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오늘밤도 달린다
번쩍이는 나폴리, 무랑루즈,
발리, 캘리포니아 모텔 사이로
달린다
달빛 아래 꼬리를 치켜든
사막의 은빛 여우처럼
빨간 마티즈를 몰고서
일당 10만 원에
서울에서 평택으로,
평택에서 의정부로 달려간다
당항라 비단필과 소금자루 대신
그녀의 짐은
달랑 슈트케이스 하나다
이제 문래동 422번지 고가도로
뒷골목 분홍 쇼케이스 속에서
마네킹처럼 도사리고 앉아
사내들을 기다리지 않는다
모래언덕 저쪽,
오아시스에 성급하게 닿으려는
자들에게 대추야자 한 줌과
낙타의 방울소리를 배달하며
짧은 봄밤을 부려놓는다
새벽이 내리기 전,
긴 속눈썹의 네온빛을 헤쳐가며
텐샨을 넘고 둔황을 넘어
황량한 쿠챠까지 내달린다
일곱 사막을 건너다 성사구 기슭에
머리를 처박은 또 한 마리 붉은 신기루,
그 목을 물어뜯어도
몰려드는 허기를 어쩌지 못해
자신의 은빛 털을 핥는다.
첫댓글 나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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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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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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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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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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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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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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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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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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