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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카페 게시글
이야기 숲속에서 스크랩 터키3(가파도키아 가던날)
창강 추천 0 조회 65 09.05.28 23:34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터키의 수도 앙카라로 향했다.

6시간을 버스로 이동해야한다.

우리나라의 10배가 넘는 넓은 땅이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북부 고원지대를 달리는 리무진 차창 가에는 희끗희끗 잔설이 쌓여있고

잿빛 관목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차지한 황량한 산에는 이따금 양떼가

마른 풀을 뜯고 있었다.

 

점점 사막화 되어간다고 하니 인간이 저지른 죄 값을 되돌려 받는 것이 아닐까?

지구를 살리자며 온실가스 배출한도를 규정한 도쿄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은

가진 자 미국의 오만이 얄밉기 짝이 없다.

이 나라는 식목일도 없는 것일까?

수도 앙카라로 이어지는 800Km가 넘는 고속도로 양편에는 가로수 한그루

보이지 않고 그 대신 양떼나 소떼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철조망이 쳐져있었다.

 

 

 

앙카라에는 딱히 볼거리가 없었고 6.25 참전 기념비가 있는 한국공원의

석가탑만이 초라하게 우리를 반겼다.

비석에 음각된 터키 소년 병사들의 나이는 19세 안팎이었다.

젊은 나이에 청춘을 불사른 그들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겨우 1달러짜리 지폐를 놓고 방명록에 서명하며 돌아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서둘러 가파도키아로 행했다.

또 다시 7시간을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혹시 이번여행이 끝나고 나면 내 머릿속에는 버스 탄 기억만 남지 않을까?

4월 중순이건만 그리 멀지 않은 산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흰 모자가 되어

얹혀있었다.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날이 너무나 춥다.

한 쪽에서는 올리브 꽃이 피고 다른 한 쪽에서는 눈이 내리는 터키의 봄.

 

가파도키아 길목에 있는 데린구유로 향하는 차창 밖 역시 듬성 듬성

잿빛 관목들이 황량하다.

이 넓은 땅에 그럴 듯한 골프장 몇 개 만들면 어떨까?

골프에 미쳐 환장하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지 않을까?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휴게소를 두 번씩이나 들른 후 우리를 내려놓은 곳은

관광지도 유적지도 아닌 시골 촌락이었다.

또 돈 내고 화장실을 봐야 되는가 싶어 달갑잖은 표정으로 내려서자

이곳이 지하도시 데린구유란다.

 

은폐물이 전혀 없는 넓은 평야에서 그 옛날 그리도인들은 어떻게 종교박해를

피할 수가 있었을까?

먹고 살기 위해 낮에는 지상에서 농사를 지어야 했을 터인데 지나치는

로마병사의 눈에 띄지 않을 재간이 있었을까?

지하 도시에는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맷돌을 이용하여 입구를 차단하는

돌문이 군데군데 있었다.

 

 

 

지하 20층까지 이어진 개미 굴 같은 땅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생필품을

반입하기 위해 우물로 위장한 수직 터널을 이용했단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종교가 무엇이길래 땅속에 도시를 건설하고 두더지처럼 살아야만 했을까?

혹시 선사시대에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해 혈거생활을 하던 곳이 아닐까?

비옥한 평야에서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맹수의 공격을 피해 쉴 수 있는

이곳이 그들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혹시 고고학자들이 졸다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입구를 향해 올라오다 보니 8순잔치 여행을 따라오신

할아버지가 힘에 겨운 듯 앉아계신다.

어쩌면 이승에서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휴양지가 아닌 유적지 여행을 따라오신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실까?

요즘 젊은이들이 용돈 몇 푼 던져놓고 마치 큰 효도나 하는 것처럼 과시하기를

밥 먹 듯 하는 판에 함께 온 며느리와 딸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훈훈해진다.

 

지하 동굴에서 나오자 느닷없는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한다.

문득 예수가 십자가에 메달리던 날 골고다 언덕이 어두워졌다는 성경이 떠오른다.

혹시 유럽의 이런 날씨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을까?

신앙인으로서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 하느님은 얼마나 눈을 흘길까?

가파도키아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녹초가 되어 또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가파도키아의 OSAM이라는 언덕에서 내려다 본 우치사르(비둘기계곡)는

조물주가 그랜드캐년을 만들기 전 미니어쳐를 만들어 본 듯싶다.

구멍 뚫린 수많은 바위 군상들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할로윈데이 때

미국의 어린이들이 뒤집어쓰는 호박가면이 떠오른다.

바위의 구멍들은 한결같이 높은 절벽에서 아슬아슬하게 우리를 훔쳐보고 있었다.

그건 맹수로부터의 침입을 막기 위함이었다니 아무리 봐도 종교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데린구유나 이곳 가파도키아나 원시인들이 혈거생활을 하던 흔적임에 틀림없다

역사학자들과 진검 승부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은 내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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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5.29 11:45

    첫댓글 좋군요,,,,,,,,,,,,,,,,,생각 뿐만ㅇ ㅏ니라 몸도 자유로우시내요. 터키 음식이 맛잇던데,,,,,더욱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

  • 09.05.29 13:38

    내는 터키석이 좋아요 강열하지만 빛남을 감추고 있는..

  • 09.05.30 14:41

    탄소로 측정하는 고고학자들의 원리..그거 무시하면 안되지만..생각은 자유 맞아요 ㅎㅎ..그렇게 wrong 이 아닌 different 에서 모든 학문은 모든 에술은 모든 과학은 발전을 시작해서 ..우리가 믿는 역사가 되고 기적이 되는 것 아닐까요?..사자굴에 던져질지라도..목숨보다 사랑할 수 있었던 신앙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절실함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 작성자 09.05.30 19:57

    ㅎㅎㅎ 무시 않하고 진검승부 안할께요 ㅋㅋㅋ

  • 09.06.05 21:41

    정말 마지막 사진은 그랜드케년과 비슷하네요.. 그리고 구멍있는 바위는 정말 호박가면과도 비슷하구요..~~

  • 09.06.06 15:38

    저 할배를 어찌야쓰까요...창강님께서 좀 도와주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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