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문제를 확대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디트로이트를 방문했을 때, 기자가 쓰고자 했던 것은 세계 최대 기업인 GM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또 어떤 발전 구상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토노미를 본 다음, GM의 로체스터 세계 대체연료 연구소를 견학한 후 당초의 취재 계획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여기서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사실이 있다. 의외로 GM의 로체스터 연구소에는 많은 「외국 출신 미국인」들이 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 한국 출신 미국인 박사는 『미국이 위대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부분을 미국이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反美(반미)니 親美(친미)니 하는 논쟁 따위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미국은 우리 머리 속에 고정된 種族(종족)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종족적 의미에서 미국인」이 우세해서가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미국인」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미국이 계속 기술 발전의 선두에 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종족적 의미의 프랑스인」이 아닌 「여러 종족으로 이뤄진 프랑스인」으로 구성된 프랑스팀이었기에 지난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처럼….
서울로 되돌아와서의 일이다. 이같은 디트로이트의 충격이 온몸을 휘감고 있는 상태에서 지하철 4호선에 올라탔다.
신용산역을 지날 때쯤으로 기억된다. 일군의 청년들이 지하철에 올라 타서, 「미군 기지 폐쇄」를 주장하며, 모금활동을 벌였다. 이들이 나눠 준 유인물에는 미군이 저질렀다는 온갖 만행이 적혀 있었다. 미군 기지 문제는 이 글의 주제와 동떨어진 것이기에 이 자리에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이들이 반대하는 미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21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을 담아낼 조직을 연구·실험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을 과연 구호만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는 점 정도를 蛇足(사족)으로 덧붙이고 싶다.●
세계 최대 기업 GM의 內幕
創業主는 마차 장사로 백만장자…
1990년대 이후엔 「스피드 경영」으로 대규모 흑자
GM은 미국 포춘誌(지)가 선정하는 500大 기업 가운데 매출액 1위를 고수하는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서, 총매출액 1864억 달러, 자동차 및 트럭 판매대수 874만6000대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이다. 종업원 수는 全세계 38만6000여 명이며, 全세계 시장점유율과 미국 시장점유율은 각각 15.1%와 27.8%에 달한다(2000년 결산 수치).
GM은 1908년 창업주 윌리엄 듀랜트가 기존에 존재하던 미국의 여러 자동차 관련 회사들을 인수·합병하여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ers)라 명명하면서 출범했다. 듀랜트는 마차 장사로 30代의 나이에 이미 백만장자 대열에 들어선 인물로서,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하는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내가 살 수 있는 것을 다 사면, 그 중에는 쓸 만한 것도 있게 마련』이라는 듀랜트의 언명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듀랜트의 사업 방식은 도전적이다 못해 매우 도박적이었다. 이러한 듀랜트의 도박적 성격이 자동차 산업이라는 당시로서는 미지의 미개척 영역의 사업을 시작하는 주요 촉진제가 됐다. 그러나 듀랜트는 인수·합병에만 매달릴 뿐, 자신의 자동차 왕국을 체계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듀랜트는 은행과 이사회로부터 부적합 인물로 판정돼,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축출되어 불우한 말년을 보냈다.
그후 알프레드 슬로운이 전문 경영인 CEO로 취임, 오늘날 GM의 토대를 구축했다. 슬로운은 현실적 비즈니스맨으로서, 『분권화된 영역과 분권화된 부분이 책임을 진다』라는 경영 모토 아래, GM을 발전, 오늘날 GM의 토대를 구축시켰다. 당시 GM의 주요 경쟁사였던 포드社는 효율성과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으나, 획일성이라는 한계점을 노출시켰다.
반면 GM은 「자동차는 꿈」이라는 모토 아래, 매년 신모델을 선보이고 자동차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포드 자동차와 차별화시켜 나갔다. 또 슬로운이 만든 GM 조직 체계는 향후 50년 가까이 미국 기업 조직의 모델이 됐다. 그러나 GM은 1970년대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국 소형차 시장을 장악해 나가면서, 위기에 빠졌다. 특히 GM 조직이 관료화되고 비대화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일부에서는 GM을 「잃어버린 자동차 왕국」이라며 再起 가능성에 회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잭 스미스 회장이 취임하면서, 관료주의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조직의 군살을 빼는 등 과감한 감축 경영을 단행했다. 이른바 스미스 회장의 「스피드 경영」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1993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 1996년부터 GM은 대규모 흑자로 되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현재 GM은 미래의 자동차 산업 생존전략은 「이동하는 오피스 시스템을 갖추는 것」으로 설정하고, 연료전지 자동차와 항공기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GM이 주력하는 부분은 GM의 脫(탈)미국화이다. 현재 GM은 자동차 부문 매출액 가운데 37%를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달성하고 있는데, GM은 이 수치를 50%로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