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페이스 메이커, 한 순간 끓어 넘는 뚝배기
사실 그렇게 기대를 하던 영화는 아니다. ‘김명민’의 아우라가 너무 커서 오히려 반감이 생긴 영화였다. 게다가 마라톤을 다루는 영화에서 틀니까지 끼어가면서 열연을 하는 ‘김명민’이라니. 이거 부담스럽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기 싫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슬픈 영화라는 점이다. 한 해를 시작하는 것으로 슬픈 영화를 보라니, 이건 좀 그렇다. 아무리 희망을 주는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 희망을 주기까지 얼마나 커다란 슬픔의 무게가 다가오는지, 물론 그래서 마지막의 감동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워낙 눈물이 없는 편이다. 아무리 슬픈 영화를 보더라도 그냥 눈물이 날 것처럼 울컥울컥하고 만다. 그런데 [페이스 메이커]는 울었다. 거의 반 년 만에 꺼이꺼이 울었다.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 운 것은 처음이다. 슬프고 또 슬픈 영화다. 그리고 그 슬픔은 비극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서 오는 감동이다. 물론 그것이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페이스 메이커’는 자신을 위해서 뛸 수도, 뛰어서도 안 되는 사람이다. 오직 자신의 파트너가 마지막까지 달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파트너일 뿐이다. 그렇기에 30km이상을 뛰어서도 안 되고, 뛸 수도 없다. 묵묵히 남만을 위해서 달리는 한 인간의 이야기는 서글프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사실 모두 자신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것은 봉사도 아니고, 달리는 것을 가장 잘 한다는 이유로 남을 위해서 달리기만 하니 슬프다. 그러면서도 이 캐릭터에 공감이 가고 안쓰럽게 생각을 하는 것은 평범한 부모들의 모습하고 닮아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부모들은 자기들을 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위한 ‘페이스 메이커’가 되기를 원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페이스 메이커’로의 남을 위한 삶을 사는 한 인간으로 결말을 맺지는 않는다. 결국 자신을 위해서,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서 달리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변한다. 그리고 이 모습은 참 슬프면서도 감동적이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사람이 정말 자신의 꿈을 알게 되고, 그 꿈을 위해서 묵묵히 연습하고, 또 달리는 모습을 뭐라고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비록 실화가 아니라는 점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김명민’이기에 이 영화 완벽하다.
- 감독
- 김달중
- 출연
- 김명민, 안성기, 고아라, 최태준, 최재웅
- 정보
- 드라마 | 한국 | 124 분 | 2012-01-18
하지만 [페이스 메이커]의 흥행은 마라톤처럼 길게 보지 않으면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끓어오르는 영화라고 해도, 이거 너무 천천히 끓어오르는 영화이니까 말이다. 마지막의 슬픈 클라이막스가 가기 전까지 영화는 지나치게 미련하고 담담하게 이야기 된다. 사실 이런 영화가 참 좋기는 하지만 요즘처럼 첫 주 스코어가 좋지 않으면 바로 퐁당퐁당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아쉽기만 하다. 조금 더 극적이고, 조금 더 편집을 해서 다듬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왜 감독은 바보처럼 ‘고아라’와 ‘최태준’까지. 모두 매력적으로 만드는데 노력을 했냐는 말이다. 충실한 감독의 성과는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가슴에 남는 감동의 무게로 고스란히 다가온다. 흥행이라는 잔인한 부분에서 어떤 성과를 낼 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 보고 난 사람들의 입을 타고 흐를 영화는 분명하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은 [댄싱 퀸]이 너무나도 강력하다는 점이다. 웃기면서 감동적인 영화를 엄청난 감동의 여운이 남는 영화가 이기기에는 어려우니까 말이다. 게다가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주는 믿음도 영화에서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나는 것도 흥행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페이스 메이커] 좋은 영화다. 참 좋은 영화다.
‘김명민’ 이 배우를 뭐라고 해야 할까? 배우를 넘어서는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배우라고 하면 맞는 것일까? 이처럼 대단한 배우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할 정도로 대단한 배우다. 한 번 극에 몰입을 하기 위해서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 배우. [내 사랑 내 곁에]에서 폭풍 감량을 하는 것이 가장 대단한 모습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또 ‘주만호’가 되어 버렸다. 사실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은 빠르게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것은 배우가 캐릭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가 배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명민’은 다르다. 그는 완벽하게 또 하나의 배역이 된다. 실화를 다루고 있는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사실로 다가오고, 이 역할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오로지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있어서 가능했다. 이렇게 묵묵히 노력하는 역할을 선보이다니. 신뢰를 주는 보험 광고를 오래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의 이러한 점 때문이라는 씨네 21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이 간다. 영화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확실히 중심을 잡는다. 그리고 비중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영화를 자신의 이야기로 끌어온다.
‘주만호’는 평생 달리기 밖에 모르던 사람이다. 어린 시절에는 동생에게 더 맛있는 것을 먹여주기 위해서 달리기를 했고, 조금 큰 이후에는 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위해서 달리기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사채 빚을 위해서 달리기르 한다. 하지만 늘 남을 위해서 달리는 그는 ‘페이스 메이커’다. 그가 자신의 꿈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더 높은 이상을 향해서 날아오르는 ‘유지원’ 역의 ‘고아라’와 함께 이번에 뛰고 나면 다시 달리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몸 상태가 있어서 가능했다. 더 이상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높은 이상을 위해서 달리고 싶어하지 않을까? 이러한 절실함을 묵묵히 표현하는 ‘김명민’의 느낌은 너무 좋다. 게다가 순박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니. 흔히 운동부나 운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토록 파벌이나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고 순수하게 운동에만 목숨을 걸 수 있다면 모두 행복하지 않을까?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중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굳이 인물들의 대사를 듣지 않더라도 ‘주만호’를 통해서 고스란히 표현이 된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지,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주만호’는 참 사랑스럽다. 그가 연기를 했던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주만호’라는 캐릭터는 그의 팬들에게 제대로 기억이 되지 않을까?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라는 JTBC의 드라마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최태준’이라는 배우는 참 매력적이다. 유일하게 보는 종편 프로그램인데, ‘정우성’과 ‘한지민’의 연기도 좋지만, 아들 ‘정이’ 역으로 나오는 ‘최태준’이 없었다면 이토록 절실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 못했을 것이다. [피아노]에서의 아역을 거쳐서 지금의 성인 연기자가 된 그는 참 매력적이다. 영화에서도 일등을 줄곧 하는 다소 싸가지 없는 캐릭터로 나오고 있는데 참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럽다. 아무튼 이 역할 꽤나 탐이 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출연 분량에 비해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그가 신인이라는 점과, 영화 자체에서 그에게 많은 비중을 주지 않는 것 등이 그 이유이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조금 더 아우라가 있는 배우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고 확실히 더 기대가 되는 배우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른 건 다 집어 치우고라도 그 눈빛. 그거 하나면 이 배우 오케이다.
‘고아라’, 옥림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받던 [반올림] 시리즈의 그 귀여운 소녀가 이제는 단단한 소녀가 되었다. 한 번 캐릭터에 대중이 인식을 하게 되면 사실 그 역할을 벗어나기가 너무 어려워져 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고아라’라는 여배우를 통해서 확인을 했다. 드라마 한 편을 한 이후 대중의 관심에서 살짝 멀어진 이 소녀는 담배도 잘 피우고 험한 소리도 잘 하는 당찬 높이뛰기 소녀가 되었다. 매력적이다. 여전히 다소 답답한 보이스나 이국적인 눈동자는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훌륭한 배우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물론 여전히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리 많지 않은 비중에도 이 영화의 유일한 여자 주인공이라는 위치에 어울리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러면서도 ‘주만호’에게 어떠한 메시지도 던져주니 나름 좋은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닐까?
‘안성기’는 왜 요즘 이렇게 악역만 맡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려고 하는 것일까? 영화 초반부에는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7광구]의 그 오글거리는 80년대 영화의 발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우려는 접어도 될 모습을 보여준다. ‘안성기’는 여전히 연기를 잘 하고 영화에서 나오는 유일한 악역의 모습도 잘 보여준다. 오직 ‘안성기’만이 가능하다는 느낌도 주고 있으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큰 비중이 아님에도 이 영화에 출연을 한 것은 아무래도 역할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사실 이 역할 악역이라고 했지만 악역은 아니다. 스포츠에 관련이 되어 있는 사람으로, 그것도 국가와 관련이 되어있는 사람으로 당연히 더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고민하지 않는 모습도 참 매력적이었다.
마라톤 같은 영화다. 오랜 시간 봐야. 아, 이 영화가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이러한 부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꽤나 지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에 이야기를 한 것처럼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가슴에 무언가가 남는다. ‘주만호’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그 엄청난 파괴력과, 자신의 꿈만을 위해서 달릴 수 있는 수많은 이들의 열정이 영화에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라톤을 보는 것 같은 인내심을 요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희열을 느낄 수 있으니 강점이다. 다만 온 가족이 보기에는 아이들의 집중력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성인 자녀와 부모님이 함께 보면 좋을 느낌이다. 희망을 준다는 점 역시 영화의 강점.
2008년 2009년 2010년 상/하반기 2011년 상/하반기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권순재의 러블리 플레이스 http://blog.daum.net/pungdo/
첫댓글 갑자기 영화관에 가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