다 ^^
고향이 대구라
경춘선의 추억이 없네요ㅠ.ㅠ
가리느즈까 내 남자랑
놀러다닌것 뿐 ㅠ.ㅠ
겨울 온천으로의 여행
소설속 흔적찾아 떠나는 여행
멋질것 같은데
불가능을 가능으로요~^^
니이가타까지 비행기로 가서
열차 두번만 갈아 타면 갈수 있네요.
겨울 온천여행 참 좋지요 ^^
@류하
일본을 잘 아시나봅니다
그이 퇴직후 하고자 하는게
일본 뚜벅이 여행입니다
실행을 등떠밀고 있어요
@정 아 인천공항에서 니이가타직항편이
있어요. 일본의 유자와는 유명한
온천지로 미리 서둘러야 료깐(여관)
예약이 될겁니다. 혹시 실행에
옮기시면 자세한 교통편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
마침 지금 눈도 내리니
아다리가 딱 맞아떨어지는 글이군요 ㅎㅎ
동화 "우동 한그릇"이 떠오릅니다.
엔저 시대이니 삿포로 한번 가보고 싶은 맘에
여행방 둘러보니 12.5일 일본 출발이네요.
덕분에 잠시 맘이 일본에 머물렀습니다~***
그러게요. 축구 보며 써본 얘기가
눈이 내리며 끝을 맸었네요.
삿포로 눈축제 생각이 납니다.
와인바에서 치즈크래커를 곁들여 레드와인 한잔 마신 것 같네요.
노천탕에 띄워놓은 따끈한 사케가 생각납니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아쯔깡 생각
납니다. 아무래도 올겨울에 가까운
큐슈쪽이라도 온천에 한번 다녀와야
할듯 싶습니다.
"아사"가 여러가지 중 뭘까 했었는데 아침 "조"였군요..
저도 그러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본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신 류하님..
나중에 뵈면 이야기 꺼리가 많을 듯 하네요..
역시 북해도의 여행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온천이 딸린 "료"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다 올 계획입니다.
두여인에 대한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朝子라는 이름은 지금은
안쓰는 이름이지요. 우리나라
영자 순자 처럼요.
홋카이도의 온천은 도마꼬마이쪽이
유명하지요. 좋은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시마무라는
사랑 따위에 휘둘리는 헛수고 하는 인간이 아니라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광활하고 담담한
대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어했지만
류하님은 그르지마세요..
시마무라가 꿈꿨던 건
죽으면 어차피 실컷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
살아있는 동안에는
볼빨간 고마코와
따뜻하게 몸을 부비고
코오 자는
꿈을 꾸시길요.. ㅎ
그런 꿈꾸며 살고 싶은데 현실은
왜 이럴까요? ㅎ
오래전부터 겨울나무 되어 차가운
밤하늘의 은하수만 바라보며 삽니다.
따스한 봄바람 같은 사람의 온기가 참
그립습니다.^^
류하님은 다소 감성적인 성격 이신것 같군요
저도 감성이 픙부하다보 남보다 더 깊게 느끼는 것도 있더군요
무덤덤한 사람보다는 예민한게 더 힘들 때도 있지요
저는 10대 때 설국과 빙점을 읽고 얼마나 감성에 빠졌는지 모릅니다
그 두꺼운 책을 두번이나 읽었지요
저는 일본어 공부하며 두권다
원서로 읽었었지요.
특히 미우라아야코의 소설은 참
재미있었지요. 저는 쉽게 상처받는
타입이라 사람을 잘 못사귑니다.
그냥 둥글둥글 사는게 참 좋은데
말이죠ㅎ
@류하 제가뵙기에 좀 그런것 같더군요
좀 섬세한 성격 시신것 같이 보이시더군요
그런분이 상처를 잘 받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가까이 잘 안합니다
신설국도 있어요.
.
.아사코든 고마코든 사랑도 모르고 아이도 낳치 않으면 늙지도 않습니다.
.
.사랑에 가슴을 태우고 아이에게 젓을 물려야 진정한 여성이라고 생각되며
그런여인의 주름은 인생의 훈장입니다.
.
.이런노래에 감동받을까요?.
.
.젖은 손이 애처러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뽑았는데 1위가
마더(Mother) 였다고 하지요.
여자는 어머니로서는 한없이
아름답지만 좀 경계해야할
대상이기도 하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