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타이밍’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에 ‘시의적절’하다는 말이 적용될 수 있으니까요. 사랑의 맺음도 두 사람의 마음뿐만 아니라 만남과 그에 맞는 환경 그리고 그 순간 적절한 대화가 어우러져야 합니다. 어떤 경우 그것이 서로 엇박자가 되는 수도 있습니다. 마음 같지 않게 또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돌아서서 후회해 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립니다. 그 아픔은 그래서 깊고 오래가지요. 그런 일이 있기에 작품들이 나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것입니다. 우리 또한 그런 경험들을 가지고 있기에 공감하며 즐거워합니다.
시작은 고등학교 때입니다. 요즘 그 시기가 매우 빨라지기는 했어도 사실 이 무렵이 조금 철이 들 때이기도 합니다. 이성에 대한 생각과 몸의 성장 징후들이 잘 어울리는 때입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거침없이 사용되는 성적 용어들이 이성 간에도 스스럼없이 사용되는 것이 저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매우 신선합니다. 저의 그 때는 도무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으니까요. 글쎄, 저의 경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문화가 아직은 좀 폐쇄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야기가 20세기 끝나갈 무렵부터 시작하니까 21세기의 이야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반세기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아무래도 다르지요.
덩치도 있고 좀 나간다 하는 녀석 ‘황우연’과 전학을 온 꽤 잘 생긴 여학생 ‘환승희’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에 우연이의 몇 친구들이 조미료처럼 등장합니다. 우연이 교무실에서 벌 받는 동안 승희가 새 담임선생님을 만나려 들어옵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입니다. 한 마디로 우연이의 눈에 꽂힌 것이지요. 물론 다른 남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그러나 골목대장과 겨눌 만한 상대가 이미 선점하였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학급에서 주먹대장이라는 학생과 다툼이 자주 발생합니다. 우연이 그들을 잘 상대해주지만 무엇보다 승희가 당돌하게 대처합니다. 두 학생은 누가 뭐라던 잘 어울려 다닙니다. 누가 껴들지 못하도록 사귀는 사이가 됩니다.
그 당돌함 이면에는 아픔이 숨겨져 있습니다. 어느 날 찾아온 아비의 폭행으로 승희의 거처가 엉망이 되고 엄마와 승희가 망연자실하여 있음을 목도합니다. 그러고 나서 두 모녀는 다시 피하여 몰래 떠납니다. 물론 우연이에게도 거처를 알리지 않고 말이지요. 한 마디로 미칠 지경이 됩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려 발버둥을 칩니다. 한 참 후 친구를 통해 광고로 나온 성희의 모습을 확인합니다. 서울 유수 대학 입학안내 광고입니다. 그 대학교에 학생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만날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그 대학교에 입학하면 됩니다. 여태 하지 않던 공부를 머리 싸매고 하기 시작합니다. 부모도 놀라 자빠질 지경이지요. 자기 특기를 살려 체육특기생으로 지원하려는 것입니다. 과연 사랑의 힘, 대단합니다.
다시 만남, 그런데 승희에게는 새 남친이 있습니다. 같은 럭비부 선배입니다. 옥신각신하면서도 우연이와 승희는 옛 친구로 만남을 이어갑니다. 참 다정한 친구지간입니다. 그러나 묘한 감정이 때마다 일어나지요. 친구인지 연인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그러나 우연이는 연인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느 날 승희의 남친의 이중생활을 알게 되고 승희는 자연스럽게 우연이와 더욱 가깝게 됩니다. 승희가 모델 활동을 하는 일에 도움을 주며 우연이 잘 따라다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촬영장에서 사고를 당할 무렵 우연이 승희를 구하고 대신 다칩니다. 그 일 때문에 우연은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취업 기회를 놓칩니다.
남자는 현실적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여성 쪽에서도 그 책임을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을 줄 압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남자는 그 오랜 세월 그런 문화에 젖어 강도가 남다를 것입니다. 승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 자신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본인의 장래사일 뿐만 아니라 또한 승희와 함께하는 장래사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승희와 행복하게 살려면 이 문제가 풀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생각해봅니다. 그 때 그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승희를 찾으려 발버둥치지 않았더라면, 승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하는 가정을 해보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친구에게 토로하고 있는데 승희가 듣게 됩니다. 남자에게는 단순한 미래 걱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자에게는 관계 유지에 독소 요소입니다.
수년에 걸친 연애, 너 때문에 행복하고, 너 때문에 아프고,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아름답게 색칠을 하게 되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사랑했던 여자의 결혼 청첩장을 바라보며 처음에는 피가 거꾸로 솟아나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한참을 지나온 시간,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 역시 그녀였습니다. 고맙지요. 그래서 결혼식장을 찾아가 그 말을 해줍니다. 고맙다고. 행복하게 잘 살라고. 환하게 웃으며 나오는 우연이 뒤에 환하게 웃는 다른 남자의 신부가 있습니다.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머물다갑니다
감사합니다. ^&^
잘보았씁니다~~
감사합니다. 복된 한 주간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