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게 찾아갔는데 입구에서 접수를 보던 영감님이 인근 음식점에
식사하러 왔다 들렀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념관
가는 길목에 한우고기집, 추어탕집, 곤드레집 등이 즐비하였다.
나는 탄허 스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왔다고 하니 [탄허록]이라는
책자를 소개해 주셨다.
3층에 있는 기념관 입구로 들어가니 벽에 "허공을 삼킨다"는 스님의
법명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였다.
그리고 스님이 설법하시는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들렸다.
한학에 조예가 깊으셨지만 글씨 또한 달필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나지만 조선일보 선우 휘 주필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홀 중앙에는 스님이 출가할 때 스승에게 문의한 서신과 한암스님의
답신이 나란히 한문과 우리말로 전시되어 있었다.
다음은 [탄허록]에 나오는 스님의 어록이다
(탄허, 呑虛錄, 휴출판사, 2012, pp. 44-55.)
* 5천 년 동안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는
머지않아 종결될 것이다. 역학의 원리로 본다면 오늘날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도 일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 우리나라가 위치한 간방(艮方)에 자연과 문명의 추수기를 의미하는
간도수가 비치기 시작함으로써 전세계의 문제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게 될 것이다.
* 주역으로 풀이해보면 우리나라는 간소남(艮小男)이고 태방(兌方)에
위치한 미국은 태소녀(兌小女)로서 천생연분의 배합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미국을 제일의 우방으로 삼았고, 미국은 젊은이들의
피를 흘려가며 한국을 지켜주고 전후회복을 도왔던 것이다.
* 미국은 쇠(金)인데 불(火)에 해당하는 베트남(실제로 국기에 불을
뜻하는 주역의 離 궤가 들어 있음)에 들어가 녹을 뻔하여
엄청난 무기를 쏟아부었음에도 패할 수밖에 없었다.
* 중국은 진방(震方)이고 장남(노총각)인데 소련은 감방(坎方)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