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농장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여러 동물들을 방목하는 농장이다. 구릉 지대를 포함한 대형 농장에는 젖소, 사슴, 양, 돼지 등 수많은 종류와 수많은 양의 동물들이 사람과 함께 호흡하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그곳 농장에 도착한 것은 뜨거운 한낮이었다. 입구에서 농장을 순회하는 관람차를 타고 포원 사이를 돌며 둘러보았다. 마침 한국여성 직원이 있어 동승하여 설명도 들었다.
돼지 코에 쇠로 코걸이를 걸어준 것은 돼지가 땅을 파기 때문인데 최고 9개까지 건다고 한다. 뉴질랜드 말로 돼지를 '쿠니쿠니' 라 하는데 그녀가 좀 뚱뚱하여 쿠니쿠니라 하여 우리는 웃었다. 땅을 파며 살 수 있는 돼지의 삶은 시멘트 우리에 갇혀 사는 우리나라의 돼지와는 비교되지 않는 축복이다.
한 구릉지대 둔덕에 덜컹거리는 기다란 역마차 같은 트랙터 관람차가 멈추자 양, 염소, 사슴 등 이름 모를 동물까지 한 무리가 떼지어 달려온다. 나누어준 먹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입에 대어주니 받아 먹는다. 움직여 따라오는 모습이 신기하여 자꾸만 뒤로 달아나며 먹이를 보여주면 끝없이 쫓아온다. 처음엔 물릴까 두려웠는데 혀로 날름 핥아갈 뿐 절대로 물진 않는다.
강석호 선생님은 유난히 양떼들이 잘 따랐다. 예뻐하는 사람을 먼저 알아보는 것 같다. 사랑스런 손길로, 익살스런 언어로 여러 동물들을 모이도록 하시고는, 흐뭇해 하시는 표정이 천진스럽다. 우리 모두 동물과 하나되어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키위 농장에 잠시 내렸는데 이곳 계절로 늦겨울, 초봄이라서 철망에 줄기만 뻗어 있었다. 한국의 포도밭과 유사하다. 그곳에서 꿀을 한 수저씩 주어 받아 먹고는 다시 관람차를 탔다. 나가는 길의 다리목에 커다란 새 에뮤가 서성인다. 호주의 국조이며 뒤로 가지 못하는 새다. 차가 기다려도 그대로 있어 김주철 가이드가 쫓아서 몰아서 초원에 대려다 놓고 건너왔다. 그것도 신기한 풍경이었다.
곳곳 잔디 목장 위에 오리가 날아와 걸어다닌다. 한국여직원 말로는 뉴질랜드에서 사는 오리는 '천국의 오리' 라고 부른단다.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살기 때문이란다. 동물들이 먹고 남은 부스러기를 주워먹느라고 날아오는 것이다.
담장 안에서 큰 뿔을 달고 사는 사슴도 만났다. 철조만 틈으로 먹이를 주니 잘 받아 먹는다. 뿔이 상할까봐 사람과 직접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같다.
하얀 어미양과 아기양 램이 차가 다니는 자갈길로, 초지로 자유분방하게 뛰어다닌다. 참 예뻐서, 나는 마냥 쫓아다녔다. 더운 여름에는 양털을 깎으면 강한 햇살이 견디지 못하여 초봄인 지금 털을 깎아준 듯 몸이 말끔하다.
모든 것이 다 부러운 나라다. 관광객에게 길들여진 동물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풍경이며, 맑은 하늘과 깨끗한 초원의 드넓은 땅에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 모습들이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큰 거리감을 느끼기에,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서도 큰 행복을 보는 소중한 농장 투어다.
농장 투어 관람차에서 내려 실내 건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헤드폰을 받아들고 자리에 착석하여 의자에 부착된 전기 장치에 코드를 꽂고 한국어 6번 사이클에 맞추니 한국 여성의 우리말 설명 안내가 들린다. 세계어가 자동 통역된다.
이곳은 피라미드 식 계단이 무대 중앙에 설치되어 있고, 가장 질이 좋은 메리노 양이 최고 높은 상위 자리에 입장하여 앉고, 목동 소년이 양쪽을 번갈아 달리며 한 마리씩 몰아 총 19마리의 양이 자리하여 앉았다.
실외 농장에서 본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보는 양들의 쇼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보며 한 자리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양들이 다 입장하자, 조련사는 능숙한 솜씨로 양털깎기 쇼를 벌인다. 양 한 마리를 몰고와 네 다리를 붙들고는 이발기계 비슷한 기구로 덥수룩한 털을 순식간에 다 깎아낸다. 그리고는 하얗고 보드라운 양털을 객석의 외객에게 만져보라고 던져준다. 나도 한줌 받아 채 가시지 않은 양의 숨결을 느끼며 만져보았다.
다음으로는 젖소 한 마리를 데려와 하얀 젖을 분무하듯 짠다. 관람객 중에서 몇 명 올라오게 하여 두 손으로 짜도록 하고는 영주권을 받알 때 점수에 가산된다는 작은 점수를 인정하는 증서를 준다. 한국인이 많이 올라갔고, 우리 팀에서는 우희정 부장이 올라갔다.
그 외 큰 개가 올라와 양몰이 쇼를 벌이고, 젖병에 담긴 우유를 아기양에게 먹이는 등 기묘한 동물 쇼를 보았다. 다 끝난 후에는 무대에 올라와, 얌전히 층층으로 앉아있는 양들과 양몰이 개와 사진을 찍도록 허락해 주었다.
실내의 양 쇼를 보고는 주차장 곁 야외 목장에서 세 마리의 양을 한 마리 개가 몰아 원하는 곳으로 몰고 가는 양몰이 쇼를 보았다. 뉴질랜드의 개는 양 목장에서 야주 큰 역할을 함을 보는 생생한 현장이다. 멍멍 짖으며 양의 꼬리부분을 치달아 따라가면 양들은 나무막대로 울을 쳐놓은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한 마리의 양이 가장자리 철조망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지만 주인이 빨리 달려와 빼내어 주어 다치진 않았다. 동물 애호가들이 보면 잔인한 장면이겠지만, 수백, 수천 마리의 양을 기르는 목축업 국가의 목장지기로서는 그 방법이 아니고서는 양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자연 방목 하지만 양털 깎기나 다른 초지로 이동할 때 꼭 필요한 방법인 것 같다.
사람 숫자보다 동물 숫자가 많은 나라, 차를 타고 시가지만 벗어나면 흙을 보기보다 초지가 시야를 가득 메우는 나라, 길가에서 아득한 먼곳까지 온통 농장뿐인 나라, 뉴질랜드, 관광수입에 이어 두 번째로 수입을 얻는 목축업 국가의 내부적 모습까지 체험하는 아그로돔 농장의 견학은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깨닫게 하는 휼륭한 현장이다.
관리실 건물에 몇 개국 국기가 펄럭이는데 한국의 태극기가 힘파게 펄럭인다. 그만큼 뉴질랜드와 한국의 관계가 친밀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뉴질랜드 아그로돔 농장
김윤자
길들여진다는 것은 때로는 위대한 탑을 쌓는 일이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동물과 동물 사이, 더 나아가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지는 형이상학적 현상이다. 작은 집단인 가정에서도 서로에게 길들여지며 삶의 올곧은 중심 기둥이 세워지듯이 각 국가마다 그 나라에 적합한 생존방식에 길들여진 철학적인 기둥이 존재한다. 지구상에 공존하는 크고 작은 단위의 그 기둥 색깔은 다양하며 조화롭게 여물어 자신의 영역에서 세상을 빛내고 있다. 뉴질랜드 아그로돔 농장에서 본 양쇼는 참으로 아름다운 빛이었다. 단순한 동물의 쇼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진지했다. 동물의 경계선 밖 아름다운 질서 속에서 피워내는 환상의 하모니, 경이로운 꽃무리다.
얼마의 시간과 얼마의 노력으로 동물의 한계선을 넘었을까 목동의 손놀림에 눈이 열리고 조련사의 익살스런 언어에 귀가 열리어 사람처럼 무대로 들어오는 열 아홉 마리의 양들이 아슬한 꼭대기 메리노 양을 정점으로 피라미드 옥탑을 쌓는다. 목축업 국가의 생존방식을 조상 대대로 체득한 양들이기에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고운 얼굴로, 향기로운 눈망울로 애국의 계단에 앉아 객석의 외인을 뜨거운 가슴으로 보듬는다. 동물과 인간 사이 도타운 사랑의 끈으로 피워내는 진주빛 저 꽃무리
목축업 국가에서 큰 기둥은 동물이리라. 농업국가에서 한 뼘의 땅이라도 있으면 씨앗을 뿌리듯이, 목축업 국가에서는 한 뼘의 땅이라도 있으면 동물을 기르고 있으니 이런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큰 힘은 바로 동물이 아니겠는가.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환경에 의해 변화된 삶을 살듯이, 목축업 국가의 동물들 또한 환경에 의해 변화된 삶을 살고 있다. 얼마의 시간과 얼마의 노력으로 동물의 한계선을 넘었을까. 동물에게도 조상 대대로 물려받는 유전자가 형성되는가. 두뇌가 사람만큼 우수하지도 않을텐데 사람처럼 무대에 앉아 있다. 수많은 세월 동안 반복되는 양쇼가 결코 동일한 양들을 데리고 진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명이 다 하면 새로운 양을 투입해야 될 것이고, 그 때마다 오랜 시간의 조련이 요구될 것이다. 열 아홉 마리의 양들이 목동의 손놀림에 따라 한 마리씩 무대로 올라와 피라미드 옥탑을 쌓는다. 가장 값비싼 털을 제공하는 메리노 양이 아슬한 꼭대기 정점에 앉아 있고 나머지 양들이 좌우로 정좌하여 앉아 고운 얼굴로, 향기로운 눈망울로 객석을 응시하고 있다. 입구에서 받아든 헤드폰을 쓰고, 의자에 부착된 전기 장치에 선을 꽂고는 6번 채널에 맞추니 무대에서 진행되는 상황이 우리의 한국어로 동시 통역되어 잘 들린다. 한국 여성의 또박또박한 음성이 조련사의 영어 말에 뒤따라 곧바로 해석하여 들려준다. 일본인은 일본어, 독일인은 독일어, 그외 자기 나라에 맞는 언어의 채널에 맞추고 자국어의 동시 통역을 들으며 양쇼를 관람한다. 모든 시스템이 경제원리에 맞게 잘 조정되어 있다. 익살스런 조련사의 말들은 애국의 노래이고, 그 노래에 눈과 귀가 열린 양들은 지금 애국의 계단에 앉아 있다. 덩치 큰 검정개가 들어와 우렁우렁 짖어대며 양들 앞에서 힘찬 걸음으로 뛰어다녀도, 양들의 등을 타고 넘나들다가 양의 등허리에 타고 앉아도, 미동도 없이 그대로 앉아 있다. 수많은 양들을 이동할 때 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대목이다. 사람의 힘보다는 개의 힘이 양몰이에 있어서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것 또한 아름다운 장면이다. 정작 사람들은 용맹한 개의 움직임에 눈동자가 커지고 있는데 양들에게는 익숙해진 생활방식이고,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온 손님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쇼임을 먼저 알고는 아주 처연하다. 관람석에서 어린아이와 어른 몇 사람을 불러 어린 양들에게 우유병에 담긴 젖을 먹이는 시간에도 낯선 이방인의 손에 들린 젖병을 망설임 없이 빨고 있다. 또한 젖소 한 마리를 착유기 옆에 세워놓고 역시 객석에서 올라온 낯선 나라 사람들의 손끝으로 쭉쭉 젖을 짜는 순간에도 젖소는 가만히 서 있다. 양 한 마리를 새로이 몰고 와 네 다리를 붙잡고 눕혀 놓은 양의 덥수룩한 털을 이발기계 같은 도구로 단숨에 깎아내는 조련사, 그는 아직 양의 숨결이 식지도 않은 보드라운 하얀 양털을 살펴보라며 객석으로 뿌려준다. 양몰이와 양털깎기 등 양쇼가 끝나자 양들과 개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라며 조련사도 목동도 그곳을 떠났는데 아직도 무대에는 양들과 개가 멋진 포즈로 남아 무대에 올라온 사람들과 함께 사진 속에 담기고 있다. 사람과 동물의 완벽한 하나, 완벽한 아름다움이다.
사람 숫자보다도 동물 숫자가 많은 나라, 차를 타고 시가지만 벗어나면 흙을 보기보다 초지가 시야를 가득 메우는 나라, 길가에서 아득한 먼곳까지 온통 동물 농장뿐인 나라, 관광수입과 목축업으로 살아가는 나라 뉴질랜드, 우리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국가에서 오늘 목축업 국가의 내부적 모습까지 체험하는 아그로돔 농장의 견학은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깨닫게 하는 훌륭한 현장이다. 애국은 결코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눈물보다 고운 양들의 충성, 환경과 사랑의 손길에 길들여진 그들은 아름다운 인내를 자손 대대로 물려주며 그들의 나라, 뉴질랜드를 위한 애국의 기둥을 받들어 갈 것이다.
뉴질랜드 아그로돔 농장-수필문학 2005년 10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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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질랜드 북섬 아그로돔 농장에서 양쇼가 끝나고 양과 개와 함께 무대에서 하나되어.본인 김윤자
* 로토루아 호수
아그로돔 농장에서 버스를 타고 로토루아 호수가 보이는 시내 식당가에서 쇠고기 스테이크로 점심식사를 했다. 로토루아 호수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부르는 〈연가〉가요(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오면…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탄생된 호수라는 것이다.
호기심 많은 내가 로토루아 호수를 가까이 가 보지 않고 어찌 이곳을 떠나겠는가. 다른 사람보다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치고는 장구원 온세상 이사장에게 귓뜸으로 로토루아 호수에 다녀온다 말하고는 남편과 함께 뛰어갔다. 단체로 이동함에 항상 시간이 모자라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시인과 수필가, 우리 부부는 로토루아 호수가 보이는 공원을 가로질러 달렸다. 꽤나 먼 거리지만 로토루아 호수는 우리를 한달음에 이끌었다. 드넓은 호수 가운데 큰 섬이 산처럼 앉아 있고, 수상 헬기가 뜨고 내리며, 바람과 함께 날아다니는 갈매기떼가 시심을 몰아온다. 해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연가〉가 들리는 듯 아름다운 풍경이다.
세계 대전을 기념하여 만든 공원이라는 잔디 광장에는 두 아이와 부부가 공놀이를 하고 있다. 자목련 같은 꽃나무와 사과나무 하얀 꽃, 키 작은 보라꽃 나무가 한껏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사진:뉴질랜드 북섬 로토루아 호수.저멀리 보이는 섬에서 사랑하는 님의 피리소리가 들렸다고.본인의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
* 〈연가〉에 대한 러브스토리
뉴질랜드 북섬의 중부도시 로토루아는 마오리 족이 서로간의 세력다툼을 벌이면서, 나름대로 계급차별 사회를 형성하고 살던 곳이다. 후일에 영국군에게 점령당하여 빼앗긴 땅이지만 크고 아름다운 서정의 로토루아 호수에는 마오리 원족의 민속 민요이며 행사 때마다 애국가처럼 부르는 〈연가〉의 러브 스토리가 서리어 있다.
〈연가〉라는 가요 제목은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고 원어로는 〈포카레카레아나〉이다. 이 노래는 로토루아 호수를 사이에 두고 두 부족의 남녀간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눈물겨운 정성으로 결혼까지 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계급이 높고 낮은 두 부족도 화합하여 평화롭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담긴 것인데 우리는 그에 얽힌 내용보다도 감미로운 선율과 아름다운 가사에 이끌려 그 동안 수없이 불러왔다.
우리나라에 〈연가〉가 전파된 경로는 한국전쟁 당시 마오리 족 1만명 중 4700명이 파병되었고 그 중 40여명이 사망했다는데, 한국전쟁에 참여한 마오리족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할 때 〈연가〉, 즉 〈포카레카레아나〉를 부르며 견뎠다는 것이다. 그 노래를 미국인들이 듣고는 미국으로 가져가 번역하여 퍼지게 되었고, 다시 미국 노래를 한국에서 번역하여 〈연가〉가 탄생된 것이었다. 아직도 가평에 한국전쟁 참전비가 세워져 그 날의 공적을 기념하고 있다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로토루아 호수에 얽힌 〈연가〉의 러브 스토리를 현지 가이드로부터 들은 대로 적고자 한다. 로토루아 호수는 상당히 크다. 그 주변에는 강한 부족이 살고, 호수 가운데 산처럼 떠 있는 모코이아 섬의 숲에는 약한 부족이 살았다.
그 모코이아 섬에는 투타네카이라는 이름의 청년이 살고 있었는데 피리를 아주 잘 불어 호숫가 마을까지 은은히 들려왔다. 호숫가의 여자들은 저 섬에서 피리를 부는 사람은, 피리를 잘 부는 남자일거라고 생각하고, 호숫가의 남자들은 피리를 잘 부는 여자일거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누구나 허리에 피리를 차고 다니며 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투카네카이 청년이 뭍에 나왔는데 추장의 딸 하이네모아를 만났다. 신분이 낮은 청년이 귀한 부족의 딸을 만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부족 추장에게는 위로 아들 다섯이 있는데, 그 아들들에게 딸 하이네모아를 잘 감시하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시내에서 둘이 만났을 때 하이네모아가 청년에게 사랑고백을 했고, 둘의 사랑이 시작된다.
만월이 뜨면 청년이 피리를 불고, 그 피리소리를 들으면 여인은 나와서 만났다. 목숨을 담보로 오빠들이 잠든 사이 매일 밤 만나 사랑을 속삭였다. 다른 이는 죽음이 두려워 접근을 못하는 상태인데, 주변의 하인들이 우리 아가씨가 이상하다는 말을 하자 두 오빠가 동생을 미행했다.
밤중에 호숫가에 매어둔 카누를 타고 밀며 섬으로 떠나는 동생을 붙잡아 가두었다. 그것도 모르는 청년은 매일 피리를 불고 아무리 불어도 사랑하는 여인이 보이지 않자 〈연가〉를 탄생시킨 것이다.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저 호수 건너서 오시려나…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그대를 기다리리…' 참으로 애절한 사랑의 노래다. 저 호수 건너서 올것만 같은 사랑의 여인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이미 오빠들에게 갇힌 하이네모아가 어찌 빠져나가겠는가.
그러던 어느날 밤 여인은 오빠들에게 술을 먹여 재워놓고, 호수로 나와 질긴 아마 줄기로 배를 짜서 섬으로 건너갔다. 청년은 그녀를 위해 10평짜리 목욕탕을 지어 닦아 주었는데 아직도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막힌 사랑 이야기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에 하늘인들 땅인들 허락하지 않을까. 결국 여인의 아버지는 두 남녀의 사랑을 허락했고 결혼까지 시켰으며, 그 날 이후로 두 부족은 화해를 하고, 지금까지 로토루아에서 잘 살고 있다는 것으로 〈연가〉에 대한 러브 스토리는 막을 내렸다.
사랑은 국경이 없고, 나이의 경계선도, 신분의 벽도 허물 수 있는 위대한 추상체다. 과연 그들의 사랑법이 옳았는지는 따져 물을 수 없지만 지고지순한 들꽃같은 순수한 사랑의 향기는 아무튼 마오리족을 하나로 묶는 평화의 끈이 된 셈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연가〉를 배우리라 다짐하며 로토루아 호수를 영롱한 시선으로 가슴에 담아간다.
사진:뉴질랜드 북섬 로토루아 호수. 연가의 러브스토리를 가슴과 두손에 담으며...본인 김윤자
* 오클랜드로 이동
로토루아의 여행을 마치고 버스로 다시 오클랜드로 향했다. 내일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다. 로토루아에서 오클랜드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됨에 그 고요한 시간 동안 뉴질랜드에 대하여 현지 가이드로부터 많은 설명을 듣고, 배우고, 창 밖의 향기로운 북섬 들녘을 보며 여러 가지 깊은 의미를 느꼈다.
뉴질랜드 인구는 420만인데 80%가 북섬에 살고, 그 중에 또 80%가 오클랜드에 산다. 한인교포들도 살기좋은 도시 오클랜드에 많다. 김주철 가이드는 한국인의 긍지를 살리고자, 한국어와 한자를 자녀에게 따로이 가르치고 김치를 먹인다 했다. 부모와 나라가 있어 이곳에서 떳떳이 살 수 있다고 가슴 뜨거운 고백을 한다. 원래는 8만명 정도의 교민이 살았는데 어려워서 다 돌아가고 현재는 4만명 정도가 살며, 굳게 뭉치어 서로 도우며 산단다. 한국인은 한국식당에만 가고 또 다른 나라의 교민 역시 그들 동족의 식당에만 간단다. 실제로 오클랜드에서 로토루아로 이동할 때도 그 중간 지점에 위치한 오아시스 휴게소의 한국식당에서 설렁탕으로 점심식사를 했고 오늘 로토루아에서 다시 오클랜드로 가는 중에도 그곳에 들러갔다. 비닐창으로 그리 잘 지은 집은 아니지만 식당과 겸해서 과일, 과자, 차 종류 등 여러 가지를 한국인 부부가 팔고 있다. 곁에 심은 자몽나무에 오렌지와 레몬의 중간이라는 노란 열매가 탐스럽게 열렸다. 맛이 없이 소금이나 설탕을 뿌려 먹어야 하는 오렌지 종류란다. 나무의 주인은 한국인이지만 결국 뿌리는 뉴질랜드 땅에 박고 있으니 아무리 보아도 낯선 타국이리라.
북섬에 한국인 가이드만 100명이고, 30명은 명문 S대 출신이란다. 아무도 한국의 화려한 경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곳이기에 87학번인 대일외고 출신, 저 준수한 젊은이도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으며, 의사였던 분이 목장일을 한다 했다. 영어시험이 어려워 이민오기도 어렵고, 살면서도 영어의 벽에 부딪쳐 부적응하는 교민들이 컴백하기도 하지만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가장 지독한 민종으로 불리며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인들이 쉬는 토·일요일, 그 틈새로 한국인이 파고 일하는 모습을 부러워한다니, 끈기와 성실함은 우리 국민의 타고난 재산인듯하다.
드넓은 광야에 왜 농사를 짓지 않을까 궁금하여, 그 이유를 물었더니, 저 넓은 땅에 쌀농사를 지으면 그 많은 쌀을 다 어찌 하겠느냐고, 그래서 필요한 양만 호주에서 수입하고 쌀농사는 전혀 짓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기후나 토양의 조건으로는 가능한데, 동물을 방목하여 기르는 것이 경제면에서 더 이익인데 왜 힘들게 농사를 짓겠느냐는 것이다. 참으로 부러운 나라다. 가끔 보이는 민가의 주변 그 어느 곳에도 밭을 일군 흔적이 없다. 밀이 주식인데 그런 식량이나 채소를 재배하는 곳은 따로이 있다 한다. 손바닥만한 터에 곡식과 채소를 심는 우리의 농촌과는 판이하게 다른 풍경이다.
90%가 자기 목장이며, 더러는 돈 많은 자가 위탁경영을 요구하면 젊은이들이 들어와 대리 경영하고, 그 외 2∼3가지 직업을 가지고 시골 사람도 모두 자가용을 몰려 잘 사는 나라다.
달려도 달려도 보이는 것은 목장의 초원이다. 이렇게 푸르른 초지는 북섬에만 있고 남섬에는 황토색 마른 풀밭이라고 전해준다. 길가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십자가가 간혹 보이고, 모두 나무로 세운 전봇대 허리에는 쥐와 토끼의 중간쯤 되는 동물이 오르지 못하도록 양철판을 두르고 있다. 그냥 두면 전선을 잘라 놓기 때문이라고, 즉 미끄럼 방지판이다. 모든 것이 신기하다. 태평양 바다를 10시간이 넘도록 날아 왔으니, 그리고 이곳은 남극에 가까운 땅이니 어찌 다르지 않겠는가. 푸른 초원과 투명한 하늘이 진정 부럽다.
사진:뉴질랜드 로또루아에서 오클랜드로 이동하며 들른 오아시스 휴게소의 자몽나무...한인이 운영
* 에덴 동산
이름으로 보아서는 종교적인데 그와는 무관한 영국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든 오클랜드 시민을 위한 아름다운 공원이다. 정상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주변의 둥근 언덕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오클랜드 시가지 풍경을 보았다.
성산 일출봉 분화구보다는 훨씬 작은 분화구가 공원 꼭대기에 깊이 파여 푸른 들풀이 자라고, 가운데에는 무언지 모를 검으스름한 덩이들이 있다. 오클랜드 시내에서 가장 높은 196m의 언덕에 사화산의 이 유명한 흔적은 솟아오른 부분과 깊이 파인 부분이 대조적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상 중앙에는 꼭대기를 드러내는 뾰족 건물이 하나 있고 그 앞에는 세계 각 나라의 방위를 알아볼 수 있는 지도가 현재의 위치를 기준하여 크고 둥근 돌판에 그려져 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오클랜드 하버브릿지와 스카이 타워, 시가지와 바다가 접한 지역의 경치는 참 아름다웠다. 마침 서녘으로 넘어가는 해가 마지막 발하는 빛으로 풍경은 더욱 영롱하다.
정상에서 빙 둘러싸인 오클랜드의 시가지를 사방으로 바라보니, 높은 건물은 거의 없고 푸른 나무들 사이로 고운 색상의 주택들 지붕만 보인다. 지난 6월에 다녀온 동유럽 국가의 시가지 풍경과 유사하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의 쾌적한 주거 환경을 푸른 나무와 붉은 기와 지붕 물결이 증명하고 있다. 분화구를 따라 공원을 산책한 후 차를 타고 내려왔다.
사진: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에 있는 에덴 동산 정산의 분화구 앞에서 우리 부부...시인과 수필가
* 하버브릿지 야경
에덴 동산에서 내려와 오클랜드 시가지를 따라, 잠시 알파카 양털 제품 공장을 견학한 후, 오클랜드 하버 브릿지 야경을 보러 갔다. 이곳은 지금 늦겨울 계절이어서인지 한국 시간에 비추어 빨리 어둠이 찾아왔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짙은 어둠이 드리운다.
120만명 오클랜드 인구에 남쪽 시가지와 북쪽 시가지를 잇는 다리가 이 하버브릿지 하나뿐이다. 그만큼 자연을 중시하는 나라다. 시드니의 하버 브릿지와 비슷한 모양이라는데 솔직히 내가 본 야경은 좀 어설픈 불빛이다. 그 이유는 이 다리 야경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가로등 숫자가 한국보다 드물게 세워져 적고, 또 그리 현란한 네온 간판이 없기 때문이다. 나 개인 차원의 반성은 아니지만 석유 한 방울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휘황찬란한 야경에 대하여 자랑스럽기보다 조금은 부끄러웠다. 모든 것들이 외형보다 내적으로 풍요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인상이다.
328m 스카이 타워가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탑인데, 상층의 보라색 은은한 조명이 우수를 자아낸다. 한국처럼 높은 지대에 위치한 남산 타워와는 다르게 오클랜드 시내 중심부 낮은 지대에 세워져 있다.
하버브릿지 가장자리에 외줄로 켜진 불빛과 맞은 편 스카이 탑의 향기로운 조명이 야경의 전부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는 순간이다.
사진 상: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하버브릿지 야경.자세히 보면 앞에는 본인 김윤자.전기절약일까,다리위 외줄기 불빛...
사진 하:뉴지랜드 북섬 오클랜드 도심의 스카이 타워.보랏빛 은은한 조명이 인상적...
2005년 8월 22일 월요일 뉴질랜드 남섬으로 이동 스펜서 호텔, 태반을 묻는 족보나무, 바다 속에서 사는 나무, 미션해협요트, 오클랜드 공항 출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도착, 점심 뷔페 식당의 노부부들, 퀸즈타운으로 장거리 이동, 켄터벨리 대평원, 대카포 호수, 마운틴 쿡 만년설, 스카이라인 곤도라, 봅스픽 뷔페석식
* 스펜서 호텔
오클랜드에서 지난 밤 숙박한 호텔이다. 로비에 들어섰을 때부터 좀 남다른 풍경이 보였다. 유리벽을 사이로 물 위에 연꽃과 수초들이 자라고 있다. 밤 늦게 들어가서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다. 방에 들어가니 대형콘도 같은 호텔로 주방시설과 쇼파가 놓인 방과 침실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고 상당히 넓다. TV 채널을 검색해 보니 한국 채널이 있다. 알고 보니 이 호텔은 외국 상사 주재원이 머무르는 고급 럭시 호텔이어서 그렇게 시설도 좋고 한국 TV 채널도 설치해 둔 것이었다. 하루 전날의 밤 9시 KBS 뉴스와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로토루아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라서 참으로 반갑고 신기했다. 또한 TV 리모콘에 pay라고 쓰여진 채널이 있는데 그 프로는 30초당 계산하여 시청한 당사자가 돈을 지불하는 유료 채널이다. 주로 영화인데 한편의 영화를 보면 상당한 액수가 나온다 한다. 새벽 일찍 남섬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나오느라 자세한 외경은 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외국여행 중 머문 호텔과는 다른 점이 있는 특이한 호텔이다. 편리한 시설과 낭만적인 로비 풍경이 아주 인상적인 좋은 호텔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스펜서 호텔룸 창가에서 먼동트는 오클랜드 시가지.무씨 싹이 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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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반을 묻는 족보 나무
오클랜드 시가지에서 소나무 비슷한데 하늘 향해 올곧게 올라가며 양 옆으로 질서있게 가지가 뻗은 나무를 보았다. 가정집 잔디 정원에 심겨진 그 나무는 가문비 나무인데, 손가락을 닮아 손가락 나무라 부르기도 한다는데 아주 깊은 의미를 지닌 나무였다.
자손을 낳으면 그 태반을 갖다 묻는 패밀리 트리, 즉 족보 나무다. 이 나라는 족보가 없다. 그래서 조상 대대로 이 나무를 키우며 가꾼다. 우리나라의 족보 역할을 하는 소중한 나무다.
이 나라는 50녀 이상된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고 함부로 나무를 자르면 벌금이 200만원이다. 이민 온 어느 가정에서 담장 너머 넘어가는 나뭇가지를 무심코 잘랐다가 벌금을 물은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한다. 자기 집 정원의 나무도 함부로 자르지 못하고 있다.
자연을 중시하는 나라, 그 어는 것보다도 아름다운 자연을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역력히 보이고 있다. 할아버지 대에서 태반을 묻어 기르고, 그 후손에게 그런 내력을 말해주며 대를 이어 계속 태반을 묻어 기른다는 족보나무, 가문비 나무가 오클랜드 도심 곳곳 가정집 정원에 우람하게 서 있다.
사진:뉴질랜드 북섬 크라이스트처치 도심에서 본 족보 나무.큰 나무 아래 조상 대대로 태반을 묻는다는데...
* 바다 속에서 사는 나무
오클랜드 공항으로 가기 위해 하버브릿지 가까이 다다랐을 때 바닷물 속에 나무 군락이 우거져 있다. 하버다리는 미션 해협을 남북으로 잇고 있는 다리이고, 우리가 하룻밤을 잔 스펜서 호텔은 남쪽이라서 북쪽 오클랜드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바닷가 길을 달려 하러 브릿지를 건너야 한다. 다리를 건너기 전 본 바닷물 속 나무들은 뉴질랜드에서만 자생하는 나무로 연구대상이라 한다. 짠 물에서 새파랗게 자라고 있다.
염도가 낮은 원인도 있지만 뉴질랜드 곳곳에는 아직 진화되지 않은 동식물이 있음도, 그 한가지 이유로 보인다.
사진:뉴질랜드 북섬 미션 해협 바다의 짠물을 먹고 사는 특이한 나무.낮은 염도와 진화되지 않음으로...
* 미션 해협 요트
요트 한 척에 50억에서 80억이고, 이곳에서 요트는 부의 상징이다. 한국인도 몇 명 소유하고 있다는데 미션 해협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의 요트가 정박해 있다. 요트 올림릭 개최국이기도 하여, 한달 운영비가 50만원인데도 돈을 벌어 요트 한 척 사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 한다.
하버 브릿지를 건널 때 그리 크지도 않은 요트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줄지어 떠 있다. 바다 요트 주차장이다. 미션 해협은 선교사 이름인데 그가 맨 처음 도착한 곳이라 하여 그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른단다. 아침 햇살이 잔잔히 내리며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고 있다.
사진:뉴질랜드 북섬 미션 해협에 정박해 있는 아름다운 색상의 요트들.작은 배 한척의 값이 수십억원...
* 오클랜드 공항 출발
뉴질랜드 인은 평균 수명이 82세다. 질이 좋은 육식과 운동이 장수 비결이다. 1642년 네덜란드인이 들어와 자기네 나라의 제란트라는 아름다운 도시 이름을 따서 뉴질랜드라고 이름이 정해진 나라다. 가히 그 아름다움이 짐작된다.
오클랜드 중심 시가지를 지나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들은 도심과 외곽 구분이 거의 없이 나무가 많고 쾌적한 환경이다. 사람 살기가 세계적으로 좋아 20위 안에 들어가는 도시 오클랜드, 오늘 우리 일행은 이곳을 떠나 남섬으로 간다. 좀더 머무르지 못하는 ?F은 일정의 시간이 아쉽지만, 빗물을 받아먹는 무공해 지역 남섬을 기대하며 공항을 출발했다.
호주공항 QANTAS QF4115편으로 오전 10시에 이륙했다. 남섬 크라이스트 처치 공항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북섬과 남섬 사이에는 다리가 없어 육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자국 내 이동인데도 항공로 밖에는 길이 없다.
북섬이 끝나자 비행기는 남섬을 향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국내선이기에 고공 위치가 국제선보다 낮아 지상의 풍경이 아련하게나마 잡히고 있다. 서울에서 제주도를 향해 날아가는 기분이다. 뉴질랜드의 땅과 바다를 볼 수 있음이 행복하다.
사진: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공항.우리 문인 일행이 남섬으로 타고 갈 콴타스 항공 비행기 전경
*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도착
오클랜드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바다 건너 남섬 땅에 진입하였을 때 고산 지대의 척박한 땅이 지상에 깔려 있다. 나무가 하나 없고 고봉 산악에는 만년설만 가득하다.
그러다가 남섬의 남쪽으로 점점 다가가자 초지의 식물로 보이는 키 작은 나무 군락과, 조림한 듯한 울창한 나무 군락도 보인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양을 기르기 위해 큰 나무들을 베어내어 민둥산, 또는 초지로 변환된 땅이었다.
그것에 대한 증명이라도 하듯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착륙하려 비행기 고도가 낮아졌을 때 테니스 코트장으로 보이는 잔디밭에 하얀 차돌을 군데군데 늘어놓은 것으로 착각했던 그 풍경이 목장의 하얀 양떼였다.
남섬은 북섬과 또 다른 자연 환경이고,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공항에 도착하여 남섬을 안내해 줄 이제철 가이드를 만났다. 낮 12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을 출발하여 대기 중인 대형버스를 타고 남섬 남부도시 퀸즈타운으로 향했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하여 출입문에서.환영문구를 바라보는 본인 김윤자 시인
* 점심 뷔페 식당의 노부부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퀸즈타운으로 장거리 이동이 계획된 날이다. 우리 일행은 공항을 떠나 뷔페 식당으로 갔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질도 좋고 고급 식당으로 여겨졌다.
처음에 들어서서는 북섬에서 새벽 일찍 출발하느라 지쳐있고 좀 허기진 상태라서 뷔페 접시 한 가득 담아다가 먹는 일에 급급하여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다. 또한 안내원 말에 의하면 남부도시 퀸즈타운까지는 오늘밤 8시까지 장장 8시간을 달려야 하니 식사를 충분히 하라고 신신 당부했다. 나도 두 번을 한 가득씩 접시에 담아와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을 때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들이 테이블에 가득 모여 뷔페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영국계 노인들 부부여서 이곳에 여행온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고, 이곳 뉴질랜드 사람들이었다.
이곳 노인들은 노후 연금이 풍부하여 부부가 손잡고 와서 값비싼 뷔페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이런 고급 식당에 못 오고, 저렇게 대낮에 노인들만 한 가득이다. 그리고는 해변을 산책하며 행복한 노후생활을 즐긴다.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가족이며, 부부간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 뉴질랜드에서 그 진실한 현장을 목격하는 순간이다. 부부끼리 마주 앉아 정답게 식사하는 장면은 아름다운 명작 그림 같은 훌륭함이다.
머지 않아 우리나라도 저토록 아름다운 노후생활이 보장되길 빌어본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으로 가는 중에 들른 뷔페 식당.노부부들은 연금으로 아름다운 노후를 보낸다고...
* 퀸즈타운으로 장거리 이동
남섬의 여행은 총 1700km라 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천리길이라 알고 있는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두 번 왕복 운행하는 거리다. 그 중에서 오늘은 500km, 내일 빌포드 사운드까지 600km, 모레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오는데 600km다.
켄터벨리 대평원을 따라 눈물 없이는 못 보는 데카포 호수를 지나 1700m 얼음층이 뒤덮인 3754m의 마운틴 쿡을 조망하며 넘어간단다. 그렇게 자연 그대로 살려서 만든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즈타운 도시까지 이동 시간이 8시간 소요된다는 것이다.
버스는 앞뒤 의자 사이가 넓어 편안하다. 뒤로 제치면 거의 누워서 갈 수 있을만큼 잘 되어 있다. VIP라는 글씨가 노란색 버스 옆부분에 씌여 있는 것으로 보아 장거리 이동용 특수 버스로 보인다. 재질도 모두 양털로 폭신폭신하며 불이 나도 타지 않는다 한다.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아름답다.
시가지를 벗어나자 기차를 만났다. 사람 수송용이 아니고 화물 수송용인데 이곳 사람들 기차를 보면 복권을 산단다. 인구가 적은 관계로 그만큼 기차를 만나기 어렵다며, 오늘 우리가 기차를 본 것은 큰 행운이라 했다. 철로가 들판 나무 사이로 가끔씩 보이는데 한국철로보다 좁다. 한동안 철로를 보며 갔다.
이제 버스는 완전히 속도를 내어 달릴 수 있는 평원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다. 여기서 30분만 가면 집과 사람은 안 보이고 오로지 양과 사슴만 따라온다 한다. 벌써 창 밖은 푸른 초원 물결이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즈타운으로 이동하며 본 풍경.철로와 농장의 동물들,그리고 하얀 구름
* 켄터벨리 대평원
뉴질랜드는 1960∼1970년대에 이룬 자연을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1973년도만 해도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는데 국토개발을 국민들 모두 반대하고 현재도 못 사는 자가 시내에 부자가 언덕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반대 현상이다. 반대 현상은 그것만이 아니다. 시험지 채점도 맞으면 X로 표시하고, 수도꼭지도 돌리는 방향이 반대이고, 식물이 넝쿨을 감는 방향도, 변기에 물이 내려갈 때 휘도는 방향도, 북으로 갈수록 따뜻하며 남으로 갈수록 추워지는 등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만 빼고는 모두 반대다.
육안으로 보는 바깥 풍경도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북섬과 마찬가지로 농사 짓는 곳이 없고 모두 초지다. 큰 나무군락이 동일한 키높이로 다듬은 울타리가 동물의 방풍벽으로 길게 놓여 있다. 군데군데 나무를 베어놓은 곳이 있는데 목장을 만들기 위해서란다.
건조하여 집을 지을 때도 바닥에서 10cm만 띄우고, 지금은 늦겨울이라서 덜하지만 여름에는 식물이 다 타서 빨갛게 되는 나라다. 8만 5천 가구가 드넓은 평원을 소유하며, 사슴 250만 마리, 양 7천만 마리, 소 1천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남섬은 온도 변화가 심하고 추워서 기생충도 없다. 천년전에는 무인도였는데 한 부부가 최초로 개와 쥐를 데리고 이곳에 왔다가 정착을 못하고 북섬의 따뜻한 곳 오클랜드로 떠난 이후로, 남섬은 지금까지도 추워서 인구가 적다.
새로운 열림, 새로운 희망의 땅이란 뜻의 뉴질랜드,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나라, 34%가 원시림이고 54%가 씨를 뿌린 초지로 푸른 하늘과 드넓은 평원이 좌우 차창으로 스쳐지나간다. 130년된 2km의 다리가 이곳에서는 큰 자랑거리로 남반부 알프스산 서든 마운틴에서 500년된 빙하수가 다리 아래로 흐른다. 북섬이 침엽수림이라면 남섬은 빙하의 침식 지형이다.
버스는 오후 2시 30분에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마운틴 쿡으로 진입하고 있다. 점심 뷔페 식당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였으니 1시간 30분을 달려온 것이다. 평원은 끝없이 이어진다. 지구상의 마지막 파라다이스, 1864년 42세의 캡틴 쿡이 들어와 원주민에게 총과 그릇을 주고 과일을 얻어 먹으며 지도를 그림으로 오늘의 뉴질랜드가 탄생된 것이다. '배고픈 나라' 라고 이름 붙이고는 원주민에게 물건을 주면서 땅을 거두어 들여 영국 땅이 되어 버렸지만 그 아름다움이야 어디 가겠는가.
크라이스트 처치라는 지명도 사실은 영국 총독의 이름이고, 그 딸이 병들자 질병 치료용으로 휴양지를 조성했다는 제랄디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을 달려야 하기에 화장실을 꼭 다녀오라는 안내원의 당부가 강한 어조로 들린다. 목 마르면 화장실의 물을 그대로 손으로 받아 먹는다. 그만큼 무공해 땅이다. 이곳 대평원에서 채시라가 APT 선전할 때 찍은 장면 중 창문을 열면 확 전개되던 초원을 지나고 있다. 9년전에 이민왔고 5년의 가이드 경력이라는 이제철 씨는 서천이 고향이라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곳은 여자는 천국이지만 남자는 고통스런 이민이라고 덧붙인다.
Clean and Green 정책으로 36개 민족이 평화롭게 사는 나라. 다민족 국가이면서 자연을 철저히 보호하며 지구상의 마지막 낙원으로 보존되고 있다. 700m 고지의 훼어리 마을에서 오후 4시경 장례식 행렬을 보았다. 길가에 자가용을 주차해 놓고 꽃과 비석이 즐비한 공동묘지로 영정을 들고 간다. 이럴 때면 마을 사람 모두 참여하는데 초청받은 사람만 애사던 경사던 참석하고 부조금은 일체 없다. 화장 비용이 많이 들어 주로 겹장으로 묻힌다.
길고 긴 평원은 서서히 고지로 오르게 되고, 고원의 평야가 시야에 들어온다. 새로운 세계다. 지금까지는 남섬에서도 북쪽 평야로 초지였는데, 이제부터는 건조하고 까칠한 황색 평야다. 민둥산을 만들어 알카파를 키운다는 말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고지의 메마른 마른 풀 사이로 작은 풀이 돋는데 그 풀이 맛있고 좋아서 곳곳에 메리노 양이 살고 있다.
신비로운 나라다. 사람과 민가는 거의 보지 못하고 양을 비롯한 동물과 농장과 끝없이 전개되는 평원을 계속 달리고 있다.
사진 상:뉴질랜드 남섬 북쪽지방의 푸른 평원.북섬과 유사한 초지가 구릉에도 평지에도 이어지고...
사진 하:뉴질랜드 남섬 남쪽지방의 마른 평원.같은 남섬인데 큰 차이로 아름다움은 여전히 이어지고...
* 대카포 호수
마운틴 쿡의 비경을 보며, 켄터벨리 평원을 달려 해질녘 다다른 호수다. 만년설이 가득 쌓인 산줄기가 호수를 향해 뻗어 있고 끝없이 고인 호수의 물은 빙하수가 흘러든 것이다. 호수 중심을 따라 만난 끝점에 마운틴 쿡 정상이 오롯한데 구름과 빙산의 구분이 없다. 캐나다 록키 루이스 호수와 유사한데 규모는 훨씬 크고, 아름다움도 그에 못지 않다.
호수 언덕에는 개 동상이 세워져 있다. 뉴질랜드 목장에서 양몰이로 인간에게 유용한 동물임을 상징하는 기념 동상이다. 오랜만에 만난 민가의 굴뚝에서 저녁 연기가 곱게 솟는다. 선한 목자 교회가 호수 곁에서 외인의 걸음을 축복하고 있다.
대카포는 원주민 말로 '침낭과 밤' 이란 뜻인데 밤에 텐트치고 자던 날의 기억으로 이어지는 지명이다. 대카포 호수는 작은 안내소가 있어, 그곳에 들어가 사진과 설명을 보며 자세히 관찰하고 나왔다. 그 황색 거친 풀이 뉴질랜드에만 자생하는 특이한 식물이라는 것도 알았다. 호숫가에 하늘거리는 황색 풀이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출렁이는 대카포 호수 물빛과 환상적인 경치를 자아낸다.
이 호수 외에도 크고 작은 호수가 많으며 1700m 길이에 300m 두께인 남극 빙산이 670km의 호수에 떠 있다고 한다. 남극에 가까운 나라이기에 이색적인 풍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호수 곁에는 화장실이 있는데 그 물을 틀어 손을 씻으니 손이 시려웠다. 두 손으로 받아먹는 물맛은 달다.
호수의 물빛과 풍경은 해가 넘어간 바로 뒤에 가장 아름다웠다. 외객을 위해 마운틴 쿡과 호수를 배경으로 전망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벤취를 놓았다. 우리 부부는 가이드가 잡아 주는 위치에서 앞과 뒤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었다. 참으로 위대한 자연 속에 담아본 얼굴이다. 아무리 오지일지라도 관광객을 위해 불편이 없도록 모든 시설을 갖추어 놓은 나라다.
사진 상:뉴질랜드 남섬 대카포 호수에서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과 함께 연인의 의자에 앉아...아름다운 정경
사진 하:연인의 뒷모습까지 찍는 의자라고...우리 부부의 뒷모습까지 찍어준 이 고마움~아름다운 행복
* 마운틴 쿡 만년설
쿡 산은 참으로 방대했다. 캐나다 록키산맥처럼 가까이 다가가는 관광로는 아니지만 원경으로 오랜 시간동안 이어지는 설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록키산맥으로 착각되는 순간이다. 지랄드 휴게소로 진입하면서 만년설봉이 보이기 시작하다가 대카포 호수에 이르러 그 정상이 호수와 맞닿아 있다.
3천미터 이상의 고산이 19개이고 마운틴 쿡 정상은 3764m다. 원주민은 아직도 마운틴 쿡이라 부르지 않고 그들의 말로 '아오라키 마운틴' 이라 부른단다. 그 뜻은 '흰구름 사이 솟은 산' 이라는데 지금까지 대평원을 달려오면서 본 산은 정말 흰구름 사이에 솟아 있었다. 뉴질랜드의 구름은 500m∼1500m 상공의 낮은 층에 떠 있어서 산과 구름이 맞닿아 있고 어느 곳에서 만난 하늘이던 그 모습이 장관이다.
저 만년설에 도전하는 스키운동자들 11.3%가 사망하고 있다. 백년 뒤쯤 그들이 벌떡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가이드의 말을 들으며 서늘해졌다. 북반구 에베레스트산의 사망률이 5.3%인 것에 비하면 높은 사망률이다. 북섬은 여성적이고 남섬은 남성적인 지형으로 1/2 만 보이는 구름을 이고 선 만년설봉이 우람하다.
만년설로 뒤덮인 산을 알프스라 부른다는 것도 이곳에 와서 알았다. '백두 알프스' 리는 쉬운 예를 들어 이해했다. 마운틴 쿡 전망대에서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현지 안내원은 염려의 말을 했다. 저 산 모두 하얗게 눈으로 덮혀 있어야 하는데 금년 7월에 이상 고온으로 다 녹아내렸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100년 뒤쯤엔 일본과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있다 한다. 지구 곳곳에서 두려운 현상은 존재하고 있다. 후손에서 물려줄 지구가 오랫동안 싱싱한 수명으로 살아주길 빌며 돌아섰다.
대카포 호수에서 끌어올린 54km의 수로도 만나고, 수력 발전소와 고지로 물을 퍼올리는 둥근 수관도 보았다. 1947년 잘 살 때 영국인이 설계하고 뉴질랜드 인이 건설한 계단식 수로는 폭이 15m, 수심이 5∼6m 인 U자 형으로 3초마다 올림픽 수영장을 채울 정도다. 무공해 빙하물이기에 연어 양식도 한다. 얄미울 정도로 자연 축복을 받은 나라라고 가이드는 일축한다.
극지방의 해는 빨리 지고 어둠이 찾아온다. 오후 6시인데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뜬다. 보석을 박아 놓은 듯 초롱초롱한 별들 속에는 남십자성도 있는데, 과수원 농가라는 휴게소에서 잠시 내렸을 때 화장실 앞에서 남십자성을 보았다. 신비로운 하늘을 보며 버스는 계속 퀸즈타운을 향해 달리고 있다.
사진 상:뉴질랜드 남섬 대카포 호수에서 보는 마운틴 쿡 만년설...호수 너머 저멀리 구름에 덮힌 만년설봉
사진 하:대카포 호수를 반원으로 둘러싼 마운틴 쿡의 만년설을 가르키며...신비로운 광경에 행복하여서...
* 스카인 라인 곤도라
우리가 퀸즈타운 도시에 들어선 시각은 오후 8시경이었다. 크라이스트 처치 공항에서 12시에 버스를 탔으니 정확히 8시간만에 이곳 남부도시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가 머무를 호텔 앞을 지나 스카이 라인 곤도라 승차장으로 갔다.
한 대에 네명씩 탄 곤도라가 산으로 오르는데 가파른 각도가 조금 과장하여 직각에 가깝다. 어둠 속에서 바라본 아래의 절벽은 죽음처럼 고요하다. 165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금새 올랐으니 그래도 두려움을 쉬 잠재웠다. 정상에 올라 퀸즈타운의 야경을 보았다.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소도시의 불빛은 아름다웠다. 스카이라인 곤도라, 이름 그대로 하늘을 오르는 체험을 한 아슬한 곤도라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 봅스 힐 산정을 오르내리는 곤도라.아슬한 각도...남편 유기섭 수필가님
* 봅스픽 뷔페 석식
스카이라인 곤도라를 타고 오른 봅스 힐 산정에서 뷔페 석식을 했다. 건물이 상당히 넓게 자리한 식당은 퀸즈타운의 야경을 보며 식사하도록 의자 배치가 잘 되어 있다. 조금 높은 곳에 뉴질랜드 특유의 음식이 놓여 있고 식탁은 조금 낮은 곳에 있어, 창가에는 어둠으로 산은 보이지 않지만 퀸즈타운 시가지의 야경이 서린다.
더욱 아름다운 것은 라이브 기타 연주로 부르는 노가수의 팝송이다. 긴 머리에 주름진 얼굴의 남자가 나이도 잊은 채 애절한 음성으로 my way와 yesterday 등 귀에 익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즉석에서 손님으로부터 신청곡을 받아 부르기도 한다. 내가 그의 곁에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더욱 멋있는 포즈로 승낙한다. 음악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밤이다.
모두들 대평원과 만년설, 호수를 만나며 장시간 달려온 탓에 저녁 식사 시간은 길어졌다. 새우찜과 건포도용 포도가 나의 입맛을 돋우어 많이 먹었다. 뉴질랜드 바다에서는 새우와 홍합이 많이 생산되어, 식당마다 즐겨 먹을 수 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스카이 라인 곤도라를 타고 내려와 퀸즈타운의 호텔로 왔다. 끝없이 길고 규모가 큰 특급 호텔이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 봅스 힐 산정에 올라 뷔페석식.노가수의 연주에 낭만의 밤은 아름답고...
2005년 8월 23일 화요일 뉴질랜드 남섬
콮서른 호텔, 퀸즈타운 도시 풍경, 붉은 사슴 목장, 테아나우 호수,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황금벌판, 거울 호수, 호머 터널, 빙하수 줄폭포, 밀포드 사운드, 빗 속에서 본 양떼들
* 콮서른 호텔
퀸즈 타운에서 이틀간 머무른 호텔이다. 땅이 넓은 나라이기에 고급 일류 호텔인데도 건물이 위로 오르기보다 옆으로 길게 늘어서있다. 5층 건물이라 하지만 호수를 바라보는 이 호텔은 3층이 1층인 셈이다. 정문 앞 도로에서 로비에 들어선 그곳이 3층이었다. 내가 잠을 잔 곳은 2층이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건물이 여러번 꺾어져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못 느끼지만 내부에서는 아침식사, 혹은 외출했다 돌아와 방을 찾아갈 때 꺾어진 복도 갈림길에서 혼돈하여 헤매곤 한다. 맨 처음 들어올 때 안내원 말도 종종 들어오는 그들도 미로 찾기를 한다며 헤매지 않도록 당부했다.
호기심 많은 나는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길고 아담한 복도가 예뻐서 걸어도 보고, 창 밖은 온통 아름다운 정원이고, 목조 호텔이라서 캐나다 록키 매리어트 호텔에 온 착각이다. 5층 뷔페 아침 식사한 곳 테라스에 나가보니 확 트인 곳에 호수가 환상적이다. 운무에 젖은 호수 풍경이 뉴질랜드 남부의 낭만을 선사하고 있다. 아래로는 ㄷ자로 꺾어진 곳에 내가 잠을 잔 호텔 객실이 보이고 그 사이 푸른 뜨락이 아름답게 보인다.
호텔 정문에 나가니 아침을 여는 출근 차량들이 오가고 앞에는 산이 하나 우람하게 보인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 산이 바로 스카이라인 곤도라를 타고 올라간 봅스힐이었다. 구름이 낮게 드리운다는 나라, 높은 산이 아니어서 힐, 언덕이라 부르는데, 그 낮은 산에 구름층이 두텁게 내려와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이 호텔이 자리한 곳도 비스듬한 둔덕이다.
퀸즈타운에는 이 호텔 말고도 여기저기 짓고 있는 호텔이 많다. 관광수입으로 사는 나라인데 밀포드 사운드를 찾아오는 세계인들이 점점 늘어 숙소가 부족하단다. 외형으로 보아서는 한국의 관광명소에 지은 콘도 비슷한데, 낮고 길게 옆으로만 늘어선 호텔이 특급 호텔이라 하니 드넓은 나라의 낮은 인구밀도를 중명하는 대목이다. 아름다운 호텔 ?B서른,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고운 풍경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의 ?B서른 호텔 앞에서.록키산의 매리어트호텔과 같은 아름다운 정경
* 퀸즈타운 도시 풍경
오전 7시 30분에 호텔을 출발하여 밀포드 사운드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VIP 노란색 대형버스는 어제 우리를 싣고 크라이스트 처치 공항에서부터 함께 온 차다. 차가 호텔을 돌아 시가지에 들어설 때 가파른 언덕에 줄지어 들어선 민가의 주택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높은 건물은 아예 없다.
시가지를 벗어나자 곧바로 호수변 도로를 달린다. 와카티포 호수로 가장 큰 호수란다. 이 호수에 대해서는 다음날에 근경과 함께 더 자세히 쓸 것이다. S자형의 거대한 호수가 비행기에서 보면 의자에 앉은 여인같은데 그 무릎 부분이 퀸즈타운 도시라 하니 가히 그 아름다움이 짐작된다. 참으로 깨끗하고 향기로운 소도시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여왕처럼 아름다운 도시 퀸즈랜드.와카티포 호수변에 줄지어 선 강변의 작은 집들
* 붉은 사슴 목장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 모두 동물들이 사는 땅인양 시가지만 벗어나면 푸른 초원에 젖소, 양, 사슴 등이 가득하다. 퀸즈타운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가의 풍경도 그렇다. 해양국립공원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주로 양들이 많았다. 그런데 뿔도 없는 덩치큰 사슴들이 우리에 갇혀있는 장면에 몇 군데에서 목격되어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기가 막힌 대답을 한다. 한 마디로 잘못 수입된 Red Deer, 저 붉은 사슴들은 식용으로 쏴 죽인다는 것이다. 독일에 body 처분으로 수출한단다. 그 이유인즉 레드 디어가 뛰어다니며 양들이 먹어야 할 질 좋은 풀들을 다 먹기 때문이다. 힘이 세어서 철조만 얕은 양들의 울타리는 단숨에 넘어 들어가기 때문에, 붉은 사슴은 따로이 높은 울타리 안에 가두고 있다. 그리고는 상단에는 전기가 흐르게 하여 접근을 못하게 하고 있다. 사슴의 뿔은 45일이면 다 자라고 그 뿔이 나오는 시기에는 강한 성호르몬이 나오는데, 저 붉은 사슴은 아예 뿔을 잘라버려 성호르몬을 감퇴시켜 놓는다. 가두어 길러야 하고 육용으로만 사용되는 동물이니 뉴질랜드의 동물에 대한 정책으로는 참으로 안타까운 대상의 동물이다. 붉은 사슴 목장은 그리 많진 않고, 그 구역도 한정되어 있어 남섬의 몇 군데에만 있다. 보통 사슴보다 훨씬 큰 몸집으로 갇힌 우리에게 서성이는 모습이 참으로 애처롭다.
*사진:뉴질랜드 남섬에서 본 붉은 사슴목장.비가 오고, 버스의 빠른속도로 인해 희미하지만 붉은 사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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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 아나우 호수
퀸즈타운에서 밀포드 사운드를 갈 때 거친 테아나우라는 도시에 있는 호수다. 뉴질랜드 남섬에 가장 큰 호수다. 길이가 64km, 폭이 넓은 곳은 10km로 한국 여의도 면적의 150배다. 호숫가에서 잠시 내려 주변 풍경을 돌아보았다.
이미 이곳은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접근하는 지역이어서 멀리 산 아래까지 이어진 호수가 아득하다. 보트와 갈매기가 있고 큰 나무가 오랜 역사를 안고 호수 곁에 서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테 아나우는 마오리의 언어로 '비처럼 물이 쏟아지는 동굴' 이라는 뜻이다. 안내원은 '부정의 샘' 이란 뜻도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지명은 테, 토, 까, 페, 포… 등의 경음과 격음이 많이 들어 있고 대개 4음절 이상으로 긴 편이어서 잘 외워지지 않는다. 영어와는 다른 독특한 단어로 원주민 마오리 족이 지은 이름들이라서 그런 것 같다. 이곳 테 아나우 호수도 수없이 되뇌이며 그 이름을 외웠지만 머리 속에 잘 저장이 되지 않은 지명 중 하나다.
이곳 도시의 호수변에는 중국인 마을이라 한다. 도로의 우측에 형성된 도시는 비교적 잘 가꾸어져 있고, 기념품을 파는 상가도 있어 둘러보았다.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화장실도 있다. 어느 가정에서는 집 주변에 막대기로 울을 치고 사슴을 기르기도 한다. 사람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고요한 마을이다.
호수 물가에 지은 예쁜 건물에 'Lake Te Anau' 글씨가 선명하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밀포드사운드 가는 길에 테아나우 호수에서.시인과 수필가...우리 문인 부부
*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테 아나우 호수를 지나 오전 10시 30분경 국립 공원에 들어섰다. 안내원은 해양 국립공원에 입장할 때는 마오리 족의 애국가로 불리는〔연가〕를 불러야 한다면 '포카리 카리아나∼' 원어민 말을 선율로 읊었다. 우리의 '아리랑' 과 같은 노래다. 원주민들은 큰 행사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른단다. 이곳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입장하는 것은 그만큼 거룩한 지역, 이색적인 지역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곳은 365일 중 300일, 연간 7천 밀리의 비가 내리는 지역으로 울창한 숲 터널이 계속 이어진다. 국유지라서 넘어져 죽은 나무 한 그루도 건드리지 못한다. 도로변에도 여기저기 크고 작은 나무들이 쓰러져 고목으로 으스러져 있는데, 흙이 흘러내림을 방지하고, 그대로 자연에게 돌려 주고 있어 가져가면 벌금을 내야 한다. 수백년 된 큰 나무가 불과 2분만에 펑하고 쓰러질 때 주변 작은 나무까지 함께 넘어져 도미노 현상으로 한 무더기 고사목이 쌓인 곳에는 푸른 이끼도 끼어있다. 어느 것 하나 자연에 손대지 않는 국가임이 증명되는 대목이다.
뉴질랜드 상징 식물은 고사리와 키위인데 사방에 고사리가 지천이다. 모양은 한국의 산에서 보는 고사리 잎과 동일한데 사람의 키를 훨씬 넘는 큰 고사리 나무로 성장하고 있다. 퀸즈타운에서 올 때 더러는 키가 작은 것도 보았는데, 그것은 일부러 산불을 내어서 불이 난 곳에는 고사리가 잘 자라기 때문이란다. 그곳은 습도가 60%도 안 되는 곳이라서 그렇지만 국립공원은 연중 비가 오는 지역이다.
잠시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약수물을 떠 먹고 또 가다가 내려 빙하수가 큰 바위들을 뚫어 구멍을 내어 놓은〔이런 현상을 캐즘(Chasm) 현상이라고 함〕계곡의 다리를 건넜다. 깊은 산중을 우산을 쓰고 걷는 순간은 아프리카 밀림 지역을 연상시키며 원시의 향기와 낭만이 온몸에 배이고 있었다.
산봉우리에 휘도는 운무와 빙하수 폭포가 절경이다. 남섬의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은 이토록 확연히 다르다. 장엄한 숲의 공원은 끝없이 이어진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밀포드사운드 가는 길에 잠시 산책한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향기로운 비가 나무다리를 적시고...
* 황금 벌판
한동안 숲을 달리다가 누런 벌판의 평지를 만났다. 사실은 강한 자외선에 식물이 타 죽은 초지 평원인데, 황금 벌판이라고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그냥 지날 수 없는 곳이라 하여 버스를 도로변에 세우고 모두 내려서 산과 산 사이, 초록 물결 사이 황금빛 잔잔한 식물 속에 서서 기념단체사진도 찍고, 잘 지어진 화장실에 들르기도 하였다.
퀸즈타운에서 밀포드사운드까지는 왕복 620km로 12시간의 여행거리다. 직선거리로 길을 내지 않고 구불구불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따라 도로를 내었기 때문이다. 이 길은 특히나 퀸즈타운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사람들만이 지나는 도로라서 한적하다. 1927년에 국유도로이다가 1954년 개통되어 밀포드사운드 가는 길은 이 길 뿐이다.
빙하가 흘러내려 판판하게 평지로 다져놓은 애달픈 땅이다. 아까 지나온 곳의 어느 지역에는 돌만 가득 굴러내려온 풍경도 보였다. 빙하 침식 지역이라서 바위가 부서져 내려서다. 일년 내내 이런 풍경이다. 건초지라도 울타리가 없는 곳은 국유지라는데 황금 벌판에는 울타리가 없다. 붉게 탄 황색 식물은 레드타석이라는 이름의 식물로 봄에 푸르게 싹이 나도 저렇게 빨갛게 말라버린다.
그렇다고 죽은 것은 아니다. 뿌리채 뽑아야 죽는 강인한 식물이다. 잘 뽑히지도 않는, 하늘하늘거리는 붉은 줄기가 날카롭지도 않고 굵은 실을 만지는 느낌이다. 기후도, 식물 군락도 남극에 가까운 땅이기에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대륙과는 전혀 다르다. 한국의 가을 들녘 풍요로운 황금 벌판은 아니어도 또 다른 개념으로 아름다운 들녘이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밀포드사운드 가는 길에 황금벌판에서.강석호 회장님과 중앙의 우리 부부
* 거울 호수
말 그대로 거울처럼 모든 풍경을 그대로 반사시키는 특이한 호수다. 청둥오리가 많아 연중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은 불과 며칠 안 된다는데 그 날은 다행히도 아름다운 거울 호수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세 가지 요인, 즉 하늘이 푸르고, 바람, 비가 없어야 한다는데 그 세가지 조건도 갖춘 날이었다. 이곳 오리는 모두 자연 오리들로 물에 돌을 던지면 와그르 몰려온단다. 빵을 좋아하여 돌이 빵인줄 알고 그런다는 것이다. 그 양이 너무 많을 때는 이른 봄 3월에서 4월까지 오리 사냥을 허용하기도 하나 허락 없이는 한 마리만 잡아도 쇠고랑 신세를 져야 하고, 실제로 관광객 중 어느 할머니는 오리를 잡은 죄로 여행 도중 곧바로 본국으로 되돌려 보낸 사례도 있다고 했다. 아내원은 덧붙였다. 빨리 고향 땅 한국에 가고 싶거든 오리 한 마리 잡으면 된다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루지 않는 나라다. 거울 호수 속에는 만년설이 쌓인 산맥의 일부가 거꾸로 들어가 있다. 실제의 설산 모습, 실제의 하얗고 푸른 산의 색깔 그대로다. 참으로 신기한 호수다. 물에 비치는 빛의 각도와 맑은 천연의 물 등 신의 손길로 일구어낸 값진 땅에서 믿어지지 않은 비경을 본다.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목은 길고도 아름답다. 절대로 지루하지 않은 풍경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도로변에 위치한 거울 호수, 좁다란 산길을 따라 바라보았다.
*사진:물 속에 빙하로 덮인 산이 들어가 있는 거울 호수의 비경.호수는 거울처럼 맑고 잔잔하여라
* 호머 터널
1270m의 긴 굴이다. 눈을 감았다 떠도 여전히 버스는 터널 안에 있다. 수공으로 만든 터널인데 참으로 훌륭하다. 만든 공법도 우아하고, 내부 모습도 현대식으로 잘 마무리되어 있다.
특이한 현상은 이 호머터널을 경계로 전혀 다른 자연 풍경이 전개된다는 사실이다. 이 터널을 지나면 완전한 남섬의 서부 지역으로 온 산맥에 만년설이 가득 쌓여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빙하가 녹아 흘러 빙하 눈물이 줄폭포로 흐른다. 한두군데가 아니고 좌우에 병풍처럼 늘어선 눈산에 크고 작은 폭포 물줄기가 하늘에서 풀어내리는 선녀의 드레스처럼, 모시옷 자락처럼 하얀 줄로 이어져 내려온다. 그 빙하수가 지나는 부분은 이미 물길이지 산이 아니다. 초등학생의 손길로 하양 크레파스를 산에 줄줄이 칠해 놓은 형상이다.
이미 이곳은 지표에서 120m 높이의 땅에 뚫은 터널이다. 산중의 산중에 어찌할 수 없는 만년설봉의 한 도막을 뚫어 길을 낸 셈이다. 그래서 동부에서 본 산과는 전혀 다르다. 동부에는 밀림초원지대이고, 설봉이 있어도 약간만 빙하수가 흐르고 있고, 산 아래에는 굴러온 바윗돌들이 보였을 뿐인데, 이곳 서부에는 온통 눈으로 휘덮인 산봉우리와 폭포, 그리고 신선이 머물 것 같은 운무가 가득하다.
가파른 산 아래로 내려가는 도로가 곡선으로 보인다. 겨울에는 눈사태로 못오는 날이 많은데, 지금은 늦겨울의 뉴질랜드인데도 눈 대신 비가 내려 축복받은 날이라 했다. 비가 내림으로 큰 줄기의 폭포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는데 오늘 우리 문인을 태운 버스는 호머 터널을 무사히 지나와 높은 지대에서 병풍처럼 늘어선 만년설산의 비경을 보여주고 있다. 감사할 일이다. 차는 이제 점점 서부의 빙하 침식 지대로 내려가고 있다. 캐나다 록키산맥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어쩌면 더 가까이에서 더 높은 곳에서 바라봄으로 피부에 스며드는 아름다움이다. 장엄한 것은 캐나다 록키만은 못하지만 그 빼어난 비경은 그에 못지 않다.
여러 가지 자연 풍경에서 축복받은 나라다. 한 나라, 한 땅덩이에서 이렇게 다양한 풍경을 외인에게 선사하고 있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호머터널에 진입하기 직전의 빙하 설경.녹아내린 빙하덩이들~
* 밀포드 사운드
밀포드 사운드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다. 1년에 260만명의 세계인이 다녀가고 있다. 한국의 서해안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들어갈 예정이라는데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에도 그리 많은 세계인들이 찾아올까. 부러운 나라에서 행복한 생각을 잠시 가져 본다.
남섬은 극에 가깝고, 또 밀포드 지역은 더 극에 가까운 땅이라서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지구의 땅 덩이가 갈라지면서 해협을 만든 곳이 많다. 총 13개 피오르드 지형 해안 중에서 그 하나의 아름다운 밀포드 해협에 온 것이다. 사운드는 소리라는 뜻 외에 해협이란 뜻도 있고, 밀포드는 이곳을 발견한 웨일즈의 밀포드 항구에서 물개를 잡던 사람에 의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비가 연중 오는 곳이라서 그 날도 비 속에서 유람선을 탔다. 버스에서 내려 선착장에 갈 때까지도 오지 않던 비가 유람선의 차창을 적시고 있다. 1시간을 타고 바다 쪽으로 갔다가 다시 1시간을 육지 쪽으로 나오는 유람선은 가장 아름다운 엘리자베스 폭포 곁을 지나고 물이 고인 산 아래에서만 산다는 바다 표범을 보여주려 수심이 얕을 것 같은 가장자리에 한동안 머무르고, 가장 방대한 스털링 폭포의 물줄기를 몸으로 맞으며 보도록 사람들을 2층 갑판 위로 불러 비경을 보여주는 등 환상적인 운항 코스로 떠 다닌다.
선상 뷔페 점심 식사를 하고 따스한 차종류까지 낭만적인 분위기다. 한국어로 인쇄된 팜플렛이 벽면에 꽂혀 있고, 한국 여성의 한국어 설명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호화 크루우즈 선박 여행도 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심은 300m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어 바다 쪽은 새우깡을 만드는 크릴 새우가 살고 육지 쪽에는 심해 어종이 산다. 낚시는 절대금지구역이다. 참으로 기묘한 형상들이 선창을 지나간다. 배의 맨 아래층에는 뷔페로 차려놓은 식탁과 화장실 등이 있고 이층에는 앉아서 유람하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다. 오후 1시에 승선하여 계단으로 내려가 접시에 음식을 담아 가지고 올라와 배의 창가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오후 3시에 다시 승선했던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 민물과 짠물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곳, 200년전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 ?L틴 쿡도 찾아내지 못하여 지도에 그려넣지 못한 구역이다. 빙하 침식으로 산이 천 미터 이상씩 깎이어 나가 칼로 자른듯한 단애는 올려다보면 아득하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이다.
퀸즈타운에서 이곳까지 5시간 30분 걸리는 먼 여행지다. 거리가 멀어서라기보다 구불구불 산길을 돌아 완전히 완전히 높은 산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먼곳까지 온 것에 대하여 이곳에서는 즐거움만 담아가선 안된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을 목격하는 곳이다. 줄줄이 쏟아져내리는 저 빙하수가 모두 바다로 흘러드니 말이다. 몇백년 후에는 한국과 일본이 지도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작은 섬 나라는 50년 뒷면 잠식되어, 전 국민이 뉴질랜드에 이민오는 것에 대하여 협정이 끝난 상태다. 먼 남의 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가능하다면 젊은 청소년들에게 저런 현장을 보여주고 지구의 아픈 상처를 다독이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도록 이끌어주어야 될 것 같다.
무조건 나홀로 자가용에 몸을 싣고 뿜어대는 열기가 얼마나 지구의 살갗을 씻기우는지, 이 현장에 와서 본다면 집집마다 몰고 다니는 승용차에 대하여 생각을 재조립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을 발전시키되 지구 훼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나, 한 세대로 끝나는 지구가 아니고, 내 자손 대대로 살아가야 할 지구이기 때문이다.
승선할 때 한두방울 떨어지던 비가 하선할 때는 우산을 써야 할 만큼 비가 많이 온다. 낭만과 공존의 평화가 돋보이고 신의 축복이 내린 빌포드 사운드, 오랜 기억 속에서 살아 있을 것이다.
*사진 상: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사운드 유람선에서. 창밖에 보이는 산줄기의 하얀 빙하 줄푹포 비경
사진 중:유람선 갑판 위에서. 스털링 푹포의 빙하 물줄기를 맞으며...곁에는 뉴질랜드 국기
사진 하:피요르드 해안 밀포드 사운드 협곡의 아름다운 풍경.유람선을 타는 선착장에서 본인 김윤자
* 빗 속에서 본 양떼들
1968년에 6.25 동란 때 파병에 대한 감사함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시찰을 겸하여 이곳에 왔는데 눈시울을 적시더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묻자 '너무 부럽다' 는 한 마디가 대답의 전부였다고 한다. 넓은 토지, 아름다운 자연, 수많은 양떼들, 우유 생산 등에 감탄함에 국무 회의에서 홀스타인 젖소를 평택에 보내준 것이 한국 우유 생산의 시작이라는 그리 멀지 않은 역사 이야기를 들으면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금은 강원도 대관령 목장에까지 젖소가 퍼져 있는데, 그 당시에는 토끼풀을 많이 먹어서 배에 가스만 가득했다고, 웃으며 들었지만 자연 환경에 대한 차이에서 한국의 동물에게는 슬픈 이야기다. 우리에 가두어 기르거나, 목장이 있어도 좁은 땅에서 그들이 편히 자라겠는가. 똥을 싸고 앉아서 뭉개기도 하고 맛 좋은 풀이 사시사철 자라지 않으니 이곳 동물에 비하면 서러운 삶을 살다 가는 것이다.
저 빗 속의 양떼들을 보라. 일기에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그들의 삶을 살고 있다. 뛰거나 당황하지 않고 변함없이 풀을 뜯거나 그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사람처럼 길들여진 동물들이 뉴질랜드의 평화로운 자연 환경을 대변하고 있다. 처연해진 성품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양들은 번식력이 강하기도 하다. 숫양의 성기에 붉은 물감을 묻혀 암양의 우리에 넣었더니 하룻밤에 암양 150마리의 엉덩이가 벌겋게 물들었더라는 것이다. 뉴질랜드에는 7천만 마리의 양이 있고 한 사람이 2천 마리 이상 기르기도 한다. 농장을 경영하려면 축산과 전문대를 졸업해야만 허가가 나온다.
이곳 양은 6년 살면 수명이 다 한 것이다. 7년부터는 육질이 늙어 맛이 없어 강제로 생을 마감시킨다. 아기양 램의 고기가 가장 맛이 좋은데 생후 2개월후 적응을 못하여 많이 죽는다. 1년이면 이가 다 나고 7년째부터는 이빨이 빠지며 털도 질이 좋지 않다. 오고 가는 길목 도로변에서 무수히도 따라오는 양들이다. 뉴질랜드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거기 양과 젖소, 사슴 동물이 있더라고 대답하리라.
서부지역에서 동부로 넘어오니 비는 그쳤다. 퀸즈 타운에 어둔 밤에 도착하여 횡단보도를 건너 식당에 가는데 신호등이 없다. 교통사고로 사망해도 꽃다발 하나 준비하면 그만이다. 사고 후 처리는 모두 국가에서 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사진:비가 오는데도 뉴질랜드 양들은 여전히 처연한 모습으로 들녘 야생의 삶에 길들여진대로 산다
2005년 8월 24일 수요일 퀸즈타운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
퀸즈타운의 와카티포 호수, 세계번지점프장, 금덩이가 흐르는 땅, 오마라마 갈색 초원지대, 막사 식당에서 중식, 마운틴 쿡 정상의 설경, 다시 보는 데카포 호수, 방귀세, 남섬의 북쪽 푸른지대, 가시나무 노란꽃, 연어의 고향, 러셀 양 세 마리의 임무, 크라이스트처치의 중심가 밤거리 풍경
* 퀸즈타운의 와카티포 호수
오늘은 뉴질랜드 남부 도시, 여왕처럼 아름다워 이름붙인 여왕의 도시 퀸즈타운을 떠나 북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하는 날이다. 퀸즈타운에는 한인이 52명 산다. 오전 8시에 ?B서른(COPTHORNE) 호텔을 떠나 퀸즈타운에 있는 와카티포 호수에 갔다. 어제 밀포드 사운드에 갈 때 지나가면 본 아름다운 호수다.
총길이는 84km이고 최대의 폭은 5km로 상당히 길고 큰 호수다. 퀸즈타운을 S자형으로 감고 돌아 흐르는데 호수 수위가 오르내린다. 돌을 세웠는데 보다가, 안 보이다가 한다는 것이다. 그런 연유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호수 맨 끝 왕의 마을에 거인이 살았는데 여인을 제물로 바쳐야 무사하여 약혼한 여인을 바쳤다. 여인은 눈물로 지새우다가 잠자고 있는 거인의 털에 불을 질렀고, 거인은 심장만 살아 호수 가운데에서 콩닥콩닥 뛰어서 호수 물이 늘고 준다는 전설이다. 다 타버린 거인의 무릎 부분으로 이루어진 호수가 바로 퀸즈타운에서 바라보는 이곳이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면 의자에 앉은 여인 모양인데 그 무릎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설은 밀포드 사운드 갈 때 들은 것이고, 오늘은 도심가에 아름답게 드리운 호수를 보고 있다.
오리들이 얕은 곳에서 놀고, 맞은 편에는 파스텔 색조의 우아한 집들이 황갈색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다. 저 멀리로는 아득한 곳에 설산이 보이고 잔잔한 호숫물이 아침 햇살에 은비늘로 자작인다. 그리 맑은 날은 아니고 구름이 깔려 있는 날씨인데도 참 아름다운 물빛이다.
와카티포 호수는 '거인이 잠자고 있는 호수' 라는 뜻이다. 정말 저 호수에는 거인이 살까. 길고 긴 호수의 한 무릎 부분을 보았지만 키위 동상이 서 있는, 모래사장까지, 어느 바다를 만난 웅장함이다.
사진:퀸즈타운을 떠나오던 날...도심에 있는 와카티포 호수에서 키위새 동상과 함께 본인 김윤자
* 세계 번지 점프장
이곳은 퀸즈타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번지 점프장으로 번지 점프의 원조가 된 곳이다. 뉴질랜드의 모험가가 1988년 세계 최초로 시도하였으며 93세의 남자가 뛰어내린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도로변에 위치하여 있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빙그르 돌아 다시 건물 밖으로 나오니 카와라우 협곡에 철제 다리가 놓여 있고 아래로는 까마득한 곳에 강물이 흐른다. 그리고 다리 위에서는 번지 점프하려는 사람들이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43m 아래 강 위에는 노란 보트에 두 사람이 타고 있다.
번지 점프를 하려면 한달 전쯤 예약해야 하고, 건강체크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병이 있는 사람은 금지다. 임산부나 노약자도 당연히 금지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위험에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싸인을 하고는 통과된다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떨린다.
우리는 강가 높은 곳에, 다리와 같은 높이 위치에 유리벽 난간을 만들어 놓은 장소에서 바라보았다. 새처럼 두 손을 펴고 날아 내려가다가 다시 몇 번 튕겨 오르고는 줄에 몸이 수직으로 매달려 있을 때 노란 보트가 다가가 그 사람을 기다리던 안전요원이 받는다.
이곳은 세계인이 모이는 곳이다. 한국인도 오고, 광고용으로도 많이 촬영되는 곳이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도전이다. 시간 관계로 두 사람이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고 왔다. 퀸즈타운에서 크라이스트처치까지는 오던 날과 마찬가지로 8시간의 장거리다. 안내원은 유리난간에 매달린 우리를 불러 서둘러 떠났다. 줄에 매달려 출렁이던 사람과 같이 호흡한 순간이다.
*사진:세계적으로 유명한 번지 점프장.줄에 매달려 협곡 아래로 아슬히 떨어지고 있는 사람
* 금덩이가 흐르는 땅
버스가 산길로 접어들었을 때 협곡의 물 건너 맞은 편에 움막 같은 집이 보이고 돌과 흙이 쏟아져내린 흔적이 보였다. 저곳이 바로 그 옛날 금을 캐던 금광이라 했다. 작은 집은 중국인이 살던 집이고 지금도 관광객이 와서 줍는다. 지금도 비가 오면 금덩이가 산에서 흘러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질랜드에서는 금 채취를 금하고 있으며, 금 대신 알루미늄으로 대체하고 있다 하니 얼마나 자연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다. 금을 씻던 시냇물은 여전히 흐르고 뉴질랜드의 금광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장으로만 남아 있다.
금덩이가 묻힌 곳, 돈이 묻힌 곳을 건드리지 않고도 국가 경제가 튼튼한 이 나라가 예사롭지 않은 이미지로 스쳐간다. 국민들이 몰래 들어가 주워 갈 수도 있는데, 허술하게 방치해둔 저 소중한 땅을 잘 지켜가고 있다.
*사진:뉴질랜드 드림을 불러 일으킨 금광의 흔적들.중국인들이 막사를 짓고 금을 캐던 곳.지금도 금이 흐른다는데...
* 오마라마 갈색 초원지대
뉴질랜드 남부의 전형적인 갈색 초원지대로 들어섰다. 구릉으로 언덕진 땅에 온통 갈색 풀이 덮여 있고 양떼가 군데군데 흩어져 풀을 뜯고 있다. 갈색 죽은 듯한 풀이 사실은 생명이 흐르는 풀이고, 그 사이로 다시 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다.
강한 남극의 자외선이 일구어낸 명품이다. 스코틀랜드와 유사한 구릉지대이며 이곳에서 키우는 양은 비행기 헬리콥터로 몰아 이동시킨다. 언젠가는 한 무리가 떨어져 12년을 홀로 산 적이 있었는데 초교생들이 위문 편지를 쓰기도 했단다. 제일 장수한 양이 메리노 양이었고 지금도 오마라마에 동상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참 인간적인 이야기다.
965m의 린디스 높은 고개를 오전 11시 30분에 넘고 있다. 여름에도 이런 누런색 죽은 풀빛 들판이고 물이 있는 곳에만 질경이 혹은 노란색 작은 꽃이 피는 지역이다. 건조한 땅이라서 큰 나무는 없다. 갈색지대는 구릉에서 들판으로, 들판에서 구릉으로 사막처럼 이어진다. 신의 손길은 희한한 방법으로 명소를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밀포드 사운드 갈 때 보았던 갈빛 소나무도 그렇다. 세계에서 두 군데밖에 없는 소나무 군락인데, 1년에 3mm밖에 성장을 못함에 작고, 강한 자외선에 타서 붉은 색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이것도 축복받은 나라의 소산이다. 어느 곳에서 저토록 동일한 색상의 갈색 초원지대를 만나겠는가. 한 나라에서 다양한 모습의 자연 경관으로 외인에게 선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뉴질랜드 남섬의 남쪽 지방은 대부분 갈색 초지로 뒤덮여 있어...강하면서도 애련한 풍경
* 막사 식당에서 중식
구릉지대를 넘어 평지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경찰과 자가용이 서 있었다. 이곳에도 경찰이 더러 있어 자가용은 시속 100km, 버스는 90km를 넘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다. 대개는 위반하는데 우리 버스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앞서간 자가용 덕분에 무사했다. 구릉지대 협로를 저속으로 오니, 드넓은 평원의 도로에서는 그 지연된 시간을 찾으려는 보상 심리 때문이리라. 좌우로 전개되는 평평한 대지는 완전 갈색 초지는 아니다. 빙하가 흘러들어 몰아온 돌덩이도 있고 간간히 연초록 풀도 섞여 있다. 이런 현상은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의 중간지대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이제 남부의 건조한 지대에서 북부로 많이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경계지역의 아름다움도 대단하다. 곧 작은 도시에 들어섰다. 창 밖에 보이는 집들이 콘테이너 박스를 늘여지은 건물뿐이다. 이곳은 7천명의 군인이 막사로 쓰던 곳이란다. 현재는 1천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그 중 한국인이 2명 사는데 오늘 우리가 점심 식사하러 가는 막사 식당에 있다 한다. 사방으로 막사 건물이 즐비한 곳의 잔디 정원 길을 따라 들어가니 한국인의 식당에 다달았다. 한국으로 거는 수신자 부담의 직통 전화기도 복도에 준비해 두었다. 연어회와 찌개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사진: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선 마을...우리가 식사한 곳은 막사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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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틴 쿡 정상의 설경
막사 식당이 있는 토아이젤 마을을 떠나 조금 지났을 때 왼쪽으로 3754m의 마운틴 쿡 정상의 설경이 보인다. 구름인지 산인지 구분되지 않는 천상의 뾰족탑이다. 얼음층만도 수백미터이니 당연한 풍경이다. 500년이나 되야 두터운 얼음이 다 녹는다는 것이다. 그런 기후 조건 때문에 에베레스트 산보다 낮지만 등반이 어렵다. 접근이 불가능하여 관광객도 가지 못하는 곳이다. 마운틴 쿡의 설경은 이미 퀸즈타운으로 갈 때 보았지만, 저토록 높이 솟은 눈부신 비경의 설봉은 오늘 처음 본 것이다. 오른쪽에는 여전히 평원이다. 참으로 대조적인 아름다움을 보고 있다. 마운틴 쿡은 반지의 제왕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사진:마운틴 쿡의 원경...정상은 구름에 싸여 구분이 되지 않지만...그 위용은 대단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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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는 데카포 호수
지금 시간 오후 1시 30분, 한낮의 햇살에 은빛과 비취빛이 휘도는 호수가 마운틴 쿡 산 아래 자리하고 있다. 알고 보니 데카포 호수다. 지난번에는 어둠에서 발하는 짙푸른 청색의 물빛을 보았는데, 오늘은 밝음에서 발하는 옥색의 물빛을 본다.
선한 목자의 교회와 개동상이 있던 호수변을 거닐던 시간들이 벌써 추억으로 저장되고, 그 기억상자 속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흡입하여 담고 있다.
*사진:데카포 호수 안내문.퀸즈타운에서 크라이스처치로 올라오며...차 안에서 찍음
* 방귀세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다. 양과 소 등 동물에게 방귀세를 물린다는 것이다. 1년에 양은 1마리에 60센트, 소는 1달러의 세금을 메긴다. 그 이유가 지구 온난화 차원에서라고 하니 지막힌 나라다.
1만 마리 소유주는 연간 1만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 어느 나라에 이런 세금이 있을까. 무를 심는 것은 사람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나 양이 뜯어 먹으라고 심는 것이라 하니 뉴질랜드의 동물은 사람 못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생리현상일지라도 방귀를 끼어 독가스를 내뿜는 자연 훼손의 세금은 당연하다고, 나는 억지로 해석했다.
여러 면에서 신기한 풍경과 신기한 이야기가 서린 나라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에서 크라이스처치로 올라오며 본 들녘의 양떼들
* 남섬의 북쪽 푸른 지대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켄터벨리 대평원이다. 한국의 아파트를 채시라가 선전할 때 창밖을 열면 전개되던 그 푸른 초원 들녘이 바로 지금 지나는 저곳이란다. 역시 퀸즈타운으로 갈 때 지나가며 큰 감동으로 본 곳이다. 이제 북부로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의 풍경이 전혀 다르고, 남섬에서도 북쪽 지방과 남쪽 지방의 풍경이 전혀 다르다. 그것은 기후에 의해서 그런데 연간 강수량이 450mm로 건조지대가 있는 반면 연중 비가 오는 우림지대, 그리고 크라이스트처치는 연간 750mm로 비의 양과 태양빛의 차이로 들녘의 식물 모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연간 1200mm 정도인 것에 견주어 보면 크라이스트처치가 사람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초지는 더욱 짙푸르고 큰 나무군락이 가로수와 동물의 방풍림으로 서 있다. 극지방의 자연환경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 소중한 여행이다. 여행만큼 값진 교육 투자가 없다는 말이 실감나게 가슴에 새겨진다. 돌아가면 나의 후손과 주변 사람에게 세계여행을 권할 것이며, 반드시 뉴질랜드 남섬에는 꼭 가보라고 권할 것이다.
*사진:뉴질랜드 남섬의 북쪽 지방으로 올라오면서 본 푸른지대.남쪽 지방의 갈색 초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
* 가시나무 노란꽃
노란색 꽃나무가 지천이다. 가로수로 줄지어 서서 노란꽃 물결을 이룬 곳도 있고, 들녘 가운데 노란꽃 무리로 뭉쳐 있기도 하다. Goars 라는 이름의 가시나무 꽃, 북섬에서 본 용돈나무다.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 가시나무 꽃줄기에 싸서 주머니에 넣어 줌으로 돈의 소중함을 깨우쳐 준다는 바로 그 나무, 지금 남섬에서 그 오롯한 경제 관념을 배우고 있다.
이곳은 유치원, 초교, 중교, 고교까지는 모두 오전 9시에 수업을 시작하여 오후 3시에 수업이 끝난다. 똑같은 시간 동안 학교의 교육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다. 고교라 해서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은 남섬에 7개 있는데 그 중 크라이스트처치에는 2개가 있다. 대학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교에서부터 진로가 분리된다. 꼭 공부하여 성공하겠다는 학생은 이론 공부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자신의 특기에 맞는 현실적인 전문교육 쪽으로 실력을 쌓는다.
이곳에도 빈부의 차이는 있어 부유한 가정에서는 영국 유학으로 교육시킨다. 그 이유 ?O 하나는 드넓은 땅에 사람이 적어 집 가까이 학교가 없다는 것도 포함된다. 시골에는 초교도 사람 수가 적어 한 교사가 전학년 수업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일찍이 양치기 목동으로 양털깎이 전공자는 많은 돈을 벌어 도시에 빌딩을 가진 자도 있다. 어떤 종류의 직업이든 돈벌이가 된다면 성실히 임한다는 대목이다. 19세면 집을 떠나 독립해야 되고, 저 노란꽃 가시나무에 싸인 돈을 보며 돈에 대한 개념이 올바로 정립되었으니 그리되지 않겠는가. 본받아 가야 할 생활 철학이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오는 길, 가로수로 서 있는 노란꽃 나무
* 연어의 고향
해가 뉘엿뉘엿 서녘으로 질 무렵 연어의 고향인 라카야 마을에 도착했다. 라카야 공원에는 커다란 연어 동상이 세워져 있다. 푸른 잔디밭과 아름다운 꽃나무의 조화로운 공간에 검은색 동상의 연어는 싱싱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고 있다. 뉴질랜드에는 연어가 많은데 정작 그들은 먹지 않고 거의 수출하고 있다. 먹어도 찜으로 하여 1년에 몇 마리 먹는 정도다. 바닷물의 농도가 빙하에 의해 낮아서이기도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것도 자연 보존에 길들여 살아온 관습에 의해서가 아닐까 싶다. 낚시도 허락된 곳에서만 해야 되고, 어느 할머니는 전복 1마리를 채취해서 팔다가 75만 달러의 벌금을 내는 처벌을 받았다 하니 이곳의 물고기는 동물이나 자연 식물처럼 동등하게 보호받고 있다. 잘 모르고 낚시를 했거나 물고기 등 바다 소산물을 잡았을 때, 경찰서에서 반성하는 기색이 없으면 아주 중한 벌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2005년 8월 23일 화요일, 즉 요며칠 전에는 어느 낚시꾼이 220kg짜리 참치를 잡아 기네스북에 올랐고, 그 참치에 대하여 연구 중이라 한다. 허용과 금지, 자유와 책임이 엄격히 구분된 나라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연어의 고향 마을 공원에서.연어 동상이 살아 움직이는듯...저 힘찬 몸놀림, 그 앞에 동심으로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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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셀 양 세 마리의 임무
연어의 고향 라카야 공원 맞은 편 도로변에서 특이한 목장을 보았다. 건물 가까이 목장이 있는 것도, 좁은 공간인 것도, 겨우 양이 세 마리만 있는 것도, 사람을 보고 철조망 가까이로 다가오는 것도, 등등 여러 가지가 지금까지 보아온 뉴질랜드의 목장 풍경과는 달랐다.
나는 너무 좋아서 양에게로 달려갔다. 사실 수많은 목장을 만나고 다녔지만 어느 한곳 멈추어 서서 양을 본 적도 없고, 사진도 찍지 못했다. 가이드에게 길가에 잠시 버스를 세우고 방목하는 동물을 보도록 요구했으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뉴질랜드는 도로에 갓길이 없어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멈춤은 안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도로의 서행은 구불거리는 산중 도로에서나, GO STOP 아저씨로 불리는 교통 요원이 초원의 도로 가운데에서 차의 속도를 조절해 주던 사례 이외에는 거의 없다.
그런 연유로 양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없던 차에 웬일인가 싶어 물었더니 선전광고용으로 기르는 양이란다. 철조망에 영문 글씨의 간판을 걸어두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양을 보기위해 다가가면 읽게 되니 광고효과는 큰 것이다. 또 그 양 세 마리는 사람이 주는 과자에 길들여져 있어 차에서 사람이 내리면 맛있는 과자나 빵을 얻어먹으려 뛰어온다. 준비되지 않아 손만 내밀어도 한동안 사람 가까이 서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갑자기 머리가 서늘해진다. 조금은 잔인한 방법이라고 여겨지다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의 생각을 정리했다. 동물이 많은 나라이니 저렇게도 사용될 수 있다로. 분명 국가로부터 허용된 방법일테고, 러셀이라는 이름의 저 양 세 마리의 충실한 임무로 조금은 국가 경제에 기여하지 않겠는가. 동물에게도 특이한 임무가 주어진 현장이다.
*사진:연어의 고향 마을에서 본 러셀 양 세마리.그들의 임무는 사람이 오면 달려가는 것.그로 인하여 광고물을 읽게 한다는데...
* 크라이스트처치의 중심가 밤거리 풍경
한국의 늦여름이 이곳에서는 늦겨울이다. 지금 시각 오후 5시, 한국이라면 해가 서녘으로 기울기에는 아직도 멀었을 시간인데 이곳은 벌써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들판도, 노란꽃도, 나무도 똑같은데 산 위에 떠 있는 구름까지도 똑같은 모양이다. 파란 화폭에 흰 물감으로 뭉실뭉실 옆으로 길게 그려놓은, 붓자국까지 선명한 한폭의 수채화다. 산봉우리에 뜬 흰구름이라고 원주민들이 해석하는 뉴질랜드의 진수를 본 순간이다.
퀸즈타운에서 600km의 거리를 하루 종일 달려 크라이스트처치의 도심에 도착한 것은 어두워지는 밤이었다. 중심가라는데 차도, 사람도 그리 많이 않다. 관광용으로만 쓰이는 전차 선로가 놓은 길을 건너 광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검은 대리석 돌비가 나무 아래 즐비한데 모두 최초로 이곳에 배타고 건너온 자들이 이름을 새겨놓은 것이다. 이미 밤은 짙어가고 형상만 보일뿐 글씨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광장의 한쪽 공간을 넓게 차지한 것으로 보아 그날의 역사를 상세히 적어 보존하고 있는 것 같다.
성당 건물이 맞은 편에 높이 솟아 있다. 아름다운 빛이 서려 첨탑의 십자가가 더욱 거룩한 모습이다. 동유럽에서 본 건물과 유사하다. 영국 성공회 건물이니 그러할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저 건물보다 더 높이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성당의 높이나 규모가 그리 웅장하거나 크지도 않은데 저보다 높이 지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하여 신적 존재의 가치를 넘어선 안된다는 개념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라면 한국의 건물 잣대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만큼의 땅넓이가 여유로운 나라다.
커다란 나뭇잎 탑이 보라와 은빛 조명으로 아름답게 서 있다. 중심가의 대로변, 성당 바로 앞 광장에 큰 높이로 여러 가지 나뭇잎을 연결시켜 만든 탑이다. 저 나뭇잎들은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식물의 잎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사리다. 원래 이 나라의 대표 식물은 고사리와 키위 나무다. 키위 나무는 계절상 그 잎을 보지 못했고 고사리는 나무로 성장한 군락을 무수히 보아왔음에 금새 눈에 들어왔다.
여기까지가 크라이스트처치의 중심가 밤거리 풍경이다. 참으로 단순한 도시다. 길 건너에 은행과 여러 상가들도 있지만 한국의 도심과는 비교되지 않을만큼 한적하다. 조명이 그리 화려하지도 않고, 차가 많지도 않고, 사람이 많지도 않고 아담한 거리다.
한식식당에서 불고기로 저녁식사를 했다. 도우미를 불렀더니 중국여인이 온다. 중국인 고용 여종업원이라 한다. 이곳에서도 인건비 문제로 임금이 싼 중국인을 고용하는 것 같다. 적포도주를 잔에 들고 뉴질랜드의 여행을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하여 건배했다. 역사적인 장거리 뉴질랜드 남섬 기행, 그 마지막 밤이다.
내일이면 우리는 호주로 이동한다. 실업자 수당이 월 1600달러, 노인 연금이 470달러로 살기 좋은 나라임을 강조하던 이제철 안내원은 우리와 여행한 순간이 Happy Time 이라 했다. 공무원도 5시에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가서 집안일, 자녀교육에 신경쓰는데, 본인도 집에 있으면 설거지와 청소, 빨래를 하지 않겠느나며 웃음을 지었다. 특히 교육체제가 나 스스로, 다양성, 협동성 이 세 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예를 들어 '윷놀이'를 학습할 때 조사해오라고 하니 인터넷 검색으로 도와주는 것은 16세까지는 아버지 몫이라고 한다. 오후 3시 이후에는 할 일이 없는 나라, 가정을 중시하는 나라,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가사 분담이 잘 되고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조용한 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티처치의 중심가 밤거리풍경.뉴질랜드의 대표식물탑과 성당 앞에서 본인 김윤자
2005년 8월 25일 목요일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동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출발, 호주 시드니 공항 도착, 페더데일 야생 동물원, 블루 마운틴, 고속도로 풍경, 시드니 수족관, 스타시티카지노 뷔페 석식
*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출발
호텔에서 새벽 5시에 나와 공항으로 갔다. 원래는 7시 비행기인데 6시 30분 비행기로 바뀌어 남섬을 출발했다. 나의 좌석은 41K 창가다. 옆에는 뚱뚱한 호주 남자가 앉았다. 원래 우리가 타려던 비행기는 뉴질랜드 NZ181 항공이었는데 호주 QF 항공으로 바뀌어 우리 일행은 군데군데 떨어져 앉게 되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록키산 줄기 한도막을 넘는 기분의 설산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날카로운 설봉을 지나자 남섬과 북섬 사이의 바다가 보인다. 태평양을 가르고 솟는 일출이 장관이다. 오전 7시 무렵 하늘은 온통 붉은 산통으로 물들고 바라볼 수 없는 눈부신 햇살과 함께 어둠을 몰아내고 빛으로 한 가득이다.
오전 7시 30분에 기내조식이 나왔다. 미트와 시리얼 중에서 나는 고기 요리를 주문했다. 백포도주의 맛은 환상적이다. 한방울만 입에 넣어도 입안 가득차는 알싸한 포도향기가 부드러운 거품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으로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원래 나는 술을 먹지 않는데 유럽이나 호주 등 포도주 원산지에서는 조금 먹는다.
오전 9시 태평양 바다 운해설경이 비경이다. 남섬을 벗어나자마자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북섬과 남섬 사이 타스만 해협인데 제주도 한라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귀포 앞바다의 그때 그 운해설경과 유사하다. 비행기 자막에 Tasman sea를 지나 시드니에 들어가는 비행기가 보인다. 뉴질랜드 시간으로 오전 9시 40분, 호주 시간으로는 오전 7시 40분에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다. 호주가 뉴질랜드보다 2시간 늦고, 한국보다는 1시간 빠른 시차다.
정리하면 한국시간은 지금 오전 8시 40분, 호주는 7시 40분, 뉴질랜드는 9시 40분이다. 시차가 한국과 1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아서 한국에 있는 두 아들에게 전화 걸기가 더 편리해졌다. 바다가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시드니 공항은 아름다웠다.
*사진: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을 출발하여 호주 시드니 공항에 진입하는 비행기.기내 창가에서 찍은 풍경
* 호주 시드니 공항 도착
호주와 뉴질랜드는 사이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 호주는 영국 죄수 유배지로 그 후손이고, 뉴질랜드는 영국 귀족 후손이라고 나라는 작아도 뉴질랜드가 호주와 상대하지 않으려 한단다. 그런 원인도 있지만 두 나라 사이가 가까운데도 검색을 철저히 했다. 서로의 자연 훼손 방지를 위해 특히 농수산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시드니 공항에서 1987년도에 이민와 관광학과를 졸업하고 호주 관광청에 근무하는 36세 미혼의 유정현 가이드를 만났다. 그는 공무원이라서 호주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다음은 그가 전해준 이야기들을 그대로 적고자 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땅이 높다. 오늘 가는 블루 마운틴도 천 미터인데 해발은 더 높다. 호주의 산은 ㅡ자 형 산으로 기압이 낮아 여행객들이 나른하게 느낀다. 호주는 남한의 78배 땅을 자국민도 다 못 밟고 죽는다. 인구는 총 2천만명이고 시드니에 780만명이 살고 있다. 총 6개주와 2개의 특별구로 되어 있고 섬 하나가 우리나라 8.4 배나 되는 것도 있다. 2천만명이 호주 해안가에 산다. 해안도로가 36800km인데 하루에 300km씩 운전해도 120일만에 제 자리에 온다. 국민소득(GNP)은 29000달러다. 잘 사는 나라의 시각으로 우리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1/78 의 땅에 4800만명이 사는 한국이 나의 조국이지만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 교민은 총 46000명이고 영주권 획득자가 38000명이다. 1977년 최초 이민을 시작으로 금년이 38주년째다. 주택 보유자가 30%인데 거의 40%가 한인교민이다. 호주인은 거의 월세로 살고 한인은 대출받아서 집을 산다. 이것도 애처로운 현상이다. 좁은 땅에서 살던 습관으로 한 뼘의 땅이라도 나의 소유로 지녀야 한다는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사회주의성 민주국가다. 가장 좋은 제도가 2가지인데 그 첫째가 어린이 교육 무료다. 태어나면 2주마다 양육비와 기저귀, 우유 값까지 엄마 통장에 입금된다. 고교까지 무상이다. 두 번째는 의료 혜택이다. 무조건 무료다. 무료 진료, 무료 주사, 무료 약, 무료 입원 등등 죽을 때까지 건강 문제를 무료로 지켜준다. 이런 이유로 살기 좋은 나라라고 강조한다. 퇴직제도도 없다. 60세가 되면 연금이 나오는데 직장급여와 연금과 비교하여 노후 직장을 결정한다. 더 유리한 쪽을 택한다는 것이다. 와이셔츠를 1주일 입어도 목이 깨끗하다는 나라, 공평한 행복을 추구하는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하는 나라, 그래서 이민 선호국가인가 보다. 교포들이 미국은 세탁소, 호주는 청소부로 종사한다. 그래도 영주권을 받으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민권까지 얻으면 국적을 완전히 바꿔야함으로 정치참여까지 가능하다. 시드니에는 한인가이드가 260명 있고 6명은 관광청 직원이라 한다. 그 중 실장인 유정현 가이드는 한국인이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호주에서 큰 몫을 담당하며 살고 있었다.
*사진:호주 시드니 공항.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여 일행을 기다리는 시간.남편 유기섭 수필가님과 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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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더데일 야생 동물원
버스 안에서 호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맨 처음 간 곳이다. 호주에는 코알라와 캥거루가 상징 동물로 많은데, 캥거루는 1cm도 안 되는 아기를 어미주머니에서 유충으로 6개월 동안 재생산한다. 이것을 보며 세계의학에서 인큐베이터를 발명했다. 인류의 생명에 기여한 동물을 페더데일 야생 동물원에서 만났다.
호주 동물은 거의가 초식으로 90% 이상이 초식 동물이다. 그래서일까. 야생동물원인데 아늑하고 온순한 분위기다. 나무막대로 울타리를 친 곳에서는 캥거루가 사는데 튼튼한 꼬리로 땅을 박차고 뛰어나와 사람 사이를 달려다닌다. 만져도 가만히 있고 유순하여 관광객과 함께 사진도 찍는다. 많은 숫자의 캥거루가 사람이 다니는 길목에서 활동한다. 귀엽고 영리한 모습이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나무에 붙어 잠만 잔다. 그 나뭇잎만 먹고 사는데 유칼립투스 잎에 수면제 성분이 들어 있어 종일 잠만 자는 것이다. 암모니아 가스 냄새가 진동하는데 그게 바로 그 나무에서 나는 냄새다. 코알라 한 마리를 울타리 밖의 나무에서 잠자게 하고는 기념사진을 활영하도록 해 놓았다. 그의 등을 만지며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도 여전히 잠에 취해 있다. 코알라는 야행성 동물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그 외 박쥐, 악어, 진화되지 않은 토끼 모양의 돼지, 뱀 등등 많은 동물을 보았다. 호주의 전형적인 맑은 날씨 속에서 외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실 한 광활한 호주 대륙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좁은 공간에 가두어 둔 동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살기에 알맞은 환경이기에 저토록 행복한 풍경을 보이는 것이다.
*사진 상:호주 페더데일 야생 동물원.울 밖으로 나와 외객을 반기는 캥거루, 그 곁에는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
사진 하: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고 그 특유한 향기에 취해 종일 잠만 자는 코알라.내가 몸을 만져도 모르고...
* 블루 마운틴
야생 동물원에서 한식식당으로 가 한식뷔페로 점심을 먹었다. 꽃이 핀 향기로운 정원과 큰 야자수가 호주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음식도 맛있고, 오렌지의 당도가 뉴질랜드 오렌지보다 훨씬 높아 많이 먹었다. 마침 한국으로 거는 수신자 부담의 국제전화기가 있어 한국의 큰 아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동생과 잘 있다며, 오히려 우리 내외를 염려하고 있다. 남편과 나는 번갈아 통화하며 부모를 외국여행 보내놓고 집안일과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는 아들의 대견함을 느꼈다.
이제 세계 4대 공원인 블루 마운틴으로 이동한다. 한국의 설악산 같은 개념의 산인데 남한의 1/2 면적, 호주의 작은 그랜드 캐년이다. 미국 그랜드 캐년에는 얼음이 있지만, 호주의 블루마운틴에는 딱 한종류, 벤자민과의 나무로 1년 내내 푸르다.
맨 처음 도착한 곳은 블루 마운틴이 한 눈에 보이는 에코 포인트 전망대다. 뚝 끊어진 절벽 아래 보호 난간을 잡고 바라보는 산은 두렵기도 하고, 또는 하늘과 마주한 움푹 패인 산의 푸르름이 평화롭기도 하다. 바닥으로는 나무의 꼭대기만 보이고 사방으로 병풍처럼 둘러 진을 친 산의 옆구리는 sand stone 뽀얀 살갗이 보인다.
왼쪽에 세 자매봉이 나란히 서 있다. 위험으로부터 피하려고 잠시 바위로 만들어준 마녀가 요술지팡이를 잃어버려 아직까지 바위로 서 있다는 전설과 함께, 중국 장가계 십리화랑에서 본 세자매봉처럼 커다란 형상으로 산 절벽에 서 있다.
고사리나무가 울창한 길을 따라 깊은 산의 향기가 온몸을 적시는 길을 따라 내려가 협궤 열차를 타고 내려갔다. 석탄 세계 2위 매장량, 석유 세계 7위 매장량인 나라에서 1800년대 중국인의 손에 채굴되어 영국으로 실어나르던 석탄차가 오르내리던 궤도를 지금은 블루마운틴의 관광열차궤도로 쓰이고 있다. 460m의 숲 터널을 무서운 각도로 가파른 길을 쏜살같이 내달린다. 내린 그곳에서 석탄 광산의 흔적과 도구들을 보고, 다시 짙푸른 산길을 산책하며 내려왔다. 허물 벗는 검추리 나무가 많은데 호주에서 전봇대로 사용되는 나무다. 자라면서 뽀얗게 껍질을 벗겨낸다. 한나무가 부부처럼 두 기둥으로 서서 행복한 모습을 선사하는 가족나무도 보았다.
이제 다시 곤도라를 타고 737m의 블루 마운틴 산등성이를 오른다. 아까는 하산하며 절경을 보고 지금은 거슬러오르며 절경을 본다. 나는 맨 앞 유리창 문에 기대어 서서 광활한 풍경을 두 눈과 가슴에 담았다.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나오는 가스가 단풍을 들지 않게 하여 푸른 기운이 감도는 산, 그리 높은 곳은 아니지만 그 웅장함이 원시의 초자연이다.
전자티켓으로 협궤 열차와 곤도라를 타도록 설치되어 있다. 모든 관광을 마치고 버스 주차장에 왔을 때 캐나다에서 본 빨간색 2층 버스를 만났다. 블루 마운틴 관광차다. 동일한 영국의 문화권 국가임을 알게 하는 차량이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 빅토리아 섬 부챠드 가든 앞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양, 그 색깔의 2층 버스다. 블루 마운틴의 진초록과 대비되는 붉은 색상이 꽃처럼 곱다.
호주의 가장 큰 명소로 기대했던 블루 마운틴은 역시 웅장했다. 시원한 가슴으로 그곳을 떠나왔다.
*사진;호주 블루 마운틴.세자매봉은 아직도 사람의 형태로 서 있고...유칼립투스의 특유한 가스로 푸른 기운이 감도는 비경
* 고속도로 풍경
나는 국내 여행이든, 국외 여행이든 차 안에서도 잠을 자지 않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깥 풍경을 관찰한다. 지금도 뉴질랜드에서 새벽에 떠나왔고, 시차관계로 2시간의 낮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본다면 피곤하여 눈을 붙여야 하는데, 나는 또렷한 눈으로 호주의 자연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아주 특이한 광경을 보았다. 중앙 분리대 대신 넓은 폭으로 나무 공원을 만들어 놓은 풍경이 오래도록 시야에 머문다. 호주는 전반적으로 나무가 상당히 크다. 뉴질랜드와는 비교되지 않을만큼 크고, 한국의 나무보다도 훨씬 크다. 그런 큰 나무들이 고속도로 양쪽에 줄지어 서 있다. 시드니의 연간 강수량이 900mm로 건조한 편이고, 현재 기온이 14도 일교차가 10도 이상인데도 나무가 싱싱하고 푸르른 것은 그만큼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투명한 햇살이 가꾼 것이리라. 중립국이라서 전쟁이 없는 나라, 고인 물이 없어 모기가 없는 나라, 70여개국에서 이곳에 여행을 오는데 비자가 쉬워 죽음을 앞둔 불치병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 관광청 수입이 40%를 차지하는 나라, 호주가 강대국이면서도 세계 강대국에 못 들어가는 이유가 인구가 적어서다. 국토 면적에 비하면 1억은 되야 하는데 겨우 2천만 인구이고, 그것도 50%는 이민자, 50%는 태어난 2세다. 140개 민종이 모여 살며, 인구가 모자람에 이민 오는 것을 권장하는 나라다. 그렇다고 이민 절차가 쉬운 것은 아니다. 아주 까다롭다고 한다. 호주는 하원의원이 세다. 하원은 국민이 뽑고 상원은 귀족 출신인데 하원이 결정하면 상원은 싸인만 한다. 그만큼 국민 중심의 국가라고 나는 해석했다. 집에 대일밴드 하나 없는 나라다. 칼로 손을 조금만 다쳐도 구급차를 부른다. 무료 진료차가 다니며 의료진찰카드만 보이면 여자들 유방과 자궁암 초음파까지 찍어준다.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면 과부수당, 재혼해도 수당을 지급하며 학용품 수당까지 지급해야 하는 나라에서 국가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의료정책이다. 한국의 119가 호주에서는 000 이며 심장마비는 헬기가 가는데 2천대가 있다. 전화로 0 세 개만 누르면 구급차, 헬기를 결정하여 달려간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바라본 고속도로 풍경은 싱싱했다. 호주에는 소나무가 없다는데 꼭 소나무 같은 짙푸른 향기가 배인 블루 마운틴에서부터 온통 나무 군락이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도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막힘이 없는 고속도로,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차도의 방향도 운전석도 한국과는 반대다. 시드니를 향해 버스는 힘차게 달리고 있다.
*사진:블루 미운틴에서 호주 시드니 도심으로 달려가는 버스에서 찍은 풍경.우리나라와는 상하행 차선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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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수족관
시드니 수족관은 규모가 상당히 크다. 시드니는 호주에서 가장 중심도시이고 한국의 광화문이나 종로와 같은 번화가도 있다. 행정수도는 캔버라지만 그곳인구는 4만명이고 면적은 서울과 경기도를 합한 넓이다. 호주에는 세계 100대 안에 들어가는 대학이 6개 있는데 그중 6개가 시드니에 있다.
그런 큰 도시의 면모에 걸맞게 시드니 수족관은 생각보다 훨씬 방대했다. 다양한 어종을 보는 것도 신기하지만 수족관 형태가 다양하여 신비로운 바다 체험을 하게 된다. 자연 바닷물을 끌여들여 페리호가 정박하는 해변가에 위치한 Sydney Aquarium 은 145m의 수중 터널 투명 아크릴로 만든 대형 수족관 물 속에서 바다로 착각하고 유유히 헤엄치는 상어를 보는 것이 가장 큰 감동이다. 수중 터널에 들어가기 전에 식인 상어와 일반 상어의 치열 상태를 보았는데, 식인 상어는 치열이 3중으로 겹쳐져 있고 날카롭다. 일반 상어는 사람의 치아처럼 나란한데 식인 상어는 덧니가 안팎으로 난 것처럼 치아가 이중, 삼중으로 다닥다닥하다. 그렇게 무서운 이빨을 드러낸 상어가 내 머리 위를 맴들고 있다. 그 외 수많은 고기가 유영한다.
굴 속처럼 휘어진 투명관이 무너지면 사람들은 수장되고 상어밥이 될지도 모른다. ㄷ자 모양으로 돌아나오게 되어있는데 꼭 바닷속을 휘돌아나가는 기분이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바닷물은 어떤 방식을 밀쳐내고 수중터널을 만들었을까. 만져도 보고 사진도 찍고 점차 두려움이 가셨다.
그 바로 위에는 지상으로 물개 수족관이 있다. 열린 공간이라서 물개가 웅크고 앉은 모습과 헤엄쳐다니는 또다른 물개를 볼 수 있다. 물개는 바다 표범이라는 것도 이곳에서 알았다.
한국의 여의도 수족관도 상당히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유사한 점도 많지만 역시 바닷물 가까이 만든 시드니 수족관이 더 훌륭함은 사실이다. 또한 마지막으로 바다 위 유리 마루를 지난다. 쿵쿵 뛰어도 전혀 위험하지 않은데 괜스레 무서워서 가장자리로 빨리 건너왔다. 아래로는 역시 물고기가 지나다니고 있다.
그 외 진화되지 못한 오리고기는 아주 독특한 수종이다. 주둥이와 발가락은 오리인데 물 속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치며 산다. 몸에 털은 있는데 모양새는 두더지와 비슷하고 동작은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닌다. 호주에서 보호받고 있는 세계 희귀어종이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공간의 미로와 같은 길을 따라 다 관람하고 나왔을 때 시드니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사진;시드니 수족관 유리통로에서.머리 위에는 식인 상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바다동물이 떠다니고...
어두운 조명으로 희미하지만 분명 바닷물을 이고 있는 여인 김윤자
* 스타시티카지노 뷔페 석식
수족관에서 나왔을 때 높은 선로에 전철이 지나갔다. 지상의 선로로 지나가는데 겨우 3∼4량의 객실을 달고 달린다. 통근용 전차란다. 호주의 공무원도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근무다. 현재는 다 외곽으로 나간 시간이어서 도심권이 한산하다. 어둠을 밟으며 카지노 식당으로 갔다.
아주 휼륭한 식당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요리 중에서 가장 다양하고 풍성한 뷔페식당이다. 특히 삶은 새우가 많이 있어 좋다. 어떤 여학생은 새우만 한 접시 갖다 먹는다. 드넓은 식당 테이블에 사람이 가득하다. 1인당 18000원 정도라는데 고기, 과일, 생선 등 질좋은 음식에 비하면 비싼 건 아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바로 같은 층에 카지노장이 보인다. 휘황한 조명과 TV에서나 보아온 도박 시설이 훤히 보인다. 호주는 도박을 장려하고 있다. 돈 많은 자의 주머니에서 돈이 ?グ保?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그래서 노인 연금 중에 270달러는 도박비다. 그 돈은 반드시 카지노에 가서 어떤 형태로는 다 소비해야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나라다.
목축업을 하는 사람은 농장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 1인당 200만평이상에서 소 1만마리, 양 2만 5천마리를 사육해야 허가가 나온다. 엄청난 규모다. 밀밭은 남한의 3.4배로 개인 땅 소유자가 가꾼다. 이러저러한 형대로 자신의 직업에서 열심인데 과연 누가 와서 카지노 도박을 하는가.
외곽의 밤 풍경 역시 호화롭다. 계단에 비친 조명등이며, 치솟아오르는 물 분수가 전등불에 조명을 받아 참 아름답다. 이것으로 호주의 첫날 여행은 끝났다. 캄캄한 밤에 호텔로 들어갔다. 우리가 삼일 동안 머무른 Swiss Grand Hotel 이다. 호주의 거리 풍경은 서울과 같이 문명이 발달되어 생소하지 않다. 우람한 건물과 높은 건물도 많다. 한강처럼 시드니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도 참 아름답다.
*사진:호주 시드니 스타시티카지노 뷔페 석식.웅장한 규모민큼 음식도 다양하고.곁에는 조명이 찬란한 카지노장이 있고...
2005년 8월 26일 금요일 호주 시드니
스위스 그랜드 호텔, 본다이 비치 해변, 갭 공원, 시드니 유람선, 하버브릿지, 오페라 하우스, 맥콰리 포인트 공원, 주립 미술관, 하이드 공원, 호주 한인 회관 문학 행사
* 스위스 그랜드 호텔
시드니에서 3일 밤을 유숙한 호텔이다. 지난 밤에는 저녁 늦은 시간에 들어와 실내 규모가 최고 수준이라는 것만 알았는데 오늘 아침 본다이 비치 해변 산책길에 나서며 외형적인 수준도 최고 수준임을 알았다. 물론 이보다 더 최상의 호텔도 있겠지만 내가 본 견해로는 그렇다.
먼저 객실이 둘이 자기에는 너무나 넓은 공간이다. 침실이 넓은 것이 아니라 입구에 쇼파용 간이 침대와 테이블 방이 있고 중간에 화장대와 대리석 화장실, 창가에는 아주 넉넉한 침실이다. 출입문에서 창가까지는 한참을 걸어거야 하는 거리다. 이 좋은 객실에서 나는 왜 가슴이 서늘한 걸까. 계쏙 따라 붙은 생각은 낭비의 공간이 많다는 판단이다. 좋은 시설에 황홀한 방인데, 물론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밤인데, 외객을 위해 이토록 드넓은 공간의 호텔을 지을 수 있는 호주 대륙의 땅덩이가 눈물겹도록 부럽다는 사실이다.
새벽 본다이치 비치 해변을 남편과 둘이서 산책길에 나섰을 때 또 한번 놀랐다. 해변이 보이는 바로 앞 도로에 끝없이 이어져 있다. 건물 높이가 높아서 놀라는 것이 아니고 건물 길이가 옆으로 길어서 놀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본다이 비치 해변을 중앙 부분으로 다 품고 있다. 한국의 어느 호텔이 이토록 긴 공간을 자리하고 있을까. 땅이 넓은 나라의 건물은 하늘로 솟지 않고 땅과 바다를 품고 있음이 증명되는 해석에서 코끝이 시려온다.
산책을 마치고 뷔페식사를 하고 테라스에 마련된 야외 의자에서 우아한 차를 마시며 시야에 가득 전개되는 바다, 조금 전 다녀온 본다이 비치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바다 향기를 마시고 있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 왜 스위스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모르지만 호주 시드니의 삼일 밤을 의미깊게 조명하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호텔이다.
*사진:시드니 본다이 비치 해변가에 위치한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조식 후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며.본인 김윤자
* 본다이 비치 해변
새벽에 꼭 본다이 비치에 가녀오라는 안내원의 말에 시드니의 싸늘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호텔을 나섰다. 호주는 일교차가 커서 한낮은 더웁고, 조석으로는 상당히 춥다. 낮에는 반팔 티셔츠, 조석으로는 방한복이 어울리는 기온이다. 방한복을 입고 도로에 나섰는데 교통신호가 바뀌질 않는다.
알고 보니 건너가는 행인이 기둥에 장착된 버튼을 눌러야만 파란 보행불이 들어온다. 이것은 사람과 차량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교통사고로 국가 재정을 소모하는 것으로부터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호주는 모든 것이 예방을 우선하는 정책이다. 질병문제도 그렇고, 오늘 아침 교통 문제까지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어쩌면 교통체계는 인구가 적어서 가능한 것이다. 드물게 한 사람을 위해 오랜 시간 보행 신호를 켜두는 것보다, 필요할 때 한 두사람이 짧은 시간 동안 건너도록 보행신호를 켜는 것이 더 모든 면에서 효율적일 것이다.
도로를 건너자 얕은 둔덕 아래 본다이 비치 해변에 이르렀다. 그리 크진 않은데 오붓한 태평양 바다에서 수상스키와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많고, 해변가 포장도로에는 큰 개와 함께 속보로 걷는 사람도 많다. 더 가까이 짙푸른 바닷물을 보고자 모래밭에 발을 디뎠을 때 촉감이 참 부드러웠다.
잠시 멈춰 두 손으로 한 웅큼 쥐어 만져보니 중백설탕가루와 같다. 색깔도 섬세한 알갱이도 ?U같다. 호주의 모래는 세계적으로 질이 좋은 규사로 유리용 재료에 쓰이고 있어 수출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바닷가가 줄어드는데 이곳은 밀려와서 모래가 늘어난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는 특히 이 질좋은 규사를 수입해 간다. 불황이 없다는 나라 호주, 해변의 모래까지도 축복의 손길이 임하고 있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구분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름이 가늠해 줄 뿐이다. 이곳 계절로 늦겨울인데도 해변에서는 여름처럼 즐기고 있다. 본다이는 원주민 언어로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인데 파도 역시 세차다. 야자수와 푸른 식물이 가득 들어선 해변가 풍경도 장관이다.
*사진: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 해변의 아침 풍경.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물빛.우리 부부
* 갭 공원
호주의 상류 주택 지역을 지날 때 담이 낮고, 건물이 색상과 구조 모두 아름다웠다. 집이 앉은 방향도 한국과는 반대다. 앞마당에는 잔디밭, 뒤뜰에는 수영장이었다. 높은 잔디 광장 언덕에서 시드니 미항을 원경으로 보고 시드니 동부 해안에 있는 갭 공원에 갔다.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촬영지다. 죄수의 생활상을 그린 마지막 장면을, 100m 단애의 깎아지른 수직 바다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찍은 장소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푸른 남색 물감의 물이 바위와 절벽에 부딪히면 하얀 포말이 겹겹으로 뒹굴며 일어서 솟구쳤다가는 스러지곤 한다. 자살 장소로도 유명하다는데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절벽 위 야산 길을 걸으며 내려다보이는 아득한 바다가 죽음보다 아름답다. 한번쯤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은 충분히 누구의 가슴에도 파고 드는 순간이다. 정상에 올라 맞은 편 주택가의 끝선에 뚝 끊어져버린 저 절벽에서 빠삐용 영화의 주인공이 뛰어내렸다는데 바라보는 것조차 오금이 저려온다. 아름다운 공원 Gap park 산책코스로도 아주 오붓한 공원이다. 호주는 공원이 많다. 행정자치 인정 조건에서 교육시설, 공원, 행정시설, 이 세가지를 갖추어야 된다. 곳곳에 공원이 있다. 주택 단지안에 공동묘지도 들어선 것을 보았다. 국유, 또는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어느 누구 반대하는 사람이 없단다. 산자와 죽은 자가 한 마을에 공존하고 있다. 오히려 복이 들어온다고 믿는단다. 공동묘지나 납골당이 들어서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의 문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런 모든 현상들은 넉넉한 국토에서 아름다운 공원을 바라보며 평화로이 살아온 관습에서 기인된 것이리라. 시드니, 아니 호주는 크게 보면 대륙의 공원이다. 곳곳에 크고 우람한 나무들이 가득 차 있으니 전 국토가 공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연 환경의 큰 축복을 받은 나라다.
*사진:호주 갭 공원.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뛰어내린 절벽,환상적인 물빛을 보며 남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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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유람선
더운 한낮에 시드니 유람선 선착장에서 승선을 기다렸다. 줄지어 배 안으로 들어가는데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는 여인이 바이올린을 켜며 즐거운 걸음을 이끈다. 유람선은 2층 배인데 1층에서 뷔페식 식사를 들고 와 2층 창가 의자에서 먹었다. 선상 뷔페 중식이다. 그 낭만의 여인은 이곳 직원인 듯 식사하는 곳까지 올라와 아리랑 가락을 애련한 선율로 연주한다.
유람선에서 식사를 마칠 무렵 하버브릿지를 통과하고 오페라하우스가 보인다. 시드니의 삼대 명물은 바로 이 세가지다. 하버브릿지, 유람선, 오페라 하우스, 지금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 항의 아름다움을 모두 만끽하고 있다.
한강 유람선처럼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1시간을 돌며 하얀 조개껍질 지붕의 오페라 하우스와 사람이 철교 둥근 탑까지 오르내리는 하버브릿지의 환상적인 조화의 아름다움을 본다. 오페라 하우스는 살아 있는 조개 몇 마리가 싱싱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웅장한 하버브릿지 곁에 우아한 신부처럼 앉아 있다.
시드니 타워가 오페라 하우스 뒤편으로 오롯이 보이고 해안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의 모습도 아름답다. 상당히 비싼 땅이라는데 매일 이토록 아름다운 경관을 본다면 큰 돈을 지불함은 당연한 일이다.
아쉬움 속에서 다시 승선했던 그 자리에 돌아와 하선했다. 주위에는 여러 척의 유람선이 손님을 기다린다. 넓은 도로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배 한척은 그대로 건물처럼 들어앉아 쇼 공연만 하기도 한다. 캐나다 밴쿠버 미항만큼 넓지는 않은데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가 있어 세계적인 미항이다.
*사진:호주 시드니 유람선 난간에서 시드니 타워와 오페라 하우스, 하버브릿지를 배경으로.아름다운 시간들...본인 김윤자
* 하버브릿지
세계에서 두 번째 긴 다리다. 총길이 1149m로 시드니 유람선 페리가 지나다니도록 둥근 아치와 함께 예술적으로 건설되었다. 1923년 시작하여 1932년에 완공했으나 그 빛은 56년 후인 1988년에서야 다 갚을 정도로 엄청난 돈이 투입된 다리다.
원래 목적은 실업자 구제로 경제를 살리기 위함이었는데 '철의 숨결' 이라 불리며 그 목적을 달성했고 세계 관광명소로 자리매김까지 했다. 그후 계속 불어나는 교통량으로 지금은 해저터널까지 뚫었다. 다리 끝의 큰 기둥은 전망대 역할을 하고, 계단을 따라 둥근 아치형 다리위 철조물 정상까지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다.
시드니 유람선에서 나는 그들을 보았다. 개미의 이동처럼 점점이 움직이는 사람들과 정상에서 눈부신 조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서 있다. 그곳은 임산부나 노약자는 금지된 구역이다. 바라보는 것은 아름다운데 오르는 길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는 못 오르는 두려운 길이란다.
다리 위로는 자동차, 열차, 자전거, 사람 등 모든 교통 수단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구분되어 있다. 아주 폭도 넓고 다리를 받치는 양쪽 끝의 주 기둥도 튼튼한 모습이다.
이 다리는 여러 번 만났다. 야경으로도 보았고, 시드니를 돌며 수시로 보인다. 어떤 곳, 어떤 방향으로 보아도 그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다.
*사진:호수 시드니 유람선에서 하버브릿지를 지나오며...뒤에는 오페라 하우스도...나는 시심에 젖고...
* 오페라 하우스
호주의 상징 건물이며,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어떤 이는 조개껍질 같다 하고, 어떤 이는 오렌지 조각 같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조개껍질에 더 가깝다. 우선 하얀색 지붕 여섯 개가 조개가 입을 벌린 모양으로 오붓하고, 지붕마다 밤색 창문으로 설치된 것이 꼭 조개의 속살을 보는 듯 하다.
사실은 1957년 호주의 상징물을 건축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공모했는데 덴마크의 요른이라는 건축가가 당선되었다. 공모에 참가하기 위해 고심하는 남편을 위해 요른의 아내는 과일과 차를 마련했는데, 그때 접시 위에 놓인 오렌지 조각을 보고 수려한 곡선의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했다는 것이다. 엄청난 공사비 문제로 오페라 하우스 복권까지 판매하며 1959년에서 1973년까지 완공된 세계적인 건축물이다.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 입구에서 살펴보고, 잠시 1층 쇼핑가와 화장실, 휴게실에서 쉬고 나왔다. 기둥이 하나도 없이 지어졌다는데 드라마 극장, 오페라 극장, 연극 공연장, 그리고 갤러리, 도서관, 기념품 상가 등 수많은 용도의 방이 다 들어차 있다. 아득한 지붕 끝을 보며 환상의 세계로 흡입되는 감동을 받았다.
이 건물 역시 시드니 여러 곳에서 보인다. 바짝 다가가 야경도 보고, 공원에서 시가지에서 아름답게 조망된다.
*사진:호주 시드니 유람선에서 바라본 오페라 하우스.역시 세계적인 미항으로서의 아름다운 자태...
* 맥콰리 포인트 공원
시드니 유람선에서 내려 다시 이 공원에 와서 시드니 미항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커다란 사암 바위 앞에서 바다 건너 바라보이는 하버브릿지,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 타워는 비경이다. 푸른 비단 물결 위에 뜬 독특한 건축물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산책로를 따라 푸른 숲길에 이르러서야 맥콰리 공원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었다. 호주 제2대 총독 맥콰리 부인은 바다 가까운 이곳에 나와 영국 쪽을 바라보며 향수를 달랬다는데,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지만 남편이 영국에서 배로 올 때 걸리는 한달간을 이곳에서 기다렸다 하여 미세스 맥콰리 포인트 공원이 되었다. 그녀가 앉았던 의자처럼 생긴 계단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맥콰리 포인트다.
우리 일행은 한낮의 더위를 이곳 공원 언덕에서 식혔다. 정면 바다에서 큰 함선이 들어온다. 저 바다 곧바로 가면 영국에 다다른다는데 그녀는 영국에서 오는 배를 바라보며 그리운 고향을 불렀을 것이다. 호주 총독의 부인이라는 지위보다도 고향에 대한 향수를 곱씹어온 사연이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아름다운 공원이다.
*사진:호주 시드니 맥콰리 포인트 공원에서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배경으로 본인 김윤자
* 주립 미술관
시드가 바닷가 언덕에 지은 미술관이다. 지하 4층 건물인데 사실은 지하가 아니다. 맥콰리 포인트 공원 앞바다가 보이는 비스듬한 언덕에 계단처럼 층층이 깎아서 지었다. 영국 여왕의 땅이라서 관람료를 받지 않는 무료 갤러리다.
그러나 대로변에 있는 정문과 조각상의 웅장함도 대단하지만 내부의 미술품들은 상당한 양과 수준 높은 작품으로 비싼 요금을 지불한다 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미술관이다. 처음 입장할 때는 무료 주립 미술관이라 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하나 하나의 방을 돌아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호주 역사에 대한 그림 원본을 유화로 복원하여 웅장한 화폭에 담은 그림들이 나의 시각으로는 모두 명화다. 영국과의 밀접한 관계가 그림 속에 담겨 있다. 미국이 독립하자 영국은 넘쳐나는 죄수들을 호주에 보냄으로 영국의 식민지로 확장되었다. 1788년 736명의 죄수 호송을 시작으로 1850년까지 총 16만명의 죄수들이 유배되었다. 평화롭던 애버리지니 원주민의 영토는 온갖 범죄자가 들끓는 유형지로 변해갔다. 그러다가 유형을 마친 죄수들이 값싼 노동력과 주인 없는 토지를 기반으로 농업과 목축업을 시작하여 개발된 땅이다. 그 후 금광이 발견되고 대량의 금맥을 찾아냄으로 유럽, 미국, 중국에서 인구가 유입되어 오늘날의 세련된 도시가 건설되었다.
1901년 1월 1일 정식으로 호주 연방 정부가 성립됨으로 연방 국가로 출범했고 세계 무대로 진출하여 현재는 세계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겨우 200년의 역사가 굳건한 호주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현재도 호주 군사력은 남반구의 미국으로 불릴만큼 강하다. 테러가 와서 시드니 타워를 폭파시키면 가서 보복하겠다고 할 만큼 호전적이고 정의롭다. 침략당하면 꼭 보복하는 기질이며, 이라크 전에도 1차로 달려가서 싸웠고 우리나라도 도와주었다.
이곳은 영국 여왕의 자식으로 자칭하며 영국 편이다. 사실은 영국과는 분리되어 아무 관계도 없는데 늘 영국으로 기울이고 있다. 이런 연유로 1층에 진열된 그림들은 모두 영국의 이야기들을 화폭에 담은 것들이다. 그 외 지하로 내려가며 현대물과 한국, 일본, 중국 작품방, 원주민 애버리지니의 점화와 장승 등등 수없이 많은 작품을 진지한 자세로 감상했다.
맨 마지막으로 본 인간의 마지막 생을 다룬 작품은 참으로 큰 감동을 준다. 사람이 죽어갈 때는 어린아이의 천진함으로 돌아간다는 메시지가 담긴 노인 할머니의 죽음 직전의 모습을 조각하여 상체 얼굴 부분만 드러내고 몸을 이불 속에 덮어 두었다. 너무나도 정교하여 실제 사람 모습이다. 속눈썹까지, 머리털은 실제의 사람머리털을 사용했다. 옆으로 웅크린 모습으로 누워있는데 뒷머리만 보일때는 이불을 덮은 아가같은데 앞 모습 얼굴에서 쇠잔한 노인임이 드러난다. 우리의 생이 저러하거늘,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무너지는 평화 저 너머의 거룩한 경지를 체험하고 있다.
미술관에 들어섰을 때 화재경보벨이 요란하게 울려 일부는 잠시 밖으로 나갔는데 다시 수습이 잘 되어 아무 탈없이 무사히 관람하고 나왔다. 오랜 시간의 소요로 저녁 무렵이 되었다.
*사진:호주 시드니 주립 미술관 앞에서.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
* 하이드 공원
시드니의 곳곳을 다닐 때 여러번 만난 공원이다. 호주에 있는 런던 파크다. 영국의 런던 하이드 공원을 본떠 1845년 건설되었다. 원래는 영국 군인들 교육장이다. 고향의 런던 하이드 파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지은 이름이다. 규모가 큰 것은 아닌데 덩치 큰 나무기둥과 울창한 줄기의 잎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 나무 터널을 이룬 산책길이 오랜 세월을 새기고 있다.
성당 앞에서 내려 도로를 건너서 왔다. 가장 큰 영국식 성당인데 호주는 30%가 성당, 20%가 개신교다. 시간관계로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외형으로는 동유럽에서 본 성당과는 비교되지 않는 소규모이고 덜 아름답다.
공원 의자에 누운 노숙자와 200kg쯤 나갈 것같은 뚱보 청년을 보았다. 이곳 거지는 행복한 생활을 한다. 복지회관에서 모셔간다. 노숙을 해도 밥을 제공해 주고 빨래도 빨아다 준다. 그들에게 병균이 퍼질까봐 그렇게 한다. 뚱뚱한 저 남자는 국가에서 건강을 관리해 준다. 비만에 따른 약을 주어 건강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준다. 역시 국가 재정을 위해서다.
아기 하나 출산하면 45억원을 지급하는 나라, 산모의 출산 비용 무료는 말할 것도 없고, 칼슘, 보약까지, 그 아이의 고교교육까지 다 국가가 어마어마한 액수로 책임지는 나라다. 여자 수명이 89세, 남자가 86세다. 안과, 치과, 성형외과만 의료보험적용이 안된다. 시력검사만 무료다. 본인이 건강에 소홀했다 하여 도와주지 않음으로 모두가 미리미리 건강을 지키도록 권장한다.
이 나라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비누도 태반을 재료로 만든다. 방목하는 소의 똥은 냄새도 나지 않는다. 광우병에 절대로 안 걸린다. 시드니 시내에는 공원이 수없이 많다. 맑은 공기와 투명한 자연, 질 좋은 소고기를 먹음으로 장수한다고 했다. 진정 부러운 나라다.
대학생이 지나간다. 한국의 대학생처럼 책을 옆에 낀 여학생들이 공원길을 따라 나간다. 호주 시드니 대학은 졸업정원제다. 입학생 중 16%만 졸업한다. 입학은 쉬워도 졸업은 어렵다. 그래서일까. 퍽 학구적인 냄새가 그 여학생이 낀 책에서 풍기어 온다.
하이드 공원에서 호주의 생활상을 많이 보았다. 국립양로원이 한국의 사립요양원처럼 잘 되어 있단다. 가이드 유정현 가족이 이민 온 동기도 그의 어머니가 30대에 췌장암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무작정 요양차 호주에 왔는데 지금은 완치되어 20년 넘도록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도시에도 공원이 많아 전원도시다. 이토록 아름다운 환경에서 평화로운 삶이 장수비결이다. 해걸음에 하이드공원을 떠나왔다.
* 호주시드니 한인회관 문학 행사
호주 시드니 한인 회관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제1회 시드니 수필 문학상 시상식 겸 문학강연〉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해외여행은 오늘밤과 내일의 호주 해외문학 심포지움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오늘은 옷차림도 단정하게 입었다. 강석호 선생님이 이끌어가는〔수필문학〕회원 중 시드니에 이민와서 사는 회원이 삼십여명인데 이효정 회장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분들의 초청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다. 한인회관에 도착했을 때는 땅거미가 드리워지는 시간으로 사방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얕으막한 건물에 '호주 시드니 한인회관' 이라는 간판과 태극기가 고국 한국의 향기를 발하고 있다. 잔디 광장을 넓게 자리한 길을 따라 실내로 들어갔을 때 계단 양쪽에 축하의 꽃화분이 놓여있고, 미리 한인 단체가 모여 우리 일행을 따스한 환영으로 맞아들였다. 입구의 방명록에 서명하고 대형 원탁 테이블에 한국에서 온 문인들은 둘씩만 배치하여 앉게 했다. 몰려 앉지 말고 호주와 한국 문인들의 교류를 위해서다. 개회식에 이어 우희정 부장은 한국에서 온 우리 일행 문인들을 하나하나 일일이 호명하며 간단한 소개를 했다. 시드니 수필문학 회장 이효정님의 인사말로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한국일보에 작품모집광고를 내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고, 이곳은 시인을 등단시킬 때 시인 집에 가서 정말 시인다운 생활을 하는지 확인하고 결정한다는 말이 문학인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 주었다. 축사에 이어 강석호 회장님의 〈글로벌 시대의 문학의 정체성〉이란 주제의 문학강연은 참으로 진지했고 뜻깊은 내용이었다. 환영에 감사하며 호주 해외 문인의 고국에 대한 정서가 담긴 글을 보고 큰 감동이었다는 인사말과 함께 '모든 이민자는 모두 문인이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응어리되어 화산처럼 언제든지 글로 폭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년 캐나다 해외문학 세미나 때 빅토리아 섬에서 만난 원주민 인디언 청년의 무명시 '캐나다 빅토리아 섬의 바닷가에서 바다와 파도가 시원하고 좋지만, 저 파도와 바람이 우리의 삶을 슬프게 한다' 는 내용의 시를 소개하며 호주는 원주민 애버리지니에게 구속하지 않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성화 마지막 주자로 세울 정도로 원주민의 삶을 인정해 주고 이민자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 주는 나라, 호주가 참 좋은 나라라고 하였다. 이민자들은 꿈이 크고 추진력이 크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새로운 삶을 헤쳐가는 힘에 칭찬했다. 문학강연의 본론인 글로벌 시대의 문학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시간 관계상 유인물로 대신하고 가장 핵심적인 다음의 내용으로 압축하였다. '문학은 1%의 가능성을 향하여 걸어가는 고독한 길이다. 어찌보면 그 불가능한 1%의 길을 향해 가는 자가 문학인이다. 그 외로운 길은 세상을 열어가는 위대한 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을 사랑한다' 객석의 호주 문인과 한국 문인들은 큰 감동으로 가슴에 담았고 동감하며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의 표현으로 뜨거운 박수로 강석호 선생님 강연에 찬사를 보냈다. 벌써 시간은 오후 7시, 훌륭한 말씀을 더 듣지 못함이 아쉬운 밤이다. 문학상 시상에서는 최우수 당선작 〈분꽃 연가〉로 이강일님이 수필문학 수필등단 인증패를 받았다. 호주의 한국신문과 시드니 수필문학회 주관 한국수필문학가 협회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자리다. 특별연주로 음악가 부부의 〈My Way〉섹스폰과 전자 오르갠 선율을 들으며 호주 문인의 정성으로 마련한 뷔페식 저녁식사를 했다. 포도주로 건배하며 아름다운 문학의 밤, 아름다운 만남의 밤은 어둠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내일 올림픽 공원에서의 만남을 기약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사진:호주 시드니 한인회관 문학심포지움 행사장에서 강석호 수필문학 회장님과 함께 (좌)본인 김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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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7일 토요일 호주 시드니 올림픽 공원 시드니 올림픽 공원 가는 길, 올림픽 공원 산책, 바비큐파티, 그리 필드에서 발야구, 한국문인과 호주문인의 동그란 만남, 고향의 봄 합창, 한인상가 쇼핑,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야경, 시드니 가게에서
* 시드니 올림픽 공원 가는 길
아침 일찍 호텔에서 가까운 본다이 비치 해변에 갔다. 어제 아침에 본 바다 풍경이 새벽 잠을 깨웠다. 사실은 일출을 보려 했는데 흐린 날씨로 보지 못하고 여전히 수상스키와 수영으로 아침운동을 하는 호주인들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설탕가루같은 고운 백사장에서 바다 향기에 흠뻑 젖어 돌아왔다. 오늘은 호주문인과 온종일 함께 지내는 날이다. 오전 9시 30분에 호텔을 출발하여 시드니 올림픽 공원 행사장을 향하여 갔다. 오늘은 약간의 보슬비가 내린다. 호주에서 가장 거짓말쟁이가 기상청이라며, 오늘 내리는 이 비는 단비지만 이렇게 비가 오다가 금새 해가 뜬다고 했다. 시드니 올림픽 공원에 가면서 시드니에서 가장 큰 센테니얼 파크를 보았다. 여의도 크기라는데 육중한 문과 아름드리 나무, 파란 잔디가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호주는 도심에 공원이 많아서 시가지에서도 크고 작은 공원을 자주 만나고, 기후 조건이 좋아서 그런지 한국의 나무보다 훨씬 크다. 한국은 국가색이 붉은색이고 호주는 국가색이 녹색이다. 그만큼 정말로 사위가 짙푸르다. 히딩크가 호주 축구 감독으로 채택되어 지금 호주에 와 있다 하니 한국 축구 감독으로서 붉은 악마의 물결과 함께 국가 위상을 높였던 그 날이 떠올랐다. 모든 조건을 다 히딩크에게 맞춰 지금 선수 모집 중이며 유럽은 기술이 좋지만 호주는 체력이 좋아 결승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니 히딩크는 호주에서 푸른 악마의 물결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 100대 대학이라는 호주 시드니 대학교 곁 도로를 지났다. 교정이 끝없이 이어진다. 관악산까지 포함한 서울대학교 부지의 크기로, 서울대의 6배 캠퍼스다. 나라가 넓으니 학교도 넓다. 이곳 대학은 한국대학의 1학년 교양교육이 없다. 그래서 대학 특수과를 빼면 모두 3년제다. 고교까지 10년 주니어 교육은 의무교육으로 무상이며 대학 졸업장에는 국적이 있다. 한국인 10명 중 졸업장 받는자는 3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수료증을 받을 뿐이다. 외국인을 많이 받으며 한국은 South Korea로 국적이 표기된다. 법체계가 로스쿨을 나오면 사시를 안 보고 변호사 자격을 얻어 검사로 올라간다. 한국과는 반대로 호주 변호사들은 수입이 상당히 적어 굶어 죽는다는 표현을 썼다. 살인사건이 없는 나라, 기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오직 이민 법무사로 전락할 뿐이다. 이것도 잘 안 되어 봉급이 많은 관광가이드만도 못하다 하니 한국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호주는 직업에 대한 차별이 없고 개인 만족도를 중시하며 모두 공평하게 잘 사는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어느덧 시드니 올림픽 공원 안내팻말이 곳곳에서 보이고 건물과 잔디 광장이 스쳐지나간다. 역시 끝없이 넓어 버스는 한동안 올림픽 공원 도로를 달렸다.
*사진:호주 시드니 올림픽 공원 가는 길에 본 야자수와 푸른 잔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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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공원 산책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최 공원이다. 블루마운틴 서쪽 뱅스타운에 있다. 사실은 봄베시 베이비에 올림픽 공원을 조성하려고 했는데 공사 중 개구리 서식지가 발견되어 그대로 두고 이곳에 지은 것이라 하니 호주의 자연보호 정책에 놀랐다. 개구리 때문에 공사를 중단했고, 그 개구리는 지금 동물원에 기념으로 보호하고 있다.
다시 새로운 장소인 이곳은 쓰레기 매립지 길에 나무가 잘 자라는지 테스트 겸 조성된 공원이다. 올림픽 공원은 총 5개이며 그 중 하나의 공원에서 오늘 문학 행사를 갖고 있다. 이곳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다. 호주 문인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우리 일행은 공원을 산책했다.
넓은 잔디 광장을 지나 둥근 지대에 올랐다. 경주의 거대한 왕릉 형상인데 달팽이 관처럼 빙그르 돌고 돌아 오르니 정상이 나왔다. 판판하게 꾸며놓은 정상에는 시드니 올림픽 공원에 대한 안내판 설명문과 사진이 있고 가까운 곳에 메인스타디움이 보인다. 맞은 편으로는 호수라 하는데 바다처럼 푸르고 넓다. 우리가 선 이곳 둥근 지대는 물탱크다. 참으로 아룸다운 길을 꾸며 오르내리는 길이 신기했다.
*사진:호주 시드니 올림픽 공원을 산책하며 본인의 남편인 유기섭 수필가님과 함께. 멀리 보이는 시드니 올림픽공원 메인스타디홈
* 바비큐 파티
한국문인들이 산책하는 동안 호주문인들은 점심식사 준비를 했다. 작은 건물 야외 테이블에서 즐거운 바비큐 파티를 했다. 오늘의 만남을 자축하며 우의를 돈독히 하자는 강석호 선생님의 건배 선창으로 모두 함께 맥주 잔을 들고 건배했다.
음식은 지극히 한국적인 식단이고, 숯불에 호주의 맛있는 쇠갈비를 구워 성대히 베풀어준다. 김치가 한국 주부의 손맛 그대로다. 조국을 떠나왔어도 생활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고기를 굽는 호주 문인의 솜씨는 대단하여 먹고 또 먹어도 맛있다. 오렌지로 뉴질랜드 것과는 다르게 아주 당도가 높다. 호주 문인들의 뜨거운 환대에 우리 일행은 깊은 감사로 화답했다.
*사진:호주 시드니 올림픽 공원에서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인문인들이 정성껫 베풀어준 바비큐 파티.꽃바구니를 들고 웃으며 문인들과 함께
* 그린 필드에서 발야구
식사를 한 곳 바로 앞에는 잔디 광장이다. 누군가가 발야구를 하자는 제의에 모두 찬성했고, 호주문인팀과 한국문인팀을 짰다. 남자와 여자 비율도 동일하게 제법 형식을 갖춰 유정현 안내원의 심판으로 진행되었다.
호주문인들이 그래도 젊은 층이어서 점수가 앞서 갔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중요한 건 지금 호주의 올림픽 공원 그린 필드에서 발야구를 한다는 사실이다. 언제 우리가 잔디구장에서 공을 찼던가. 언제 해외문인과 이런 게임을 했던가. 순간순간이 아름다움으로 저장된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 한국문인들이 차는 공은 힘이 약하여 호주문인들이 받음으로 아웃된다. '왜 그렇지… 내가, 다시 한번 차 볼까' 이것이 모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다. 세월이 가면 발의 힘도, 달리는 힘도 약해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나이 순서대로 공이 나간다. 이것도 큰 깨달음이다.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발야구, 사방은 온통 그린필드, 올림픽 공원 메인스타디움도 나무 위로 약간 보이고, 정경이 참 아름답다. 차츰 한국문인도 실력이 늘어 점수가 동점에 가까울 때 게임을 마무리했다. 아쉽지만 다음 순서를 위해서다.
*사진:호주 시드니 올림픽 공원 그린 필드에서 발야구. 공을 차고 달리려는 본인의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
* 한국문인과 호주문인의 동그란 만남
우리는 그 자리에 동그랗게 앉았다. 발야구를 하던 그린필드는 천연 멍석이다. 원형으로 둘러앉아 각자 서로의 소개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시간 제한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가슴을 열고 문우의 뜨거운 정을 나누었다. 호주문인들은 주로 이민 온 연도와 이민 생활의 애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이십년 가까이 이곳에서 살았다는 분의 삶에 대한 자세는 대단했다. 어느 젊은 부부는 농장을 경영하며 글을 쓴다는데 결코 힘들지 않은 표정이다. 모든 이민자들이 한국에서보다 더욱 강인한 힘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강석호 회장님은 다음에는 한국에서 이런 시간을 갖자고 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여행해 온 마디 중에서 오늘의 이 마디가 가장 아름다운 마디이며, 환대해주심에 감사함을 전하고 한국 문인이 글을 써서 해외 문인에게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해외문인 여러분이 글을 써서 한국에 보내는 것도 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얼마전 국제펜에서 받은 외국 동포 문인들의 글을 엮은 문집을 읽고, 고국에 대한 짙은 그리움과 이민 생활의 기쁨과 아픔을 알게 되었다고 전하고, 우리는 같은 문인이니 어느 울타리에서 또 다시 만날 것이며 그때는 더욱 반가울 것이라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끝맺었다.
태양도 우리들을 축복하듯 반 그늘로 자외선을 차단시켜 주었다. 조금은 서늘하지만 아주 좋은 날씨다. 오후 시간의 많은 부분을 이야기를 나누는데 사용했다. 이효정 시드니 수필 문학 회장님을 시작으로 강석호 한국 수필문학 회장님까지 한바퀴 돌아오기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다음의 일정으로 일어서야만 하는데 두 다리를 잔디밭에서 일으켜 세우기가 아쉬웠다. 그날의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사진:호주 시드니 올림픽 공원에서 동그랗게 둘러 앉아 한국문인과 호주문인들의 우의를 다지며.중앙의 흰모자가 본인 김윤자
* 고향의 봄 합창
일어서서 동그랗게 손을 잡고 흔들며 불렀다. 고향의 봄은 꼭 호주 문인에게만 그리운 것은 아니다. 나고 자란 고향은 항상 그립다. 그러나 오늘 부르는 이 노래의 의미는 남다르다.
초등학교 시절 공통으로 배운 고향의 봄을 부르며 우리는 완전한 하나가 된다는 사실이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고국에 돌아가면 내 조국 더욱 사랑하리라 다짐해본다. 이곳에 사는 모든 분에게도 고향의 봄은 조국이고, 애국의 노래다.
그린 필드에 아름다운 노래가 구르고, 시심이 가슴을 적시고 호주 시드니 올림픽 공원에 우리의 뜨거운 우정과 사랑이, 그리고 문학의 향기가 힘찬 획으로 그어지는 순간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오늘의 추억은 영원하리라.
*사진:호주 시드니 올림픽 공원에서 한국문인과 호주문인들이 행사를 마친 후 함께 손 잡고 고향의 봄을 부르며.
중앙의 붉은 모자가 본인의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
* 한인 상가
오후 늦은 시간에 한인 상가에 갔다. 호주 일정은 오늘로써 마지막이기에 우리들의 요청으로 갔다. 한국 우리 교포가 운영하는 상가라서 종업원도 모두 한국인이어 쇼핑하기에 좋다. 꽤나 큰 2층 매장에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호주의 특산물은 꿀이라 하여 가짜가 없는 나라의 진짜 꿀을 샀다. 기념 모자와 두 아들의 티셔츠, 등등 꼭 필요한 것만 샀다. 호주는 뉴질랜드보다 다양하고 질적인 면에서도 좋다. 다민종 문화 속에서도 자국인끼리 뭉쳐사는 나라다. 우리 한인교포들이 더욱 노력하여 행복하게 살길 빈다.
*사진:호주 시드니 한인 상가 가는 길. 시드니는 도심에도 공원이 많아 푸른 물결의 싱그러운 풍경
*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 야경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낮에 본 모습과는 또 다르다. 이미 해는 지고 땅거미가 짙어갈 때 세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는 고운 눈을 뜨고 있다.
아주 가까운 곳에 다리가 전신을 보이며 아름다운 야경을 선사하고 바로 앞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우람한 조개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유람선이 아치형 다리 아래로 그림처럼 떠 다닌다. 어제 우리가 탔던 유람선이다.
이 두 가지로 인하여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이다. 외형적인 독특한 건물 양식과 그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미항이기에 충분하다.
오페라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공연은 한달전에 미리 예약해야 함으로 보지 못하고 1층 상가와 휴게실을 둘러 보고 나왔다. 시가지와 유람선에서 볼 때는 낮아 보이던 지붕이 한참 올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 그 정점이 빛난다. 지붕의 곡선이 만나는 곳에 단 하나의 불빛이 빛나고 있다.
한 눈에 들어오는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은 프라하 블타바 강의 타는 아름다움은 아니어도 은은한 소녀의 향기다.
*사진 상 :호주 시드니 하버브릿지 앞에서 문인들 단체사진.(우)앞줄 끝에 앉은 우리 부부(시인 김윤자, 수필가 유기섭)
*사진 하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문인들 단체사진.(우)앞줄 끝에 앉은 우리 부부(시인 김윤자, 수필가 유기섭)
* 시드니 가게에서
호주 화폐 중 동전은 국내에서 환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87센트가 남은 호주돈을 쓰기 위해 저녁식사후 나 혼자 가게에 갔다. 어눌한 영어와 손짓으로 의사소통이 될 때 주인 남자 젊은이는 코리언이냐며 그렇다고 하니 엄지 손가락을 허공에 흔들며 넘버원이라고 외쳤다. 호주에서 한국인은 넘버원이라는 해석이다. 기분 좋은 일이다.
견과류 두 종류를 사니 72센트, 물어 물어 계산한 액수를 지불하니 베리 굳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인상이 좋은 사람이다. 외국인 손님을 대하는 매너가 세련되어 있다. 본받아 가야할 문화다.
2005년 8월 28일 일요일 호주 시드니 공항 출발
공항가는 길, 호주 시드니 공항 출발, 브리즈번 공항에서 주유 공급,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넘어가며, 인천 공항 도착
* 공항 가는 길
오늘 오전 8시 20분 비행기로 시드니를 떠난다. 호텔에서 새벽 6시에 출발했다. 공항까지 가는 동안 유정현 안내원은 호주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호주는 가게문을 10시에 열고 오후 4시에 모두 닫는다. 단 우유를 파는 가게는 아침 일찍 문을 연다. 출근자를 위한 배려인 것이고, 그만큼 타업종은 개인행복을 위해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큰 이유 중 하나는 예를 들어 1년에 장사 수입이 1천만원 예정이 있는데 6백만원 밖에 못 벌면 4백만원을 세금으로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회복지제도가 잘 된 나라다. 호주 백화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영업한다.
인구 2천만명 중 15%가 문맹이다. 그 중 70%가 오지에서 낙농업을 한다. 그런데 고소득자이면서도 호주인 평균 수명이 86세인데 이들은 평균수명이 56세다. 디스크로 죽는다. 1인당 하루에 120마리에서 300마리까지 양털을 깎는다. 점심 시간 외에는 휴식이 없다. 1마리당 6천원 받으니 6천원씩 300마리이면 일당이 엄청난 금액이다. 문명이 발달해도 양털깎이는 양도, 사람도 그 자리에서 그 자세로, 아그로돔 농장에서 본 것처럼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그래서 아들이 어머니보다 일찍 죽는다. 아버지가 양털깎이 기계를 아들에게 대물림하여 주면 아들은 다 팔아 가지고 도시로 이동한다. 그러나 적응 못하고 다시 그들 고향으로 돌아간다. 글을 모르기 때문이다. 풍요 속의 풍요를 맛보지 못하는 슬픈 삶이다.
호주는 도장이 없다. 본인이 사인해야 된다. 그것도 신기하다. 세금이 부족해도 남아도 난리가 나는 나라다. 거지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나라다. 그들은 국가에서 지정한 식당에 가면 공짜로 식시한다. 안내원은 말한다. '정현아, 점심 같이 할까? 시간 없으면 저녁?' 거지에게 이런 제안을 받는다는 것이다. 노숙하는 거지는 병균 때문에 옷을 벗겨서 빨아다 준다. 그들을 위해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국가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렇다. 국립 양로원이 한국의 사립 양로원 수준으로 시설이 좋다.
종교는 30%가 천주교, 20%가 개신교다. 하이드 공원 앞에 제일 크다는 성당을 보았다. 겉모습은 유럽에서 본 모양인데 중세의 성당 그 모습보다는 못하다. 영국의 영향으로 잘 발달된 도시 시드니다. 주택가는 나무와 낮은 집들이 아름답고, 중심지는 고층 건물 숲으로 아름답다. 서울 거리를 보는 것 같아 친숙한 느낌이다. 서울 한강처럼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을 만났다. 물맛이 짜서 대구가 강에 산다. 빙하기 바위가 굴러 들어와서 그렇단다.
모두 의료보험이 되는데 안과, 치과, 성형외과, 이 세 종류 병원은 보험이 안 된다. 이유는 본인이 관리를 소홀했기 때문으로 모두가 미리미리 건강을 돌보도록 권장하는 것이다. 시력검사만 무료다. 산모에게 보약까지 들려 보내는 나라다. 짧은 역사의 나라인데 모든 정책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후예들이기에 영국 문명이 도입되어서 그러할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지금의 날씨로는 추워서 대부분 퀸즈랜드로 가서 산다. 일교차가 큰 나라인데 늦겨울인 현재의 날씨는 조석으로는 춥고 낮에는 약간 덥다. 미세스 맥콰리 포인트 공원 바닷가에서 동백꽃처럼 붉게 핀 꽃이 자카렌다인데 시드니가 속한 퀸즈랜드 주의 국화라고 했다. 나라가 넓으니 주마다 국화가 있다.
유정현 가족은 87년에 이주했는데 기러기 아빠 원조하고 한다.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2개월 생존의 사형선고를 86년도에 받고는 한국에서 사업하던 아버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무조건 호주에 온 것이다. 요양 차 데리고 왔는데 이곳에서 세 차례 수술받고 26개월 치료 후 지금까지 생존해 있단다. 그의 부친은 사업상 한국에 머물고 두 모자가 호주에 남았는데, 이제는 아버지도 함께 산단다. 췌장암이 어떤 병인가. 나의 주변에서 췌장암으로 죽어간 사람들은 못 고치는 암으로 판정되었다. 정현씨 어머니가 산 것은 의료기술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천연의 맑고 고운 자연 환경의 영향이 큰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아님 한국에서의 스트레스 해방인지도 모를 일이다.
자갈치 시장 40명 관광단의 십여년전 잊지 못할 추억도 그가 들려준 소중한 기억이다. 젓갈과 한국 김치를 공항에서 뺏기지 않으려고 주저앉아 먹고 나왔다는 자갈치 시장 부산의 한국 할머니들, 그것이 우리네 삶이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 이야기다. 나는 정현씨에게 말했다. 한국의 할머니들이 그것을 빼앗기겠느냐고. 이제는 전설같은 이야기다. 우리도 잘 산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로 웃으며 공항에 다달았다. 공항 입구에 안개 자욱한 강물이 있고 골프장이 있다. 한달에 몇 만원이면 골프를 치는 나라다. 시내에 골프장이 있다는 것을 우리의 현실로 이해가 되는가. 호주의 대부분 땅은 사막의 불모지로 있는데도 드넓은 공간에는 푸른 나무가 가득하다.
*사진:호주 시드니 공항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본 골프장.시드니 도심에는 이런 골프장이 여러개 있고 한달 회비가 몇 만원
* 호주 시드니 공항 출발
사실은 오전 8시 20분 대한항공 KE812 비행기로 인천에 가도록 되어 있었는데 시드니 공항에서 주유 부족으로 9시 50분에 출발했다. 공항에 배웅 나온 이효정 회장님의 호주 문인들과 작별하고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유정현 님이 콴타즈 항공, 호주 항공으로부터 받아온 식권 한화 1만 2천원짜리로 연어김밥 아침 식사를 하고는 보딩했다. 시드니 주유 탱크에 물이 흘러들어 모든 비행기가 인근의 공항으로 가서 주유공급을 받는 실정이란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지만 호주인으로서는 가능한가 보다. 은행에서 업무 중 장사진이어도 직원이 개인 통화로 지연되어도 아무말 하지 않는 문화가 호주의 문화라 하니 그렇게 해석하면 화를 내서는 안 될 일이다.
기내방송으로 지연되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가까운 인근 브리즈번 공항으로 이동하여 주유를 공급받고 인천 공항으로 간다고 전해준다. 비행기는 무사히 이륙했다. 호주, 뉴질랜드의 9박 10일 뜻깊은 문학기행이 문을 닫는 순간이다.
*사진:호주 시드니 공항.우리를 배웅하려 나온 이효정 호주 수필문학회장과 강석호 회장님과 함께(좌)카메라맨이 본인 김윤자
* 브리즈번 공항에서 주유 공급
비행기 모니터에 목적지가 브리즈번으로 되어 있다. 시드니보다 위쪽 바닷가에 위치한 호주의 공항이다. 오전 11시 20분에 브리즈번 공항에 착륙하여 81번 계류장에서 주유공급 대기중이라고 방송이 나오고, 우리 기내의 사람들은 그대로 앉아 기다렸다.
해외여행 중 겪은 독특한 경험이다. 기내제공신문을 보니 한국에서도 미국 어린이의 위험상태로 4천만원어치의 기름을 상공에서 쏙도 강원도 원주 공항에 비상착륙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착륙할 때 무게로 인하여 기름이 많아서도 아니되기에 대한항공이 어제 호주에 올 때 기름이 다 소모되고, 오늘 시드니 공항에서 주유를 하고 인천공항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하여 오늘 오후 5시 40분에 인천에 도착할 비행기가 밤 9시 30분 도착 예정으로 4시간 지연되었지만 비행기에 대한 상식과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한 소중한 체험이다.
*사진:호주공항에서 주유 공급이 불가능하여 호주항공 콴타스에서 준 식권으로 시드니공항에서 아침식사.연어회 김밥을 먹으며
*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넘어가며
현지시간 오후 4시 20분, 지금 적도를 넘어간다. 적도를 넘을 때 예상치 못한 기류를 만날지 모르니 좌석 벨트를 매라는 방송이 나온다. 모두 자리에 앉아 벨트를 매고 강한 자외선으로 창문을 내리고 있다. 밤같은 어둠의 기내에는 더러 책을 보거나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만이 천정에서 각자의 좌석에 조정되는 여린 전등불 하나씩 켜고 있다. 적도를 넘는 이 순간, 나는 지금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넘어가고 있다. 상공 캄캄한 기내에서 오로지 나를 지켜주는 작은 꼬마전구 불빛과 함께 고요히 넘어가고 있다. 진정 내가 몰랐던 세계의 신비로운 체험의 시간이다. 기내 모니터에 적도를 넘어 가려는 비행기와 주변의 섬, 태평양 지도가 뜨고 있다. 나는 사진기에 담아간다. 이 순간의 아름다운 행복을 두고두고 나는 보리라.
*사진:적도를 향해 날아가는 대한항공의 모니터 사진.적도를 지나면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넘어가게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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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공항 도착
저녁 9시 20분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11시간 태평양 바다 위 창공을 달려 날아온 것이다. 무사히 도착함에 감사하며 각자의 짐을 찾아,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입국수속 절차를 밟고 나오니 10시, 짙은 밤이다. 마일리지는 이미 들어와 있고 수원행 10시 20분 리무진을 탔다. 막차가 10시 40분이라는데 아슬아슬하게 차를 탔다. 집에 도착한 것은 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우리 부부가 문인이어서 함께 해외문학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음이 참으로 행복하다. 두 아들인 긴 여정을 이해해 주고 우리가 없는 동안 잘 지내고, 각자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이 대견스럽다. 이곳은 한국이다. 이제 편안한 일상으로 본연의 임무에 임하며, 시인의 사명에 더욱 충실하리라.
*사진:인천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일본을 넘어 한국 상공에 진입하는 대한항공 모니터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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